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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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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19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8.06 12:42
조회
340
추천
20
글자
9쪽

올리브, 피망 빼고, 소스는 마요네즈와 스윗 어니언!

DUMMY

뭔 하루로 이렇게 글을 써도 써도 끝이 읎냐..... 참말로다가.


아무튼 그 망할놈의 스타벅스를 찾았다.


허름하게 입었어도 외국인이라 그런가, 가드 형아가 문 열어준다.


문 열고 들어가니, 여긴 또 별천지네.


에어컨 빠방하고, 팝송 나오고, 다들 노트북이나 태블릿 하나씩 들고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고 있다.


참... 이상하게 그 모습을 보니 배알이 좀 꼴리네.


암튼, 뭐, 여기서 시간을 때우자. 그런 생각으로 아이스 아메키라노 벤티 하나와, 히말라야 눈으로 만들었다는 600미리 생수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기프티드라도 좀 쓸까 싶고, 나도 좀 있어보이고 싶기도 하고, 옷 그지 같이 입었지만 그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와이파이를 접속하려는데, 전화번호가 있어야 한다네.


난 있지롱.


보다폰! 현지유심! 보다폰!


암튼 엘지 이 개개끼들은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어.


보타폰 번호로 와이파이를 받아서 결국 기프티드는 안쓰고 한국 뉴스를 본다.


한국에서 떠나온지 어언 60여 시간.


나는 향수병에 걸려 있었고,


스타벅스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샤프심 뉴스를 보고 있자니, 왜 눈물이 나올 것 같은지....


아아... 내 조국이여.


암튼. 그렇게 있다가 보니 커피친구 담배가 피고 싶었다.


좋은 시절이 있었지. 커피집마다 흡연실 있고.... 거기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 거리며,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명동성당 앞, 지금은 없어진 할리스 2층 흡연실에서, 점심시간 끝났는데도 회사 돌아가기 싫어서 뭉개고 있던 그때가 그립다.


아. 물론 지금의 금연기조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끊어야지. 좋지도 않은거.


끊어야지.


나중에........


당연히 인도 스타벅스에는 흡연실 같은 거 없다.


없지. 인도형아들 담배도 안피는데.


나는 인도형들이 왜 담배를 안피울까 그런 궁금함이 들었는데, 아마도 공기가 하도 더러워 담배를 필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폐가 이미 충분히 고통 받고 있어서? 흠냐.


아무튼 담배를 피우려면 나가야 되는데, 여기는 인도 스타벅스잖아?


짐을 두고 가도 될까?


이게 편견이 아닌데.. 뭐랄까 인도사람들 도둑이에요 이런 말은 아니고.


사실 한국이 굉장히 특이한 경우다. 짐 두고 나가도 멀쩡한 거는.


딴 나라 가봐. 잠깐 눈돌리면 핸드폰 어디로 갔는지 기냥 휘리릭.


아무튼 담배를 피려면 이놈의 짐을 어떻게 처리 해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이 모든 짐을 주섬주섬 다 들고 나갔다 올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무리 스타벅스라고 해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두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개를 돌리니 돈좀 있는 집 딸래미처럼 보이는 인도 언니가 내까보다 훠어어어어어어얼씬 비싼 맥북을 열고 열심히 인터넷을 보고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인도 언니에게 말을 걸었다.


하이. 익스큐즈미.


모니터를 심각하게 쳐다보던 언니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날 보더니 놀란다.


왜 놀래! 나 노트북 가진 사람이야! 그지 아니야. 돈 달라는 거 아니야!


유쥬 킵 마이 랩탑 플리즈?


그러면서 내가 손가락으로 내 노트북을 가리킨다.


이거 내 꺼야. 나 랩탑 가진 사람이야.


5년 전에 산 거지만, 돈 없어서 인텔꺼 못사고 AMD 샀지만 그래도 아직 현역이야.


내가 스스디도 달아줘서 예수님처럼 한분 부활도 하시었단 말입니다!


내 말에 그녀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여준다.


믿어도 되겠지?


에라 모르겠다.


누가 훔쳐가면 이번 기회에 아서스 로그 사야지.


그런 생각으로 밖으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이 공기에, 이 더위에 담배를 피겠다는 내가 너무 한심해 때려주고 싶다.


끊어야지. 끊을 거야.


언젠가는.


아무튼 담배를 피고 오니, 내 짐은 안전하다.


인도 언니에게 엄지손가락 한번 치켜들어 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커피숍에 앉아서 기프티드나 쓸라 했는데, 막상 노트북 꺼내니 또 쓰기 싫다.


자. 보자. 밤새도록 기차를 타야 하는데... 밥을 우찌해야 하려나.


조금 전 방문한 뉴델리 역을 생각하니, 한솥도시락 같은 게 있을리 없고......


한솥도시락 돈까스 도련님 먹고 싶다....


아무튼 현지 음식은 뭐.....


먹으라면야 먹겠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꼭 현지식을 먹을 필요는 없겠지?


난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위정척사니까.


핸드폰을 들어 검색을하니 근처에 서브웨이가 있다.


그래. 서브웨이에서 참치샌드위치를 사가는거야.


감자칩도, 사고, 쿠키도 사고, 콜라도 사고.


기차 안에서 먹는거지. 서브웨이 참치 샌드위치는 지금 상황에서는 임시 한식으로 승격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자.. 서브웨이까지 어떻게 가야하나.... 하는데, 앞에 앉은 인도 언니가 짐을 봐달란다.


지는 아까 날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봤으면서 어떻게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할 수가 있지라고 하기에는 언니가 이뻐.


너무 이뻐.


그것도 그렇고, 내가 또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는 증거 아니겠어.


오케이. 슈어. 노프라블럼.


그렇게 말하니 언니가 일어나 2층 화장실로 향한다.


쾌변하세요. 저 그렇게 못미더운 눈으로 뒤돌아보지말고~


아무튼 기차시간까지 버티는 거, 걱정이었는데, 스타벅스 좋은 대안이다.


인도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스타벅스를 빼놓지 않으리라.


아무튼, 언니에게 인사하고, 짐을 챙겨, 근처 서브웨이로 가서 투나샌드위치 풋롱(30cm)을 주문했다. 올리브랑 피망 빼고, 소스는 마요네즈와 스위트 어니언. 반 짤라 주시고. 따로 포장해 주시고.


진상이네.


거기에 콜라, 감자칩, 그리고 쿠키까지 추가 주문했다.


이제 기차 탈 준비 끝!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손이 없다.


샌드위치 두 개와 감자칩과 쿠키가 들어간 봉지. 콜라가 들어있는 잔,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산 히말라야 빙하로 만든 겁나 비싼 물.


가방은 꽉 차서 집어넣을 때도 없고, 다 들고 있자니 핸드폰을 꺼낼 수가 없다.


역까지 가려면 우버 불러야 하는데. 핸드폰을 꺼내려면 신성한 뉴델리 길바닥에 일용할 양식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건 또 싫고.


아씨. 어쩌지 하는데, 눈치 빠르게 다가오는 오토릭샤 기사.


웨어아유 고잉?


뉴델리 스테이션. 하우머치?


투 헌드레드.


노,


자 이제 협상을 시작해볼까 하는데!


그냥 슝 하고 가버린다.


어? 이러면 나가린데.


갑자기 저 냥반들 왜케 배짱이 늘었어?


또 다른 릭샤 커밍.


웨얼아유...


뉴델리! 뉴델리 스테이숀!! 하우머치?


오케이. 두유 해브 티켓?


이 냥반 보게. 이거 딱 보니, 여행사로 데려가겠다는 심산이네?


아 해브 티켓. 얼레디 보우트. 하우머치.


그러니 또 슝.


뭐여. 이 시츄에이션은?


이쯤 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분명이 뉴델리역에서는 내가 갑이었는데, 고작 몇백 미터 떨어져 있는 여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나?


걸어가야 하나?


또 다른 릭샤가 접근.


웨얼


뉴델리 스!테!이!션! 아 해브 티켓! 스테이션!


원 헌드레드 피프티.


오케이!


나는 바로 배낭을 릭샤 뒷자리에 던졌따.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 거다.


아까 미안해. 오토릭샤 형. 내가 너무 깎아서.


***


기차역에 도착하니 마음이 놓인다. 뭐 그렇다고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서브퀘가 하나 더 남아있다.


오늘 열차에서 내가 타고 갈 칸이 어디인지를 알아봐야 하니까.


나는 두 팔에 샌드위치와 콜라와 물병을 들고 외국인 창구로 걸어갔다.


서브웨이 점원이 콜라를 제대로 밀봉을 안해서 내 걸음걸음마다 콜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쓰레빠 신은 대 발을 적시고 있었다.


끈적끈적해!


다시 외국인 창구로 들어가니 좀 살 것 같더라. 우선 시원하잖아.


짐을 내려놓고, 철덕, 아니, 지니어스의 엄마에게 다가간다.


양놈형아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상담하고 있다.


하이. 아임 백.


오. 웰컴 백.


날 알아본 지니어스 어머님께서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신다.


자리 확정되었어?


응. 바로 확인해줄게.


그러면서 자판을 두들긴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외국인이 날 바라본다.


미안해. 새치기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리 되었네.


쏘리.


아줌마가 자판을 치더니 말해준다.


응. 니 객차는 HA1 객차고 캐빈은 C야.


티켓은 안 뽑아줘?


ㅇㅇ 안 뽑아줌. 대신 화면 사진 찍어 가.


오케이. 땡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나니 빠밤 하면서 오늘 모든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상태창이 보였다.


나는 다시 내 짐으로 걸어가 샌드위치를 감싼 봉지 안에서 밤에 배고플 때 먹을려고 사둔 감자칩을 꺼내어서 아줌마 뒤에 서 있던 지니어스에게 건냈다.


무라. 오다 주웠다.


그 녀석 거절도 안 하고 낼름 받아간다.


귀여운 자식.


땡큐 아줌마. 유어 썬 지니어스!


그렇게 인사하고, 창구를 나왔다.


이제 열차를 타러 가면 된다.


그 유명한 인도 열차를 타러, 가자!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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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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