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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907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8.18 23:55
조회
370
추천
3
글자
12쪽

6.푹 자게 둘걸.

DUMMY

개똥은 시선을 피하는 김신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김신이 몸을 낮췄다. 별채로 향했던 귀족과 병사들이 돌아오는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모두가 돌아오면 다시 경비가 촘촘해질 것이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벗어 나야 했다.


자세를 낮춘 김신이 정원을 가로질러 살금살금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이따금 고개를 돌려 개똥이 잘 따라오는지 살폈다. 그때마다 개똥은 떨어뜨린 보석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먼저 대문 근처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왜 안 가십니까?”


뒤늦게 따라온 개똥이 정원수 뒤에 멈춰 있는 김신을 보며 읊조렸다.


“눈이 너무 많다. 이쪽으로 지나가기는 힘들겠구나.”

“뒤쪽에도 출입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입구가 좁아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개똥이 의욕을 잃은 것 인지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김신은 태평한 개똥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렇다고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

“이른 아침에 식료품을 실은 마차가 들어올 겁니다. 그때 기회를 보고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개똥이 이제는 아예 팔베개를 하고 정원에 누워 버렸다. 김신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별다른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았기에 김신도 곧 정원수에 몸을 기댔다.


“이 곧 사정은 어떻게 아는 것이냐?”

“저택에서 시종으로 있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던 개똥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산에서 홀로 남겨진 개똥이 김신을 찾아 산을 헤맸고 그러던 중 산에서 추락해 깨어보니 이곳에 와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똥은 자신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지 이곳저곳에 팔려 다니며 생활했고 그러다 영주의 저택에 시종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시종장까지 했습니다. 제가 일 잘하는 거 도련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개똥은 자신의 공적을 봐 달라는 듯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개똥이 일을 잘하는 것은 이름 그대로 개똥 같은 소리였다. 언제나 일을 시키면 꾀를 부리며 핑계를 대기 일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백이 있고 호탕한 성격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유약한 자신에게 개똥을 붙여 줬던 것이다.


“그런데 왜 감옥에 있던 것이냐?”

“흠. 남은 것인 줄 알고 음식에 손을 좀 댔습니다. 일은 옴팡지게 시키면서 밥은 쥐꼬리만큼 주는데 어쩌겠습니까.”


개똥이 어울 하다는 듯 하소연했다. 하지만 김신은 개똥의 식사량을 알았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고봉밥을 먹어도 개똥은 언제나 식사가 부족하다 했다. 그에 반해 김신은 음식에 통 관심이 없어 간식거리가 생기면 개똥을 주곤 했다. 개똥이 위독 김신을 따르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감옥에 처넣다니 인심이 말이 아니구나.”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다 하지 않던가. 김신이 개똥의 편을 들었다.


“제 말이 그 겁니다. 저리 으리으리한 집에 살면서 고작 고기 몇 점에 사람을 옥에 가두다니.”


개똥이 열을 올리자 김신은 네 말이 모두 맞는다는 듯 점잖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도련님은 어떻게 된 겁니까?”


개똥이 잠시 잃고 있었다는 듯 다급하게 물었다. 이제야 김신도 차근차근 그간의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보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나름 편안한 생활이었다. 자유롭지 못한 개똥의 삶과 비교되어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도 잠시였다.


-드르렁


“개똥아···”


개똥이 코를 골며 기절해 있었다. 김신은 갑갑한 마음에 하늘을 올려 다 보며 참을 인을 그렸다. 아주 푹 자게 놔둘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밤하늘이 무척이나 쓸쓸하게 보였다.



하울드마을의 외곽. 병사 하나가 팔을 감싸 안은 체 힘겹게 뛰고 있었다. 다친 팔은 계속해서 피가 배어 나왔으나 정작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풍경이었다. 길 옆으로 펼쳐진 밀밭은 마치 제자리 걸을 하는 것 같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대장과 동료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될 것 같은 똑같은 풍경에 새로운 모습이 그려졌다. 말을 기르는 마구간이 그것이었다. 병사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다급하게 마구간으로 뛰어갔다. 마침 마구간 지기가 나와 말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었다.


“이보게. 나는 마을 경비대요. 여기 말을 하나 내주게.”

“예?”

“반드시 돌려줄 것이고 사례도 할 것 이오. 급한 일이니 어서 내주시오.”


마구간 지기는 갑자기 나타난 병사의 부탁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병사의 갑옷에 새겨진 영주의 문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저는 권한이 없으니 관리자를 불러오겠습니다.”

“한시가 급하니 어서 불러오시오.”


마구간 지기가 옆으로 서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곧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정말 경비대원이 맞군요. 저는 이 새벽에 병사가 찾아왔다 기에 시종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습니다.”

“급한 일이오. 마을 안으로 가는 것이니 늦어도 내일까지는 돌려주겠소.”


노인이 마구간에 들어가 말을 골랐다.


“다치신 것 같은데 산맥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노인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베어울프에게 습격을 당했네.”

“저런··· 그래도 프레이드님이 계시니 베어울프 정도는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어찌 된 일인지 베어울프가 무리 지어 공격해왔네. 나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겨우 도망쳐 나왔지만, 대장님과 나머지 동료들은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네.”


상황이 심각한 듯 병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큰일이군요. 자 어서 받으십시오”


말을 끌고 나온 노인이 고삐를 건넸다. 병사가 고삐를 건네받고 말에 오르려는 데, 무언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 목을 단단히 조여왔다.


“이···무슨···지···”

“잘 들었네. 내가 전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목을 잡은 병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도저히 노인이라 믿기지 않을 힘이었다. 버둥거리던 병사의 몸이 축 늘어졌다. 노인이 잡고 있던 끈을 놓자 병사의 몸이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마구간 지기는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보이지 않게 처리해라.”

“예. 마울드님.”


마울드가 병사에게 건넸던 말위로 몸을 실었다. 기합소리를 내며 박차를 가하자 놀란 말이 빠르게 날리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힘을 쓴 탓인지 고삐를 잡은 손목이 쩌릿했다. 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은 묘한 흥분감에 휩싸였다. 한때 이클레아 가문의 총애를 받던 기사 시절로 말이다.



침실로 돌아온 알레드는 잠이 오지 않았다. 한밤중에 벌어진 불난리에 별채가 홀랑 타버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신의 자료들이 타버린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물론 보이지 않는 김신도 안타까웠다. 아침이 밝으면 정확한 것을 알겠으나 아무래도 불길을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별채에 그것 말고는 별다른 중요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너무 산맥 개발에만 공을 들이다 보니 내부의 일은 조금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산맥 일은 마무리 단계니 프레이드가 돌아오면 내실에 좀 더 신경 쓰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을 정리했지만 가슴 한편에 쎄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신전안으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아직 새벽예배를 시작하기에는 이른 시간 인지라 여사제는 이들의 모습이 의아했다. 하나같이 하는 행동도 같았다. 숨기는 것이 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대사제 만 드나드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도 똑같았다.


방안에는 놓인 원탁으로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들이 둘러앉았다. 원탁 위에 타고 있는 양초 탓에 이들의 모습이 더욱 은밀하게 보였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요?”


후드를 벗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는 파포드가문의 가주 도니였다. 도니는 이들이 달갑지 않은 듯 말투가 차가웠다.


“영주를 끌어내릴 생각이오.”


다음으로 입을 연 사내는 이들을 소집한 이클레아 가문의 베르크였다. 그는 원탁에 앉은 세 명의 사내 중 가장 연장자로 보였다.


“그건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니오? 저번 회의 때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이 나온 것 아닙니까.”


위그가문의 아렉이었다. 그 또한 만남이 탐탁지 않는지 베르크를 몰아붙였다.


“프레이드의 병사 하나가 부상을 당한 체 산 밑으로 내려왔소.”


“그것이 무슨 말이요? 갑자기 공격이라도 받았다는 겁니까?”


마음이 급한 도니가 베르크의 차분한 말투에 답을 재촉했다.


“그렇소. 베어울프의 습격을 받았다 합니다.”

“믿을 수가 없군.”


도니는 이 상황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실이오. 병사의 말에 따르면 지금 프레이드와 나머지 병사들 모두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사실을 아직 영주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거지요.”


베르크의 말대로 라면 절호의 기회였다.


“신이 돕는 것인지 이른 새벽에 영주의 저택에 불까지 났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요.”

“좋소. 기사를 소집하겠소.”


가만히 듣고 있던 아렉이 확신에 섰는지 찬성하고 나섰다. 둘의 시선이 자연스레 도니에게 돌아갔다.


“알겠소. 그런데 바브르를 처리한다 해도 프레이드가 살아 돌아온다면 어찌할 생각이요?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다시 판이 엎어질 수 있소.”


프레이드는 하울드의 입지적 존재였다. 출중한 실력에도 평생을 하울드와 함께 했기에 그는 마을에서 존경받아왔다. 그가 반기를 든다면 따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 뻔했다.


“병사를 나눠 프레이드의 식솔도 붙잡아 둬야겠지요.”

베르크는 이미 여러 가지 변수에 계산을 마친 것 같았다. 과연, 영주의 가문에서 가장 껄끄러워 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럼 영지는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이요?”

“길어질 것 같으니 그 얘기는 일이 끝나고 합시다.”


아렉이 몸을 일으켰다. 서둘러 일을 처리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합시다. 어서 끝내고 아침을 먹으면서 편하게 이야기합시다.”


자리에서 일어난 베르크가 일이 다 마무리된 것처럼 여유 있게 이야기했다. 도니도 하는 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배 종이 울리면 모든 병력이 움직여야 할 겁니다.”

“알겠소.” “그때 보세.”


셋이 서둘러 성전을 빠져나갔다. 비장한 표정이 보였지만 저마다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었다.



어딘가로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이 간간이 거리를 지나갔다. 그때마다 여인은 두 아이의 손을 꼭잡았다. 꽁꽁 싸맨 그들의 모습이 수상쩍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그 모습에 겁이 나는 지 몸을 움츠렸다. 곁에 있던 여 시종도 무언가 이상한 듯 주위를 살폈다.


“이상하네. 영주님 저택 별체에서 불이 났다는 데 그 때문인가?”

“어쩌다 불이 난 것인지 아느냐?”

“글쎄요. 그건 듣지 못했습니다.”


꿈자리가 사나웠던 여인은 자꾸만 안 좋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무엇보다 산맥에 나가 있는 남편이 무척이 나 걱정됐다. 그 때문에 얼마 전부터 성전을 다니며 그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때문에 새벽부터 거리를 나선 것이다.


눈에 띄지 않은 좁은 골목 사이에서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 역시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인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데, 그가 앞을 막아섰다.


“무슨 짓이냐. 이분이 누군줄 알고!”

“부인, 같이 가 주셔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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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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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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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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