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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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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03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8.24 15:36
조회
274
추천
15
글자
13쪽

맥주는 역시 모닝 맥주

DUMMY

인도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 좀 아팠습니다.


몸살에, 장염 비슷한 것까지 걸리고.... 참말로다가..


사실대로 말하면 평소에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저의 잘못이라는 것을 아니까. 괜히 엄한 인도 핑계 대고 그러면 안 되는데,


도 한편으로는 아예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않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고... 아무튼...


아무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바라나시 갠지스강변에 위치한 간파티 게스트하우스.


왜 이곳을 선택했느냐 하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뭐... 그냥?


그래도 꼭 이유를 말하라 하신다면,


아고다 평점이 좋았다.


숙소를 예약할 때 그짓부렁 가득한 리뷰들을 참고하고는 하는데,


뭐. 어느정도 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나마 나쁘지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뭐 20대 배낭여행자도 아니고, 5달러 미만의 도미토리를 찾아다니는 것도 한때 안 한 것도 아니었지만, 인도에서 그러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베드벅도 무섭고.


무엇보다 갠지스강변에 위치해 있다고 했고, 갠지스강에 접한 발코니가 있다고 했다.


발코니 중요하다. 난 담배 피니까.


아무튼 내가 뉴델리에서 고심해 잡은 간파티 게하를 향해 걸어갔다.


걸여가면서 문득 걱정하나가 떠올랐다.


시간은 아직 7시도 안 되었는데, 체크인 안해주면 어떻게 하지?


보통 숙소가 2시 체크인이니까 그때부터 기다리라면 어떻게 하지?


만약에 다른 여행지였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 2시 체크인이야? 오케이. 내 짐 좀 맡아줘.


그러고 나가서, 모닝커피도 마시고, 주변도 둘러보고, 가까운 유적도 좀 들러보고, 점심 먹고, 유유히 놀다가, 마트가서 마실거나 좀 사들고 돌아와서 체크인 하면 되니까.


문제는 여기가 바라나시라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바라나시가 아니라,


오전 7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 땀이 삐질삐질을 넘어 줄줄 흐르는 불가마 같은 몬순 직전의 바라나시라는 것이다.


뭐 안되면 얼리체크인 하지.


머. 이럴라고 돈 번거지.


나는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간파티 게스트하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강변쪽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도착하니 프런트는 2층에 있다고 써있네?


흠. 그렇군. 언능 가서 체크인 하고 씻자.


그렇게 생각하고 계단을 올랐는데....


실질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6층이다.


가트에서 숙소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이 대략 3층정도 높이. 그렇게 올라가면 지하층, 아마도 직원들 숙소가 있는 햇볕 안드는 지층이 나오고, 거기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1층이 아니라 G층이 나온다.


암튼 영국놈들이 별 이상한 건 다 만들어 놓는다니까!


G층에서 1층, 1층에서 2층......


진짜, 관절에 안 좋아.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니 프런트에 지저분한 수염을 멋지게 기른 아저씨가 앉아 있다.


지저분한 수염을 멋지게 길렀다라는 말이 어찌보면 모순된 표현같아 보이는데, 그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아무튼 그 아저씨가 나를 바라본다.


인도 게스트 하우스는 무슨 법령 같은게 있는 것 같다.


뭐, 손님이 오면 최대한 무뚝뚝하게 대하라라던가, 뭐. 그런 거,


아마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나 점포 같은 자산을 보유한 냥반들이 손님을 박대함으로써, 길거리에 있는 삐기형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한 그런 의도로?


겁나 무뚝뚝해.


또 인도라는 나라에서 신기하다고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뭐냐하면, 여성이 일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는 유독 그렇게 느껴진다.


뭐, 호텔로 예를 들면, 청소라던가, 프론트 안내직원이라든가, 보통 여성들을 많이 고용하는 자리에 대부분 남자를 쓴다.


상점들도 그렇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여성 점주나 직원을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대부분 아저씨들이 앉아 있다. 물론, 무뚝뚝한 얼굴로.


뭐 이슬람 애들처럼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호텔 프런트에서 과묵하게 인상쓰고 있는 아저씨들을 만나는 것은 신기한 경험일지는 몰라도 즐겁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삐끼형들의 친절함 보다야 뭐.....


안녕. 좋은아침


내가 반갑게 인사한다.


그래. 좋은 아침.


아저씨. 좀 웃으면 안 되요? 나 잡상인 아닌데.


나 아고다로 예약했는데.


여권.


여기.


내 여권을 받아들더니 복사를 하고나서도 한참을 바라본다.


와. 난 뭐 입국하는 줄 알았네.


비자 도장 찍힌 데만 보면 되지 뭘 그리 열심히 보시는지.


이틀?


ㅇㅇ 이틀.


오케이.


그리더니 무슨 커다란 책을 꺼낸다.


딱 보기에는 인피장정 한 것 같은 책인데, 그게 숙박부다.


그리고는 거기에 멋들어진 필체로 내 신상명세를 적는데......


오. 글씨 개 간지나게 쓰시데.


숙박부에 사인하니 열쇠를 꺼내 주시는데, 그냥 열쇠도 아니고, 길이가 손바닥 만한, 무슨 중세시대 영주가 살던 성에서나 썼을 것 같은 열쇠다.


체크인 해주실라나 보네?


니 방 열쇠. 기다려.


오. 체크인 해주네.


아저씨, 글씨도 개 간지나게 쓰고, 체크인도 해주고. 갑자기 졸라 멋져 보이는데.


중세 성 수장고의 열쇠 같은 쇠뭉치를 받아들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문을 열었는데.


어? 생각외로 괜찮은데?


물론 호텔이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뭐 나름 있을 거 다 있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나쁘지 않네.


직원이(물론 남자) 나를 발코니로 안내한다.


방에 연결된 문을 열고, 감옥이 연상되는 모기장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니.........


와... 솔직히 돈값 했다.


아니. 풍경을 생각하면 그정도면 싸다 싶을 정도였다.


강, 그리고 강 너머의 모래사장까지 한눈에 들어오는데 풍경이.... 정말.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나오더라.


이래서 한강변 아파트가 비싼건가 싶더라.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분하긴 한데......


쪼금 감동했다.


젠장.


어때 죽이지?


내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직원이 묻는다.


ㅇㅇ 솔직히 졸라 죽이네.


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니, 안내직원이 갑자기 근엄한 표정으로 말한다.


여기다가 빨래 널면 절대 안된다.


헉. 어떻게 알았지? 당장 빨래부터 해서 널 생각이었는데.


아. 진짜 치사하게, 호텔 격 떨어진다 이런 건가. 갑자기 빈정상하네.


왜?


원숭이.


응?


옷 널면 원숭이가 훔쳐감.


와.... 이건 상상도 못 한 답변이네.


원숭이가 있어?


원숭이 무서워. 절대 싸우지마. 도망가.


개에, 소에, 염소에, 이젠 원숭이까지..... 무섭구나...... 바라나시.


이 문도 절대로 열어두지마. 원숭이 들어옴. 개 무서워.


그렇게 말하면서 발코니 문을 두드린다.


오케이. 땡큐. 땡큐.


말 안 해줬으면 큰일날뻔 했네.


아무튼 직원에게 소정의 팁을 전달한 후 나는 재빨리 옷부터 벗어 던졌다.


숙소에 체크인하면 제일 먼저 빨래, 샤워, 그리고 맥주, 밥, 잠. 이 순서가 루틴이니까.


배냥 여행 중에도 나는 빨래를 잘 안 한다.


왜?


귀찮으니까.


또 맡기는 게 싸니까.


보통 맡기면 빨아서 말려서 다림질까지 싹 해서 곱게 개켜주는데, 그가 빨아서 널어서... 귀찮잖아.


근데 제보에 따르면 바라나시에서 빨래를 맡겼을 경우, 갠지스강에서 빨래를 한다네?


내가 힌두교를 믿으면 오... 성스러운 물로 빨래한 내 아디다스 하면서 감격해 하겠지만 나는 가톨릭에서 견진까지 받은 성골 냉담자 아니던가.


그러니 내가 직접 빨아야지.


아무튼 그렇게 옷을 벗어서 코딱지만한 세면대에다가 세수비누를 박박 문대면서 빨래를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거, 수돗물도 어차피 갠지스강 물 아냐?


이렇게 거대한 수원이 눈앞에 있는데, 이 냥반들이 깨끗한 지하 암반수 찾아서 200미터 뚫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겐지스강 물 끌어다 쓰겠지? 상수도니까 정화는 하겠지?


할까? 하려나?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생수로 세탁할 수는 없으니까...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강요하면서 겨우겨우 빨래를 해놓고, 쫙 짜서 대충 방 여기저기 널어놓았다.


그리고 역시 의심스러운 물로, 뭐..... 뭐랄까 편견인데, 그런 의심이 드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좀... 내가 그렇다.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사는데... 뭐.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막 좀...


그때는 솔직한 심정으로, 뭔가 좀 찜찜했는데, 그때 나는 편견에 사로잡힌 편협한 인간이었다.


좀 부끄럽다.


아무튼!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살 것 같았다.


그 개운한 기분을 가지고 다시 풍경이 끝내주는 발코니로 나가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갠지스 강변을 내려다보니......


더워.


씨바. 개 더워.


샤워 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땀날라 그래.


또 빨래 해야 될 것 같아.


이 미친 놈의 날씨!!!!


안 되겠다 싶어 후퇴하고 에어콘 냉기 가득한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안 되겠다. 해가 지면 움직이자.


낮에 움직이면 백퍼센트 탈난다. 절대로.


그렇게 판단한 나는 밥을 먹기 위해서 방을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숙소에는 식당이 있었다.


만약 숙소에 식당이 없었다면 나는 굶었을 것이다.


그 날씨에 절대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식당에 가니, 또 다른 아저씨가 앉아 있다.


참 표정들 어쩜 그렇게들 일관성 있게 무뚝뚝한지.


밥 먹을 수 있어?


응.


맥주 있어?


있어.


얼만데?


400루피.


보자...400루피면 헐.... 6천 원이 넘네.


킹 피셔?


아니. 이건데.


그러면서 냉장고를 열어보여주는데, 처음 보는 브랜드다.


이상하다. 인도의 카스는 킹피셔라고 했는데.


근데, 또 사람이 웃긴 게. 불과 1~2초전에 맥주 한 캔에 6천 원이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냉장고에 차갑기 시야시 된 맥주를 보고 있으니, 침이 꼴딱 넘어간다.


그래. 가격은 수요과 공급의 접점에서 이뤄지는 거지.


오케이. 그럼 에그샌드위치하고, 맥주 한 캔. 아 그리고 담배 팔어?


내가 담배를 파냐고 물었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아이코스를 피고 있었는데, 갑자기 갠지스강을 보니 연초담배가 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말보로? 담배 사다 줄게. 400 루피.


아니. 됐다. 이 날강도님아.


비싸? 그럼 300루피짜리 있는데.


말보로?


응.


수상한데.... 같은 말보른데 100루피가 싸다고?


흠.... 그럼 그거 한 번 줘봐.


그렇게 말하니, 책상 서랍에서 담배 한갑을 꺼낸다.


근데 까져 있다. 한 개피 빠져 있다.


이거 누가 피던 건데.


ㅇㅇ 그래서 300.


허허허. 용팔이 뺨따구 왕복으로 1초에 열대 때릴 양반일세...


그래. 줘라. 뭐. 라이터는?


라이타 없어. 성냥은 서비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네.


성냥 백 루피 그랬으면 안 샀을텐데. 또 꽁짜로 준다네.


지금 생각해보니 상술인가?


오케이. 그럼 에그샌드위치, 맥주, 그리고 니가 피던 담배.


오케이! 어디서 먹을래? 저기 강 보이는 옥상에서 먹을래?


누구 삶아 죽일일 있냐? 밑에, 저기 그늘 자리로 가져다 줘.


오케이 써.


써가 인도어로 호갱이라는 뜻이냐?


아무튼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그나마 제일 시원한 자리에 앉아, 그 친구가 피던 담배를 꺼내들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바로 눈치 깠다.


인도 어딘가에서 미성년 노동자가 말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아가면서 만들었음이 분명한 가짜 말보로라는 것을.


참나.... 뭐 싸우기도 지친다. 담배란 어차피 다 독인 것을...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아까 그 냥반이 맥주 한 캔과 이상한 막걸리 주전자 하나를 들고 온다.


뭐여. 그 주전자는.


응. 여기 술판매 일리걸. 그러니까 여기에다가 먹어야 해.


그러면서 맥주캔을 따서 막걸리 주전자에 붓는다.


거 참.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나라야.


얼음 필요해?


얼음 좋지.....가 아니라. 아니. 그냥 마실래.


그래. 니 마음대로.


그러고는 휘적휘적 가 버린다.


뭐. 암튼. 맥주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


맥주는 거품만 있으면 된다고.


주전자에 담긴 맥주를 컵에 따르니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야... 이게 얼마 만에 마셔보는 맥주야....


뭔놈의 나라가 편의점도 없고, 그나마 몇 있는 편의점에는 맥주를 안 팔어....


맥주잔을 잡으니 기분 좋은 냉기가 손에 퍼진다.


이거지. 자고로 맥주는 아침 맥주지.


나는 조심스럽게 잔을 입으로 가져와 천천히 한 모금 들이마셨다.


차가운 맥주가 내 목을 타고 흘렀다.


꿀떡.


인도에서 첫 맥주 한 모금을 목으로 흘려보낸 나는 입에서 잔을 떼고 내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확신했다.


이건 맥주가 아니다.


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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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평화로운 일상 +6 19.09.06 450 17 7쪽
» 맥주는 역시 모닝 맥주 +5 19.08.24 275 15 13쪽
16 골목길 접어 들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2 19.08.18 281 17 10쪽
15 개소리 +4 19.08.11 273 16 9쪽
14 패배감과 분함. +5 19.08.10 299 18 14쪽
13 올리브, 피망 빼고, 소스는 마요네즈와 스윗 어니언! +3 19.08.06 340 20 9쪽
12 네고시에이터 +3 19.08.04 304 20 10쪽
11 순발력!! +5 19.08.01 329 23 11쪽
10 사람은 먹어야 산다. +6 19.07.30 329 18 9쪽
9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5 19.07.29 323 17 7쪽
8 마음대로 되지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8 19.07.26 324 22 7쪽
7 근성있는 남자가 인기있는 시대는 지났다. +7 19.07.25 363 15 8쪽
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399 19 10쪽
5 퀘스트. "열차표를 끊어라!" +8 19.07.18 412 21 11쪽
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4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8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5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6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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