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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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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14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8.01 13:57
조회
329
추천
23
글자
11쪽

순발력!!

DUMMY

신라면 먹겠다고 파하르간지인지, 뻐킹간지인지를 한 시간 넘게 방황했더니,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 우버를 불러서 공항으로 가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그놈의 가오. 진짜 그놈의 가오.


아무튼 뭐. 또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 한식당 하나를 더 찾아내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근데 구글 요즘 크롬 왜 그따구로 만드는거야?


구글신 아니다. 이제. 구글놈.


암튼, 식당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파하르간지에 한식당 몇 개나 된다고.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사장님이 현지 직원에게 너무 뭐라 하시더만.


딱 봐도 직원이 설렁설렁 대충대충 일 하는 것 같기는 하다만...


암튼. 뭐. 동남아시아 가면 그런 모습들 좀 볼 수 있다.


한인 사장님들. 뭐 마음 모르는 것은 아니다. 동남아 형들 중에서 일 잘하고 빠릿빠릿하고... 그런 형들 찾기 힘든거 안다.


나도 대학 다닐 때 노가다좀 해본다고 해봤는데, 거기서 일하는 등급을 보면 몽골형들이 일 제일 열심히 한다. 일도 잘하고. 밥도 많이 먹는다. 고기도 겁나 좋아하고.


근데 동남아 형들 보면 기본적으로 입이 짧다. 아마 더운데서 살아서 그런가, 조금 덜 먹고, 그래서 체력도 좀 약하고 일도 잘 못한다. 그리고, 요령도 부리고.


현지 사람들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한인 사장님들이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커지고 그런다는거 이해한다.


동남아 형 이야기 나오니 옜날 생각나네.


몇 년전이더라. 아무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한달 살기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아침에 아점먹고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다가 느즈막히 체육관 겸 수영장으로 가서 체육관 앞에서 파는 노점 커피 한잔 마시고, 한 두어시간 수영장에서 깔짝 거리다 해변으로 가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저녁거리를 사들고 들어와 저녁 해먹고 하면서 한달을 신선놀음을 했었다.


그대 해변에 있던 식당겸 빠 사장님이 한국인이셨는데, 그 냥반도 대단한게, 은퇴하고 사모님이랑 세계일주 하면서 캄보디아 놀러오셨다가 아예 자리를 잡으신거다.


동성이시기도 하고, 맨날 들르니 또 나름 친해져서 숙부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날이던가. 침대에 숙부님에게서 전화가 온거다.


야. 뭐하냐?


저요? 명상중인데요.


뒹굴거리고 있구만. 나좀 도와줘라.


네? 뭘 도와드려요?


일하던 애가 도망갔어.


네?


암튼 오토바이를 타고 재빨리 달려갔더니, 숙부님 왈, 그 일해주는 캄보디아 애가 있는데, 어젯밤에 마감 장사하고 도망갔다는 이야기다.


숙부님이 연세가 있으시니까 마감을 보통 그 친구에게 맡기는데, 아침에 일어나 와보니 양주잔 다 깨져있고 도망갔다는거다.


그래서 나보고 당분간 바 일을 도와달라는 이야기다. 쉽게말해 종업원 일을 해달라는거다.


숙부님. 저 고급인력인데. 급여에 대해서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 해볼까요?


어차피 할 거 없잖아. 밥은 먹여 줄게.


네......


뭐 심심하기도 했고, 한 10여일 정도 일을 도와드렸더랬지.


암튼 그때 들은 이야긴데, 사장님 말로는 동남아에서 애들 고용하면서 이녀석들이 성실하게 할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고 했다.


연락없이 하루 이틀 빠지는 것은 일상다반사이고, 막 몇 달동안 얼굴 한번 안보이다가 다시 씩 웃으며 나타나서 다시 일달라고 하곤 한단다.


뭐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럼 또 일 주고, 또 도망가고를 반복하다가 보니 뭐 이제 사라지면 응 또 카지노 갔구나 하고 생각하고 만다는 거지.


암튼 뭐. 그런 달관이 없이는 동남아에서 뭘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그때 옆 식당에서 알바하던 언니 이뻤는데..... 흠냐.


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그 식당 사장님. 답답한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뭘 그렇게 까지 말씀 하시나 싶은... 답답한 마음이야 이해는 해도, 손님인 내가 있는데도 그럴 정도면, 없을 때는.....


손님 있을때는 좀.... 손님없을때도 좀....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한식당에 도착했는데, 사람마음이란게 웃긴게, 신라면 먹겠다고 그렇게 찾아다녀놓고서는 주문한 것은 너구리였다.


메뉴판에 너구리 있는 것을 보니, 또.... 그게 땡기더만.


너구리를 주문하고, 식당에 비치되어있는 손때묻은 론리플레닛을 보고 있으니, 하아아아아아아안참이 걸려서 너구리가 나왔는데....


나왔는데......


나왔는데!!!!


계란을 풀었다.


누가 그랬다. 너구리에 계란 풀면 이혼사유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너구리의 계란이라니....


나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이보시오. 사장님. 너구리의 계란이라니 이 무슨 끔찍한 음식이란 말이로.


나는 이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당장 물리시오 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먹었다.


너구리의 다시마는 먹는 것이 아니다. 계란은 풀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다.


뭐 맛은 있었다. 하긴 그 상황에서 뭔들 맛없었겠어.


***


아무튼 밥도 먹었겠다. 이제 기차표를 예매하러 가볼까?


지금 상황을 정리보면.


뉴델리에서 바라나시 가는 기차 – 한국에서 어플로 가장 비싼 1A침대칸 예매 완료.


바라나시에서 아그라 가는 기차 – 어제 외국인 창구에서 2A로 예매 완료.


그럼 남은 것은 아그라에서 뉴델리로 돌아오는 기차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카주라호에 가서 소위 카마수트라 사원군을 보고 싶었는데 아그라에서 카주라호 가는 기차가 없더란 말이지. 갈려면 뉴델리로 돌아오기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기차표를 끊기 위해 다시 뉴델리 역으로 향했다.



어제 뉴델리역 처음 왔을때는 졸라 레이드 뛰는거 같았는데, 하루 지나고 레벨업 했는지, 만렙찍고 스톰윈드 지하감옥 온 것 같네.


삐기형아들에게 여유있게 손도 흔들어주고, 인사도 하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외국인 전용 창구로 갔다.


번호표 뽑고, 폼도 작성하고 여유있게 앉아 있는데......


문제는 직원들이 더 여유있어.


내 앞에는 몇 명 있지도 않는데, 무슨 상담이라도 하는지 영 줄지를 않아.


농협같았어봐. 당장 할아버지들 불호령 떨어지지.


하지만 여긴 뉴델리 아니던가.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여유있게 한 시간을....... 에휴...


뭐 어쩌겠어. 여긴 인디아잖야. 샨티샨티.


뭐 암튼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에어컨도 나오고, 의자도 있고, 삐기도 없고 먼지도 없는 건 아니지만 좀 적고 해서 그럭저럭 기다릴만 했따.


어차피 시간 때워야 했잖아?


내 번호가 불리고 창구에 가서 앉으니, 어제 아그라 가는 기차표를 끊어준 그 아줌마다.


또 그 인연이 뭐라고 반갑다.


아줌마는 날 기억 못했지만.


뭐 필요해?


아그라에서 뉴델리 오는 기차표.


어떤 클래스?


가장 빠른 거.


그때 아줌마 눈이 반짝인다.


아그라에서 뉴델리까지 한 시간 반만에 오는거 있어. 그거 탈래?


한 시간 반? 레알?


ㅇㅇ 레알.


오. 좋은데 그거. 얼만데?


투 클래스인데, 하나는 2200루피, 하나는 990루피.


헐.. 비싸네.


비싸다. 확실히 비싼 가격이다.


뉴델리에서 바라나시 가는 가장 좋은 침대칸이 2000루피 후반대 인데. 한 시간 반에 2200루피를 태워?


인도에서 제일 좋은 열차야. 밥도 줘.


밥이야 뭐. 카레나 주겠지.. 그나저나 가격차가 있네?


ㅇㅇ 일종에 이코노미, 비즈니스라고 보면 되는데. 이코노미라고 무시하면 안된다고.


그래?


인도에서 가장 좋은 열차야.


하긴 한 시간 반짜리 좌석 가격이 밤 새도록 가는 침대칸 열차 가격이랑 같으면 좋은 열차겠지.


990루피짜리 줄까?


음... 2200루피로 줘.


990루피짜리도 좋다니까? 너 딱 보니 돈 없는 배낭여행객인데. 괜히 가오잡지 말고.


아줌마. 나 그 정도 돈은 있어. 지금 나 옷 허름하게 입었따고 무시하는거?


ㅇㅇ.


뭐.... 인정. 무시당할만 하긴 하다. 그건 그거고 인도에서 제일 좋은 열차에 제일 좋은 좌석이라며?


아하. 익스피리언스?


ㅇㅇ. 익스피리언스.


오케이. 그럼 발권한다?


발권 고고!!


돈 있지?


아 씨! 나 돈 있어!!


그렇게 어렵사리 인도에서 제일 좋은 열차에 제일 좋은 좌석을 구매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왜 그 열차가 제일 좋은 열차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암튼 발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가 이줌마가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킨다.


재 보여?


누구?


고개를 돌리니 한 꼬마가 구석탱이에서 컴퓨터로 프리셀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내 아들인데, 저 녀석이 나보다 더 잘 알아. 열차 노선, 번호, 거리, 시간 그런거 다 외운다니까.


오호.


완전히 열차에 미쳤어(Crzay).


미친 거 아니지. 지니어스네.


참 나도 진짜 순발력 좋아. 어떻게 그 순간 그렇게 말 했을까잉.


아줌마 얼굴에 미소과 확 펴진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들을 부른다.


어? 뭐야. 인사시키려나? 나 낮 가리는데.


아줌마의 손짓에 아들이 다가온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암튼 질풍노도의 시기를 바로 앞둔 예비 인도형아가 쑥쓰러운 얼굴로 다가온다.


엄마가 너 열차에 미쳤다고 하니까. 이 아저씨가 너보고 지니어스라고 해줬어.


예비 인도형아의 얼굴에 부끄러움이 번진다.


귀엽네 이녀석. 이 귀여운 녀석도 나이 먹으면 인도형아가 되겠지.


반갑다. 지니어스.


나는 향후 인도 철도산업을 이끌어갈 예비 철덕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이미 충분히 철덕인가?


그 녀석 부끄러운 표정으로 내 손을 잡는다.


부끄러운건 부끄러운거고 칭찬은 또 좋은 갑네.


암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발권을 완료하고, 돈도 지불하고 해서 뉴델리역 메인퀘스트를 완료했다.


이제 서브퀘를 진행해야지.


천재 아들을 두신 어머님. 나 뭐 하나 물어볼라고.


ㅇㅇ 물어봐. 다 물어봐. 뭐? 뭐 알려줄까.


자식 칭찬이 이렇게 좋은 거다.


ㅇㅇ 나 한국에서 클리어트립 어플 통해서 뉴델리에서 바라나시 가는 1A(가장 좋은 침대칸) 끊었는데, 몇호차, 어느 자석인지가 안떠서.


몇 시 기찬데?


5시 반.


ㅇㅇ 그거 원래 늦게 떠. 나중에 다시 와서 확인해야 되는데....


그렇구나.


아니자. 잠깐만. 내가 한번 확인해볼게.


주변사람들 애들 있으면 칭찬하세요.


컴퓨터를 두들기더니 말한다.


역시 안 떳네.


그럼 언제 올까? 한 시간 있다가 올까?


아니. 있다가 네시 반쯤 와. 그럼 내가 알려줄게.


괜찮을까? 번호표 또 뽑고 기다리려면 좀 더 일찍 와야 하 는거 아닐까.


번호표는 무슨! 그냥 나에게 직접 와. 내가 바로 알려줄게.


칭찬하세요. 두 번 하세요.


그렇게 메인 퀘스트, 서브 퀘스트 완료하고 기쁜 마음으로 뉴델리 역을 나왔다.


뭐. 괜찮네. 인도도.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약속대로 ‘고기졓아’님에게 이 글을 바치나이다.


기프티드에서 부터 보여주시는 관심에 깊게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혹시 독자님들 중에서 뭐 불쌍하니까 후원금 좀 줘볼까 그런 생각이 드시면 후원금 대신 추천과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돈 내고 볼 정도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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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87 Zean
    작성일
    19.08.01 14:13
    No. 1

    역시 어머님들이 자식 칭찬 좋아하는건 만국공통이군요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9.08.01 14:14
    No. 2

    퀘스트 성공! 어휴 순발력 있으시네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도곡
    작성일
    19.08.01 17:15
    No. 3

    하하하...인도 배낭 여행 온 기분으로 읽습니다...신선하네요. 필력이랴 워낙에 기프티드에서 알았지만서도요.... 캄보디아 애기도 한번 풀어내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힘으로97
    작성일
    19.08.03 05:35
    No. 4

    어쨌든 잼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jsejr
    작성일
    19.12.31 13:57
    No. 5

    ㅋㅋㅋ. 기프티드 작가님께 불쌍하다고 후원할 리가 없겠져. 다만 즐거움이 너무 큰데 공짜로 보는 게 죄송해서 그냥 감사 인사들 하신 거겠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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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네고시에이터 +3 19.08.04 304 20 10쪽
» 순발력!! +5 19.08.01 330 23 11쪽
10 사람은 먹어야 산다. +6 19.07.30 330 18 9쪽
9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5 19.07.29 323 17 7쪽
8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8 19.07.26 324 22 7쪽
7 근성있는 남자가 인기있는 시대는 지났다. +7 19.07.25 364 15 8쪽
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400 19 10쪽
5 퀘스트. "열차표를 끊어라!" +8 19.07.18 413 21 11쪽
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6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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