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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의 서재입니다.

도서관식객 인도겉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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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식객
작품등록일 :
2019.07.16 14:18
최근연재일 :
2019.09.06 12:4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7,615
추천수 :
343
글자수 :
75,937

작성
19.07.29 15:48
조회
323
추천
17
글자
7쪽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DUMMY

잠에서 깨어났다.


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풍기가 보였다.


선풍기? 머리위 선풍기?


아... 맞구나. 여기는 파하르간지의 호텔방이구나...


머리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풍기를 보자 눈물이 났다.


씨바. 꿈이 아니구나.


눈 뜨면 내방, 내 침대일 줄 알았는데.


이 곳은 뉴델리였던 것이로구나!


어제 퀘스트를 3개 완료하고 호텔로 들어와 정전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더랬지.


그래도 다행인게, 3시간만에 다시 전기가 들어왔더랬지.


이 더위에서 또 다시 밖에 나가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해지면 나가야지 하면서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바로 그냥 푸욱 자버린 것이다.


알게모르게 피로가 쌓였나보다.


쌓였지. 당연히 쌓이지. 특히 정신적 피로가.


실질적으로 인도에서 꼴랑 하루 밖에 안 보냈는데, 어어어어어어어엄청나게 피곤한 하루를 보냈더랬다.


그래서 아주 푹 잤나보다.


아무튼, 오늘은 바라나시 가는 날.


오늘의 퀘스트는 3개다.


우선 체크아웃을 하고 와우카페를 찾아가 라면먹고 짐 맞기기.


두 번째로 뉴델리 역 가서, 아그라(타지마할 있는데)에서 뉴델리 돌아오는 기차표 끊기.


마지막은 기차 타는 17시 30분까지 버텨내기...


아... 뭐 앞에 두 개는 어찌저찌 한다고 해도 마지막이 걱정이네. 뭐하고 시간 때우지?


아무튼 뭐 어떻게 되겠지. 항상 어떻게든 되었으니까!


조식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주섬주섬 짐을 싼다.


짐을 싸는데 또 눈물이 난다.


마치 휴가 복귀를 위해서 다시 전투복을 입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공항으로 가고 싶다. 공항으로 가서 살려달라고, 한국 보내달라고 하고 싶다.


씨바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그냥 공항가도 괜찮은거 아녀?


그까이꺼 아시아나에 수수료좀 내고 말야. 응? 티켓 바꾸달라면 바뿨줄텐데.


특가라 수수료가 어마무시하려나?


뭐 씨바 자본주읜데, 돈 내면 되지!


기차표 예매해 놓은 거? 뉴델리에서 바라나시 가는 거랑 바라나시에서 아그라 가는 기차표?


그냥 씨원하게 버리면 그만이지.


그냥 버리면 되는데........


문제는 그놈의 가오다. 가오가 문제다.


내가 미쳤지. 그냥 몰래, 남들 몰래 쓱 다녀오는 건데 말야.


미쳐가지고, “바라나시 가서 갠지스강을 보고 올 거야.” 라던가.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타지마할은 한번 봐야 되지 않겠냐.” 이딴 소리를 했단 말이지.


타임머신이 있다면 제일 먼저 며칠 전으로 돌아가 그딴 소리를 내뱉는 내 턱에 싸커킥을 날리고 싶다.


인터스텔라가 생각나네....


그래. 가자. 뭐. 씨바. 꼴랑 십일일인데, 군대도 갔다왔는데.


가자. 가즈아!


그렇게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한 다음 주섬주섬 짐을 싼다.


짐을 싸면서 머리를 굴린다.


자. 봐봐. 오늘 낮에 싸돌아 다녀야 하지? 싸돌아다니면 땀에 흠뻑 젖겠지?


나는 감기몸살에 걸리는 테크트리가 있는데, 젖은 옷 입은 상태로 에어컨 바람 쐬면 백퍼센터의 확률로 감기몸살에 걸린다. 수 차례의 임상실험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기차 타고 갈아입을 옷을 배낭 맨 위에 올리는 것으로 짐을 완벽하게 쌌다.


짐을 다 싸니 할게 없다.


다른 나라라면, 뭐 예를 들어 태국이라면, 호텔 체크아웃 한 다음 나가서 마사지도 좀 받고, 편의점에서 음료수라도 사들고, 거리에서 사람 구경이라도 하던가, 아니면 좀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라도 마시면 딱 좋은 타이밍이지만서도!


여기는 뉴델리란 말입니다 선생님!!!!


있는 거라곤 인도형들하고 개하고 소하고 똥밖에 없단 말입니다!!!


호텔을 나가도 할게 없으니 다시 침대에 눕는다.


누워서 12시까지 버틴다.


가장 걱정은 기차를 타는 오후 다섯시까지 뭘 하고 버티느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에게는 아직 와우카페가 남아있나이다.


파하르간지 명물 와우(WOW)카페.


한국말 기깔나게 하는 인도 언니가 운영한다는 파하르간지 와우카페에 가면 짐도 맡아주고, 라면도 낄여주고 한다더라.


뭐 가면 다른 여행자도 있지않겠어? 그 냥반들이랑 노가리나 까면서 놀면 되겠지.


안되면 뭐. 거기서 기프티드라도 쓰지 뭐.


거기서 시간 때움 되지.


그래. 그러자. 와우 까페.


내가 또 한때 듀로탄 타우렌 전사 아니었던가.


록타 오가르!


배낭을 짊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간다.


체크아웃?


ㅇㅇ


어디가?


바라나시.


기차표는 끊었고?


ㅇㅇ


혹시 역에 가서 누가 표 보여달라그러면 보여주지 말고. 오케이?


리셉션 형이 친절하게 경고해준다.


솔직히 이 호텔 괜찮다. 시티스타. 시리스타.


좀 모텔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픽업도 무료로 해주고, 지하 오락실 냄새나는 식당에서 조식도 제공해주고. 무엇보다도 에어콘 개 빠방하고..... 물론 정전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베드벅도 없고, 나름 잠도 잘 잤다.


지금까지 뉴델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뽑으라면 여기다.


어땠어 우리 호텔?


졸라 좋았어.


그럼 후기 써줄꺼지?


ㅇㅇ 한국가면 인터넷에 졸라 홍보해줄게.


고마워. 믿는다. 마이쁘랜.


그래 너는 쁘랜이라고 블러도 좋아. 고맙다 쁘랜.


체크아웃을 마치고, 호텔 문을 연다.


왕복 4차선 도로에 차와 사람과 개와 소와 경적소리가 가득하다.


그보다 앞서 온 몸을 파고드는 열기가 더 나를 미치게 만든다.


다시 호텔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다.


아니다. 참아라. 참아야 한다.


전진하지 않고서는 희망찬 미래란 없다.


그래. 씨바. 가자.


저 도로를 건너 와우카페로 가자.


록타 오가르!


호치민보다 열 배는 더 위험한 도로를 무단횡단으로 건넌다.


도로만 건너도 뿌듯하다. 뭔가 해낸 것 같아서.


도로를 건너, 골목길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버로우하고 있던 인도형이 짜잔 하고 나타난다.


헤이. 브라더. 칩룸. 히얼스 칩룸.


아냐. 나 기차역 간다. 방 필요없어. 그리고 아임낫츄어브라더.


오. 트레인 티켓. 솔드아웃. 역에 가도 표 못사. 여기서 사야해.


개구라까고 있네!!


나는 가볍게 인도형아의 구라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골목 안에서 사람들의 무리가 나온다.


뭐여.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한다.


맨 앞에 선 사람이 뭐라 중얼중얼 주문을 외면서 물병에 든 물을 바닥에 조금식 뿌리며 나온다.


설마.


그 뒤로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설마아.


행렬의 가운데에, 건장한 남자 네명이 판때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따라온다.


서얼마아아아.


그리고 그 위에는 하얀 천으로 감싸인 시신이 놓여 있었다.


작가의말

n1779_dralchemist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참말로 이런 글에 무슨 후원금까지....


그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그것만으로 만족드립니다.


이번 편을 n1779_dralchemist님께 바칠까 했는데, 내용이 그닥인 관계로 다음편을 n1779_dralchemist님께 올리도록 하겠나이다.


뭐 다음편도 내용이 그닥인건 마찬가지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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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람은 먹어야 산다. +6 19.07.30 330 18 9쪽
» 듀로탄 타우렌 전사 나가신다! 록타 오가르!! +5 19.07.29 324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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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의 시작은 맥주와 함께! +9 19.07.17 425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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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도 상륙 준비 +7 19.07.16 606 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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