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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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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18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8.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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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추천
20
글자
10쪽

네고시에이터

DUMMY

아그라에서 뉴델리로 돌아오는 기차표도 끊었겠다....


이제 남아있는 퀘스트는 시간을 때우는 것.


망할놈의 와우카페. 그놈만 있었어도...... 리니지가 짱이여 하고 싶지만 리니지 난 한번도 안했으니...


아무튼, 어쩔까 하다가 결국 또 만만한게 코넛 플레이스다.


파하르뻐킹간지는 안가 씻파!


가자. 뭐 걸어가면 한 10분, 15분이면 되니까.


어차피 담이야 대박 흘렸고, 옷이야 기차타고 갈아입는 걸로다가 하고. 걸어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역 출구로 걸어가는데 역시 오토릭샤 형들이 사생들처럼 달려온다.


헬로우 마이쁘랜!


암낫 유어 쁘랜.


어디가?


응. 너 없는데.


오케이.


뭐가 오케이야. 빠이.


이런 정감있는 대화를 계속하면서 코넛플레이스 쪽으로 걸어가는데.......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심하게 덥다.


얼마나 더운지 비유를 한번 들어봅시다.


지금 창 밖에 날씨 보이시죠? 오늘(8월 4일)은 날씨 화창하네요. 습도도 높고.


이런날, 옷장을 열고 구석에 처박혀 있는 유니클로 히트텍, 아니지. 지금 시기에 유니클로 히트텍이라니....


안방으로 가서 부모님 쌍방울 내복 윗도리를 찾아 입은 다음에, 그 위에 니트 하나랑 겨울용 두꺼운 남장을 입읍시다.


아랫도리는 반바지 입읍시다. 윗도리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렇게 입었으면 근처에 있는 공단, 트럭이 매연 많이 뿜는 공단지역에 가서 보온병에 담아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한 30여분 서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욕실에 다라이 하나 가져다 놓고 뜨거운 물을 계속 받으며 그 수증기가 욕실을 가득 매울 때 까지 않아서 계속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겁니다.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외부의 열기와 내부의 열기가 온 몸을 고루고루 따땄하게 데우는 그런 느낌.


오바 한다고요? 뻥이라고요?


그런데서 사람이 어떻게 사냐고요?


못믿으시겠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 사는덴데 그게 말이 되냐고요?


허. 그 냥반 참 의심 많으시네.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CNN의 올해 6월 19일자 뉴스 제목입니다.


“At least 36 people dead in one of India's longest heatwaves(인도 폭염으로 36명 사망)”


연합뉴스 6월 12일자 뉴스 제목입니다.

“인도 뉴델리 최고기온 48도···21년만의 폭염”


한경 7월 4일자 뉴스 제목 보실까요?

“최고 50도 살인폭염···10억 인구 인도가 위험하다.”


뻥 아니에요.... 오바 아니라니깐요,... 진짜 체력이 쭉쭉쭉 빠지는 그런! 더위! 였단! 말입니다!


***


걷는 건 어떻게 걸어간다고 해도, 진짜 이렇게 땀 많이 흘리면 몸속 전해질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든다.


오토릭샤를 타야 하나, 아니면 우버를 불러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도로가에 서 있으니 오토릭샤 하나 따라붙는다.


웨어아유고잉?


프랜드, 브라더 이런 단어가 없어. 말투도 건조해. 마음에 들어.


코넛 플레이스.


오케이. 컴 온.


맘에 들기는 개뿔.


뭐가 오케이야. 얼만데?


200 루피(3500원). 칩. 베리 칩. 컴 온.


웃기고 있네. 임마. 내가 임마. 어제 거길 걸어간 사람이야.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200루피를 태워? 고니야? 어?


놉.


그럼 180.


당연히 가격이 내려간다. 평소 같으면 그냥 손 흔들고 내 갈길 가면 되는데, 나는 이 더위에 이미 패배해버렸다.


자. 게임을 시작해 볼까?


50루피(860원).


노오오오오오오오오우웨이.


어이없다는 표정과 그 손짓. 훌륭해. 발리우드 액션 아주 아주 훌륭해.


오케이. 바이바이. 해브어 굿데이. 호갱 물어라.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이 오토릭샤를 탈 생각은 있었다.


왜?


더우니까.


150루피(2600원).


오토릭샤 형아가 말했다


60.(1030원)


나도 10루피 올려줬다.


130루피.(2250원).


분한 얼굴로 말한다.


세븐티.(1210원)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좋아.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자고로 이렇게 협의점을 찾아가는거지.


원 헌드레드 투웬티 파이브!(2160원).


어? 이 양반 봐라? 5루피 단위로 갔다 이거지?


세븐티 원.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케이. 원 헌드레드! 라스트 오퍼!


100루피까지 떨어졌다.


이 양반아... 우버를 불러도 100루피 안짝이야.....


세븐티 투.


원 헌드레드. 노 모어.


세븐티 뜨리.


다음은 세븐티 포여.


.......나인티.


세븐티 포.


........ 에잇티.


훗. 그래. 오케이. 80에 갑시다. 오케이. 에잇티!


이겼다. 와탕카!


80에 합의를 보고 오토릭샤에 올라탄다. 인도에 와서 첫 오토릭샤를 탄 거다.


웨얼아유프롬.


운전석 형아가 분한 얼굴로 물어본다.


중국이라고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뭐.


코리아.


싸우쓰?


노우스.


유 쏘 퍼니. 마이 쁘랜.


그래그래. 가자. 얼렁 가자.


몇 분 달려 코넛 플레이스 도착한다.


지갑을 꺼내 10루피가 몇 개 있나 새어보다, 100루피를 꺼내준다.


자. 여기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과연 이 형아는 잔돈 20루피를 거실러 줄 것인가!


인도형아들 패시브 스킬 중 하나가 ‘잔돈 없어’이다.


과연. 이 형아는!!!


100루피를 받아든 릭샤기사 형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린다.


내적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힌디어를 한 마디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저 형이 ‘잔돈 없는데’ 라고 말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노우우우우우웨이! 할때는 연기 잘 하더만.


잠시동안의 내적갈등을 느끼던 그 형아는 나의 눈을 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10루피짜리 지폐 두 개를 꺼낸다.


씨바. 좀 귀엽잖아.


이렇게 양심적이라니! 진짜 할 수만 있다면 경규형 불러다가 양심냉장고라도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두 장의 10루피를 받아 든 다음 다시 오토릭샤 형에게 돌려 주었다.


땡큐. 유 굿 가이.


그의 얼굴에 활짝 웃음이 번진다.


아마도 착한일을 한 자신과, 그에 대한 작은 보상이 그를 기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가 웃으니 나도 웃는다.


고마워. 태워줘서.


갓 블레스유.


응. 너도. 시바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그렇게 기분 좋게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떠날 수 있었다.


***


처음으로 오토릭샤도 타보고, 네고도 해보고. 협상에서도 이기고...


우훗. 오늘 컨디션 좋은데?


하루 지났다고 이거 벌써 적응하는건가?


사람이 이렇게 쉽게 변하면 가오 안 사는데.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구글맵을 켜서 스타벅스를 찾았다.


스타벅스 가면 커피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전원플러그도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검색하니 두 곳이 나온다.


두 곳 중에서 나중에 뉴델리 역으로 가기 편한 지점을 선택한다.


경로를 누르니 코넛플레이스 중심에 있는 공원을 가로질러 가라고 한다.


코넛 플레이스는 한 가운데 공원을 중심으로 상가들이 동심원을 이루고 있는 형태다. 즉 내가 내린 곳에서 가장 빠른 길은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


오케이. 밋슙니다 구글신!


그거 조금이라도 덜 걷겠다고 나는 무거운 배낭을 매고, 중앙공원으로 걸어갔다.


태양이 작렬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한 자, 몬순 직전에 뉴델리로 오라.


실제로, 이게 비유가 아니고 진짜 헛구역질 나는 더위를 참아가며 중앙공원으로 는데, 입구 찾기가 만만치 않다.


뭐여. 왜 입구가 없어.


살짝 후회된다.


그냥 조금 더 걸어도 상가 그늘 따라서 걸어갈 것을 그랬나.


겨우겨우 입구 찾아 들어가니..... 좀 뭐랄까... 그래도 그 공원이라고 뭔가 좀 다르네.


빠하르뻐킹간지가 불지옥이고, 코넛플레이스가 지옥의 입구라면, 공원은 연옥쯤 되어 보인다.


노숙자 형들도 없고, 상인도 없고, 삐끼도 없다. 물론 개도, 소도 없다. 똥은 모르겠다.


암튼 못봤다.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공원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는 뉴델리 시민들 뿐이다.


40도의 날씨에!


그 아주 작은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아놓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금만 으슥한 곳이면, 사람의 눈을 아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곳에는 연인들이 숨어 있다.


40도 날씨에 부둥켜 안고 있다!


와..... 부둥켜 안고 있다고? 이 날씨에?


진짜 옷깃만 스쳐도 상해사건 날 것 같은 날씨인데?


오늘 자기 좀 이쁘다.


그럼 평소에는 안 이뻤다는 이야기네.


아니. 그게 아니고 오늘 유난히 예쁘다고.


그러니까 평소에는 별로 안이뻤다는 이야기잖아. 미안하네. 안이쁜 여자랑 다녀서..


이런 대화를 나눠야만 할 것 같은 날씬데....


사랑은 위대하다.


대단하다. 진짜.


암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출구를 찾는데, 출구가 안보여. 다 막혀있어.


뭐야 이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여기 출구 어디여?


응? 출구? 절루 가.


오케이 땡큐.


그의 손가락을 따라 그리로 걸어갔따.


씨바. 내가 들어온 입구잖아!!!


망할 구글놈아. 공원 출입구 하나 빼고 다 막혀있다고 업데이트를 해야 될거 아냐!


아오 개 빡쳐.


원치않는 공원 산책만 하고,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고 결국에는 상가건물에 드리워진 그늘을 따라 스타벅스로 걸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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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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