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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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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22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7.26 15:00
조회
324
추천
22
글자
7쪽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DUMMY

암튼 밥이나 먹자. 어디 괜찮고 깔끔한 식당이 있겠지.


지금 돈이 문제가 아냐. 백딸라도 바꿨는데 비싼데 가서 먹어줘야지!


그런 생각으로 걸어가는데, 맥도날드가 보인다.


인도까지 와서 맥도날드를 가?


에이... 그건 아니지...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나는 빠르게 나를 설득했다.


자. 봐봐. 맥도날드야.


근데 그냥 맥도날드 아니잖아. 인도 맥도날드야.


인도 사람들이 운영하고 인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진짜배기 인도 맥도날드잖아.


그러니까 인도식당이지.


오케이. 합리화 끝.


인도 왔으면 현지식을 먹어봐야지. 그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자. 어디가 주문하는 줄일까....라고 생각했지만, 인도에서는 줄 같은거 없다.


그냥 카운터에 주문하는 사람, 주문 기다리는 사람이 뒤섞여 있다.


오케이. 인도 왔으면 인도법을 따르자.


나는 사람들을 밀치고 카운터로 가서 메뉴판을 봤다.


맥 치킨, 맥 스파이스 치킨, 맥 마하라자 치킨......


이놈들아. 소는 불쌍하고 닭은 안불쌍하냐!!


나는 불쌍한 닭 대신 필레오피시를 주문했다.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받아들었는데, 오 나름 그럴싸해 보인다.


한입 먹어볼까 하고 한입 깨물었더니.......


느끼해.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엄청 느끼해!!!!


뭐야. 소스가 뭐야. 하고 빵을 열어보니 마요네즈와 뭐 섞은 것 같은 허연 소스다.


확실히 단언하건데, 타르타르소스는 아니다. 절대로!


아.. 진짜... 인도 형들 느끼한게 다 이유가 있어.


맨날 이런거 먹으니 느끼함이 몸 밖으로 배어나오는 것이다.


암튼 인도와서 두 끼째 실패!


햄버거 먹고 나와서 코넛 플레이스를 설렁설렁 걸어다녔다.


산책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40도의 날씨에 산책이라니...


할 만한게 없었다.


뉴델리의 가로수길이라 그런가, 있는 거라곤 식당과 커피집과 옷가게뿐이었다.


밥은 먹었고, 커피도 마셨고, 옷은 살일 없고.


뭐. 그래. 기차표 끊었고, 환전했고, 밥 먹었고, 유심을 해결하자.


자. 다시 한번 외치고... 엘지 유플러스 씨발라마들아!! 에어텔 개개끼들아!!


어디 근처에 통신사 대리점이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찾아볼까?


구글지도 키고. 데이터 안되고 아오 빡쳐!!!


구글지도 안되면 물어보면 되지.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안녕. 여기 혹시 통신사 대리점 있는데 알아요?


아니지. 그럼 안되지. 어딜 감히. 감히 코넛 플레이스에서 인도형아에게 질문을 한단 말인가.


보나마나 어디 이상한 데로 안내받아 최소 두배 금액을 주고 에어텔 유심이나 사겠지. 분명히!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찾아보자. 그런 심정으로 천천히 건다 보니 보다폰 간판이 보인다.


그렇지.


보다폰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번호표를 뽑으러 가니 직원 하나가 왜 왔냐고 물어본다.


유심사려고.


그 형이 날 유심히 보더니 물어본다.


여권 있어?


ㅇㅇ


내가 건내준 여권을 받아들고 복사기로 가서 여권을 복사하더니 자리를 안내해준다.


하루에 1.5기가 데이터 제공, 통화는 꽁짜. 731루피. 할래?


졸라게 차가운 표정과 말투로 말한다.


하루에 1.5기가?


ㅇㅇ


레알?


ㅇㅇ


무심한 그 얼굴에서 신뢰감이 파파팟 느껴진다.


오. 씨바. 나에게 이렇게 냉정한 인도남자는 형이 처음이야.


오케이 콜!


사진 있어?


사진? 증명사진?


ㅇㅇ


어..... 없는데.


뭐야. 유심 신청하는데 증명사진도 있어야 해? 나가서 사진찍고 와야되나?


그런 고민하고 있는데, 쿨하게 자기 핸드폰 꺼내서 내 얼굴을 찍는다.


참나. 이 양반아. 사진 찍을꺼면 빨리 말해줘야지... 그거 꼭 뽀샵해줘!


내 얼굴을 당당하게 도촬한 이 형은 20분 동안 말 한마디 없이 열심히 신청서를 쓰고, 유심을 끼우고, 세팅을 한다.


나는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맞으며 말 한마디 없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남자가 좀 이런 맛이 있어야지. 말야. 졸라 쿨하게 말야.


뚝딱뚝닥 하더니, 유튜브 실행시켜보고, 실행되는거 보고,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통화되는거 확인하더니 말한다.


ㅇㅋ. 끝.


내가 물었다. 끝?


ㅇㅇ


그럼 나 가도 되는겨?


ㅇㅇ 잘가.


이런 맛이 있어야지!! 남자가!!!


씨바 반할 것 같아.


암튼 나는 핸드폰을 받아들고 기쁜 마음으로 대리점을 나왔다.


나마쓰떼.


나오자마자 또 한명이 따라 붙는다. 그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코리아? 안녕하세요? 아이러브 코리아. 갱남스타일 좋아요.


난 싫어요. 그래. 안녕.


뭐 원하는 거 있어? 환전? 투어? 쇼핑?


호텔 갈 거야.


오. 택시 불러줄까? 베리 클린. 베리 칩.


정말 인도는 예술의 나라인게, 어쩌면 저렇게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구라를 잘 까는지 모르겠다. 연기가 다들 예술이야. 발리우드가 성공한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아니. 나 걸어갈껀데.


오우. 노노. 워킹이스 데인저러스.


니가 더 데인저러스. 단야왓! 빠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기차표 끊었고, 환전했고, 밥 먹었고, 유심 샀고.


오늘 퀘스트 끝났다. 이제 쉬어야지.


여행? 관광?


다 족구하라고 해.


호텔이 최고야. 호텔! 호텔!


나는 구글지도를 실행시켰다.


오. 데이터 빠방. 역시 보다폰!


지도를 보니, 호텔로 걸어가는 길은 큰 길위주로 약 20~30분 정도.


그럼 코넛플레이스에서 9시 방향 출구로 나와서 쭉 걸어가다가 다시 우회전 한번, 우회전 또 한번, 그리고 길 건너면 호텔. 오케이.


데이터 빠방하고 뭔 걱정이 있겠어.


그런 생각으로 나는 걸었다.


그리고 9시 방향 출구로 나왔는데.......


도로 상황을 보니 더 이상 걸어가고 싶지가 않다.


코넛 플레이스가 청담동 같은 곳이라고 해서 코웃음 쳤는데, 외부 도로를 보니 맞네. 청담동.


에휴....


그래. 부르자. 우버.


오토릭샤 형들 무서우니까.


데이터도 있겠다. 우버 앱 깔고, 우버 부르고, 기다렸다가 만나서 타고 호텔로 들어오니 오후 2시가 좀 넘어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오늘은 더 이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안전하고 에어콘 빠방한 시원한 호텔에서 쉬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래. 뭐. 씨바. 에어컨과 인터넷만 있으면 와따지!!


들어와 샤워 쌔리고, 물기 말리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


아 행복하다.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순간 에어컨이 꺼졌다.


정전이었고, 정전은 세 시간 동안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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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람은 먹어야 산다. +6 19.07.30 330 18 9쪽
9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5 19.07.29 324 17 7쪽
»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8 19.07.26 325 22 7쪽
7 근성있는 남자가 인기있는 시대는 지났다. +7 19.07.25 365 15 8쪽
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400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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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8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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