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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52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0.11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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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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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6. 다음 거래는?

DUMMY

“됐나? 그럼 가지.”


기가 죽은 개똥이 조용히 길을 안내했다. 한동안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서자 개똥이 걸음을 멈췄다.


“자네를 마을로 데려갈 수는 없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도련님을 데려오지.”


마을 사람들이 프레이드를 경계할 것이 뻔했다. 서로 모르는 얼굴이 없으니 그를 데리고 들어가면 대번에 외지인인 걸 알아볼 것이었다.


“그러지.”


프레이드는 할 수 없이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개똥이 사라지자, 쓰러진 나무 위에 걸 터 앉아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초록색 이파리들이 연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공기도 제법 차가웠지만 산을 오른 탓인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길을 돌아 들어오는 고목 뒤로 사람들의 기척이 들렸다. 프레이드는 재빨리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늘도 다들 일찍 내려왔군.”

“그러게 말이야, 김씨 말 대로 하니 전보다 일이 수월해졌어”


프레이드는 자연스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때, 오늘은 많이 캤는가?”

“평소 랑 큰 차이는 없어. 그래도 전처럼 찬물, 더운물 오락가락하지는 않으니 불안하진 않구먼.”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보니 약초꾼으로 보이는 이들이 서로의 약초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여유로웠다. 산으로 올라온 하울드 사람들의 모습과 판이 하게 달랐다.


“우리 집에서 한잔 하세. 저번에 담겨 둔 술이 잘 익었어.”

“어제도 마셨잖아 이 사람아, 일이 일찍 끝나니 팔자 좋군!”

“모두 김씨에게 감사하게 생각해. 저번처럼 따지지들 말고.”

“그러게, 사실 김씨 같은 사람이 관료가 돼야 하는데, 산에서 틀어박혀 있는 건 좀 아깝지.”

“무슨 소리야 이 사람아. 그럼 우린 어쩌고.”


프레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들의 뒤를 밟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약초를 캐고 내려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모두 일찍이 일을 끝내고 내려온 것이었다.


입구에는 김신과 개똥의 모습도 보였다. 김신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연신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고 그런 김신을 개똥은 답답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마을 안쪽으로 술판이 벌어진 곳도 보였고 한편에는 제법 그럴싸한 집이 지어지고 있었다. 집들을 오가며 아이들이 뛰어놀았고 아낙들이 둘러앉자 사냥해온 고기를 나누며 수다를 떨었다. 꽤나 평화로워 보였다.


“도련님 가자니까요.”

“잠깐만 있어 봐라.”


김신은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는지 약초를 캐고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도 잠깐이라 면서요!”


개똥이 큰소리치자 김신이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약초를 캐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로 자잘한 불평과 불만이었다. 개똥의 입장에선 별것도 아닌 이야기들까지 일일이 들어주고 있는 김신이 답답했다.


“도련님, 그런 이야기까지 들어서 뭐 합니까. 뱀이 나온 걸 어쩌란 말이에요.”

“아 그래, 뱀이 나왔다 했지.”


김신이 일지를 적는 공책을 꺼내 뱀을 적어 넣었다. 개똥은 그런 김신을 잡아당겨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도련님, 그놈이 기다리고 있다고요.”

“조금 기다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개똥은 뭘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놈이 돌에다 칼을 꽂는 것 봤으면 그런 말이 안 나올 겁니다.”


개똥이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그럼에도 김신은 유유자적 걸어갔다.


“서두를 것 없소. 여기 있으니.”


일행 뒤에서 프레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개똥이 돌아서 프레이드를 발견하고 주위를 살폈다.


“거기서 기다리라 했는데,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너무 늦어서 마중 나온 거요.”


김신은 건강해 보이는 프레이드가 놀라웠다.


“많이 회복한 것 같군, 다행이네.”


마을 일에 신경 쓰다 보니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고 건강을 회복한 것을 보니 다행스러웠다.


“버섯을 잘 먹었소. 굳이 고맙다는 말은 안겠소.”

“···.”


김신은 프레이드에게 버섯을 준 기억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개똥에게 시선을 던지자, 개똥이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했다.


“그간 당신이 나를 돌봐 준 것은 알지만, 아직 앙금이 다 가신 것이 아니오.”


프레이드는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반찬들을 김신이 챙겨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개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윈나에게 찾아와 음식을 챙겨준 것이 모두 김신의 뜻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김신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오?”


의문이 남는 것은 차차 개똥에 묻기로 했다.


“하울드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왔소.”

“마을 사람들이 왜?”


프레이드가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것을 김신에게 이야기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던 김신의 표정에 근심이 묻어났다.


“그 얘기를 왜 도련님한테 하는 거야?”


개똥은 새로운 사람들이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탐탁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또 분쟁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우리라고 답이 있는 줄 알아? 여기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라고!”

“방금 돌아봤다. 상황이 괜찮더군. 뭘 어떻게 한 거지?”


김신이 생각에 잠겨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뚝딱뚝딱 되는 건 줄 알아?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 했다고!”

“몇 명이나 되지?”


김신이 입을 열자, 개똥은 기가 찼다. 제 코가 석자인데 누굴 돕는다는 건지 마을 사람들이 알면 난리가 날일이었다.


“서른 명 정도요.”

“뭐?! 서른?”


개똥이 눈이 뒤집어져 방방 뛰었지만 김신은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네. 오늘은 저녁을 보내게 하고 내일 일찍 내가 찾아가겠네.”

“도련님, 잘 좀 생각해 보고 대답하세요.”

“그럼 내일 다시 보지.”


프레이드가 왔던 길을 내려가고 개똥이 불만을 토했다. 하지만 김신이 버섯의 행방을 묻자 개똥의 불만이 쏙 들어갔다. 윈나에게 준 것을 아깝지 않았지만 그 가치를 들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다음날 김신은 일찍부터 개똥과 크리스를 데리고 프레이드의 집으로 내려갔다. 프레이드도 일찍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고 필리아와 윈나의 모습도 보였다.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프레이드와 함께 산으로 올라온 이들을 만나러 갔다. 멀지 않은 곳에 이들이 모여 있었고 산까지 오는 여정이 쉽지 않았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프레이드님 오셨군요. 역시 오실 줄 알았습니다.”

“내가 돕는 것이 아니니, 감사는 이자들에게 하시오.”


프레이드가 김신일행을 가르치고 한걸음 물러섰다. 일행이 챙겨온 음식을 그들에게 나눠줬다. 배가 고팠는지 어떤 이들은 음식을 받자마자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이봐, 아껴 먹어! 음식이 남아도는 줄 알아?”


개똥은 못마땅한 듯 바로 툴툴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 추워지는 걸 대비해 준비해 둔 비상식량이었다. 하지만 김신이 보기에 남들보다 배는 먹는 개똥이 할 소리는 아니라 생각했다.


“먹을 것은 음식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가져다주겠소. 알려준 데로만 잘 따라온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요.”


김신이 이들의 이름과 신상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가면 안 되는 곳과 안전한 곳, 산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과 피해야 할 몬스터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크리스가 활쏘기와 사냥을 가르쳤다. 사냥이나 활쏘기에 재능이 없는 이들은 나무를 하게 했다. 프레이드는 나무를 하라는 주문이 의아했다.


“나무를 팔 생각인가?”

“그렇소, 날이 추워지고 있으니 가격이 더 오를 것이요. 그리되면 마을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요. 그전에 시장에 나무를 내놓겠소.”


이곳에도 겨울이 있었다. 얼음이 얼거나 눈이 올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분명 장작이 더 필요한 날씨였다.


“누가 내려가서 나무를 팔겠나? 산맥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다시 산을 관리하겠다고 들것인데.”

“물건이 귀해졌으니 저들을 올 것이요.”


날이 저물자 우선 비워진 집들에 이들을 머물게 하고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로 돌아간 김신은 하울드마을에 다녀올 자를 뽑았다. 나무꾼 출신 중에 몸이 날려고 김신을 신임하는 자였다. 그에게 쪽지를 건네며 상인들이게 전하게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팔지 못한 장작을 팔아준다며 남아있는 장작을 죄다 끌어모았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지? 양이 너무 많은데 마을로 가져갈 수 나 있으려나?”

“우리야 밑져 야 본전이지, 가격은 치러 준다니까 그냥 시키는 데로 하자고.”


팔지 못한 장작을 쌓아 두었던 나무꾼들은 가격을 치러준다는 말에 장작을 산 밑으로 내려줬다.


며칠 후, 김신일행이 새벽부터 산을 내려갔다. 거래가 이루어지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산 밑에 다다르자 벌써 장작이 쌓여 있는 공터 주위로 수레가 가득 몰려와 있었다. 마을에 있는 바퀴 달린 것을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산으로 올라온 자들은 먼저 내려와 있었고 몰려온 수레들의 줄을 세웠다.


“늦었군.”


신분을 감추기 위해 후드를 뒤집어쓴 프레이드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도 먼저 내려와 장작을 지키고 있었다.


“엄청나네, 마을 상황이 안 좋긴 한가 봐.”

“지금 감탄할 때인가?”


개똥의 말에 프레이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쪽입니다.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수레의 줄을 세우던 산맥 사람이 일행을 이끌었다. 일찍이 수레를 대기시킨 상인이 물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신이 다가가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가격은 쪽지에 적혀 있던 대로요. 흥정은 없소.”


김신이 단호하게 나왔지만 거래 가격은 시세에 비하면 턱없이 싼 가격이었다.


“좋소, 다음 거래는 또 언제 하겠소.”

“그건 준비되면 다시 통보하겠소.”


상인이 두툼한 주머니를 넘기자 개똥이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번뜩이는 동전이 가득했다. 가격을 치른 상인은 일꾼들과 함께 서둘러 장작을 실었다.


거래가 시작되자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시라도 빨리 나가 장작을 넘길 생각에 상인들의 몸이 바빴기 때문이다. 금세 장작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순서가 늦었던 상인은 빈 수레를 끌고 돌아가야 헀다.


북적거리던 공터가 순식 간에 텅 비워졌고 묵직한 돈자루가 차곡차곡 쌓였다.


“이게 다 얼마야!”

“총 124골드입니다.”


돈을 헤아리던 마을 사람이 마지막 주머니를 쌓아 올리며 말했다. 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돈자루가 꿈만 만 같았다.


돈을 챙겨 마을로 돌아온 일행은 먼저 장작 내어준 나무꾼에게 장작 값을 내어줬다. 그들도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정말 다 팔았단 말이요?”

“예, 상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싹 쓸어 갔다니까요”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크리스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이것 참 편하네, 마을로 가지도 않고 장작을 팔다니.”


장작 값을 나눠 주자, 20골드 가량이 남았고 김신은 이 돈을 거래를 도왔던 이들에게 나눠줬다. 물론 그중에는 개똥과 프레이드도 있었다.


프레이드에게는 전에 가진 것에 비하면 큰돈이 아니지만, 개털이 된 상황이니 감지덕지였다. 개똥은 벌써 다음 번 거래가 기대하고 있었다.


“도련님, 다음 거래는 언제 합니까?”

“글쎄···궁금하냐?”


김신이 알 듯 모를 듯한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영주 베르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막 영주의 자리에 앉았는데 고작 장작 때문에 마을이 휘청이는 꼴이 매우 언짢았다.


“그래서, 다음 거래는 언제라던가?”

“준비가 되면 그때 일러준다 했답니다.”


베르크는 산맥 놈들이 갑작스럽게 단합하여 움직이는 것이 꽤나 신경 쓰였다. 상인들을 불러 장사를 하는 것이 머리를 꽤나 쓰는 자가 뒷배에 있는 것 같았다.


“시장을 주시하고 있게. 다음번에는 병사들을 보낼 거요. 산맥 놈들 본거지를 찾아내 내가 직접 관리해야겠소.”

“예,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베르크는 안정적으로 장작을 공급받고 산맥 놈들에게 세금도 걷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직 마울드는 의식이 없소?”

“예, 대사제의 말로는 고비를 넘겼다는데 아직 의식은 없습니다.”

“다시 한번 봐 달라고 하게. 깨어나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것 아닌가.”


산으로 수색을 갔던 병사가 계곡에서 마울드를 발견했다. 다른 병사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살아있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대사제 말에 따르면 마법에 당한 것 같답니다.”


마법이라는 말은 베르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마법이라니, 산에 마법사라도 떨어졌다는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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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4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6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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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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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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