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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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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07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7.16 16:30
조회
605
추천
23
글자
10쪽

인도 상륙 준비

DUMMY

자아아아랑스러운 대한민국 여권이 좋은 것이 뭐냐면, 이게 은근히 비자면제가 되는 나라가 많다.


그래도 나도 나름 여권에 도장 좀 찍었다면 찍은 사람인데, 비자 붙어있는 것은 중국, 캄보디아가 전부다. 나머지는 전부 다 비자 면제.


참.... 뭐랄까. 나는 그런 데서 국격을 조금 느낀다.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넘어갈 때, 양키형들이 겁나 투덜투덜 거렸더랬다.


비자 받으로 갈 때, 베트남 공무원들이 너무 고압적이고, 대놓고 뇌물 바란다고.


그러면서 나보고 앞장서서 좀 잘 싸바싸바 해줘라. 요즘 한국 인기 좋다며. 이상하게 국경에 있는 사람들은 우릴 싫어하더라니까. 예전에 전쟁해서 그런가 미국인들 졸라 미워해 그러기에 내가 그랬다.


“난 비자 면제인데?”


그랬더니 양놈형들이 놀란다.


왜? 니네도 적성국간데? 왜?


아니. 우리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어메리카 시티즌은 비자를 받아야 되는데. 니네는 왜 면제야?


모르지. 나야. 암튼 난 모르겠고, 어서 가서 비자나 받으렴. 가서 좀 쫑크도 먹고, 한 오달러 정도 뜯기고 오렴.


그렇게 말했더랬다.


아무튼, 솔직히 국뽕 이런 거 아니고, 까놓고 말해서 한국 여권 좋기는 개좋다.


비자 필요없는 나라 엄청 많다.


이거 쓰면서 찾아보니까 122개 나라에 비자면제, 45개 국가에 도착비자 발급 가능, 비자가 필요한 국가는 31개 나라이다.


주모오! 여기 국뽕 한 사발 주시오!


아무튼. 근데, 인도는 비자 면제가 아니다.


뭐 그렇다고 꼭 비자를 받아야 하는 31개 나라 중 하나가 아니다.


도착비자가 발급 가능한 45개 국가 중 하나이다. 그리고 e비자도 발급 가능하다.


그 정도면 땡큐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인도 비자를 받으려면 인도대사관에 직접 서류를 접수해야 랬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도 비자가 하루 300개로 제한되었단다.


알고보니 인도 여행 붐이 일면서 비자 신청이 늘었고, 주한인도 대사님께서 사인하시는 게 너무 힘들어서 300개로 제한했다는 이야기를 어데선가 들었다.


뻥이겠지? 설마.


아무튼 e비자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뭐 무비자나 다름없다.


자. 비자를 신청해볼까.


짜라란 짜라란 짜라란 짜라란 짜 꿍작작 쿵작작 쿵작작 쿵작작


***


토요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느즈막히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맞다. 인도 비자 신청해야 되는데.


뭐 물론 도착비자 발급이 가능하니까, 미리 안 받고, 뉴델리 공항 도착해서 거기서 받아도 입국하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망할놈의 도착비자는 보통 시간이 많이 걸렸더랬다.


특히 그 망할놈의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


프놈펜 공항 도착비자 발급 매뉴얼에, 한국인은 10달러 삥 뜯으세요 뭐 이런 항목이라도 있는지, 그 10달러 안주면 제일 늦게 발급된다.


최대 두 시간까지 걸린다고 하니.


인도는 대국이니까, 뭐 그렇게 까지는 안 하겠지만, 아무튼 비행기 밀리고, 사람 몰리고 그러면 도착비자 받는데 한두 시간 기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한두 시간..... 으 끔찍해.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미리 e비자를 받아놓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비자 승인까지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하니, 미리 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어느정도 알콜에 젖어있는 몸을 일으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게 아마 토요일 밤 자정 무렵이었을 것이다.


***


인도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여권 스캔 파일. 두 번째로 인도 비자용 사진, 세 번째로 예악한 숙소의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국내 영문주소가 필요하다.


아. 거기에 신용카드도.


이 다섯 개만 준비되면 나머지는 전부 손가락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여권스캔본부터.


내가 분명히 여권을 스캔떠서 파일을 JPG와 PDF로 어디엔가 짱박아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어디있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쓰는 데스크탑, 노트북, 외장하드, 구글드라이브, 드랍박스 어딘가에 파일이 짱박혀 있을 텐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 것이다.


환장하는 줄 알았네.


스캐너 같은 고오오오오오급 전자기기를 내가 가지고 있을 리가 만무하고, 그렇다고 토요일 밤에 어딜 가서 스캔을 뜨겠는가? 아... 킨코스 24시간이었나?


아무튼 차라리 안받고 말지, 그 시간에 킨코스 찾아가서 스캔뜨는건 오바고. 술 먹어서 운전도 못하는데 말야.


하지만 우리에겐 스마트폰이 있잖아! 스!마!트! 폰!


얼렁 스캔 어플을 받아 스캔을 뜨는데, 이게 잘 안되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반 접혀있는 여권이 부끄러운지 자꾸 오무라들면서 카메라를 거부하는 것이다.


여권을 막 뒤로도 접어보고 별 쌩 난리를 다 펴봤지만 그래도 실패, 실패.


술도 먹었겠다, 아오 빡쳐 그냥 때려칠까 하다가, 도착비자 받는 상상을 해보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위 아래를 각각 한 장씩 스캔해서, 그림판에 붙여넣기 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서 스캔본 완성.


아.... 참나. 별 짓을 다 하네.


두 번째 관문은 비자용 사진.


내가 또 비자용 사진에는 추억이 있지.


그게 몇 년 전이던가.... 베트남 쩌우독에서 프놈펜까지 스피드보트를 타고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였는데. 국경을 넘으려먼 도착비자를 받아야 했고, 도착 비자를 받으려면 사진이 있어야 했다.


근데 난 사진이 없었지.


쩌우독에 사진관이 없었냐? 그건 아니었다.


근데 이미 호치민에서 쩌우독까지 수백km를 자전거로 이동한 나는 지쳐있었고, 만사가 다 귀찮아서,


아몰랑. 어떻게 되겠지. 그런 생각에 스피드 보트 티켓을 그냥 사버린 것이다.


그렇게 스피드 보트에 타고, 국경까지 가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캄보디아 입국 심사를 받는데, 스피드 보트 직원이 여권을 일괄적으로 걷어갔다.


육로 국경이 재미있는게 뭐냐하면, 그 뭐냐. 중요 국경의 경우는 출입국 심사 하면서 하나하나 다 대조해보고, 가끔 질문도 하고, 삥도 뜯기고 그러는데, 좀 한산한 국경의 경우는 거기서 일하는 가이드(겸 브로커)가 여권을 일괄적으로 다 걷어가서 비자와 도장을 다 받아오는 경우가 있다.


쩌우독 국경이 그랬다.


가이드(겸 브로커)가 나에게 와서 여권을 달라길래.


형. 나 비자용 사진 읎는데. 괜찮아? 그렇게 물으니.


한쪽 눈을 찡긋 하면서,


“Don’t worry my friend. You don’t have a picture but you have money.(사진은 없어도 돈은 있겠지)” 이런다.


그러면서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나는 저 냥반이 얼마나 뜯어가려고 그러나... 그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여권을 넘기고, 국경에 도착해서, 매점에 가서 하나도 안 시원하고 비싸기만 한 정체불명의 쥬스를 사서 쪽쪽 빨아먹으면서 어떻게 진행되나 보고 있으니, 런닝샤쓰에 반바지, 거기에 쪼리를 신은 출입국 관리직 공무원이 설렁설렁 걸어 나와 잔뜩 쌓여있는 여권을 대충 대충 보면서 도장을 찍어주더라.


내 여권은 어디쯤 있나 하고 보니, 맨 밑에 깔려있네?


솔직히 그때는 좀 쫄렸다.


국경에서, 그것도 개발도상국에서 출입국 관리직원의 권세라는 것은 무정부시대의 군벌만큼 크다. 그 냥반 손가락 하나에, 단순히 출입국을 하고 말고가 아니라, 재수없으면 입국금지 명단에도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감옥이라든가.


감옥은 좀 오반가?


아무튼 그렇게 침과 쥬스를 꼴딱꼴딱 삼키면서 보고 있는데, 점점 내 여권 차례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때 나에게 다가오는 가이드(겸 브로커).


무슨 비밀을 전달하는 스파이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귀에 대고 은밀하게 말했다.


“마이쁘랜. 투 달라 포 노 포토.(사진 없으면 2딸라)”


그 말을 들은 나는 더 불안해졌다.


까놓고 2달러라면 쩌우독에서 사진 찍는 것보다 싸다.


고작 그 돈으로 된다고? 지금 국경을 불법적인 수단으로 통과하려고 하는데, 그 비용이 고작 2,400원이라고?


나는 지갑을 꺼내 2딸라를 꺼내 주었다.


가이드(겸 브로커)는 그 2딸라를 받아들고, 출입국관리 직원에게 다가가 책상위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아니, 그럼 은밀히 이야기를 하지 말던가.


거기서 있던 100명이 내가 뇌물로 2딸라 주는거 다 보고 있는거 아냐!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도 나 만큼 궁금해하고 있다.


과연 2딸라의 돈으로 결함있는 서류가 통과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출입국 관리 직원이 진짜 쿨한게. 책상위에 2딸라가 올라 갔는데, 정말 눈길 한번 안 주고는, 내 여권이랑 사진 없는 비자신청 서류를 받아든다.


그리고 마치 나는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그런 눈빛으로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도장을 꽝 하고 찍어준다.


그리고 관심 없다는 듯 내 여권을 들어 툭 하고 던졌다.


와. 씨바. 솔직히 좀 멋졌다.


뇌물을 받되 절대로 재물에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그 모습에서 한 그루의 대나무의 절개가 떠올랐다.


딴 이야기가 길었는데, 아무튼 난 ‘비자용 증명사진’이라는 단어를 볼때마다,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무튼, 나는 그 이후로 여권을 갱신하면서 여권용 사진을 찍어 여분의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고, 파일도 찾기 쉬운데 여기저기 보관해 놓았다.


여권용 사진은 그래서 쉽게 찾았다.


그 다음에 숙소.


숙소는 이게 또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튼,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숙소도 예약을 끝내놨고, 주소도 확보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신용카드.


이것도 준비 끝.


나머지는 인도 정부 e비자 사이트에 가서 열심히 내역을 작성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을 울리는 반가운 알림소리.


어떤 매너없는 놈이 아침부터 문자질이야 하면서 핸드폰을 보니 문자가 아니고 이메일이네?


뭐여. 스팸인가 하고 보니, 인도비자발급기관에서 온거네?


뭐지? 반려인가 하고 열어보니 비자 나왔다네?


헐,...


뭐야. 이 미칠듯한 스피드는.


내가 아는 인도가 아닌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57 고기졓아
    작성일
    19.07.18 14:25
    No. 1

    개꿀잼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9.07.26 15:03
    No. 2

    술 한잔 먹으면서 친구 무용담 듣는듯한 이 느낌은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도서관식객
    작성일
    19.07.29 15:51
    No. 3

    술 한잔 하면서 이 이야기하다간 진짜 울지도 몰라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blingbli..
    작성일
    19.07.26 15:32
    No. 4

    캄보디아도 입국시 돈 요구하는데 그건 한국 여행사 새끼들이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렇더라고요
    출입국사무소에 1달러 안 내면 입국 도장을 안 찍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돈지랄 제일 먼저 시작한 여행사의 경우 여행객들은 그냥 몸만 먼저 나가고 그들의 여권+입국신고서(작성도 안한)를 아예 가이드가 다 모아서 캄보디아 출입국 사무소에 두당 5달러인가 해서 던져주면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이 다 작성해서 호텔로 배송해주더라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도서관식객
    작성일
    19.07.29 15:53
    No. 5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에서 비행기만 오면 그냥 어떻게든 뜯어먹을라고...

    아... 근데 오달러에 그냥 몸만 나가는거면... 그거 괜찮을런지도... 그 뭐냐. 프라이어리티 래인같은 느낌?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레드망고
    작성일
    19.08.07 01:46
    No. 6

    첫여행으로 태국-라오스를 버스로 넘어갈때 아!국경을 버스로 넘다니!!!!하며 신기해했던 적이 있었네요. 막상 섬나라도 아닌 나라가 그러질 못하니.. 언젠가 버스나 기차타고 러시아-유럽까지 가보고싶은 소망이 생겼드랬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jsejr
    작성일
    19.12.30 21:21
    No. 7

    와 진짜 개꿀잼. 언어외 문장 마술이 현란하십니다. 이런 기행문이라면 소장의 가치가 있겠다 싶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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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6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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