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인도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인도 현지 숙소의 주소가 있어야 한다.
즉 미리 숙소 예약하고 오란 이야기지.
아무튼 나는 한국에서 미리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내가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치이다.
처음 가보는 나라라면 쉽게 말해서 이태원이나 인사동, 강남역, 뭐 이런 곳에 숙소를 잡는다는 말이다.
그런 여행자들 많이 모이는데, 있는 숙소가 보통 기본은 하니까.
예를들어서 캄보디아 프놈펜 갔을 때는 136거리에 숙소를 잡았다.
그리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었는데, 거기에서 2박을 하면서 직접 발품을 팔아 주변을 돌아다녔고 더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한번 찾아놓으면 그 다음에는 고민할 것 없이 그 숙소로 가면 되니까 여러모로 편하단 말이지.
그런 뭐랄까 여행자 거리가 보통 나라마다 하나씩 있다.
한국에 이태원이 있다면 프놈펜에는 136이 있고, 방콕에는 카오산로드가 있고(나는 보통 아속에서 묶지만), 호치민에는 데탐 스트릿이 있고. 뭐 그런식이다.
뉴델리의 여행자거리는 뉴델리 역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파하르간지가 제일 유명했다.
이름 간지나네. 파하르간지.
아무튼, 그래서 첫 번재 숙소는 파하르간지에 위치한, 아고다 평점 좋은 3성급 숙소를 잡았다.
지도 보니 근처에 맥도날드 있더란 말이지.
맥도날드가 있다? 그 말인즉슨 거기에 상권이 있다는 이야기고, 그럼 뭐 편의점도 있고,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다 있다는 이야기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픽업이 무료였다.
혹시나 해서 알아본 퐈이부스타 오성급 호텔들은 막 픽업비가 무슨 8만원 10만원 이러는데, 아니... 3성급에서 픽업이 무료라니....
모니터를 향해 크게 절 한 후,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예약을 했다.
예약을 마치고, 호텔 이메일 주소에 도착일과 도착시간, 항공편명을 보내고 몇 시간 뒤에 픽업 확인 메일을 받았다.
응. 니 편지 잘 받았다.
우리가 픽업기사를 보내줄거야.
입국장 X번 게이트 앞에서 니 이름을 들고 있을 거야.
그러면 바로 반갑다가서 넙죽 인사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먼저 우리가 보내준 컨펌번호를 확인해봐.
니 컨펌번호는 XXXXXXXXXX야.
이 번호를 학인하고, 번호가 맞으면 그 사람을 믿고 따라오렴.
만약 컨펌번호가 안맞으면, 뭐 괜찮겠지 하면서 따라가지 말고 바로 전화주고.
이런 내용의 메일이었다....
솔직히 좀 무서운데.... ㅎㄷㄷㄷ
아무튼, 흡연을 포기한 나는 약속장소에 가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픽업형아를 만났고, 컨펌넘버를 확인한 후에 악수를 했다.
그런데 바로 출발하는게 아니라 한명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사람이 있단다.
흠... 뭐. 나는 제일 먼저 나왔으니까, 그 냥반은 좀 늦을 수도 있겠군.
오케이. 기다리지 뭐.
그렇게 말하고 아 담배피고 싶다 그런 생각하고 있는데 호구조사가 들어온다.
한국에서 왔냐. 인도는 처음이냐. 뭐 등등.
피곤했지만 정성을 다해 대답한다. 이 양반이 내 생명줄 쥐고 있는 냥반이다.
절대로 이분을 화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여!
그러다 자기 월급 한달에 백달러 라고 말한다. 가난하단다.
팁 달라는 이야기 같다.
응. 난 일찍 왔으니까 늦게 오는 사람이 줄 거야.
그렇게 말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디 담배 필만한데, 으슥한데 없나, 찾아볼까 하면서 매의 눈으로 공항을 탐색하는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서운 군인경찰 아저씨들 뿐이다.
그렇게. 그 더운 여름밤에.
자그마치.
한 시간을 기다렸다.....
운전수 양반. 이 사람 오는겨? 오기는 오는겨?
몰라.
그럼 그냥 기다려?
ㅇㅇ
허... 참 환장하겠네.
지금 시간이면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도 하고, 맥주도 사오고 샤워도 하고 침대에 발라당 누워서 맥주마실 수 있는 시간인데..... 물론 담배도 피고 말이지.
근데, 왜 이 냥반은 안나와... 그리고 안나오면 응? 호텔에 전화해서 안오는데요 이렇게 말 하던가...
그런것도 없이 뭐 이렇게 여유있어.. 이 운전사 양반은....
하지만 나는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왜?
무서우니까.
암튼 그렇게 한 시간하고도 십여분을 더 기다려 결국 담배도 못피고, 기다리던 사람도 못 만나고 차량에 탑승했다.
그래. 차 타면 괜찮을거야. 에어컨 틀어줄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으 대단한 착각.
최소 연식이 90년대 초반에 나왔을 것 같은 스즈키의 미니밴. 창문도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려서 여는 레트로 모델이 주차장에서 바져나온다.
가방을 던지고 차에 탄 다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운전수 선생님. 저기. 혹시. 에어콘 틀어줄 수 있으십니까?
운전수 선생님 나 돌아보며 활짝 웃는다.
고장났는데.
응.... 갑시다......
자정이 넘어갔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뉴델리의 공기가 창문을 통해 차 안으로 휘몰아친다.
아니. 공기뿐만이 아니다.
공항구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도로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한다.
1km를 넘기기 전에 소를 보았고, 2km가 넘어가자 오토릭샤와 트럭과 버스와 픽업나온 승용차들이 마구 뒤섞이는 것이 보인다.
당연히 경적은.... 뭐...
누가 인도사람들 여유롭다고 했어?
다 뻥이다.
아예 운전할 때, 한손을 클락션 위에 올려놓고 운전한다.
진짜 그넘의 빵빵소리는... 아휴....
아무튼, 인도는 처음이니까, 최대한 눈에 담아두자는 생각으로 거리를 본다.
음....... 귀국날자를 바꾸는데 수수료가 얼마나 들어갈까.
호텔이 있는 파하르간지까지 40분 걸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운전기사 선생님이 말한다.
응. 우리 잘못 아니야. 미안할 것 없어.
그냥반 잘못이야. 괜찮음. 오케이 오케이.
레트로 미니밴이 뉴델시 시내로 접어든다.
어두운 뉴델리의 밤거리에는 오토릭샤와 택시와 소와 들개들이 점령하고 있다.
여기는 뉴델리인가, 아니면 바이오하자드의 라쿤시티인가.....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 싶다.
변경 수수료 20만원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겨우겨우 호텔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내가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외관은 괜찮았다. 문제는 주변이 완전..... 초토화 상태라는 것이다.
그 망할놈의 맥도날드가 있기는 했는데, 호텔과 그 망할놈의 맥도날드를 제외하면 시가전 직후의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이게 뭐라고 묘사가 안되네... 아무튼, 절대로 이태원이나 인사동이나, 카오산로드나 데탐 같은 그런 여행자거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편의점?
편의점은 무슨, 진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무것도 없다.
수용소 같은 건물들은 불 꺼진채로 어디 한번 들어와봐. 이런 포스를 풀풀 풍기고 있지, 편의시설, 하다못해 뭐 사람도 없다.
아무튼 호텔에 도착해서 픽업형아에게 고맙다고 하고 호텔로 후다닥 들어간다.
맥주는 개뿔 잠이나 자자.
카운터에 가서 가방 내려놓고, 여권 주고, 다시 나와서, 지갑에 있는 잔돈 털어서 픽업해준 형에게 건낸다.
잔돈 터니 한 3000원돈 되네. 원래 택시비용이 한 6000원 한다고 했으니,
그래도 그 더운데 나 기다려준 사람이다. 40분을 운전해 여기까지 왔는데, 그 늦은 밤에.
이정도 성의 표시는 해줘야지.
픽업형 살짝 놀란다.
그지새낀줄 알았는데, 팁도 주네 이런 표정이다.
그러면서 고맙다고 악수해주는데. 악력이 장난이 아니네.
그리고 드디어 담배 핀다. 어쩐지 눈물 날 것 같은 첫모금이었다...
객실 체크인 하고, 맥주는 개뿔, 재빨리 씻고, 침대에 빨가벗고 누웠다.
이때가 한국 시간으로 대략 새벽 4시.
참 한 것도 없는데 길고 긴 여행 첫날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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