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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913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8.15 23:50
조회
390
추천
5
글자
12쪽

5.너 되게 낯설다?

DUMMY

“선생님, 감옥에 사람이...!”


그 말을 들은 김신 역시 아차 싶었다. 감옥에 있는 동안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감옥을 나오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신이 낸 불이기에 못 본체 그냥 갈 수 없었다.


“크리스 먼저 가거라. 곧 따라가겠다.”

“선생님 같이 가요.”

“먼저 가거라. 죄수들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곧 따라갈 것이다.”


크리스는 순간 자신이 한 말이 후회스러웠다. 김신이 다시 별채 방향으로 뛰어갔다.


별채로 돌아온 김신은 뜨거운 열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좀처럼 불길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별채의 2층을 모두 태운 불이 이제 아래층으로 옮고 붙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병사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안에 있는 죄수들을 나왔소?”

“알게뭐야, 물이나 떠와!”


물을 뿌리던 병사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물을 뜨러 가는 척 돌아서 병사가 벗어 놓은 투구를 집어 들었다. 병사가 한눈을 판 사이 투구를 눌러쓰고 별채로 들어갔다. 뿌연 연기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소매로 입을 막고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살려주시오!” “사람 살려!” “누구 없소!”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지하실에 맴돌았다. 입구에 걸려있는 감옥 열쇠를 찾아 서둘러 감옥문을 열었다.


“어서 밖으로 나가시오!”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죄수들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지막 감옥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는데 어쩐 일인지 죄수가 나오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불길한 마음에 옥안으로 들어가 죄수를 살폈다.


“이보게 정신이 드시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의 죄수가 정신이 드는 듯 반쯤 눈을 떴다.


“도... 도련님.”

“개똥이 아니냐!”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볼이 쏙 들어가고 낯빛이 어두웠으나 분명 개똥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왜 여기 있느냐!”

“살아계셨군요. 살아 있을 줄 알았습니다.”


개똥이 기운이 빠진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하실 안으로 점차 연기가 들어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우선을 밖으로 나가야 했다. 개똥을 일으켜 들쳐 업었다. 몸이 야위어 그런지 전보다 가벼웠다.


지하실을 빠져나오니 1층 곳곳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입구도 불이 옮겨 조금만 늦었더라면 나오지 못할 뻔했다. 김신이 밖으로 나오자 곧이어 별채 2층이 주저앉았다. 밖은 시종들까지 모두 나와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별채 주위에도 물을 뿌리며 더 이상 불이 번지지 못하게 했다.


별채 밖으로 나온 김신이 그대로 입구로 향했다. 투구를 쓰고 있던 탓인지 누구도 막아서는 이가없었다. 안도도 잠시 앞에서 한 병사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냥 지나 치길 바랬으나 역시나 말을 걸어왔다.


“환자인가?”

“예”


고개를 푹 숙이고 목소리를 깔았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따라와라”


병사가 방향을 돌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꼴이었다. 말없이 따라가며 기회를 살폈다. 저택 입구에서 사람들이 무리 지어 걸어왔다. 대충 보아도 귀족이 분명했다.


“아직도 불을 끄지 못한 것이냐?”


알레드가 병사를 발견하고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예. 아직입니다.”

“한심하군.”


알레드와 같이 나온 바브르도 병사를 질책을 했다.


“그런데 넌 여기서 뭘 하느냐?”

“환자가 발생하여···”


병사는 말을 다 잊지 못했다. 분명 뒤따라오고 있다 생각한 자들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김신은 화단 안에 엎드려 있었다. 병사가 다가오는 귀족에 정신이 팔린 사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숨을 죽이고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귀족들의 꾸중을 들은 병사가 별채로 뛰어갔고 곧이어 귀족들도 별채 방향으로 멀어졌다.


고개를 들어 아무도 없을 것을 확인하자 한결 마음이 놓였다. 개똥을 다시 업으려는데 몸이 축 늘어졌다.


“개똥아. 정신 차리거라.”


숨소리도 미약해 이대로는 곧 송장을 치를 것 같았다.


이 상태로는 마을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저택 앞으로 경비가 없는 것이 보였다. 개똥을 업고 조심스럽게 저택으로 들어갔다.


적막함이 감돌았다. 큼직한 홀 나오고 정면으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좌우로는 긴 복도가 이어졌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숨을 곳을 살피던 중 주방으로 보이는 방이 있었다. 물이라도 먹일 생각으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개똥을 바닥에 눕히고 식수가 담긴 통에 물을 퍼 개똥에게 먹었다.


기운을 차린 개똥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층으로 갑시다.”

“이층?”

“비품실이 있습니다. 포션 하나 정도는 있을 겁니다.”


개똥이 방위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들킬까 겁이 났지만 여기까지 온 거 개똥을 믿고 가보기로 했다. 개똥을 업고 주방을 빠져나왔다.


“복도 끝으로 가면 계단이 나옵니다.”


개똥을 말대로 복도 끝으로 가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다.


“위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가요.”


숨이 찼다. 슬슬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여기서 왼쪽 방입니다.”


곧바로 왼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 가운데 원단이 쌓여 있었다. 방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으나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 밖에도 종이와 가죽, 모피 등이 있고 벽을 둘러 서랍장이 세워져 있었다.


포션을 찾으려 서랍을 차례로 열었다. 향수, 양초, 실, 다양한 물건들이 보였고 마침 포션으로 보이는 병이 눈에 들어왔다. 길쭉한 유리병에 담긴 투명한 물이 은은하게 빛났다.


하나를 꺼내 개똥에게 가져갔다. 포션을 받은 개똥이 뚜껑을 열고 단숨에 들이켰다.


“휴. 도련님도 하나 드십쇼.”


한결 여유를 되찾은 개똥이 말했다.


“나는 괜찮다.”

“정신이 번쩍 든다고요.”


개똥에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 포션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한 병을 꺼내 들이켰다.


“흠.”


정말 정신이 맑아지고 숙면을 취한 것처럼 피로가 가셨다. 놀라운 효과에 몇 병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사이 기운을 되찾은 개똥이 몸을 일으켰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태껏 어디 있다 나타나신 겁니까?”


개똥이 이제 살만 한지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 모습이 예전의 모습 그대로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이놈아.”


웃음이 세어 나와 하마터면 복도에 들리는 발소리를 듣지 못할 뻔했다.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웃음기가 가셨다. 방문을 열고 닫는 소리까지 들리자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


당황한 나머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찾지 못했다.


끼이익-


병사가 비품실 문을 열고 방을 훑었다. 잠시 눈을 굴리더니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는지 곧 문을 닫았다. 개똥과 김신이 문 뒤에서 긴장한 체 모습을 들어냈다. 긴장한 탓인지 얼굴에 땀에 젖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투구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투구를 벗어 별생각 없이 벽에 걸었다. 마침 벽면에 솟아난 뿔 모양 장신구가 있었던 것이다.


드르륵-


장신구가 밑으로 살짝 내려가더니 한쪽 벽이 돌아가며 본래 있던 서랍이 들어가고 새로운 서랍이 나타났다.


고풍스러운 서랍이 딱 보아도 귀한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개똥이 다가가 조심스레 서랍을 열었다. 번쩍번쩍 빛나는 귀금속이 가득했다.


“이런 대다 숨겨 두셨구만.”


개똥이 귀금속을 쓸어 담아 품에 넣었다. 그 모습이 도적놈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하거라 이놈아. 우리가 도둑놈은 아니지 않느냐.”

“제가 여기서 당한 걸 생각하면 이걸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개똥은 무언가 맺힌 게 많은 듯 계속해서 귀금속을 쓸어 담았다. 개 중에 어울리지 않게 수수하게 생긴 단검이 있었다. 손잡이는 가문을 상징하는 산과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지만 그리 비싸 보이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개똥이 그것마저도 품에 넣었다.


“어이쿠.”


너무나 많이 챙긴 탓인지 몸을 일으키다 그만 비틀거렸다. 몸에 넣은 귀금속에 옷이 부풀어 올라 바보처럼 보였다. 무사히 산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프레이드의 검이 섬광을 번쩍였다.


깡-


베어울프의 날카로운 손톱이 프레이드의 검을 가로막았다. 검기를 사용한 공격에도 베어울프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베어울프의 반대 손이 옆구리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놀라운 속도였다.


검기를 끌어올린 프레이드가 베어울프의 머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성인의 키를 넘길 만큼 높이 뛰어올랐지만 간신히 베어울프의 머리에 닿는 정도였다. 날카로운 손톱이 막아섰지만 프레이드의 검이 조금 빨랐다.


푹-


번쩍이는 검이 횡으로 그어졌다. 베어울프의 머리가 떨어지고 커다란 육체가 뒤로 떨어졌다. 땅에 착지한 프레이드가 옆구리를 쓸었다. 찢어진 갑옷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피했다고 생각했던 베어울프의 공격이 스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눈앞에 펼쳐 친 상황이 그야말로 처참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베어울프의 손에 일방적으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베어울프가 강한 몬스터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슨 일이지 일반적인 베어울프와 다르게 매우 흥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개체가 아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서둘러 후퇴를 외쳤으나 이미 포위된 뒤였다. 소란을 듣고 계곡에 있던 병사들까지 올라와 싸움에 휘말렸다. 그야말로 병사를 모두 잃을 판이었다.


전서구를 날리라며 보냈던 병사는 소식이 없었다. 엉망이 돼버린 막사를 보니 아무래도 명령을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가. 그래 그놈이다. 병사들을 통해 들었다. 알레드가 김신이란 자를 잡아들이고 그에 말을 듣고 산맥 개발에 나섰다는 것을. 속았다는 생각에 이가 갈렸다.


‘이 뱀 같은 놈. 만나면 혀를 뽑아 버릴 테다.’


몇 안 남은 병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누구라도 살아서 이 사실이 꼭 영지에 알리길 바랬다. 그자에 손에 놀아났다는 것을 꼭 알려야 한다.


“도망쳐라! 누구라도 좋다. 이사실을 영지에 알려라!”


자신이라면 도망칠 수 있었지만 병사를 잃고 홀로 돌아가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프레이드는 결국 마지막까지 싸우기를 각오했다.



비품실을 빠져나오던 김신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다시 한번 복도를 살폈지만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살금살금 복도를 나와 개똥에게 손짓했다. 김신의 만류에 훔쳤던 물건을 덜어냈지만 여전히 부풀어 난 옷이 우스웠다.


병사가 없는 틈에 빠져나갈 생각으로 서둘러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서는데 난간 밑으로 병사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서둘러 방향을 틀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방이 너무 멀었다.


“도련님 이쪽으로”


개똥이 복도 창을 열고 난간에 올라섰다.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그리 내키지 않았으나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떨어져도 죽지는 않겠지만 소리에 들키거나 골절을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저쪽으로 갑시다.”


개똥이 가리킨 곳에 발을 딛고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창가에 바싹 붙은 개똥이 게걸음을 하며 옆으로 나아갔다. 김신 역시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훠이, 저리가.”


잘 가던 개똥이 공중으로 팔을 휘저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새가 계속 개똥 주위를 맴돌며 귀찮게 한 것이다.


“왜 이래. 이놈이!”


강하게 휘두른 개똥이 팔이 새를 때렸고 기절한 듯 땅으로 떨어졌다. 개똥은 이해할 수 없는 새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무사히 땅에 내려온 개똥이 새를 살폈다. 그제야 새 다리에 묶은 편지가 보였다. 개똥이 편지를 펴 들고 김신을 바라봤다. 개똥 역시 글을 모르는 것이었다. 김신 역시 글을 몰랐으나 왠지 내용을 알 것만 같았다.


“어서 여길 나가야 한다.”


개똥은 시선을 피하는 김신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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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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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4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3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7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9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30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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