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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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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54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2.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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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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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 내가 언제...

DUMMY

마을이 가까워지자, 어귀에 몰려 있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날아가자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색적인 행색의 사람들이 보였다.


밝은 색 두건을 쓴 일곱 사람이 보였고 모두 하얀 말을 타고 있었다.


무리 안으로 내려가자, 김신을 발견한 젊은이 몇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웅성이던 사람들도 한결 조용해졌다.


“나리, 안 그래도 찾고 있었어요.”


필리아가 다가왔다. 그 뒤로 윈나와 베른, 개똥의 모습도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저자들이 마을을 출입하고 싶어 해요.”


전투가 있은 후 필리아와 윈나는 부쩍 외부인 출입에 신중했다.


“어디서 온 자들입니까?”

“떠돌이 상인이라는 데, 마을 안에서 물건을 팔고 싶다는 군.”


베른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연스레 상인들에게 눈이 갔다. 하얀 짐승에서 내린 상인들이 걸어왔다. 말이라 생각했는데 말만큼 큰 하얀 염소였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조심스레 염소의 몸을 만지고 도망쳤다. 염소는 이는 안중에도 없는지 길가에 삐쳐 나온 작은 잡초를 뜯어먹었다.


상인들이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체우스 마을의 영주시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떠돌이 상인 라푸가라고 합니다.”


무리를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자가 정말 영주 앞에서나 할 것 같은 예의를 차렸다. 이목구비가 작고 얼굴이 둥글둥글한 자였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소과(과거시험 중 하나)도 떨어져 하급 관리도 하지 못했던 내가 영주 소리를 듣게 되다니.


“여기는 어떻게 왔나.”

“하울드를 지나 던 중에 체우스산에 마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사도 드리고 좋은 물건을 소개하러 왔습니다.”


“허허, 잘 알고 오셨소. 벌써 우리 도련··· 아니 영주님 이야기가 파다한가 보군.”


개똥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예, 마을이 온통 체우스 마을과 영주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내 얘기는 없던가?”


개똥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세를 바로 했다. 어울리지 않는 귀족 행세를 했다.


“예? 아, 보좌관님 이시 군요.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하하 아니오.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소.”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주라는 말에 들뜬 자신이 부끄러웠다.


대충 짐작이 갔다.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테니 장사가 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물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이리저리 보고 들은 것이 많을 테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따라오시오.”


라푸가의 얼굴이 화색이 돋았다. 상인들이 재빨리 염소를 끌고 마을 안을 따라 들어왔다.


“근데 이 염소도 파는 건가?”


개똥이 상인들의 염소를 관심을 보였다.


“예. 물론이지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이런 산지를 다니는 데는 이만한 놈이 없습니다.”


상인 하나가 입질을 느낀 낚시꾼처럼 반응했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나 하나?”

“운반비를 포함해 마리 당 20골드입니다.”


개똥이 가격을 듣더니 입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말보다 배나 비싼 가격이었다.


“이놈들의 가치에 비해 그리 비싼 것이 아닙니다. 제 얘기를 좀 들어보십시오. 종일 걸어도 지칠 줄 모르고 해마다 새끼를···”


상인이 개똥에게 찰싹 붙어 열변을 토했다. 개똥이 상인의 말에 취해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미소를 보였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흠···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세.”


뒤따라오는 윈나가 팔짱을 낀 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상인들이 염소 옆구리에 메어진 배낭을 풀고 가져온 물건들을 마을 공터에 깔았다. 모두 휴대하기 편한 가볍고 작은 물건이었다. 주로 포션과 비상약품, 장신구와 보석 등이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격은 탓에 모두 포션 하나 정도는 장만하려 했다. 보상금도 나눠진 상태라 모두 어느 정도 목돈을 가지고 있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장신구와 보석에도 관심을 보였다.


“두 개 살 테니 조금만 깎아 주쇼.”

“하는 수 없지. 좋소.”


흥정이 오가고 작지만 어느 정도 시장분위기가 풍겼다. 마을에 처음 있는 낯선 풍경에 모처럼 사람들의 활기가 넘쳤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상인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장사가 이어지는 사이 김신은 라푸가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라푸가는 그간 들렸던 행선지를 간략하게 꺼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주로 포션이 대량생산되는 나르군드와 상업도시에서 물건을 매입해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파는 방식인 것 같았다.


“베르크에 대해 뭐 들은 없는가?”


라푸가가 조금 뜸을 들였다. 10골드 꺼내 라푸가 앞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묻지도 않았던 샤르빌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울드 마을은 장사가 통 되지 않고 베르크는 저택 밖을 나오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샤르빌은 사라졌답니다.”


“사라지다니?”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답니다. 그 때문에 카왈드의 귀족들이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샤르빌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더군요. 저택까지 암거래상에 팔아넘기고 식솔들과 함께 사라졌답니다.”


꽤나 충격적이고 소식이다. 샤르빌이 야반도주를 했다는 말인가? 혹시 귀족들의 화살이 이쪽으로 쏟아지는 건 아닌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고맙네. 기회가 되면 종종 우리 마을에 들러 주게.”

“예,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라푸가에서 10골드를 더 꺼내 줬다. 이야기를 조금 나눈 것치곤 큰돈이었으나, 아깝지 않았다. 정보는 언제나 큰 힘이 되기 마련이다.


“포션을 대량으로 주문할 수 있겠소?”


마을 비축분으로 포션 200개 정도를 구매하기로 했다. 라푸가를 다시 마을로 불러드리는 수단이기도 했다.


“물론입니다. 준비해서 오는 데 보름쯤 걸릴 것입니다.”


거래를 계속 이어 가려는 것 보니 거짓된 정보를 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만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데 방구석에 개똥의 망태가 보였다. 다가가 열어보니 마력의 버섯이 들어있었다.


“우리도 괜찮은 물건이 있는데 봐주겠나?”

“예? 예. 봐 드리겠습니다.”


망태를 가져가자, 마력의 버섯을 확인한 라프가가 눈을 크게 떴다. 버섯을 이리저리 살핀 라푸가가 금세 가치를 알아보고 매입을 결정했다.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나는 장사에는 소질이 없네. 자네가 주고 싶은 만큼 주게.”


잠시 고민하던 라푸가가 입을 열었다.


“한 보자기에 60골드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시오”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처분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고 산을 내려가야 하는 발품도 줄었으니 만족할 만한 거래였다.


“보름까지 보자기 백 개를 준비할 테니. 대금을 준비해 오시오.”

“예···예!”


라푸가는 예상치 못한 대량 거래에 목소리가 떨렸다. 얼떨결에 대답했으나 생각해 보니 준비해야 할 자금만 6천 골드였다. 동료 상인들의 자금을 다 털어도 역부족이었다.


“저··· 아무래도 처음부터 규모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절반부터 하시지요.”

“알겠소.”


라푸가는 금광을 발견한 듯 심장이 벌렁거렸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잘못 처분하다 왕성의 귀에 들어가면 목이 날아갈 일이었다. 그렇다고 돈방석에 앉을 기회를 차버릴 수 없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라푸가와 집 밖을 나왔다. 장사가 거의 마무리돼 보였다. 바닥에 깔려 있던 물건들이 몇 가지 남지 않았다.


남아있는 물건들 중 주변국들이 들어간 지도 하나와 삽화가 들어간 기행서 하나를 구입했다. 이를 끝으로 상인들이 짐을 챙겼다. 배낭이 가벼워진 상인들은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바로 떠나는 것이오?”

“예. 준비할 것이 많아 서둘러야겠습니다.”


곧 날이 어두워질 시간이라 머물고 떠나기를 권하려 했지만 상인들이 묵을 곳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이 없어 아직 천막을 치고 살고 있었다.


라푸가 일행이 보름 후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마을 내려갔다. 거래만 잘 지속된다면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물론 버섯이 무한하진 않겠지만 벌써부터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어느새 보름이 지나고 약속한 날이 찾아왔다. 그 사이 또 이민자들이 찾아와 마을 인구가 팔백 명을 넘어섰다. 이제는 하울드 마을뿐 아니라 각지에서 이민자들도 찾아왔다.


이들 중에는 야금이나 목공, 석공, 등의 기술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굶주림을 피해 온 것이 아니었다. 마을이 생겼다는 말에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달려온 것이다.


마을이 번창하려면 이런 자들이 계속 필요했다. 이들에게 정착금을 지급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했다.


도망쳤던 산맥 사람들도 하나 둘 다시 마을로 찾아왔다. 그들을 받아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으나,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받아주는 판에 그들을 쫓아낼 수 없었다.


이들을 받아 주고 다만 차등을 줬다. 마을에 남아 싸웠던 이들을 더 대우해 주기로 했다. 마을의 수익이 생길 때마다 일부를 때 내 나눠 주기로 했다.


카왈드의 상인도 마을에 올라왔다. 이들도 라푸가와 비슷한 물건을 가져왔지만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대신 조금 챙겨왔던 말린 생선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 후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말린 생선을 가지고 마을로 올라왔다. 이들에게 샤르빌에 대해 물으니 라푸가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영주님, 약속한 물건과 대금 가지고 왔습니다.”


라프가 일행이 약속한 날짜에 맞게 물건을 가지고 왔다. 포션은 받아 창고에 넣어두고 준비한 마력의 버섯 오십 보자기를 넘겼다. 대금으로 3천 골드를 넘겨받았고 보름 후에 다시 거래를 약속했다.


거래를 마치고 라프가와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정보를 기대했으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며칠 사이에 마을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라프가가 입구를 지키는 마을 경비대와 곳곳에서 세워지는 건물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허술하지만 복장을 갖춘 경비대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외각으로는 침입자를 감시하기 위한 망루가 올라갔고 마을 안쪽에는 필요했던 넓은 창고와 대장간, 주거를 위한 집들이 세워졌다. 이들 위해 많은 양의 자금이 들어가고 있지만 약초나 나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놈은 뭔가.”

“보좌관님이 한 마리 시키셨습니다.”


상인 중 한 명이 염소를 끌고 왔다.


“그런데 왜 이리로 가져오나.”

“죄송합니다. 보좌관님이 보이지 않아서···”


그러고 보니 개똥의 모습이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 왠지 라푸가가 돌아간 이후로 개똥이 자꾸 염소 이야기를 꺼냈다. 마을에 필요하다는 둥, 무릎이 시리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한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


곁에 있던 프레이드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영주님, 대금은 어떻게···”


하는 수없이 개똥을 대신해 염소 값을 지불했다. 모든 계산이 끝나자 라푸가 일행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내가 찾아오지.”


뜻밖에 프레이드가 개똥을 찾아 나섰다. 개똥은 큰 덩치와 안 어울리게 숨어 다니는 건 예전부터 도가 튼 놈이다. 귀찮은 일을 프레이드가 맡아주니 감사한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전에 사두었던 기행서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주로 삽화 위주로 봤다. 작가가 여행한 것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마을과 도시의 삽화가 들어가 있었다.


평화로워 보였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체우스 마을도 이런 책에 실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때 윈나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리, 횡령이라니요. 개똥씨를 살려주세요!”


윈나가 흐느끼며 쓰러졌다. 어안이 벙벙했다. 윈나를 일으켜 세우고 영문을 물었으나, 눈물을 쏟아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급히 문밖을 나서니 경비 대원들이 포승줄을 들고 마을을 들개처럼 뛰어다녔다.


“샅샅이 수색해라. 공금을 횡령한 개똥을 잡아 드리라는 영주 님의 명이다.”


프레이드의 근엄한 목소리가 마을 안쪽에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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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라미어 22.05.04 128 0 15쪽
38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0 0 16쪽
37 37.숙박업이 흥한다. 22.04.16 123 0 16쪽
36 36. 조니 22.04.08 132 0 16쪽
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4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69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29 29. 미끼 21.12.14 211 0 13쪽
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27 27. 개똥이 쏘아 올린... 21.12.06 183 0 12쪽
» 26. 내가 언제... 21.12.01 192 0 12쪽
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5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2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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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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