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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86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8.29 23:53
조회
316
추천
3
글자
12쪽

8.단검의 정체

DUMMY

뒤늦게 도착한 개똥이 수레를 타려는데, 안쪽에 숨어있는 병사 두명이 눈에 들어왔다.



적에게 들켰다고 생각한 왈드와 빈은 심장이 내려앉았다. 빈은 이미 부상을 입었고 왈드도 처음 경험하는 전투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검을 들어 올린 왈드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가까이 오지 마.”


겁을 먹은 왈드가 어색하게 팔을 뻗더니 결국 검을 떨어뜨렸다. 검을 주우려 허리를 숙이자, 이번에는 투구가 앞으로 쏟아졌다. 당나라 군이 따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왈드는 생전 갑옷을 걸쳐 본적도 없었다.


서있기만 하면 된다는 빈의 말을 듣고 왔는데, 몇 번이나 목이 날아갈 뻔했다. 빈은 일이 끝나면 위그가문에서 일할 수 있다 했지만 당장 살아나갈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으윽”


빈이 신음을 흘렸다.

왈드가 다시 검을 들어 올렸지만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릿했다.


“이봐, 나는 무기도 없다고.”


상대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개똥이 수레 위로 올라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마부석에서 김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개똥아 탔느냐?”

“예!”


왈드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여길 나갈 거야, 우린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개똥이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왈드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랴!”


기합을 지른 김신이 마부석에 걸린 채찍으로 말을 때렸다. 놀란 말이 내달리며 수레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수레 안에 일행이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수레가 움직이자 이를 발견한 연합군 몇이 수레를 향해 달려왔다. 다급해진 김신이 말을 재촉하자 수레가 더욱 요란하게 움직였다.


정원에서 뛰어나온 연합군 하나가 마부석으로 몸을 날렸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검이 김신을 두동각 낼 것처럼 떨어졌다. 놀란 김신이 황급히 몸을 움츠렸다.


쫘악-


천막을 찢고 들어간 검이 개똥 머리 위를 아슬아슬 지나갔다. 중심을 잃은 연합군이 비틀 거리 자 김신이 어깨로 연합군을 밀쳐냈다.


“어어!”


버둥거리던 연합군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안심하는 사이, 반대편에서 발길질이 날아왔다.


퍽-


마부석 밖으로 튕겨져 나간 김신이 바닥을 굴렸다.


히이잉-


마부석을 탈환한 병사가 고삐를 당기며 수레를 세웠다. 찢어진 천막 사이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개똥이 품에 있던 단검을 빼 들었다. 저택에서 가지고 나온 단검이었다.

검집에서 단검을 뽑아낸 개똥이 마부석을 향해 단검을 찔렀다.


“으악!”


등을 찔린 병사가 허리를 뒤로 접으며 괴성을 질렀다. 개똥이 검을 뽑아 내자 힘을 잃은 병사가 고꾸라졌다.


후방에서 전장을 살피던 베르크는 수레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관심을 보였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수레를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은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서 수레를 가져와라.”


베르크가 호위하고 있는 기사 두 명에게 명령했다.


겨우 몸을 일으킨 김신이 서둘러 마부석에 올라 다시 수레를 몰았다.


“도련님 또 와요!”


천막 사이로 고개를 내민 개똥이 앞으로 다가오는 기사 둘을 보며 외쳤다.


기사가 말을 베려는 듯, 길 한복 판을 가로막고 검을 빼 들었다. 그 기세가 지금껏 보아온 잔챙이 기사들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딱히 수가 떠오르지 않은 김신이 침을 삼켰다.


푹-


긴장감도 잠시 매섭게 날아온 화살 한대가 기사의 대퇴부에 파고들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기사가 주저앉았고 또 다른 기사가 황급히 몸을 돌려 검면으로 화살을 튕겼다.


팅-팅-팅-


계속해서 날아오는 화살에 기사의 손이 바빠졌다. 활을 쏘는 크리스도 진땀이 났다. 위치가 탈로 났으니 어서 빠져나가야 했다.


“크리스, 이쪽이다!”


마침 수레가 기사를 지나쳤고 크리스를 알아본 김신이 소리쳤다. 활을 멈춤 크리스가 황급히 수레로 뛰어나갔다.


서둘렀지만 수레와의 거리가 아슬아슬했다. 간격을 줄이려는 김신이 손을 뻗어오자 크리스가 몸을 날렸다. 힘찬 도약에도 김신의 손이 크리스의 손에 닿지 못했다.


추락을 직감한 크리스가 눈을 질끈 감았고 천막에서 나온 팔이 크리스를 붙잡았다. 개똥과 왈드였다.


크리스가 수레 안으로 당겨졌다. 감사함을 전하려던 크리스는 기사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꽉 잡아라!”


김신이 쓰러진 대문을 보고 외쳤다. 평평하지 못한 탓에 꾀나 충격이 있을 듯했다.

말이 쓰러진 대문 위를 뛰어넘었고 수레가 턱에 걸려 튀어 올랐다. 순간 일행의 몸이 붕 떠올랐다.


쾅-


수레가 부쳐질 듯 큰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일행들도 저마다 괴성을 토해 냈지만 수레는 망가진 것이 없는지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베르크님 수레가...”


수레가 빠져 나는 걸 지켜보던 베르크는 어이가 없었다.


“당장 가서 잡아오겠습니다.”


저택에 집중하고 있으니 병력을 더 보내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모자란 놈들, 저쪽이나 당장 처리해!”


베르크가 저택을 가리키며 병사에게 화를 냈다. 아쉬웠지만 영주를 잡는 것이 급선무였다.


화살비를 피한 연합군이 속속 저택 앞에 다다랐고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했다. 영주를 잡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알레드님, 반란군이 저택에 들어 옴니다!”

“바브르님은 어디 계신 거냐!”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알레드가 영주와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려 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 프레이드와 합류해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다.


“위층에 계십니다.”

“이런, 이 와중에 뭐 하는 거야!”


중앙홀에 나와있던 알레드가 계단을 올라 위층으로 향했다.


“없어, 없다고!”


바브르가 서랍안의 물건들을 쏟아내며 절규했다.


“뭐 하십니까.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알레드, 징표가 사라졌어! 가문의 징표가 없다고!”


알레드는 바브르의 말을 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 죽게 생긴 판에 징표가 무슨 필요가 있다는말인가.


“자내 혹시 봤나? 증표 어디 갔는지 알아?”


알레드는 말만 들와봤지 징표가 어떻게 생긴 건지 알지도 못했다.


“우선 저택을 나가야 합니다. 반군이 저택까지 들어왔습니다.”

“젠장!”


바브르가 서랍을 발로 걷어차고 비품실을 빠져나갔다. 알레드가 서둘러 바브르의 뒤를 따랐고 병사들이 주위를 엄호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벌써 반란군들과 병사들이 뒤섞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홀안을 가득 채웠다. 바브르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후문으로 가자, 길을 열어라.”


알레드의 명령에 병사들이 주위를 엄호하면 후문을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안되겠습니다. 이쪽도 막혔습니다.”


뒷문으로도 연합군이 몰려들고 있었다. 방패로 벽을 세운 영주군이 이들을 막아섰지만, 입구가 뚫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바브르님 비밀통로, 비밀통로가 있지 않습니까?”


알레드는 가문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비밀통로를 떠올려 냈다. 비상시를 대비해 저택 안에 마을 밖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바브르가 모를 리가 없었다.


“비밀통로···있지.”


내용과는 다르게 바브르의 말투는 모든 걸 체념한 사람 같았다.


“거기가 어디입니까? 바브르님 장당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바브르의 느긋한 태도에 알레드는 속이 끓었다.


바브르가 홀 벽에 있는 벽난로로 다가가 어딘가를 더듬거렸다.


드르르륵-


벽난로가 옆으로 움직이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홀 안의 병사들은 모두 계단으로 시선이 쏠렸다. 알레드는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바브르님 가시죠.”


알레드가 바브르를 앞세워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조금 내려가니 동굴이 이어졌다. 벽 곳곳에 박혀 있는 수성에서 빛이 세어 나와 동굴 안이 환했다. 꾀나 잘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왜 진작 바브르가 비상통로를 찾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의문이 풀렸다.


“바브르님 이문은?”


동굴을 막아선 철창 앞에서 바브르가 주저 않았다. 알레드가 나서 철창을 흔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철창 가운데 난 열쇠 구멍 이 눈에 들어왔다.


“가문의 징표가 없으면 열수가 없다고.”


바브르가 힘없이 울먹거렸다.


“문을 부숴라!”


알레드가 포기하지 않고 병사에게 명령했다.


검으로 내려치고 발을 차며 갖은 힘을 다 섰지만 철창에 흠집도 낼 수 없었다.


“마법이 걸려 있단 말이다.”


바브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누구 하나 멈추는 사람이 없었다.



프레이드의 저택을 나온 마울드와 병사들이 성전으로 향했다. 필리아가 성전으로 간걸 알아냈기 때문이다. 집사를 죽이고 단검을 세 번이나 더 던진 결과였다.


요란스러운 소리가 거리에 퍼졌다. 멀리서 수레 한 대가 거침없이 달려왔다. 영주의 저택 방향이었다. 수상한 마음이 든 마울드가 달려오는 수레에 주목했다.


마부의 특이한 외모의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 저런 외모를 가진 마부가 있던가? 너덜너덜한 수레의 모습도 의심스러웠다.


곧이어 수레가 마울드일행을 지나가고, 마울드가 자연스레 수레 뒤로 고개를 돌렸다. 식자재로 보이는 물건이 보일 뿐 별다른 것은 없었다.


찜찜한 구석이 있었지만 마울드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마울드일행을 지나친 김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병사들이 수레를 세울까, 긴장했던 김신이었다.


“지나갔다”

“휴, 갑옷을 보니 저택에 들어온 놈들과 한패 같은데 다행입니다.”


그들을 발견하고 식자재 뒤로 몸을 숨기고 있던 일행이었다.


“으윽.”


숨을 죽이고 있던 빈이 신음을 내뱉었다. 마차가 요동치니 상처가 더욱 벌어져 고통스러웠다.


“뒤에 무슨 일이 있느냐?”


한숨을 돌린 김신이 그제야 수레 안의 상황을 물었다.


“다친 사람이 있습니다.”


김신이 주머니를 두적 거려 포션 하나 꺼냈다.


“이걸 쓰거라.”


개똥이 포션을 받아 빈에게 다가갔다. 빈을 살피고 있던 왈드가 개똥을 경계하며 바라봤다.


“이봐, 이거 비싼 거라고.”


개똥이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에 포션을 발랐다. 피가 멈추고 상처 부위가 아물자 빈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조금 남은 것을 개똥이 자신의 다친 다리에 발랐다.


수레가 마을 벗어나자 김신이 속도를 줄였다.


“어디까지 가는 거요?”


왈드가 달라진 풍경을 보고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저희 어디로 가는 겁니까?”


개똥이 배가 고픈지 식자재를 뒤적거리며 김신에게 물었다. 그 역시 목적지를 모르고 있던 것이다


“체우스산맥으로 갈 거다.”

“들었지, 체우스산맥으로 간다. 아, 너희들은 내릴 테면 내려.”


마침에 육포를 찾아낸 개똥이 육포를 씹으며 말했다. 왈드는 산맥까지 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을로 돌아가 자니 겁이 났다. 전투에서 도망쳤으니 벌을 내릴지도 몰랐다.


“그런데 왜 체우스산맥 입니까?”


개똥이 김신에게 물었다.

저녁에 김신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내용이었다.


“가보면 안다.”


김신이 설명을 포기했다.


“거기가 선생님이 계시는 곳이에요.”


대화를 듣던 크리스가 끼어들었다.


“근데 너는 누구냐?”

“저는 선생님 제자 크리스에요.”

“선생님?”


선생님이란 말에 개똥이 머리를 긁었다. 김신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개똥이었다.

그러던 중 잘 가던 수레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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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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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6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9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8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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