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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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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1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1.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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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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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 사투(1)

DUMMY

“부인, 오랜만이오.”


후드를 내린 마울드가 사악한 미소를 던졌다.


한 손을 뒤춤으로 가져간 마울드가 단검을 꺼냈다.


“진작에 끝났어야 했는데, 너무 멀리 왔군.”


필리아가 들고 있던 접시로 몸을 가린 채 새어 나오지 않은 목소리를 겨우 짜냈다.


“어···어떻게.”

“이제 다 끝났소. 지금쯤 프레이드도 저세상으로 갔겠군. 가만히 계시오. 금방 보내 드리리다.”


말을 마친 마울드가 단검을 던지려 팔을 들어 올렸다.


어쩐 일 인지 정말 필리아가 꼼짝도 하지 않고 굳어 있었다. 너무 겁을 먹을 탓에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그리기에 필리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떨리는 몸과 달리 그녀의 눈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뒤였다.


푹-


마울드의 가슴으로 화살 촉이 튀어나왔다. 문 뒤에 숨어 있던 크리스가 날린 것이었다. 단검을 떨어 트린 마울드가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움켜지고 돌아섰다.


크리스가 재빨리 다음 활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이런 꼬맹이가.”


마울드가 입을 열자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크리스를 잡아먹을 듯 두 팔을 뻗고 달려들었다.


크리스가 다시 화살을 날렸지만 마울드가 움직이는 통에 귀 옆을 스치는데 그쳤다. 크리스를 넘어트린 마울드가 두 손으로 크리스의 목을 움켜 줬다. 괴로운 듯 얼굴이 달아오른 크리스가 손을 떼어 내려 몸을 버둥거렸다.


의자를 들어 올린 필리아가 마울드의 등을 내리쳤고, 몽둥이를 들고 집안으로 뛰어든 윈나도 합세했다. 머리를 얻어맞은 마울드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옆으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깔려 있던 크리스가 겨우 빠져나와 캑캑거리며 기침을 했다.


흠씬 얻어맞은 마울드가 제대로 변격도 하지 못한 채 피를 겨워내며 축 늘어졌다.


“죽었어요.”


크리스의 말에 의자와 몽둥이를 들고 있던 필리아와 윈나가 무기를 버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프레이드는 괜찮겠지?”

“주인님은 알고 계셨다니 무사하실 거예요.”

“맞아요. 그쪽은 개똥이 아저씨가 갔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필리아가 탁자를 짚은 채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프레이드가 떠나기 전 첩자가 있다는 말을 남겼기에 미리 대처할 수 있었다.


열린 문으로 피난민 하나가 몽둥이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외각에서 나머지 한 명도 잡았습니다.”

“다행이에요. 다친 사람은 없나요?”

“예. 그런데 전서구를 날리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집안으로 날아 들어온 카카가 날개를 퍼덕이며 식탁 위에 내려앉았다.


“전서구가 산 밑으로 내려갔어. 따라가 보니 무장한 병사들이 깔려 있었어. 적게 잡아도 이백은 넘어 보여.”


카카의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서 대피해야 해요.”


필리아의 말에 동의한 일행들이 집 밖으로 나가 난민촌을 들쑤셨다. 막 잠이 들었던 사람들이 소란에 놀라 천막을 뛰쳐나왔다.


“모두 일어나요. 병사들이 오고 있어요.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병사들이 온다는 말에 난민들의 손이 분주했다. 쓸 만한 것을 챙겨가려는 사람들이 천막을 허물고 짐을 꾸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식량도 싹싹 긁었다.


“도망치기 힘드니 짐을 가볍게 꾸리세요.”


필리아와 말에도 난민들이 재 몸 만한 짐을 등에 지고 모여들었다. 시간이 꾀나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짐을 챙기는데 급급했다.


“곧 병사들이 덮칠 거야. 어서 출발해.”


카카가 크리스의 머리 위를 맴돌며 소리쳤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짐을 버려요. 이제 떠나야 해요.”


필리아가 난민들을 재촉해 서둘러 이동하게 했다. 선두에선 크리스는 산맥 사람들의 마을로 방향을 잡았다. 안전하게 이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곳이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크리스의 뒤를 따라 삼백이 넘는 긴 대열이 늘어졌다.


대열의 끝에서 따라가는 필리아는 불안한 마음에 계속해서 뒤를 살폈다. 추격이 두려워 불을 밝히지도 못하고 짐까지 지고 있으니 좀처럼 대열의 속도가 나지 않았다. 간간이 들리는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그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힘들게 마을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개똥과 프레이드도 무사히 돌아와 대열에 합류했다. 상처를 입기는 했으나 돌아온 프레이드를 보고 모두 안도했다. 그런데 병사들의 동향을 살피고 온 카카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병사들이 흔적을 찾아 이쪽으로 오고 있어.”


난민들이 불안해하며 웅성이자 마을 안에 있는 산맥 사람들은 잠에 깨어 하나 둘 마을 앞으로 모여들었다. 크리스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산맥 사람들이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어서 다른 곳으로 가! 여기 몰려 있다 가는 우리까지 끝장이라고.”

“그렇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데려가라고요.”


크리스가 항변했지만 산맥 사람들의 태도는 완강했다.


“가서 시간을 끌어볼게.”


좀처럼 답을 나올 것 같지 않자 프레이드가 답답한 마음에 후방으로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잠을 이루는 산맥 사람은 없었다. 모두 마을 앞에 모여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피난민들과 대치상태를 이뤘다. 어떤 사람은 나무하는 도끼를 들고 피난민을 위협하는 과격한 모습도 보였다.


“저리 꺼지지 못해!” “처음부터 이들을 돕는 게 아니었어.”


꾸쿵-


폭발음과 함께 미세한 진동이 땅으로 전해졌다. 소란스럽던 사람들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프레이드가 병사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있어.”


카카가 날아와 상황을 전했다. 연이은 폭발음이 적막한 산에 가득 퍼졌다. 거리가 멀지 않은 지 소리가 생생했다.


“소리가 가까워 곧 병사들이 오고 말 거야. 이제 어쩌지?”

“이제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 우리도 도망가 야해.


산맥 사람들이 울먹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때 마을 안쪽에서 베른과 김신이 걸어 나왔다.


“김씨···”


모든 이들의 시선이 베른과 김신에게 쏠렸다. 김신이 옆구리를 감싼 채 수축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베른은 그런 김신의 모습이 불안한지 그의 팔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땠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요. 어서 도망쳐 야해.”


산맥 사람 하나가 정적을 깨고 목소리를 냈다.


“어디로 도망치겠소.”


김신의 진중한 목소리가 이목 끌었다. 비록 몸은 편치 않아 보였지만 그의 말은 위엄이 있었다.


“이봐, 지금 상황을 모르나 본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는 없소.”


김신의 말에 모두 숙연 해졌다. 그들도 쌓아 둔 식량이며 집을 내버려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어쩌자는 말이요? 그냥 여기서 죽자는 말이요!”


산맥 사람 하나가 눈을 부릅뜨고 김신을 쏘아붙였다.


“모두 힘을 합한다면 기량은 떨어지지만 우리의 머릿수는 저들의 두 배가 넘고 활을 사용해서 대항할 수도 있소. 모두 힘을 합쳐 맞선다면 저들도 쉽게 마을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우리가 어떻게 훈련된 병사들과 맞선 다는 말인가.”


도끼를 들고 난민을 위협하던 산맥 사람은 병사들은 겁이 나는지 몸을 떨었다. 반면 몇몇 젊은이 들과 피난민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맞아요. 언제까지 도망칠 수많은 없어요.”

“그래요. 한두 번도 아니고 우리도 힘을 보여줘야 해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피난민들은 도망칠 곳도 알지 못하는 산속이 궁지와 같았다.


“도망치려는 자는 막지 않겠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지금 도망친 다면 언제까지 계속 도망치며 살아야 할 것이요. 그럼 남아서 마을을 지키겠다는 자들은 내 말을 따르시오.”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자리를 이탈했다.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산맥 사람이 자리를 떴다.


김신이 먼저 마을 밖에 피난민들을 안쪽으로 이동시켰다. 필리아와 윈나가 도와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을 먼저 안쪽으로 데리고 갔다.


“개똥아, 사람들을 동원해 마을 입구에 장작을 쌓아라. 해자를 대신할 것이다.”


개똥이 사람들을 뽑아 서둘러 장작을 끌어모았다.


“크리스, 너는 활을 쓰는 자들을 뽑아 입구에 배치시켜라.”


와중에도 계속해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프레이드가 적잖게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다.


“베른, 자네는 팔이 있는 자는 모두 횃불을 들게 하고 마을로 들어오는 경사면으로 홰를 설치해 두시오.


말을 마친 김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폭임을 들리는 곳으로 향해 나아가니 횃불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마나를 사용하는 건 무리야.”


카카가 뒤따라와 충고했지만 자신 나서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김신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바위 뒤로 몸을 숨긴 프레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전방으로 흩어진 병사들이 바위를 향해 모여들었고 활을 잰 병사들이 시위를 당긴 채 바위를 노렸다.


단검을 꺼내든 김신이 궁수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며 섬광을 두발을 내리꽂았다.


꽈꽝-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 궁수들이 흙먼지와 함께 튀어 올랐다. 첫발은 빗나가 다친 이가 없었고 두 번째 발에 궁수 셋의 몸이 터져 나갔다.


“하늘이다! 위쪽에서 공격해온다.”


슉슉슉슉-


궁수들의 시선이 하늘 위로 쏠렸고 수십 대의 화살이 그물처럼 김신을 덮쳤다. 김신이 오르락내리락 고도를 바꾸며 속도를 높였다. 궁수 대열을 빠져나오자 뒤쪽으로 지휘관으로 보이는 두 명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늦춘 김신이 지휘관의 머리 위로 섬광을 떨어뜨렸다. 밤 하늘에 떨어지는 섬광이 마친 유성 같았다.


지휘관 주위를 포진하고 있던 십여 명의 병사가 달려와 방패를 치켜세웠다.


꽝-


서너 명의 병사가 튕겨서 나갔으나 지휘관은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다시 화살비가 쏟아졌다.


김신이 재빨리 방향을 틀어 고도를 높였다. 카카의 말대로 아직 마나를 쓰는데 무리가 있는지 머리가 핑 돌고 몸에 힘이 빠졌다.


궁수들의 시선이 김신에 쏟아지는 사이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있던 프레이드가 튀어나와 검기를 날렸다.


바위 가까이 다가온 병사 하나가 재빨리 방패를 들어 올렸고, 다섯 걸음쯤 뒤로 밀리더니 중심을 잡고 멈춰 섰다.


‘젠장.’


반대편 나무 뒤로 몸을 숨긴 프레이드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기운이 바닥나 검기의 위력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병사들도 그런 프레이드 상태를 알았는지 눈짓을 주고받고 빠르게 접근했다. 방패를 치켜세운 다섯 명의 병사가 나무 가까이 다가와 보지도 않고 나무 뒤로 칼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검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이상하게 느낀 병사가 슬쩍 방패를 내려 나무 뒤를 확인하는 찰나 ‘쿵’ 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프레이드가 병사의 어깨를 밝고 갑옷 사이로 검을 밀어 넣었다.


상황을 파악한 병사 넷이 재빨리 방패를 올렸으나 프레이드가 더욱 빨랐다. 검을 뽑아냄과 동시에 검이 횡으로 번쩍거렸고 머리통 네 개와 나무 기둥이 깨끗하게 잘려 미끄러졌다.


다시 화살비가 프레이드를 향해 퍼부었다. 쓰러진 병사의 방패를 재빨리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퉁퉁퉁퉁-


방패를 때리는 화살비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어깨의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배어 나왔다. 평정심을 유지하던 프레이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방패가 내려가던 순간 어두웠던 하늘 위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은 빛이 세어 나왔다. 동공이 좁아진 병사들이 손으로 하늘을 가렸고 병사들의 머리 위를 쏜살같이 통과한 김신이 맹금류처럼 프레이드를 낚아채 솟아올랐다.


“천국인가?”


어깨를 축 늘어 트린 프레이드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했다.


“아직은 아니네. 우선 마을로 후퇴에서 사람들과 함께 싸우세.”

“좀 쉬고 싶었는데 쉽지 않군.”

“약한 소리 하지 말게.”


뒤에서 프레이드를 껴안은 김신의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김신··· 활에 맞았군.”


떨리는 김신의 팔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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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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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4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4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69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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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27 27. 개똥이 쏘아 올린... 21.12.06 183 0 12쪽
26 26. 내가 언제... 21.12.01 191 0 12쪽
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5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 23. 사투(1) 21.11.21 202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8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7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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