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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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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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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8.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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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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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9쪽

개소리

DUMMY

바라나시.


갠지스강에 시체가 떠다니고, 화장한 재를 뿌리고, 그 물에 사람들이 목욕한다는 힌두교의 성지.


뭐 티비에서나 책에서 많이 보기는 했지만, 내가 여기 올 줄은 몰랐네.


뭐 놀이동산 가면 바이킹, 롤러코스터는 꼭 타듯이, 바라나시는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와 더불어 인도여행에서는 꼭 방문하는 삼종세트니까. 별 생각없이 바라나시 가봐야지. 뭐 그런 생각으로 코스를 골랐다.


뉴델리에서 탄 기차는 밤새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쾌적한 1A칸에서 푹 잠들었던 덕인지, 잠에서 깨어나니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이었다. 새벽 5시 도착이니까 거의 다 왔군.


혹시라도 못내리면 꼬추된다는 생각에 빠싹 긴장하고 잤는데, 역시 바로 도착전에 깨어났다.


생체시계의 위대함이여. 후후후. 아직 신체나이 20대...이고 싶다.


구글 지도를 켜서 어디쯤 왔나 확인해보니, 거의 도착해 있었다.


인도열차는 연착 개 심해서 막 3~4시간 연착은 기본이라던데, 그것도 어쩌면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편견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차는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바라나시역에 도착했고, 나는 나름 깨운한 기분으로 열차에서 내렸다.


열차에서 내리자 마자 후끈한 열기가 몸안을 파고든다.


뭐야. 5신데? 새벽인데? 오후 아니고 새벽인데? 뭐여? 12시간 연착 한거야? 그런거야?


뻥같죠? 몇 번씩이나 강조했지만 더워요. 진짜 덥습니다. 새벽이고 뭐고 없어요.


아무튼 더위에 살짝 놀란 상태로 역 광장으로 나가는데.......


뭐여? 사람은 뭐 이렇게 많아?


바라나시 이렇게 큰 도시야? 뉴델리역 보다 사람 더 많은 것 같은데? 새벽 다섯 시에 이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간거여?


바라나시 역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보고 일차로 놀라고, 역 앞 광장에 가득 들어찬 릭샤기사와 호객꾼들을 보고 두 번째로 놀랐다.


새벽 5시인데, 이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나왔단 말인가.


역 앞 광장으로 나가자, 릭샤꾼들이 호갱 오셨는가 하는 얼굴로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시작이구나. 쾌적한 1A야 안녕.


웨얼스 유어 호텔?


웨얼아유 고잉?


그렇게 다가오는 형들의 얼굴에 너를 뜯어먹고야 말겠어.


그런 기운이 가득하다.


사실 정석대로 하면, 그중에서 그나마 가장 인상 좋은 사람을 골라, 적당히 가격을 협상하고 릭샤를 타는게 맞다.


예약한 호스텔까지는 2km가 조금 넘는 거리.


배낭을 짊어지고 그 길을 가기에는.... 불가능 한 것은 아닌데, 씨잘데기없는 고생을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때 나는 약간 미쳐있었다.


미쳐가지고, 한번 걸어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오 미친 놈.... 그때 날 때려주고 싶네.


아무튼, 사생처럼 달려드는 릭샤기사들에게, 아이돌의 마음으로,


내 호텔 근처야. 걸어갈 거야.


그렇게 뻥을 치면서 하나씩 물리친 다음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전 광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내가 잘못 결정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먼지.


진짜 먼지가.....


몬순 바로 직전, 우기 직전에, 건기가 극에 달한 그 시기.


비가 오지 않은 땅은 퍼석퍼석 말라 있는 상태였고, 도로에 유로식스는커녕 유로 원 기준에도 미달될 것 같은 트럭들이 먼지와 매연을 풀풀 풍기며 달려가고 있어다.


또 역 바로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었는데, 예전에 88올림픽 하던 때, 안양역 앞에 서 있던 구형 버스들과 비슷한 연식의 버스.


왜 그거, 운전석 옆에 엔진 툭 튀어나온 그거.


에이. 모른척 하지 마시고. 다 아시잖아.


아무튼, 그런 오래된 버스들이 매연배출에 동참하고 있었다.


공기가...


와.... 난 바라나시 시골이라 공기 괜찮을 줄 알았지.


괜찮기는 개뿔.


진짜 고등어 구우면 거기가 공기 제일 깨끗할 것 같은 그런 최악의 공기질이었다.


걸어가는데, 입에서 흙이 씹혀.


아오. 진짜. 군대 제대하고 흙씹는거 또 처음이네.


진짜 바라나시 역은 정말.....


다른 건 둘째치고, 그 먼지는.... 아휴....


난 씨바 인도 진짜 죽어도 꼭 가야되겠다 싶은 분들은 마스크 사가세요. 3M 방진마스크로.


아무튼, 발걸음을 빨리빨리 해서 겨우 그곳을 빠져나가 시내로 들어가니 그나마 좀 괜찮아지더라.


아. 물론 일반적인 새벽 5시를 상상하면 안된다.


앞에도 말했지만 덥다. 엄청나게 덥다. 새벽도 덥다.


우리 열대야는 양심이 있어서 새벽에는 좀 덜 덥잖아?


인도 열대야는 그런 거 없다. 새벽에도 개 덥다.


물론 낮에 비하면 좀 덜덥다.


낮에 더위가 습식 사우나의 더위라면, 새벽 더위는 온탕에 몸 담그고 있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아무튼, 덥지만 그래도 좀 덜 더운, 하지만 더운 새벽의 바라나시 시내는 조용했다.


차도 별로 없고.


가끔 릭샤 형들이 무섭게 다가와 어디가냐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뭐, 바라나시 역 앞에 릭사형들처럼 집요하지는 않았다.


드문드문 짜이 파는 노점상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차도 마시고 있었고, 나름 뭐. 괜찮네 싶었다.


지도를 보니, 큰길을 따라서 쭈욱 가다가 마지막에만 골목을 좀 해매면 될 것 같았다.


괜찮네. 가끔씩 이렇게 천천히 걷는 것도 괜찮네.


걸을때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같은 것이 있는 거지.


훗. 나도 인도에 적응 잘 하는 구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내가 멍청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듯, 불청객이 찾아오셨다.


개들이다.


인도는, 아니, 인도 전체라고 하기 에는 그렇고, 암튼 내가 가본 곳에는 다들 개들이 많았다.


개.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댕댕이들이 아니라, 진짜 커다란 개쉐키들이다.


덩치는 또 얼마나 큰지....


암튼 낮에 개들은 별로 안 위험하다.


그 쉐키들도 덥거든.


다들 그늘에 누워 헐떡거리고만 있다.


근데 이 개쉐키들이 밤만 되면 미쳐버린다.


막 지들끼리 뛰어다니고, 쳐물고 하면서 패싸움 한다.


이건 캄보디아 갔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밤만 되면 그 새끼들이 패싸움을 벌여서 무서워 나가지를 못했다.


아무튼, 새벽이라는 시간이 오묘한 게,


밤새 미쳐있던 그 개쉐키들이 슬슬 정신을 차려갈 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슬슬 더위에 지쳐가는거지.


무슨 흡혈귀도 아니고 말야.


암튼 새벽시간이라는 것은 그 개쉐키들이 반 정도 미쳐있다는 이야기다.


반 미친것도 미친 건 미친 거다.


이 새끼들이 외국인을 알아보는 무슨 능력같은 게 있는지, 인도인들이 지나가면 슬슬 피해가면서 외국인만 보면 졸라게 이빨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시간에.


바라나시의 길에서.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괜찮네 하는 생각도 잠시, 어디선가 세네 마리의 개쉐키들이 튀어나와 마구 짖어대는데,


난 씨바 바이오하자든줄 알았다.


피부병 때문에 털은 듬성듬성, 못 먹어서 뱃가죽에 갈비뼈는 드러나 있는데, 등치는 또 돼지 만해.


그런 놈들이 막 문다. 확 물어버린다 그런 표정으로 달려드는데.......


씨벨 졸래 무서워.


근데 또 신발은 쓰레빠야.


뛰는 건 둘째치고, 물리면 바로 기냥 아킬레스건 나가는거야.


솔직히 지금 글로 쓰니까 이렇게 쓰지만 실제로는 진짜 개 무서웠음.


나는 재빨리 주변에서 돌을 두어 개 집어 들었다.


돌 들면 도망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잊지 않았죠?


그 개쉐키들은 반 미쳐 있었다.


너 돌 들었어? 어쭈? 던져봐. 씨바 던져봐.


그런 표정으로 막 짖어대는데, 진짜 아오.


나는 등을 보이지 않은 상태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여차하면 쓰레빠를 벗어서 때리겠다는 마음으로.


그러면서 마스터 키튼 선생이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개가 달려들면 그 입으로 손을 넣어 혀를 잡으면 된다 하셨지.


씨바. 저 입에 손을 넣어야 하나?


그러는데,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니까 그 개쉐키들이 다시 골목으로 들어간다.


휴. 다행이다 하는 순간.


응 아니야.


또 있어.


하면서 앞에 골목에서 또 튀어나온다.


더 크다.


더 더럽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생각한다.


인도 의술이 좋다고 하던데.......


병원에 광견병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에이. 브라더. 웨어 아유 고잉?


릭샤 기사가 짜잔!


천사다. 이 양반은 날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보내온 천사다!


오. 브라더! 미어가트! 미어가트 갑시다!


오케이. 컴온!


이토록 반가운 오케이 컴온이라니!


나는 재빨리 가방을 던지려다 물어본다.


개와 릭샤 기사 중 누가 더 무서울까?


당연히 개지.


하지만 또 안 물어볼 수는 없지.


하우머치? 얼만데.


응. 250.


악마다. 내 위험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악마다!


나하지만 나에게 선택권은 없지.


릭샤 아저씨만 가봐. 니는 죽었어.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개들이 있으니.


200에 갑시다.


오케이. 컴온.


릭샤에 재빨리 올라탄다.


인도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개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소리 하고 있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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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믿는 엘지에 발등 찍히기. +8 19.07.24 399 19 10쪽
5 퀘스트. "열차표를 끊어라!" +8 19.07.18 412 21 11쪽
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3 대망의 6월 23일. 인도로 출바알! +7 19.07.17 479 16 9쪽
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5 23 10쪽
1 인도를 방문하시계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6 19.07.16 1,396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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