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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71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2.04.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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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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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8. 뒤풀이는 없다.

DUMMY

“그것보다 중요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

“왕궁에서 조사단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똥이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착 가라앉았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게.”

“저택 습격을 조사하기 위해 왕궁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샤진이란 놈은 어떻게? 잡았나?”


개똥이 두 손을 부딪히며 불쑥 끼어들었다.


“잡았습니다. 마을에 있는 병사란 병사는 모조리 끌어모아서 겨우 잡았답니다. 귀족들이 놈을 감옥에 가뒀는데 수상한 데가 많은 사건이라 처형하기 전에 왕궁에 알린 모양입니다.”

“수상할 게 뭐 있나. 그냥 처형한 면 될 일이지. 허허”


개똥이 어색하게 웃으며 찻잔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어디서 온 놈인지도 모르고 또 어떻게 목격자도 없이 저택에 침입했는지도 수상하고요. 들리는 말로는 저택 안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말도···”


말을 다 끝나기 전에 개똥이 마시고 있던 차를 뿜었다. 그 탓에 내 왼쪽 빰이 축축하게 젖었다. 나는 우롱 냄새를 참아가며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계속하게.”


닦을 것을 찾던 개똥이 자기 소매로 내 뺨을 닦았다. 나는 재빨리 개똥의 손을 쳐냈다. 소매에서 역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왕궁에서 조사단이 나온다면 단순한 조사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 생긴 체우스마을 모습도 의심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고맙네. 오늘은 그만 나가 보게.”

“예.”


라푸가가 밖으로 나가자 개똥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없이 주위를 맴돌았다.


“비밀통로도 알아낸 것 같은데 어쩌죠? 왕궁에서 나오면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닙니까?”

“확실한 것은 아니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마라.”

“조금 있으면 결혼식인데 그전에 무슨 일이 터지는 건 아니겠죠?”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개똥이 윈나와 날을 잡았다고 했다.


“프레이드에게 알려 동굴의 경계를 더 강화하게 해라. 그리고 전에 막아 두었던 저택으로 가는 통로도 더 보강해야겠다.”

“예.”


개똥이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밖으로 나와 조용한 숲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최근 마을에 상인들이 몰려오면서 수련 시간이 부족했다. 오랜만에 눈을 감고 마나를 다스리려니 잘 집중이 되질 않았다.


“김신, 큰일이군.”


어느새 날아온 카카가 주위에 자란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를 만난 것도 오래간만이다.


“고작 그 정도라니.”


나는 그 말이 거슬렸다. 그동안 충분한 수련을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게 특별히 도움을 받은 것도 없었다.


“나는 너에게 그다지 도움을 받지 못했어.”

“그건 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만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뭘 더 해야 하지. 네가 알려준 건 하늘을 나는 것이 전부 지 않나?”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마나 수련을 해오고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노력과 시간을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몰려왔다.


“그렇다면 날 잡을 수 있겠지?”


카카가 별안간 하늘로 솟아올랐다. 나는 뒤처질 세라 서둘러 몸 안에 마나를 움직였다. 가볍게 몸을 솟구쳐 카카의 꽁지를 쫓아 속도를 높였다.


내가 금세 따라붙자 카카가 더욱 속도를 냈다. 퍼덕이던 날개를 몸에 붙이자 좁아지던 둘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나는 승부욕이 생겨 있는 데로 마나를 쏟아냈다. 순간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거리가 다시 좁아지자 카카가 몸통을 획 뒤집으며 왼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러자 좁았던 간격이 다시 벌어졌다.


“그것 보라고. 너는 아직 나는 것도 다 익히지 못했다고!”


맞는 말 같지만 약이 올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분에 겨워 더욱 속도를 냈다. 다시 거리가 좁아지자 이번엔 머리를 아래로 처박으며 땅으로 쑥 꺼졌다.


다음은 고개를 쳐들고 솟아오르고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며 이리저리 방향을 틀었다. 나도 그에 맞춰 서둘러 방향을 틀었으나 한 박자 씩 늦어졌다. 그때마다 번번이 꽁지가 손을 빠져나갔다.


‘방향만 틀지 않는다면 잡을 수 있을 텐데.’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는군.”


능선을 따라 속도를 내던 카카가 깊이 파인 골짜기로 뚝 떨어졌다. 거대한 암벽에 둘러싸인 골짜기는 갈수록 그 길이 좁아졌다. 이제 솟아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라면 잡을 수 있어.’


풍경이 빨려 들어가 듯 뒤로 내달리고 카카의 꽁지가 조금씩 다가왔다. 카카가 솟아오르는 순간 재빨리 고개를 쳐들었고 우리는 절벽을 따라 함께 솟아올랐다.


내가 따라온 것을 확인한 카카가 사라지듯 하늘로 뻗어 나갔다. 나도 이에 질 세라 이를 악물고 속도를 냈다. 가늠할 수 없지만 하늘을 나는 것들을 아득히 초월한 속도였다.


일찍이 절벽을 넘어갔고 허공을 지나 구름 위로 날고 있었다. 카카는 방향을 안 바꾸는 건지 못 바꾸는 건지 계속해서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내게 기회를 주는 것 같기도 차원 다른 벽을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마나가 불쑥 줄어 온전하게 착륙하고 싶다면 이제는 돌아가야 했다.


“카카, 네 말이 맞았어. 네가 이겼다고.”


나오지 않은 말을 쥐어 짰으나 그는 들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뻗어 나갔다. 힘이 빠졌는지 속도는 조금 줄었지만 전혀 돌아갈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위로 향했다. 파랬던 하늘은 다가갈수록 짙어져 깊은 바닷속 같았다. 이제는 돌아간다 해도 두발로 착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리 된 거 계속해서 가보는 수밖에.’


속도가 줄어 있는 이 순간이 그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남아있는 마나를 모두 쏟아낸다면 닿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남아있는 모든 힘을 날아오르는데 집중했다. 보지 않아도 앞을 가로막는 바람은 있었고 짙은 하늘과 머리 위를 날고 있는 카카도 느껴졌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오로지 작은 점이 되어 하늘로 쏘아졌다. 마침내 쭉 뻗은 손끝에 꼬리 깃이 닿았고 나는 덥석 그것을 움켜줬다.


생각지 못한 따뜻한 손아귀가 손안에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웬 젊은 사내의 내 손을 붙잡고 있었다.


사내가 힘을 주며 나를 부드럽게 끌어올리자 바닷속에 들어온 것처럼 몸이 붕 떠올랐다. 우리는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긴 것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당신은 누구요.”

“결국 여기까지 쫓아왔군.”


생김새는 다르지만 말투는 분명 카카였다.


“이렇게 진짜 모습을 보이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나를 묘하게 약을 올리던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카카 자네인가?”

“그래. 이곳이 아니면 날 보여주지 못해서 널 데려왔어.”


카카는 젊고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생기가 없고 창백했다.


“어째서?”

“나를 가두고 있는 마법이 닿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지.”

“누군가 너에게 못된 짓을 해나 보군.”


카카는 지평선을 향해 다가가는 해를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내게 마법을 가르쳐 준 것이 그것과 관련이 있겠군?”

“그래.”


카카 표정이 시종 쓸쓸해 보였다.


“나는 계속 내 모습을 찾아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어.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봤어. 정말 놀라운 일이야.”

“그럼 내가 그 못된 놈을 혼내 주면 되는 건가?”


카카가 얼굴에 언뜻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늘 너는 정말 놀라웠어. 하지만 한편으로 난 그를 이길 수 없다는 현실에 깨닫았어. 그는 이 나라에게 가장 강력한 마법사야. 처음부터 망상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카카가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제 여길 떠날 거야, 그리고 너도 여길 떠나야 해.”

“그건 왜 지?”

“그 마법사가 오고 있어. 나는 보지 않아도 그가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어.”


나는 라푸가가 이야기했던 왕궁 조사단이 떠올랐다.


“마을을 버리고 떠나는 건 아쉽겠지만 그가 오면 마을이 사라질 거야. 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갈수 없어.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내가 벌려 놓은 일이니, 내가 일을 수습해야 해.”

“듣기 좋은 말이지만. 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도망치지 않으면 안 좋은 결말을 마지 할 거야.”


카카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남아서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카카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부유하던 몸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살아서 볼 수 있다면 좋겠군. 늦지 않게 도망가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카카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새로 돌아갔다. 그리고 서서히 날개를 퍼덕이며 몸을 돌려 붉게 물든 지평선 너머로 날아갔다.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가며 카카가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온전히 잠이 들지 못했다. 그리고 날이 밝는 데로 일행을 불러 마을에 닥친 위험을 설명했다. 왕궁 조사단과 강력한 마법사 이야기에 일행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을이 꽤나 혼란스러워지겠어.”

“상인들도 확 줄겠군. 가게 망하는 거 아니야? 결혼식이 보름 밖에 안 남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가게, 결혼이 문제가 아니야. 당장 전투준비를 해야 한다고.”


프레이드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했고 개똥이 가슴을 치며 사나운 팔자를 운운했다.


우리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사람들에게 전투가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렸다. 예상대로 금세 마을 전체가 술렁였다. 상대가 왕궁이라는 소리에 짐을 싸서 마을을 떠나는 이들이 속출했다.


일 주 만에 마을 인구가 반으로 줄었고 산을 올라오는 상인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개똥은 그 와중에도 결혼식 하객이 반이나 줄었다며 우는소리를 했다.


마을에 남은 사람들 중에는 결의에 찬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누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나는 입장이었다. 나는 이들을 조직해 경비대를 보충하고 전투를 대비해 계획을 세워 나갔다. 그리고 산 아래 염탐꾼을 통에 왕궁 조사단의 규모와 위치를 파악했다.


처음 삼십 명으로 왕궁을 출발했다는 조사단의 규모는 하울드에 가까워 올수록 그 수가 늘어났다. 경유하는 영지에서 병사를 징집하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규모 전투를 염두 한 행동이었다. 저들 역시 체우스마을의 전력을 주시하며 병력을 증강하는 듯했다.



“그래, 지금 산에 남아있는 자들이 어떻게 된다고?”


길쭉한 탁자 중앙을 차지한 노인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약 삼천 정도이고 싸울 수 있는 병력을 따지자면 삼백이 조금 넘는 수준일 것입니다.”


출구와 가까운 자리에 앉은 사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직도 꽤나 많이 남았군.”

“나라에 최고 마법사님 이신 라미어님을 대적하기엔 한참 못미치 지요. 라미어님이 조금만 실력을 보이시면 대부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할 것입니다.”


노인의 왼편에 앉은 사내가 잽싸게 말을 이었다. 라미어라 불린 노인은 사내의 말이 썩 내키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눈썹을 긁었다.


“베르크, 자네 말은 그다지 도움이 도질 않는 것 같군.”


베르크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 김신이라는 놈이 꾀 수완 좋은 놈 인가 보 군. 짧은 시간에 산속에다 그만한 마을을 만들다니.”

“잠시 마을이 혼란스러운 사이 사람들은 선동했을 뿐입니다. 주로 살기 힘든 것들이나 노예들이 현혹돼 있는 것입니다.”


베르크 옆에 앉은 하울드귀족 하나가 말했다. 라미어가 미간을 찌푸리자 그 역시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그런 놈들에게 전투도 지고 돈까지 줬나?”


라미어가 언성을 높이자 회의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체 라미어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니 일이 이지경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나? 선동이든 뭐든 간에 싹이 보였을 때 재빨리 잘라 냈어 야지.”


“그···그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안일했습니다.”


베르크가 옆에 앉은 귀족을 흘기며 말했다. 라미어가 앞에 있는 차를 몇 번 홀짝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움직임은?”

“아, 예. 돈을 풀어 용병을 모집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지원자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 왕궁과 적을 지려는 이가 없을 테니··· 그게 다인가?”

“예.”

“그래, 그럼 마무리하지.”

“이봐. 나는 어찌되는 거지?”


회의실 구석에서 양팔을 붙들린 샤진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잡혀 있지만 얼굴이 나쁘지 않았다.


“호네브라스 쪽에서 자네를 돌려보내 달라는 친서를 왔네. 그쪽 나라에서 자네를 끔찍하게 생각하나 보군. 대신 동굴을 안내해 줘야겠네. 그 길로 들어왔으니 길은 알겠지? 길만 안내하고 곧바로 자네 땅으로 돌아가도 좋네.”

“하지만 그 길은 이상한 철창으로 막혔어.”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복잡한 마법이지만 내가 거의 다 해결했으니.”


라미어가 남은 차를 가볍게 들이켰다.



“움직임이 없다는 말인가?”

“예, 하울드에 도착한지 삼 일이 지났는데도 베르크의 저택에 틀어박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대로 있다가 그냥 가는 건 아닐까요?”


나는 책상에 놓인 지도에 여기저기 선을 그어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네. 전투를 준비하지 않고 서야 사백이나 징집을 할 리가 없네. 계속 확인해 주게.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테니”

“예.”


하울드의 소식을 전한 염탐꾼이 밖으로 나가자 선수를 교대하듯 베른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김 씨, 곧 결혼식인데 여기서 뭐 하나. 어서 가자고. 여관 앞에 마을 사람들이 다 모였다고.”


베른은 벌써부터 약주를 했는지 술 냄새가 났다. 그를 따라 개똥의 여관으로 가자 마을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모두들 깨끗한 옷을 입고 알록달록한 꽃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여관 안에서는 갖가지 음식 냄새가 풍겼다.


“잠깐 지나갑시다. 영주님 오셨소.”


마을 사람들 자리를 내준 덕에 나와 베른은 개똥 서있는 곳까지 들어갔다. 개똥이 상기된 얼굴로 잘 빗어 넘긴 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 크리스가 가져온 윤기나는 액체를 머리에 발랐다.


“아저씨, 그 사이에 살이 찐 거예요?”

“염병, 재단사가 재단을 잘못했나?”


크리스가 개똥이 입은 조금 작아 보이는 상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환호를 하자 개똥 앞에 있던 사람들이 갈라졌다.

오십 보쯤 거리가 비워지고 그 끝에 밝은 색 옷을 입은 윈나가 서있었다.


이층 난간에 있던 악사들이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며 시작을 알렸다. 피리를 불고 북을 치고 자연스럽게 흥이 돋았다.

사람들은 가져온 꽃을 둘 사이에 던지자 개똥과 윈나가 서로를 향해 나아갔다.


둘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서로에게 걸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마을 사람들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춤을 췄다.

개똥은 경쟁자라도 만난 듯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고 마을 사람들은 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좀체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한 시간쯤 격렬한 춤사위 끝에 개똥과 윈나가 가운데서 만났다. 윈나는 일찍이 가운데 도착했으나 개똥은 마지막에 프레이드에게 가로막혀 곤혹을 치렀다. 프레이드의 춤은 곡예에 가까웠다.


어렵게 만난 두 사람이 입을 맞추자 사람들이 환호와 손뼉을 쳤다. 나는 하늘로 광체를 쏘아 폭죽처럼 허공에서 터뜨렸다. 빛이 번쩍이며 하늘을 수놓고 사라졌다.


예식이 끝나자 사람들은 여관을 들락거리며 잔뜩 차려진 음식과 술을 나눠 먹었다. 악사들은 흥겨운 곡을 자유롭게 연주하고 취기가 오른 이들은 거리에 나와 춤을 췄다. 그러면서 또 짝이 이뤄지기도 했다.


나는 여관 안에서 술을 몇 잔 마시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려 밖으로 끌려 나갔다. 대강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며 보니 크리스와 말리아가 사람들 틈에서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춤은 고역이지만 마을 처녀들이 하나 둘 다가와 어울리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씩 흥이 오르는데 인파를 비집고 병사 둘이 내게 뛰어왔다. 흥이 깨지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무슨 일이냐.”

“영주님, 마을에서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병사들이 산으로 오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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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다시 과거 (완) 22.05.16 130 0 21쪽
39 39. 라미어 22.05.04 128 0 15쪽
»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1 0 16쪽
37 37.숙박업이 흥한다. 22.04.16 125 0 16쪽
36 36. 조니 22.04.08 132 0 16쪽
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5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29 29. 미끼 21.12.14 211 0 13쪽
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27 27. 개똥이 쏘아 올린... 21.12.06 183 0 12쪽
26 26. 내가 언제... 21.12.01 192 0 12쪽
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7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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