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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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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20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7.16 14:20
조회
1,397
추천
30
글자
9쪽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DUMMY

뉴델리 역에서 외국인 전용 기차표 판매 창구를 찾고 있는데, 도저히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날은 진짜 덥고, 먼지는 풀풀 날리고, 거기에 오토릭샤가 뿜어내는 매연까지 섞이면서 안 그래도 답답해 죽겠는데, 진짜 이 망할놈의 외국인 창구 간판이 보지질 않는 것이다.


그렇게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헬로우. 마이 쁘랜. 왓 두유 원트?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 보았다.


***


“어땠냐?”


내가 물었다.


“사람은 자고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인도를 다녀왔느냐. 다녀오지 않았느냐.”


친구놈이 자뭇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 잘난척 하는 그 얼굴에 주먹을 날려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아쉬은 것은 나니까.


지금 내 눈앞에서 잘난척 하는 이 자식은 내 대학동기로 지난 2월에 인도를 다녀왔었다.


물론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다.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녀석은 교수님들 몇 분을 모시고, 인도에 있는 불교유적 답사를 다녀온 것이다.


출국하기 전날 전화해서 인도따윈 가기 싫다고 질질짜던 놈이, 돌아와서는 뭔가 포경수슬을 끝마친 6학년처럼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땠냐고 임마.”


내가 다시 물었다.


“우선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친구 놈이 말한다.


“그 이상?”


“더럽겠지. 그런 생각하잖아? 더 더러워. 힘들겠지. 그렇게 마음먹고 갔지. 더 힘들어.”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를 들어서 말이지. 우리가 딱 공항에 도착을 했을 때 말이야......”


친구놈은 자신이 얼마나 고생스러운 여정을 했는지 신나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말이지’로 서두를 바꿔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과연 내가 인도행 항공권을 지른 것이 잘한 짓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


어메이징 인디아. 인크레더블 인디아.


나는 인도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뭐 꼭 가보야겠다 그런 생각은 없었다.


물론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나는 문명과, 세계적 종교를 탄생시킨 그 땅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은 가지고는 있었다.


무엇보다 그 문화재.


역사전공자이자, 박물관 덕후, 사찰 및 사원 덕후, 뒷골목 덕후, 폐허 덕후인 나에게 인도 전역에 흘러넘치는 사원과 문화재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료임은 분명했다.


힌두교 성지라는 바라나시의 지저분한 가트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일몰도 한번 보고 싶었고, 종교에 상관없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빈대 aka 베드벅도 물리게 해준다는 시크교 성지 암리차르 황금사원에도 가보고 싶었다.


물론 빈대에 물리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 암리차르까지 간 김에 생각외로 별로 재미는 없다는 인도-파키스탄 국경의 국기 하강식도 한번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카주라호에 가서 비폭력의 대명사인 간디 그 양반이 다 때려부수고 싶다 했던 속칭 카마수트라 사원을 둘러보고 싶었다.


이 정도면 관심 없다고 했던 내 말을 부정하는 것 같은데, 뭐. 아무튼.


죽기 전에 꼭 가봐야지,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기회 되면 한번 가보고.... 이런 정도지, 킬링필드나 앙코르와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처럼 죽기 전에 무조건 꼭 보러 간다! 이럴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내 주변 기준으로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보통 인도 쪽으로 오줌도 안싼다는 대다수의 사람과, 인도가 너무 좋아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또 가고 싶다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여행은 군대와 비슷해서, 자기가 다녀온 여행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또는 가장 고생스럽고, 자기가 만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또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과장되게 기억된다.


특히 썰을 풀 때는 더 그렇고.


아무튼 두 부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인도는 내가 그닥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것은 그렇다. 돈 쓰고 오는 거다.


돈 내고 비행기 타고 가서, 돈 내고 잠자고, 비싸고 맛 없는거 사먹고 오는거다. 신기한 거 보면서 말이지.


그런 거지. 무슨 자아를 찾겠다던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해보자던가 그런 거 없다.


그런 내가 갑자기. 왜. 인도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느냐!


바로 항공권이 떳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땡처리 항공권이!!!


***


아시아나 항공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수익성이 부족한 항로를 정리하면서 그 중 인천-델리 노선이 단항을 맞게 된 것이다.


항로 단항 기념으로 아시아나에서 마지막 눈물의 똥꼬 세일을 했고, 그걸 내가 주워버렸다.


인천-델리 항로 비즈니스 티켓이 단돈 50만원 대.


50만원 대!


거기다 마일리지 100%!


100%!!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비즈니스가, 그것도 아시아나 비즈니스가 50만원대라니....


내가 그래도 한때는 아시아나 주주였는데, 진짜 어디 나갈 때 아시아나 몇 번 못 타봤다.


망할놈의 국적기는 비싸니까....


돈 없어서 국적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맨날 떨이로 나오는 외항사만 타고 다녔는데, 그것도 싼 티켓 산다고 직항도 아니고 경유로만....


아 경유 생각하니, 대만 공항에서 10시간 경유 했던 거 생각나네.... 진짜 지옥 같았는데.


아무튼. 직항은커녕 맨날 외항사 경유만 타던 내가 드디어.


드!디!어!


우리의 색동날개 아시아나 직항을!


그것도 이코노미가 아니라 반듯하게 누워 잘 수 있는 비즈니스를 타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반듯하게 눕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진짜 내가 예전에 아시아나 주식 사서 눈물 흘린 거 생각하면, 고작 이런 거에 아시아나에 대한 미움을 져버리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50만원대의 착한 가격은 본적도 없으니 일단은 화를 좀 식히고, 자본주의적을 생각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비행기 탈려고 인도 간다는 이야기네. 그렇게 말하니 조금 부끄럽구만...


아무튼. 가격만 보고 어머 이건 질러야 해 하면서 카드 꺼내고 결제해 놓고 나니, 이제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인도. 그 인도. 내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

예약확정 메일을 받고 나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


6월 23일 일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서, 자정에 뉴델리공항에 도착. 돌아오는 날은 7월 5일 금요일 00시 50분. 새벽 한 시네. 그러면 금요일 낮에 한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럼 가는 날 빼고, 오는 날 빼고, 11일을 내가 인도에 있어야 한다.


11일. 애매하다. 애매 빤쓰다.


차라리 마일런이 목적이었다면 한 3일 정도만 뉴델리에서 꿀 빨다 오면 되는데, 그러기는 싫은 것이,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도여행이 될 것 같단 말이지.


다음에 이런 티켓이 또 뜬다는 보장도 없고.


아니지. 안 뜬다. 인도 가는 비즈니스가 50만원 대라고? 절대 안 뜨지.


아무튼 인도 가는 비행기 값 은근히 비싸고, 그 돈 내고 내가 가겠냐 하면 나도 자신 못하겠다 이거지.


에어인디아를 타고 환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내가 에어인디아를 타겠나? 탈 일이 있을까?


뭐 암튼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면 인도 또 갈 일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3일은 좀 애매하고, 조금 근처라도 돌아보겠다는 생각에 2주 조금 안되는 기간을 잡았는데.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문제인 것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우선 음식.


나는 중국과 동남아를 그렇게 다녀왔는데도 아직도 고수 못 먹잖아.


제일 처음 외운 태국어가 ‘고수를 넣지 마세요’라는 의미에 마이싸이팍치깝 이잖아.


여행 가면 제일 많이 먹는 음식이 맥도날드고, 두 번째가 신라면이고, 마지막이 현지 한식당이잖아.


그런 내가 과연 그 유명하다는 인도 음식을 먹어가면서 열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또 하나. 일은 어쩌지?


11일이나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물론 가기 전에 최대한 몰아서 해놓고, 가서도 찔끔찔끔하고, 다녀와서 미친 듯이 하면 어떻게 되기는 하겠지만서도....


에라 모르겠다.


항공권 질렀는데, 그냥 가자고. 인생 뭐 있어?


거기 사는 것도 아니고, 꼴랑 열하루 들렀다 오는건데.


가자. 가보자고.


그놈의 인도.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살짝 맛만 보고 오자.


그냥 가서 돈 쓰면서, 적당히 사기도 당해가면서 말이지.


정말 어떤 동네인지, 사람들 말마따나 현세의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인지, 평생 오뚜기 3분카레도 거들떠 보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곳인지,


아니면, 누구 말마따나 인생을 돌아볼 만한 계기가 될 수 있는지 한번 슬쩍 둘러보고 오고 싶다.


기왕이면 박물관도 좀 가고, 사원도 좀 돌아다니고 겸사겸사. 좋잖아.


이거슨 여행기가 아니여. 살짝 맛만보고 오는 인도 겉핥記여.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도서관식객입니다.


얼마전 이른 휴가로 다녀온 인도기행기를 이곳에 좀 써볼까 합니다.


원래 게시판-내일상에 올리려고 했는데, 찾아보기 힘들다고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뭐 가볍게 쓰는 글이니,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재주기는 제가 편한 시간에....ㅎ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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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8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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