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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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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5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9.3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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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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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4.게살

DUMMY

개똥이 슬그머니 몸을 빼자, 사람만 한 게가 늪에서 기어올라 왔다.



“여···여기, 여기 좀 봐요.”


작두 같은 집게발이 다가오자, 개똥이 일행을 찾았다. 그러나 겁을 먹은 탓에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집게발과 눈싸움을 하던 개똥이 일행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순간 집게를 쩍 벌린 게가 쏜살같이 다가왔다.


개똥이 재빨리 몸 던졌다. 그때까지도 김신은 세상모르고 글쓰기에 빠져 있었다.


“아이고, 나 죽네!”


개똥의 다급한 외침에 그제야 김신이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개똥을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가 먼저 화살을 날랐다.


팅-


크리스의 화살이 집게발을 두드리고 가볍게 튕겨져 나왔다.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지만 맞을 때만 잠깐 움찔할 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개똥이 발밑에 걸리는 큼직한 돌을 집어 들었다. 머리통만 한 돌을 게에게 던지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집게발이 단숨에 돌을 동강 냈다.


파편이 날리며 개똥의 면상을 때렸고 집게발이 닫힐 때마다 ‘척척’ 소리가 나니 그야말로 공포였다.


개똥이 앓는 소리를 하면 김신에서 달려갔다. 마침 김신의 단검이 빛을 쏟아 냈다.


퉁퉁퉁-


빛이 게 껍데기를 두드리며 둔탁한 소리를 내고 흩어졌다. 강력한 충격에 밀려 조금씩 뒤로 밀릴 뿐 외관은 멀쩡해 보였다.


공격을 멈추자 게가 달려들었고 김신이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멀쩡한 게의 모습에 김신이 진땀을 흘렸다.


김신이 기운을 끌어올려 강한 빛을 뽑아냈다. 이번에는 충격이 컸는지 빛을 막아 서던 집게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더 이상은 기운이 남아있지 않던 김신이 바닥으로 빛을 쏘아내 폭발을 일으켰다.


“안되겠다. 도망치자.”


흙먼지가 시야를 가린 사이 김신일행이 왔던 길로 줄행랑을 쳤다.


“어디서 저런 것이 나타난 것이냐.”


김신이 바쁘게 다리를 놀리며 개똥에게 물었다.


“늪에서 나왔습니다. 도련님, 여기는 올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개똥이 혀를 내두르며 뒤를 살폈다.


한참을 달려 일행은 구릉을 벗어났다. 진작부터 게가 보이지 않았지만 멀찍이 벗어나서야 일행이 멈춰 섰다.


“그건 왜 가져오셨어요.”


숨을 가다듬던 크리스가 개똥이 어깨에 메고 있는 집게 다리를 보고 질겁했다.


“사슴이 안 보여서 이거라도 챙겨왔다.”


시야가 어두웠던 탓에 손이 짚 히는 대로 들고 온 것이 집게 다리였다. 개똥은 묵직했던 사슴이 아쉬웠는지 게 다리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구릉을 내려 보던 김신도 침울한 표정으로 종이을 꺼내 엑스 자를 그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돌아오는 길에 사냥을 하려 했지만 마땅한 사냥감이 없었다.


아직 사람들이 돌아오려면 이른 시간이라 마을이 조용했다.


김신은 마을에 오자마자 기운 보충에 들어갔다. 개똥은 솥에 물을 올리고 게 다리를 넣었다. 크기가 커 솥이 가득 찼다. 챙겨왔던 버섯도 꺼내 시험 삼아 같이 삶았다. 맛있는 냄새가 풍겨 제법 기대가 됐다. 질겁을 하던 크리스도 어느새 근처로 와 군침을 흘렸다.


개똥이 솥을 열어 다리를 꺼냈고 망치를 가져와 껍질을 부셨다. 삶아서 그런 것인지 생각보다 쉽게 껍질이 깨지고 속살이 드러났다. 크기만큼이나 살이 가득했다. 개똥이 살을 가득 입안에 넣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심스럽게 베어 문 버섯 또한 맛이 좋았다.


크리스도 게살을 집어먹고 눈이 동그래졌다. 게살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허탕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성과였다. 다시 가서 게를 잡고 싶을 만큼 고민되는 맛이었다.


“아저씨, 이거 엄청 맛있는데요.”

“그러게, 또 가야 하나···”


개똥도 크리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충분히 배를 채운 개똥이 게살을 챙겨 집을 짓고 있는 왈드와 빈에게 가져갔다.


“이봐 왈드, 빈 이것 좀 먹어봐. 맛이 기가 막힌다고.”


왈드와 빈도 감탄을 하며 게눈 감추듯 게살을 먹어 치웠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일 집을 지으며 먹은 것이 루크가 주고 간 감자 조금이 다였다. 개똥은 음식을 내주며 다음에는 자신의 집을 지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랬다. 개똥은 아무에게나 먹을 것을 내주는 법이 없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왈드와 빈의 약속을 받아낸 개똥이 또다시 먹을 것을 싸 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아저씨, 어디 가세요.”

“아니야, 아무 데도 안가. 남은 건 가족들 이랑같이 먹어라.”


크리스의 물음에 개똥이 얼버무리며 서둘러 길을 나섰다.


곧이어 베른과 루크가 일찍 마을로 들어섰다.


“벌써 오셨어요?”

“응, 오늘은 첫날이니 둘러만 보고 왔다.”


약초를 구하지 못했는지 베른의 가방이 가벼워 보였다.


“요즘은 산사람들이 모두 약초를 찾아다니니 약초를 구하기가 쉽지 않구나. 그리고 병사들이 들어온 이후로 몬스터들의 활동반경도 변했어. 아무래도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베른이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 쉬웠었고 루크는 괜히 자신까지 약초를 하러 나선다고 한 것이 미안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저씨, 저녁같이 드세요. 사냥 나갔다가 먹을 것을 좀 구했어요.”

“그래, 같이 식사나 하세.”


루크가 거들며 베른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윽고 베른이 가족들을 데리고 루크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마침 김신도 기운 보충을 끝내고 식사에 참여했다.


게살 찜 앞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그 크기와 맛에 감탄했다. 크리스는 게 다리를 얻게 된 과정 신나게 떠들었다.


“맛이 정말 좋구나, 쉽게 잡을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을···”


아쉬워하던 베른이 게살 옆에 있는 버섯을 자세히 살피다가 한입 베어 물고 맛을 음미했다. 달큼한 맛과 향이 입맛을 자극했다.


“가만, 파란 버섯이라··· 내가 이걸 어디서 들어 봤더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베른이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이건 마력의 버섯이잖아요. 개똥씨, 정말 이 귀한 걸 주는 거예요?”


윈나가 눈이 휘둥그레져 손에 들려진 파란 버섯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두 번 저택에 선물로 들어오는 마력의 버섯을 본 적이 있었다. 개똥은 그제야 버섯의 이름을 알았지만 잘 알고 있다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끄떡였다.


“별것 아니요. 이런 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받아요. 그리고 이것도, 게살인데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데, 식었는지 모르겠소.”


윈나가 게살을 집어 살짝 맛을 보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맛있어요. 이런 산중에 게살을 또 어디서 나셨어요?”

“허허, 어려운 것도 아니요. 또 생각나거든 말해요. 또 구해 드리겠소.”

“고마워요. 안 그래도 뭘 먹어야 하나 걱정이었거든요.”


윈나의 감사 인사에 개똥이 얼굴을 붉히며 사람 좋게 웃었다.


“원나씨, 내일 낮에 뭐 하시나요? 오면서 봤는데 저쪽에 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데, 저랑 구경 가시죠.”


개똥이 몸을 배배 꼬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벌쭉 해졌다.


“꽃이요? 근데, 지금 꽃구경 갈 분위기가 아니라.”


윈나도 가고 싶었지만 집안이 망한 판국이니 맘 편히 꽃구경이나 다닐 수 없었다.


“윈나씨 탓도 아닌데 왜요. 전쟁 중에도 결혼도 하고 애도 나오지 않습니까.”

“예? 애요?”


윈나가 당황한 나머지 눈이 동그레지자 개똥이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말이 헛 나왔네요. 그냥 제가 불렀다고 나오세요. 암튼 낼 다시 올게요.”


개똥이 서둘러 말을 마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개똥의 직설적인 말투는 윈나를 적잖게 당황하게 했지만 그런 개똥이 싫지는 않았다.


프레이드와 필리아와도 금세 마력의 버섯을 알아봤다. 마력의 버섯은 신체를 회복하는데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고급 포션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 물론 그냥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귀족들 사이에서도 선물용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걸 정말 개똥씨가 줬다고?”

“예, 필요하면 더 구해 주겠다고 했어요.”

“정말 좋으신 분들 같아, 그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않아요?


모두가 즐겁게 식사하는 와중에도 프레이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프레이드 내 말 듣고 있어요? 왜 그래요. 입맛이 없어요?”

“소화가 좀 안되는군.”


프레이드는 필리아에게 김신이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만약 이야기했다면 그들을 결코 좋게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병 주고 약 주는군. 나를 포섭하려는 건가?’


“그래도 좀 먹어봐요. 그래야 어서 몸이 낫죠.”


필리아의 잔소리에 프레이드가 억지로 음식을 밀어 넣었다. 기분은 별로 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개똥이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안에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개똥에게 쏟아졌다.


“잘 왔다. 개똥아, 버섯 남은 게 있느냐?”


김신이 대뜸 버섯에 대해 묻자, 속이 뜨끔했다. 음식에 넣고 남은 것은 윈나에게 다 줘 버리고 남은 것이 없었다.


“버섯이요? 그거 다 먹었는데요. 왜 그러십니까?”

“아쉽구나. 귀한 것이라 하여 약초를 팔러 갈 때 가격이나 알아보려 했다.


김신이 아쉬워하자 베른이 대략적인 가격을 가늠했다.


“싸게 잡아도 한 보자기(약 2kg)에 50골드는 받을 걸세.”


루크는 입이 떡 벌어졌다. 1골드만 해도 평민가정 두 달 생활비다. 개똥은마저 따지 못한 늪주위에 버섯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야말로 돈방석이 아니던가. 이제 윈나와 잘되어 장가도 들고 자식도 생길 텐데 그리되면 돈 들어갈 곳이 많지 않겠는가.


벌써 김칫국을 마신 개똥은 달콤한 꿈에 젖어 돈이 궁해졌다.


“도련님, 다시 갑시다. 내 이번에는 씨를 말려 버리겠소.”


개똥의 눈이 뒤집어져 김신의 가랑이를 붙잡았다.


“정신 차리거라. 아무리 귀하다 한들 목숨보다 귀하겠느냐. 너무 위험한 곳이다.”


김신이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지만 그날 이후 개똥은 계속 늪에 가자며 졸랐다. 김신은 그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피했다.


며칠 후, 조용한 곳에서 숨어 글을 적고 있는 김신에게 크리스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마을 사람들이···어서 와 보세요.”


크리스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김신을 잡아당겼다. 천천히 자초지종을 들으려 했으나 크리스의 표정이 심각했다. 서둘러 마을로 달려갔고, 입구부터 벌써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들렸다.


중앙에 마을 사람들이 둘로 나눠져 있었고 서로 언성을 높이며 잡아먹을 기세였다. 몇몇은 벌써 주먹 다짐이 오갔는지 입술이 터졌고 눈두덩이 부어 있었다.


“그만들 해, 왜 같은 처지끼리 쥐어 패고 난리야!”


개똥이 가운데 서서 이들을 말리고 들었다.


“넌 빠져, 산맥 사람도 아니면서 어디서 나서!”

“그래, 네가 우리 사정을 알아? 산에 약초가 씨가 말랐어, 이러다 간 다 죽는다고!”


개똥도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나 루크가 싸움에 끼어 있으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럼, 우리 더러 죽으라는 말이야? 우리도 지금은 약초가 아니면 먹고 살 길이 없다고!”


루크도 그간 쌓여 있던 감정이 터져 나와 핏대를 세웠다. 김신이 가만 보니, 전부터 약초를 캐던 사람들과 최근부터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이 싸움이 난 것 같았다.


“다시 나무를 하던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니야, 너도 나도 다 들어오면 어쩌자는 거야!”

“방법? 방법이 먼데, 어디 있으면 말해보라고!”


베른은 전부터 약초를 캐던 사람임에도 루크의 편에 서서 핏대를 높였다. 약초 꾼 중 하나가 분에 못이긴 듯 달려들자, 너 나 할 것 없이 엉키며 삽시간에 우수라 장이 됐다.


개똥이 애써 이들을 뜯어말렸으나 한둘이 아니라 역부족이었다.


“선생님, 어떻게 좀 해보세요.”


이를 지켜보던 크리스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만들 하시오!”


김신이 크게 다그쳤으나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김신이 단검을 뽑아 들고 뜰에 자란 나무를 향해 빛을 쏘아 냈다.


-펑


산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땅까지 흔들리자, 모두 동작을 멈췄다. 터져 나간 나무 잔해가 바닥에 떨어졌고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엔 나무 밑동만 남아 있었다.


귀신이 지나간 듯 정적에 휩싸이자, 김신이 단검을 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으니 그만들 하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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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라미어 22.05.04 128 0 15쪽
38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1 0 16쪽
37 37.숙박업이 흥한다. 22.04.16 125 0 16쪽
36 36. 조니 22.04.08 132 0 16쪽
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5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29 29. 미끼 21.12.14 211 0 13쪽
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27 27. 개똥이 쏘아 올린... 21.12.06 184 0 12쪽
26 26. 내가 언제... 21.12.01 192 0 12쪽
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 14.게살 21.09.30 258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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