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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79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0.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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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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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9. 왜케 비싸;;

DUMMY

“도둑놈 자식, 내 버섯 이리 가져와!”


프레이드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 같았다. 병사들의 시선이 개똥에게 쏠리자 재빨리 담을 뛰어넘었다.


“이리 내!”


프레이드를 따라 담을 내려온 개똥이 버섯을 가로채고 멱살을 잡았다.


“이런 음흉한 놈. 잠든 사이에 도둑질을 해?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지!”


개똥이 프레이드의 멱살을 흔들며 핏대를 세웠다. 그럼에도 프레이드는 안도했다. 급기야 고개가 떨어뜨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


“이 자식,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이런 거에 속을 것 같아?”


개똥이 아랑곳하지 않고 멱살을 흔들었지만 완전히 곯아떨어진 프레이드는 묵묵부답이었다. 개똥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찾았으니 어서 여길 벗어나자!”


담 위에서 빛을 쏟아내던 김신이 몰려오는 병사들을 뒤로한 채 담에서 뛰어내렸다. 개똥이 잡고 있던 프레이드를 내동댕이치고 앞으로 달려가자, 김신이 프레이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도련님, 뭐 하십니까!”

“프레이드도 저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데려가자.”


개똥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럼 그렇지. 김신이 프레이드를 그냥 두고 갈 리가 없었다.


“어휴!”


머리를 쥐어뜯던 개똥이 하는 수없이 프레이드를 들쳐 업었고 길을 따라 부리나케 달려갔다.


“잡아라!” “저쪽이다!”


뒤쪽으로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개똥이 정신없이 달려갔다. 김신은 뒤를 살피며 간간이 빛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병사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이쪽으로.”


김신이 왼쪽으로 보이는 골목을 가리켰다.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들어서니 좁고 어두운 길이 이어졌다. 아직도 병사들이 따라오는지 병사들의 발소리가 골목을 메웠다.


“여기서 오른쪽이다.”

“어디로 갑니까?”


김신이 손에 들른 종이를 보며 방향을 일렀다. 베른에서 전해 들었던 암거래상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거래상을 찾아가는 길이다. 여기서 왼쪽이다.”


개똥이 오만상을 쓰며 숨을 헐떡거렸다.


“거의 다 왔다.”


골목 모퉁이를 돌자 밋밋한 갈색 외벽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문이 나타났다. 문 앞으로 다가간 김신이 서둘러 문을 두드렸다.


문상단에 뚫린 조그만 문구멍으로 사람 눈동자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물건을 팔려고 왔소.”


김신이 들고 있던 보자기를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곧 눈동자가 사라지고 문이 열리자 곰 같은 사내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는 밖을 한번 살피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오시오.”


그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자 어두침침한 공간이 이어졌다. 창이 없는 공간은 낮과 밤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띄엄띄엄 달린 등불의 주황색 불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했다.


짧은 복도를 지나 입구에 걸린 가림 막을 걷어 내자 분위기 좋은 선술집 마냥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둘러앉은 테이블 위로 술은 없고 번쩍이는 동전들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김신과 개똥은 예상치 못한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아직 이른 아침인데 이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와있었다는 말인가.


“한 명만 따라오게.”

“개똥아,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거라.”

“예? 예.”


김신이 사내를 따라나섰다. 주위에 정신이 팔린 개똥이 뒤늦게 고개를 끄떡였다. 김신이 테이블 사이를 가로질러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자, 개똥이 업고 있던 프레이드를 짐짝처럼 팽개쳤다.


“으윽.”

“이런 장을 쳐도 시원치 않을 놈.”


프레이드는 고통을스러운 듯 잠시 신음을 흘렸지만 이내 시체처럼 다시 잠이 빠져들었다.


“들었지? 여기 얌전히 있어라. 나는 구경 좀 해야겠다.”


개똥이 프레이드를 발로 툭툭 건드리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자 가운데 앉은 자가 뒤집어진 잔 세 개를 위치를 바꿔가며 섞고 있었다.


저잣거리에서 야바위 꽤나 했던 개똥에겐 익숙한 그림이었다. 바닥에 놓인 돌 위에 잔을 뒤집어 놓고 다른 컵과 자리를 옮겨가며 섞기 시작했다.


“이쪽이오” “아니, 이쪽이라니까!” “내 말 들으라니까!”


잔을 섞던 손이 멈추자 주위를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며 침을 튀었다.


“모두 눈이 삐었소? 이쪽이잖아.”


개똥이 답답한 듯 가운데 컵을 가리켰다.


“자자, 자신 있으면 다들 돈들 거시오.”


그 말에 컵 앞으로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가진 돈이 없던 개똥은 입맛을 다셨다.


“자신만만하더니 어찌 말뿐인가?”


음흉하게 생긴 사내가 개똥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개똥은 사내의 도발에 피가 끓었지만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그럼 내가 걸어보지.”


음흉하게 생긴 사내가 가운데 잔 앞에 금화를 한 움큼 올렸다.


“자, 그럼 개봉합니다. 어느 쪽에 들어 있을까요. 정답은···가운데!”


컵을 개봉하자 희비가 갈렸다.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오고 음흉한 사내는 쾌재를 불렀다.


“이런 행운이 있나! 자네 말이 맞았네!”


사내는 두 손에 다 잡히지도 않은 금화를 쓸어 담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개똥은 돈을 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쉬웠다.


“젠장, 남 좋은 일만 했네.”


순간 잊고 있던 것이 떠오른 개똥이 품속을 뒤졌다. 반짝이는 보석이 그의 품에서 나왔다. 영주의 저택에서 가지고 온 것이었다. 어차피 정리하려던 것인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걸어도 되겠소?”

“원래는 안되는 것인데···”

“끼워 줍시다. 꾀나 비싸 보이는데.”


주변 사람들의 호응에 망설이던 주최자가 고개를 끄떡였다. 진지해진 개똥은 자리에 앉자 컵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곰 같은 사내를 따라간 김신은 사람들을 가로질러 구석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안쪽에서 무언가 살피고 있던 남자가 돋보기를 쓰며 걸어 나왔다. 깐깐한 인상을 가진 것이 누가 봐도 수완이 좋은 거래상의 모습이었다.


“물건을 팔러 왔소?”

“그렇소, 마력의 버섯을 팔려고 왔소.”


김신이 보자기를 풀어 보였다. 거래상이 버섯을 가까이 가져가더니 돋보기를 고쳐 썼다. 이내 냄새를 맡고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게를 가늠하는 추를 꺼냈다.


“괜찮은 물건이군.”


버섯의 무게를 달아본 거래상이 공책에 무언가 끄적거리며 잠시 뜸을 들렸다. 김신은 거래상이 터무니없는 가격만 부르지 않는다면 물건을 넘길 생각이었다.


“135골드, 그 이상은 힘드네.”


거래상이 제시한 가격은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높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돈을 준비할 테니.”


거래상이 손짓을 하자, 뒤쪽에 서있던 곰 같은 사내가 다가와 버섯을 안쪽으로 가져갔다. 거래상은 뒤쪽에 보이는 금고에서 자루를 꺼내 책상에 툭 내려놨다. 들리는 소리가 꾀나 무게가 나가 보였다.


거래상이 돈을 헤아리는 사이 곰 같은 사내가 걸어와 검은 천을 하나 둘 걷어냈다.


“이쪽을 좀 보시죠.”


요청을 하는 건지 협박을 하는 건지 모를 사내의 딱딱한 말투에 김신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갔다. 천을 걷어 낸 곳에는 생소하게 희한한 물건이 가득했다.


“이건 동쪽 대륙에서 건너온···”


곰 같은 사내가 물건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말재주는 없었지만 꽤나 압박감이 있었다. 사내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피하며 계속해 고개를 저었다.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얘기하십시오. 처음이니 특별히 싸게 드리겠소.”


곰 같은 사내가 물건을 가리키며 설명하자, 돈을 헤아리던 거래상이 거들었다. 그는 느긋하게 돈을 세며 여유를 부렸다. 이들이 장사를 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이걸 먹으면 10년은 젊어 진단 말이지. 어때 시험해 보고 싶지 않소?”

“아니요, 나는 괜찮소.”


가만히 듣다 보니 하나같이 사기성이 짙었다. 멀쩡해 보이는 무기나 갑옷류도 있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좋은 물건이지만 나에게는 필요가 없소.”


김신은 어서 돈을 받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설명하던 사내는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좋아, 취향이 독특하군. 그럼 이건 어떤가.”


사내가 비장한 표정으로 천을 걷어 냈다.


“말하는 새라고 들어봤나?”

“윽. 눈부셔! 불 꺼 곰탱아!”


김신은 말을 하는 초록색 새의 모습에 입이 벌어졌다. 반면 비장하게 천을 걷어낸 사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새대가리가!”

“카아-카아-“


사내가 길길이 날뛰며 새장을 흔들었다.


“대장, 이놈은 받는 게 아니었어. 오늘 이놈을 튀겨 버릴 거야!”

“카아- 카아-“


놀란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새장을 맴돌았다.


“그만해, 그게 얼마 짜린데!”


사내가 새장에 손을 넣고 휘젓자, 대장이라 불린 거래상이 다급하게 말리고 나섰다.


“이런 담보는 받아 주는 게 아니었어, 팔리지도 않잖아!”

“그만하고 나가!”


사내는 화가 풀리지 않는지 새장을 던져버리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화났다. 곰···”


새가 또 사내의 화를 돋울까 김신이 떨어져 있는 천을 얼른 새장에 뒤집어씌웠다. 거래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돈을 내밀었다.


“여기 있소. 135골드요.”


두툼한 자루를 받아 든 김신이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일이 얽히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물건을 잘 팔았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이제 마을로 돌아갈 일만 남아있었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빨라졌다.


“좋아! 내가 또 맞췄다고! 하하하!”


개똥을 찾아 입구로 향하던 김신은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테이블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개똥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뭐 하는 게냐. 아직도 버릇을 못 고쳤구나.”

“아이고, 도련님. 거의다 끝났습니다. 이것 보세요 돈도 정말 많이 땄다고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할게요.”

“자, 그럼 다시 섞습니다.”


김신이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억눌렀다.


“프레이드는 어디 있느냐?”

“저. 저쪽에 있습니다.”


개똥은 잔에 눈을 떼지 못하고 프레이드를 처박아 놨던 구석을 가리켰다. 한숨을 내쉰 김신이 하는 수없이 혼자 프레이드를 살피러 구석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프레이드가 보이지 않았다. 벽을 따라 걸으며 프레이드를 찾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개똥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개똥의 모습이 딴판이었다.


쿵-

“이 사기꾼 놈들! 이게 말이 돼?! 분명히 이쪽에 있었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개똥이 테이블을 내려치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봐 모함하지 말라고.” “그래, 그전에는 당신이 계속 이겼잖아.”


개똥을 뺀 나머지 인원들이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잔말 말고 모자란 돈이나 줘!”


금방이도 싸움이 번질 듯 개똥이 이들과 눈싸움을 하는데 중앙 단상으로 올라선 한 사람이 큰 목소리고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버섯을 샀던 거래상이었다.


“오늘의 경매 상품은 말하는 새 카카”

“꼬챙이 치워 얼간아!”


거래상이 검을 천을 걷어 내고 꼬챙이로 새를 건드렸다. 새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옆에 보이는 노예도 끼워 드립니다.”


새 옆으로 보이는 노예는 손발이 묶인 채 자꾸만 고개를 꾸벅거렸다. 프레이드였다. 개똥은 경매가 멈추기 위해 단장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개똥이 김신의 뒤를 잡았다.


“아이고, 도련님!”

“알겠다. 있어 보거라. 지금은 프레이드를···”


김신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개똥과 함께 도박을 하던 이들이 손 도끼를 하나씩 꺼내 들고 있었다.


“일행인가? 돈을 대신 내셔야겠어.”


도끼를 들고 다가오는 폼이 도적 떼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편에서는 팔리지 않는다는 새를 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50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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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1 0 16쪽
37 37.숙박업이 흥한다. 22.04.16 125 0 16쪽
36 36. 조니 22.04.08 133 0 16쪽
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5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29 29. 미끼 21.12.14 211 0 13쪽
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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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 19. 왜케 비싸;; 21.10.27 216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8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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