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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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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10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8.18 18:48
조회
281
추천
17
글자
10쪽

골목길 접어 들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DUMMY

씨바. 인도 여행 꼴랑 열흘 다녀왔는데, 한 달은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인도 있을 때는 지옥 같았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그 혼란한 인도가 다시 그립기는 개뿔!!


한국 개좋아! 졸라 좋아!!


여행기를 쓰기 위해, 기록을 다시 끄집어내는 작업이 매우 괴롭지만, 이거라도 안 써두면 영원히 잊어버릴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써봅시다.


어디까지 썼나 하고 다시 찾아보니, 개쉐키들 피해서 오토릭샤에 탄 것 까지 썼군요.


그럼 계속 이어서.


사람이 간사한 게, 개쉐키들의 위협을 피해서 오토릭샤를 탈 때만 해도말이지.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은인같은 분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호구 잡았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릭샤 아저씨를 보니, 또 미워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미워하면 안되지. 고마운 사람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도, 아저씨의 콧노래가 왜 그렇게 짜증나던지...


아무튼 구글지도를 켜놓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나 하고 살펴보는데, 갑자기 선다.


어? 아직 좀 더 가야 하는데?


오케이. 여기야. 내려.


아저씨가 그런다.


어. 아저씨. 좀 더 가야되는데?


응. 골목에 릭샤 못들어가.


한 3분 왔나? 갑자기 내리란다.


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는데, 무슨 시나리오라도 짠 것처럼 다른 인도 형아 다가온다.


시나리오 쓴 거 아냐? 이 냥반들?


뭔데? 왜 그러는데?


아마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새롭게 다가온 형에게 물어본다.


나 미어가트 가려는데, 여기서 내리는 게 맞아?


미어가트?


응. 미어가트.


너 숙소 예약했어?


이 양반이 물어보는건 대답 안해주고 엉뚱한 걸 물어보네.


예약했어.


어딘데?


간파티게스트 하우스.


그렇게 내가 예약한 숙소의 이름을 말하자, 얼굴에 실망감이 번진다.


참 솔직한 양반들이여. 아무튼.


응. 여기서 내려. 쪼오기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다.


내가 구글지도를 보여주며 릭샤 기사에게 다시 물었다.


이쪽 길로 가야 더 가까운데?


내가 친절히 손가락으로 더 가까운 입구를 짚어 주었다.


클로즈드.


응?


거기 공사해서 도로 막혔어.


뻥이다. 이건 백퍼센트 뻥이다.


고마운 분은 개뿔!


나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새롭게 다가온 인도형아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내가 숙소를 예약했다는 사실에 실망한 그 형은 날 도와줄 마음이 없다.


클로즈드.


그렇게 말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간다.


아씨.


방법이 없다.


내려서 걸어가 보는 수 밖에.


암튼 잊지 않겠다. 그렇게 결심하면서 다시 가방을 들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


바라나시의 매력은 세 가지라고 했다.


우선은 시신이 둥둥 떠다니는 갠지스강,


두 번째로, 매일 밤마다 가트에서 열리는 힌두식 종교제사 뿌자.


그리고, 마지막이 가트로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골목이라고.


어쩌다 보니 세 번째 매력을 가장 먼저 맛보게 되었네.


릭샤기사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200루피를 건네주고, 그 눈을 지긋이 바라봐 준 다음, 용서해야지. 개에게 물렸으면 병원비가 얼마여, 그런 마음으로 그를 용서 하고, 천천히 골목으로 진입했다.


골목은 정말, 무계획, 무질서, 무변소(?)를 실천하는 것처럼 제멋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폭은 또 어찌나 제멋대로인지, 좀 넓으면 2미터, 좁으면 몇십 센치미터로 좁아졌다가 넓어졌다가를 반복했다,


문제는 그 골목에 별의별 게 다 있다는 거다.


우선 소.


뭘 쳐먹었는지, 정말 집채만한 소들이 길을 막고서 엎어져 있다.


더러운 골목에서 더러온 꼬리를 더럽게 흔들면서 지나갈 수 있으면 지나가봐 그런 자세로 길을 막고 있다.


원래 소라는 동물은 순박한 눈동자를 껌뻑껌뻑 하면서 음매 하고 우는 순한 동물 아니던가?


인도 소들은, 잠깐만. 너 거기. 신발 좋다? 벗고 가. 돈은 얼마나 있는데? 쎈타까서 나오면 10루피당 꼬리 싸대기 한 번이다.


그런 무게감이 있다.


뭐. 아무튼 소쉐키들이 막고 있다고 해서 안 갈 수도 없고, 절대로 저 소쉐키님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는 하는 김병만 모드로 조심스럽게 골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개도 있다.


반 미쳐있는 개쉐키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기온이 조금 더 올라, 햇빛에 맥 못추는 언데드처럼 조금씩 지쳐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킬레스 건을 물리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그런데 골목에서 소나, 개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염소다.


호기심 많은 염소쉐키들은 뭐 먹을 거 없나 하면서 따라오는데, 왜 악마숭배자들이 염소를 마스코트를 쓰는지 알 것 같다.


조올라 무섭다.


악마의 짐승이다. 저리 꺼져 염소 쉐키들아!


문제는 동물이 아니다. 똥이다.


동물이 있는 곳에는 똥이 있다.


똥은 뭐... 아무튼 이건 묘사가 안 된다. 가봐야 한다. 가봐야 안다.


소 쉐키들은 여기 딱 봐도 쳐먹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똥은 졸라 푸짐하게 싸놓는다.


아우... 진짜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괴롭다.


아무튼 동물과 똥을 피해 골목을 들어가고 들어가는데, 느낌이 싸한거라.


분명히 구글지도에는 가트로 가는 골목길이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문제는 그 골목이 없다.


골목이 있어야 할 곳에 골목이 없고, 골목이 없어야 할 곳에 골목이 있다.


분기점이 있어야 하는데 막혀있고, 막혀있어야 하는데, 십자로가 있다.


거기다가 골목은 얼마나 좁은지, GPS 위치를 제대로 잡질 못해 구글지도는 막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구글 놈들아!!


그렇게 한 20여분 넘게 원치않은 골목 탐방을 하면서 어찌저찌 겨우 가트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가트는 갠지스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의미하는데, 바라나시에 죽으러 온 크샤트리아들이 강가에다가 지들이 살 저택을 만들고, 저택에서 강으로 바로 이어지는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계단마다 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미어가트는 미어라는 이름을 가진 크샤트리아가 만든 계단이라나 뭐라나.


디아블로2의 던젼이 연상되는 골목을 어찌저찌 빠져나오자, 조금 경사가 급한 계단이 보였고, 계단 아래로 갠지스강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어찌저찌. 내가 갠지스 강에 왔구나.


어릴 적에 학습만화에서,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세계문화기행에서, 뻥으로 가득한 수 많은 여행기에서 봤던 그 이름.


갠지스강.


드디어 내가 갠지스강을 내 눈에 담게 된 것이다.


솔직히 조금 좋았다.


갠지스 강의 첫 감상은 ‘생각외로 깨끗한데?’ 였다.


막 시체와 쓰레기가 둥둥 떠다닐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멀리서 보는 겐지스강은 그런 느낌이 아니다.


대략 한 30미터? 40미터 정도의 폭을 가진 강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몇몇 사람들이 강가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사진을 한 장 찍고, 내가 즐겨찾는 커뮤니티에 글을 쓰고, 천천히 가트를 걸어내려갔다.


조금씩 강가 가까워져 가는데, 점점 마음에 드는 거다.


그래도 강가라고, 바람도 솔솔 불어오고, 물론 뜨거운 바람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빗자루로 가트 주변을 쓸고 있고, 풍경도 괜찮았다.


지옥같은 뉴델리 역전이나 디아블로2의 지하 던전 같은 골목에 비하면 마치 딴 세상 같았다.


가트를 내려가 강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온다.


니하오.


그놈의 니하오는.


그래. 니 하오.


차이니즈?


아니. 코리안.


싸우쓰?


노우쓰.


노우쓰 코리아. 굿. 싸우스 코리아 킴죵은.


아니야 이 양반아. 틀렸어!


숙소 잡았아?


그거 왜 안 물어보나 했다.


응. 잡았어. 얼레디. 이미. 간파티.


오. 간파티. 굿 호텔. 굿 호텔.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럴라면 실망한 눈빛이나 감추던가.


내 이름은 흥국이야.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흥국?


예스. 코리안 네임. 흥국.


김흥국?


ㅇㅇ. 코메디언 김흥국.


그 냥반 코메디언 아냐. 가수지. 그건 그렇고, 왜 흥국인데.


내 한국인 친구가 나보고 흥국이라는 이름 지어줬어. 닮았다고. 사진 보여줄까? 내 한국인 친구.


아니.


내가 분명히 NO라고 했음에도 이미 그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다.


안 볼거야. 그리고 너 흥국이랑 하나도 안 닮았어.


그래? 그럼 내가 잔 여자들 사진 보여줄까? 한국여자, 일본여자, 미국여자.


자기는 개뿔. 생각해보면 나도 사진 몇장 찍아줬는데, 그놈들도 내 사진 가지고 나랑 잤다고 뻥치고 다닐까.


아무튼. 너 보트 탈래? 베리 굿 보트. 내가 가지고 있어.


이 양반아. 나 지금 방금 왔다. 내 등에 매달린 배낭 안 보여? 땀 범벅된 이 얼굴 안 보여?


낮에는 더워서 보트 못 타. 지금 타야해. 오케이 렛츠고. 칩. 베리 칩.


오케이 렛츠고 같은 소리 한다.


그나저나 간파티 하우스 어디야? 이 근처라던데.


눈동자가 흔들린다.


참 솔직해 이 양반들은, 가르쳐줄까 말까, 제대로 가르쳐 줄까, 엉터리로 가르쳐 줄까 고민하는 눈빛이다.


가르쳐 주면 내 보트 탈래?


딜 들어오네.


대화 즐거웠어. 좋은 하루 보내고, 꼭 호갱 잡아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타 임마. 내가 니 배는 안타!


그렇게 결심했는데, 내 단호한 태도에 반하기라도 했는지, 손가락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강변에 성처럼 우뚝 솟아 있는 건물에 영어로 간파티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건물이 서 있었다.


저기군. 최종 보스가 있는 곳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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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8 19.07.26 324 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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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400 19 10쪽
5 퀘스트. "열차표를 끊어라!" +8 19.07.18 412 21 11쪽
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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