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웹소설 > 작가연재 > 시·수필

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13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9.06 12:46
조회
450
추천
17
글자
7쪽

평화로운 일상

DUMMY

인도 겉핥기를 쓰면서 좀 걱정이 됩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이 혹시라도 인도에 대해서 좋지 않은 편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글 전부 다 뻥입니다.


솔직히 졸라 즐겁고 행복했는데, 웃기는 글 쓰고 싶어서 구라로 쓰고 있습니다.


인도에 있는 동안 친절하고 정직한 인도인들에게 맨날 감동하면서 인도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생에 인도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힌두교의 교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로.


지금부터 쓰는 말은 다 거짓입니다.


인도 졸라 좋아요. 놀러 가세요. 두 번 가세요.


시작하겠습니다.


***


내가 컵을 들고 밀주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있는데, 나에게 가짜 말보로를 팔아먹은 냥반이 에그샌드위치라는 이름의 무언가를 들고와서 내 옆에 내려놓으며 묻는다.


맥주는 어때? 괜찮지?


그 순간 밀주가 들어있는 주전자로 그 XX의 대가리를 깔뻔했다.


대가리를 맞고 쓰러진 그 XX의 콧구멍에다가 남아있는 밀주를 다 들이붇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랬다간 이교도의 몸으로 갠지스에 수장될 것 같아서 필사의 인내력으로 참아냈다.


밀주지?


나는 웃으며 ‘한국어’로 말했다.


솔직히 그때 심정은 “야 씨빠! 이거 밀주지”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씨바는 알아들을까 싶어 순간적으로 빼버린 내 순발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왓? 왓두유세이?


응. 됐고. 놓고 가.


그러면서 시크한 표정으로 그 자식이 팔아먹은 가짜 말보로 한 대를 입에 물었다.


씹새 남의 속도 모르고 엄지척 해주고 가네. 으이구,


암튼 계란샌드위친지 나발인지를 한입 먹으니, 또 그거 음식이라고 침 나오데.


그래. 그거라도 먹고 살아남으라 이거지.


참말로 인체의 신비란....


암튼 뭐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600루피가 아까워서 밀주를 찔끔찔끔 마셨다.


웃긴 게, 그것도 술이라고 또 기분이 좋아진다.


왜 미국 잠수함 어뢰에 들어가는 에탄올을 잠수함 수병들이 하도 빼 마시니까 마시지 말라고, 메탄올을 섞었는데, 빵을 필터로 걸러서 에탄올만 정제해서 마셨다고 하잖아.


메탄올 마셨다간 운 좋아도 실명인데 말야.


누구야. 스티븐 킹 그 냥반도 술 끊겠다고 자진해서 병원 들어갔는데, 술 먹고 싶어서 리스테린 마셨다고 하잖아.


암튼 알콜이 그렇게 위험한 것이여...


나는 제발 메탄올만 들어있지 말라는 마음으로 밀주를 마셨다.


그래도 캔으로 밀봉할 정도의 노력은 하는 놈들이니 메탄올까지 넣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합리화 하면서.


암튼간에, 그렇게 말보로 비슷한 거랑, 맥주 비슷한 거랑 에그샌드위치 비슷한 거를 아침으로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오는 것이었다.


가장 비싼 1A칸에서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나름의 피로가 쌓였나 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침대에 누워 유튜브로 한국음식 먹방을 좀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꿈에서라도 한식을 먹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


오후 두시 경에 잠에서 깨어났다.


졸라 추워서.


미친놈이, 아. 물론 나 말이다.


덥다고 에어컨을 21도에 맞춰났더니 방이 냉장고가 되었네.


한식 먹는 꿈 꾸고 싶다고 했더니 혹한기에 전투식량 쳐먹는 꿈 꿨네.


암튼 이대로 감기 들겠다 싶어서 에어콘 온도를 올리고 책상에 앉았다.


실은 인도 여행기간 동안 마냥 신난다고 정신줄 놓고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웹소설 일일연재.... 진짜 이게 사람 말려죽인다.


무슨일이 있던간에, 하루에 5천자에서 6천자를 써내야 한다.


뭐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 산으로 가즈아~ 하면서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쓰면 되는 것도 아니고...


뭐... 당연히 감사하지. 감사하다.


운이 좋아서 유료연재도 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별것도 아닌 똥글에 찾아와주시고 돈을 지불하고 읽어주신다는 것이 을마나 감사한 일이냐.


암튼,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키고, 내일 출판사로 보낼 글을 써볼까 하는데, 너무 추워서 안 되겠는 거라.


발이 너무 시려운거다.


멍청한 나를 때려주고 싶다.


그래서, 그래. 차라리 밖에서 커피라도 마시면서 몸도 좀 뎁히자라는 생각으로 노트북을 들고 방을 나왔다.


방을 나와 테이블에 앉자, 나에게 가짜 말보로를 팔아먹은 그 냥반이 메뉴판을 들고 오면서 말한다.


비어?


너나 드세요. 비어. 됐고. 커피나 한잔 주쇼. 둘둘둘.


둘둘둘? 왓 둘둘둘?


응. 커피. 그냥 커피.


오케이 커피.


그리고는 휘적휘적 걸어간다.


자. 그러면 글을 좀 써볼까 하면서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데........ 좀 덥네?


음. 역시 사람은 순리에 맞게 살아야해. 여름에는 더워야지.


너무 에어컨만 의지해서 살면 건강을 망치는 거야.


좋아. 사우나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땀 좀 흘려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는데, 느낌이 싸하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손이 뜨겁지?


정확히는 손바닥, 그러니까 키보드를 치기 위해서 노트북과 접촉한 면이 유난히 뜨겁게 느껴진다.


뭐지? 왜 그러지? 냉방병 걸렸나? 몸이 이상한가?


앗! 뜨거버라!


노트북에 손 바닥을 대보니 겁나 뜨거워!


무슨 USB충전해서 쓰는 핫팻처럼 뜨거버!


뜨거버!


뭐야! 이 노트북을 산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끔 맛이 가서 망치로 두들겨줄까 그런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없었는데.....


발정긴가?


원인은 단순했다.


노트북이 쿨링을 하려면 외부에서 시원한 공기를 빨아들여 내부의 열기를 식히고 다시 외부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노트북이 놓여있는 테이블이 아주 따끈따근하게 뎁혀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노트북 내부로 유입되어, 온풍기마냥 노트북 내부를 더 뜨겁게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미친!


여기서 노트북 고장나면 “이러면 이거 나가린데” 하고 끝날 수 있는게 아니다.


매일매일 마감해야 하는 인생인데, 만약 노트북 고장나면 글을 못 쓴다.


글을 못쓰면 글을 못 보낸다. 못 보내면 출판사에서 화를 내시겠지.


절대로 그분들을 화나게 해서는 안 돼!!


바라나시에 HP 서비스 센터가 있을지도 미지수고, 설사 있다고 해도, CPU와 램이 에어프라이기에 튀겨져 버리면 살릴 수 있을까?


살릴 수 없다. 당연하지. 절대로 못 살린다.


나는 재빨리 방으로, 냉장고 같은 내 객실로 피난가기 위해 노트북을 들어 올렸다.


어머 뜨거버라. 씨바. 이거 잘하면 철사장도 익히겠네.


탈출이다.


지금 나에겐 노트북이 더 중요하다!


마이 쁘랜. 웨얼아유고잉?


방으로 돌아가는 나를 보며 가짜말보로를 팔아먹은... 길다. 앞으로 니 이름은 가짜 말보로다.


암튼 가짜말보로가 쟁반에 커피를 받쳐 들고 온다.


기절하는 줄 알았네.


쟁반에는 뜨거운 커피가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평화로운 일상 +6 19.09.06 451 17 7쪽
17 맥주는 역시 모닝 맥주 +5 19.08.24 275 15 13쪽
16 골목길 접어 들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2 19.08.18 282 17 10쪽
15 개소리 +4 19.08.11 274 16 9쪽
14 패배감과 분함. +5 19.08.10 299 18 14쪽
13 올리브, 피망 빼고, 소스는 마요네즈와 스윗 어니언! +3 19.08.06 340 20 9쪽
12 네고시에이터 +3 19.08.04 304 20 10쪽
11 순발력!! +5 19.08.01 329 23 11쪽
10 사람은 먹어야 산다. +6 19.07.30 330 18 9쪽
9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5 19.07.29 323 17 7쪽
8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8 19.07.26 324 22 7쪽
7 근성있는 남자가 인기있는 시대는 지났다. +7 19.07.25 364 15 8쪽
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400 19 10쪽
5 퀘스트. "열차표를 끊어라!" +8 19.07.18 413 21 11쪽
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6 3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