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웹소설 > 작가연재 > 시·수필

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09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7.30 10:11
조회
329
추천
18
글자
9쪽

사람은 먹어야 산다.

DUMMY

시신이 지나가고, 그 뒤를 유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른다.


그 얼굴에 진한 슬픔이 맺혀 있다.


골목길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도 지나가는 시신을 보면서 잠시 침묵하며 명복을 빌어준다.


나에게 기차표가 다 팔렸다고 거짓말을 하던 삐끼는 유가족과 아는 사이인지, 뒤 따르는 유가족 중 한명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다.


힌두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윤회한다고 믿는다. 전생에서 살아온 업에 따라 다음 생에서 부자로, 빈자로, 또는 동물로 다시 환생한다고 믿는다.


그 윤회를 끊는 유일한 방법이 바라나시에서 화장하고 갠지스강에 그 재를 뿌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믿음에 따르면 이 망자는 윤회의 끈을 끊지 못할 것이다. 다시 환생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나도 이제 긴 여행을 떠나는 망자를 보면서 잠깐의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망자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다음 생에는 조금 더 편한 삶을 살길 빌어주었다.


멀어져 가는 운구행렬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불쾌감을 느꼈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암튼 그렇게 다시 좁은 골목길로 접어든다.


전날에는 뉴델리역으로 가기 위해서 큰길 위주로 갔었는데, 이날은 일부러 골목으로 루트를 잡았다.


지름길이기도 했고, 골목길의 멍멍이들이 대로변의 멍멍이들보다 좀 더 작기 때문이다. 찌렁내야 뭐 똑같고.


점심을 먹어야겠다. 역시 뉴델리는 신라면이지.


인터넷에 검색하니, 가장 많이 나오는 맛집이 와우카페였다.


제일 유명하다.


밥도 팔고, 유심도 팔고, 환전도 하고, 짐도 보관해주고, 쉴 수도 있고, 정보도 제공해준다고 했다.


어제 파하르간지에 환전하러 오면서 간판은 봐뒀다. 구글 지도로 대충 위치도 파악해두었다.


와우카페를 향해 걸어가자. 가즈아~.


뉴델리 역 앞 구시가의 좁은 골목길은 솔직히 무섭다.


그 중에서도 제일 무서은 것을 뽑으라면 좁은 골목 여기저기에 부비트랩처럼 깔려있는 똥이 제일 무섭다.


소똥, 개똥, 사람똥......


피해가려면 눈에 힘 빡 줘야 한다.


근데 선글래스를 꼈더니 잘 안보인다. 골목도 어둡고, 먼지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선글래스를 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좀 덜 덥게 느껴진다. 두 번재로 삐끼형들과의 아이컨택을 피할 수 있다.


당연히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골목길이 너무 위험하다. 지뢰가 너무 많다.


어쩔 수 없이 선글래스를 벗고, 안경을 쓴다.


세상이 밝아 보인다.


무섭고 지저분한 골목길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아 씨바 졸라......


적진을 향해 포복하는 군인처럼, 아니지.. 그 골목에서 포복하면...


아무튼 지뢰밭을 돌파하는 군인처럼 조심조심하면서 좁디좁은 골목 몇 개를 지나 겨우 파하르간즈 메인바자로 접어들었다.


한 20분 걸었나?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땀으로 흠뻑젖은 셔츠에 먼지가 잔뜩 묻어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똥 안 밟은거?


얼렁. 얼렁 와우카페로 가고 싶다.


호텔에서 씻고 나온지 20분 밖에 안되었는데, 바로 샤워하고 싶다. 옷갈아입고 싶드아아아!!!


마지막으로 지도를 검색한다.


150미터 앞에 와우카페가 있다고 빵빵한 보다폰 데이터로 무장한 구글지도가 알려준다.


헬지유플 개개끼들아!!!


훗. 150미터. 다왔군.


걸어간다. 릭샤, 자동차, 사람, 개, 소, 똥 사이를 피해서 150미터를 포복하는, 아니 포복하면 안되고 아무튼 진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군인의 마음으로 걸어간다.


100미터


90미터.


80미터.


70미터.


어제 보아둔 와우카페 간판이 보인다.


신라면.


계란 넣은 신라면!!


가즈아!!


맥주도 판다고 했다.


신라면에 맥주다!


가즈아!!


그렇게 부푼 희망을 안고 간판 밑에 도착해 보니.......


텅 비어있네?


어? 뭐야. 뭐지?


망했나?


와우카페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현장에서 인상쓰고 있는 인도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헬로 써. 와우카페?


아저씨 손을 들어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무브드.


아.. 옮겼구나. 난 또 망한줄 알았네. 다행이다.


땡큐 써.


무뚝뚝한 아저씨에게 감사인사를 표하고 몸을 돌린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보니 새로 만든 간판이 보인다.


와우카페.


한글로 쓰여있다.


유후! 신라면! 신라면!


뉴델리 토산음식 신라면! 계란 넣은 신라면!


에이씨...깜짝 놀랬잖아. 망한줄 알고.


참나. 사람 놀래키고 말야.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갔다.


간판 있는데 까지 도착하니, 간판은 보이는데 입구가 안 보인다.


뭐지? 뭐야?


건물을 살짝 돌아보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오홍. 여기구나.


올라가려고 입구에 딱 들어섰는데!!!!!


어둡다.


심하게 어둡다.


절대로 한국말 잘하는 인도 언니가 운영하는 와우카페가 여기 없다는데 내가 가진 모든 재산과 손모가지를 걸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다.


뭐지? 이 시츄에이션은?


어리버리까고 있으니까 맞은편 식당 형아가 말해둔다.


낫 오픈 옛.


아. 아직 문 안 열었구나.


이런 벌써 12시가 지났는데, 게으른 언니 같으니. 후딱후딱 열어야지 말야.


왓 타임?


내가 물어본다. 언제 여는데?


언더 컨스트럭션. 원 먼쓰, 투 먼쓰 레이터.


왓!


왓(떠헬)아유토킹!!!!!!


잠깐만. 공사 중이라고?


공사 중?


그럼 내 신라면은? 짐 보관은? 샤워는? 시간때우기는? 록타오가르는!!!!!


진짜 타이밍도 이렇게 좋을 수가.


몬순 직전에, 제일 뜨거울 때, 낮에 막 38도, 40도 이런 상황에서 비 한 방울 안 내려 먼지가 온 천지를 감싸고 있는 이때에 인도를 방문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왜 하필 와우카페가 문을 닫은 거야!!! 왜!!!!


절망에 빠져 있는 나에게 비보를 알려준 인도형아가 다가온다.


웰컴 투 마이 레스토랑. 딜리셔스 푸드. 굿 퀄리티. 웰컴 브라더.


내 마음도 모르고, 맞은편 레스토랑 아저씨는 호갱오셨는가 모드로 진입 하셨다.


두유 해브 신라면?


신라 왔?


눈이 똥그래진다.


오케이. 땡큐. 바이.


위 해브 댓.


구라까고 있네!!!!


나는 적당히 거리를 벌린 다음 보다폰 데이터 빵빵한 핸드폰을 꺼내든다.


헬지 개개끼들아!!


파하르간지 한식당. 검색!


쭈르륵 나온다. 쉼터. 더 카페. 좋단다.


오케바리.


쉼터식당 10년 되었다네.


가자.


구글검색. 위치 포착.


대략 한 300미터.


오케이 고고!


오늘 어떻게 해서든 신라면을 먹고 말것이여!


다시 한번 수 많은 릭샤, 자동차, 사람, 개, 소, 똥, 그리고 호객꾼들을 뚫고 구글지고가 알려준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힌두교 사원.


여기서 신라면 먹을 수 있나? 계란 들어간 걸로? 맥주도 팔고...?


그럴 리가 없잖아!!!!!


뭐지? 망했나?


아직도 모르겠다. 쉼터가 망한건지, 구글지도가 잘못 찍혀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길을 못 찾은건지.


지금도 사실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내가 찾아간 그곳에는 힌두교 사원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야. 포기하지마. 신라면에 대한 내 열정을 절재 무시하지마.


신에게는 아직 ‘더 카페’가 남아있나이다.


일본인 사장이 운영하는 ‘더 카페’. 한식 일식 판다는 ‘더 카페’.


구글맵 검색!!


7.4킬로미터?


아닌데. 여기 아닌데.


다시 재검색.


안 나온다. 없다.


없다고 포기할쏘냐. 구글 검색!


구글검색해서 나온 여러 포스트를 통해서 더 카페라는 놈이 어느 호텔 1층 로비에 있다는 정보를 파악했다.


호텔 검색!


오 가깝군. 150미터.


사람이 이래서 쉽게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다.


안선생님이 그랬잖아. 포기하면 그 순간 끝이라고.


걸어간다.


다시 한번 릭샤와...... 씨바. 암튼 그 거릴 또 걷는다.


호텔 발견. 좋아.


다시 한 번 구글 확인.


[더 카페는 호텔에 숨어있어요. 호텔 로비로 들어가면 되용]


혐오스러운 라인 캐릭터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브이사인을 하는 이모티콘이 슝슝 박혀있는 블로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자.


가즈아!


호텔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에어컨 바람이 날 반긴다.


이거지! 이거야!


로비 들어가니 로비 안에 상점이 몇 개 보인다.


거 참 신기한 구졸세. 이러니 찾기가 힘들지.


메이아이헬프유써.


인도형아 다가온다.


더 카페. 아 워너고 더 카페.


내가 배낭 한쪽을 풀르며 말한다.


잇 클로즈드.


엥? 뭐라고? 파든?


잇 클로즈드 서버럴 먼쓰 비포어.


인도형아가 말한다.


에이 씻파! 안해. 씨바. 안 먹어 신라면 씨바라라라랄!!!


작가의말

이번 글은 약속대로 n1779_dralchemist님께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불쾌하시겠지만.... 뭐. 암튼.


고기젛아님. 후원금 보내주신거 감사드립니다. 너무 많이 보내셨어요. ... ㅎㄷㄷㄷ


다음 글은 고기젛아님에게 진상해드리는 것으로... 근데 다음글이 더 별로인데. 흠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평화로운 일상 +6 19.09.06 450 17 7쪽
17 맥주는 역시 모닝 맥주 +5 19.08.24 275 15 13쪽
16 골목길 접어 들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2 19.08.18 281 17 10쪽
15 개소리 +4 19.08.11 274 16 9쪽
14 패배감과 분함. +5 19.08.10 299 18 14쪽
13 올리브, 피망 빼고, 소스는 마요네즈와 스윗 어니언! +3 19.08.06 340 20 9쪽
12 네고시에이터 +3 19.08.04 304 20 10쪽
11 순발력!! +5 19.08.01 329 23 11쪽
» 사람은 먹어야 산다. +6 19.07.30 330 18 9쪽
9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5 19.07.29 323 17 7쪽
8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8 19.07.26 324 22 7쪽
7 근성있는 남자가 인기있는 시대는 지났다. +7 19.07.25 363 15 8쪽
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400 19 10쪽
5 퀘스트. "열차표를 끊어라!" +8 19.07.18 412 21 11쪽
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6 3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