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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13,550
추천수 :
2,353
글자수 :
829,177

작성
24.05.02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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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2쪽

강화 전투 1

DUMMY

“적들의 판옥전선 십여척이 연평도에 들어왔다 하오.

아마 평양에서 군량 사천석이 이곳에 내려와 있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오.”


황해도 감영이 있는 해주에서 황해 감사 맹주서가 목소리를 높였다.


“적들이 해주에서 연안으로 가는 길을 노린다는 말씀이오이까?”


군량 수송 문제로 올라온 연안부사의 물음에 황해도 병마 우후가 나서서 설명하였다.


“파라포나 금포에 상륙하여 육지로 올라오거나 해로를 통해 직접 교동도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적들이 교동 쪽의 물길에 익숙지 않고 교동도의 수군영에 방비가 잘 되어 있으니 직접 육지로 상륙을 시도하여 군량을 탈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하지만 아예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수송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연안부사의 말을 황해감사가 일축했다.


“적들이 이미 인천과 수원에 당도하여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하오이다.

허니 각 지역에서 군을 차출하여 적들이 오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적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리라 보십니까?”


“열척에서 군사가 내리면 일천은 넘을 것으로 봅니다.”


“적들을 막으려면 해주 감영의 군사로는 부족할 것이오. 연안 도호부에서는 얼마를 보탤 수 있겠소이까?”


“우리 연안도호부는 강화 쪽 포구도 신경써야 하니 삼백을 보탤 수 있습니다.”


“수양산성에서도 군사를 더 보내 줘야 할 것이오.”


“산성에서 추가로 군사 이백을 더 내겠습니다.

군사 편제와 수송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수양산성의 군사들은 군량 수송을 호위하고 나머지는 밀물이 들어오는 때에 맞추어 금포와 파라포에 기다리고 있다가 적들이 상륙을 저지하도록 할 것이오.

내일 새벽 일찍부터 수송을 시작하면 해가 지기 전에 연안 읍성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오.

거기서 부터는 포구가 가까우니 다음날 바로 배로 실어 보낼 수 있을 것이오.”


같은 시각 강화도에서도 군사회의가 열렸다.


“지금 해주에 평양에서 내려오는 군량이 도착하여 있으니 내일 밤에는 연안 도호부까지 도착할 것이고 바로 뱃길을 통하여 한강을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그 경로를 적들이 알아차려 연평도에 십여척의 판옥선이 올라왔고 인천에서도 영종도로 적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만약 적들의 수군이 강화도 북쪽의 한강 어귀를 장악하게 되면 한강으로 올라가는 뱃길이 막혀 남한산성으로 군량을 수송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강화 진무영은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적들의 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강화유수 김수흥이 상황 설명을 하고 진무영 중군 구일(具鎰)이 작전 지시를 하였다.


“적들의 예상 공격로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연평도에 집결한 전선들이 직접 교동도로 향하는 해로를 타고 들어오는 것과 남쪽에서 월미도와 영종도의 수군이 밀물을 타고 월곶으로 올라올 경우이다.

지난 월미도 전투에서 우리 수군이 궤멸되어 적들의 수군이 들어오면 막을 도리가 없으니 적들의 수군이 두 곳의 해로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일이 바닥에 놓인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교동도 쪽은 해로가 복잡하여 적들이 쉽게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나 통과하여 들어올 경우 화공선을 사용하여 불태워야 할 것이다.

해서 강화 중군영의 군사 절반은 나와 함께 교동도로 가서 지원을 하도록 하고, 북쪽의 철곶진, 승천보는 혹시라도 빠져나온 배가 있으면 맡도록 한다. “


구일이 바닥에 놓인 배 모형을 이리 저리 움직이며 적들이 들어오는 여러 경우의 대응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초지진에서 월곶진으로 올라오는 뱃길은 물살이 거칠어 화공선을 쓸 수 없으니 초지진, 덕진진, 덕포진, 광성보, 제물보, 용진진, 월곶진, 문수산성 등에 배치된 대포를 사용하여 올라오는 배를 깨뜨리도록 할 것이다.

또한 적들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상륙을 시도할 수 있으니 강화 중군영의 군사들과 정족산성의 군사들도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모두 지원을 할 것이다.

만약 통과하여 올라오는 적선이 있으면 월곶에서 화공선을 대기하고 있다가 불태워 없앨 것이다.”


구일이 작전 지시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강화 유수 김수흥의 얼굴에 비장함이 서렸다.


‘전하! 역도들의 배가 한강에 한 척도 올라오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김수흥이 열흘 전 한양에서 현종을 알현하던 때를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병조판서의 말로는 강화도는 적들이 상륙하기는 좋으나 수비하기는 어려우니 강화의 군사를 철수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데 강화유수의 생각은 어떻소?

강화도에 역도들이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할 수 있겠소이까?”


현종의 물음에 김수흥이 비장하게 아뢰었다.


“비록 역도들이 경기 수영의 수군을 깨뜨렸다고는 하나 강화에는 유수부의 군사들이 건재하며 각 보에는 대포와 총통들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으니 적들이 감히 강화도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 옵니다.”


김수흥이 자신감을 드러내자 병조판서 서필원이 아뢰었다.


“하오나 전하, 지금 강화도에 비축된 군량이 일만석도 남지 않았사옵니다.

소신이 살펴본 바로는 지금 남한산성으로 가야 할 미곡이 추가로 일만석은 더 필요한데 이렇게 강화와 남한산성으로 군사를 나누어 운영하는 것은 불가하옵니다.”


원래 강화도에는 10만석의 군량이 비축되어 있어야 하나 대기근으로 그 절반인 5만석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황해도와 경기도의 기근이 극심하여 지원을 하느라 지난해부터 많이 내어다 썼다.


그리고 어영청과 훈련도감 군이 청주로 내려가면서 가져간 것도 많고 한양의 민심을 달래느라 많은 곡식이 필요하여 미곡과 잡곡을 합쳐 일 만석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김수흥이 큰 소리로 아뢰었다.


“지금 평양의 천류고에는 미곡이 많이 남아 있다 하옵니다.

그곳에서 군량 수천석을 실어오고 일부는 강화의 곡식을 실어간다면 일만석은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평양에서 오는 뱃길은 이미 적들이 끊은 지 오래이옵니다.

또한 지난 큰 비로 임진강과 예성강에 토사가 쌓여 육로를 이용하기도 어렵사옵니다.”


“재령 인근까지 배로 실어와 해주를 거쳐 연안 도호부까지 육로로 운반한 다음 한강의 뱃길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사옵니다.”


“우리 수군의 전선이 모두 없어진 지금 그 뱃길은 너무 위험할 수 있사옵니다.”


“역도들의 배가 무리해서 올라오려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적들의 배를 깨뜨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옵니다.”


“강화유수는 어찌 그리 자신한단 말이오이까?

그러다가 혹여 잘못되면 더 큰 낭패가 됨을 어찌 모른단 말이오?”


“병판은 어찌 혹여나 있지 않을까 하는 일을 거론하며 강화도 군사들의 충심을 의심하는 말을 내뱄는단 말이오?!

또다시 불충하다 아뢸 것이오이까?”


송시열의 문인인 김수흥이 서필원이 했던 ‘송시열이 불충하다’는 말을 역으로 저격했고 일단 서필원이 한발 물러섰다.


“그렇다면 차라리 강화도의 곡식 일만석을 먼저 남한산성으로 옮기고, 평양에서 내려오는 미곡은 나중에 천천히 강화로 옮겨오는 것은 어떻겠소이까?”


“그렇게 되면 강화도에는 창고가 텅텅 비게 될 것이오.

이는 정말로 강화도 군사들에게 충정을 시험하는 일이 될 것이오이다.

병판은 어찌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는 말부터 하여 불충을 아뢰는 것이오?”


서필원과 김수흥의 감정의 골이 깊어 보이자 현종이 나섰다.


“내 병판의 충정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강화도의 일은 강화 유수가 더 잘 알 것이니 이번 일은 강화유수의 의견을 따르라.”


서필원이 머리를 조아렸다.


“황공하옵니다.”


현종이 강화유수를 불러서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를 거쳤지만 실제로는 이미 결정해 두었던 것이었고 바로 왕명을 내렸다.


“강화도에 군영을 따로 설치하고 이름을 진무영(鎭撫營)이라 할 것이며 강화유수를 진무사로 삼는다.

강화 유수부를 본영으로, 연안도호부를 후영으로, 통진현(김포)을 전영으로 삼아 방어진영을 만들 것이다.

전 홍양영장(洪陽營將) 구일(具鎰) 본영 중군(中軍)으로, 연안부사를 후영영장으로, 통진현감을 전영 영장으로 할 것이다.

종전 경기수영에 있던 강화, 통진, 연안의 각 진(鎭)과 보(堡)를 이속하도록 하고 병종은 포군을 중심으로 군사 3,000을 운용하여 강화를 반드시 지켜내도록 하라!”


“어명을 받들겠사옵니다.”


* * *


“성문을 열어라!”


다음날 새벽 긴 수레 행렬이 해주성을 나서서 이어지기 시작했고 수양산성 군사 삼백이 앞뒤를 호위하며 나아갔고 해주 감영의 군사들도 둘로 나누어 파라포와 금포로 이동하였다.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동이 틀 때 즈음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연평도 북쪽 넓은 바다로 나와 있던 혁명군의 갑판 위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밀물을 타고 해주로 올라간다!

앞쪽의 암초를 조심해라!”


여러 척의 판옥선과 수십척의 병선, 방선, 척후선들이 마침 불어오는 남풍을 받으며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밀물이 들어왔다. 출발하라!”


연평도의 군사들이 해주 만에 접어 들 무렵 영종도의 판옥선들도 강화의 초지진을 향해 출발했다.


“적선이 출몰했다. 봉화를 올려라!”


남쪽에서 올라오는 배들이 보이자 강화도와 김포의 봉수대에서 일제히 봉화가 오르기 시작했다.


“적들이 올라온다! 대포를 준비하라!”


봉화 신호를 받고 초지진에서도 분주히 전투준비가 시작되었다.


“물이 모두 차올랐다. 모두 배에 올라라!”


한편, 영종도 서북쪽의 자연도와 신도의 갯벌에 물이 차오르자 곳곳에 정박해 두었던 작은 배에 군사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출발하라!”


이들은 3연대의 군사들로 연대장 고영의 명령에 일제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좌초될 수 있으니 물길을 따라서 가야한다.

먼저 가는 길잡이 배를 따라가라!”


이곳은 바다가 얕고 수면아래에 암초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큰 배는 좌초되어 가라앉기 쉽기 때문에 고기 잡이용 나룻배와 특전대 상륙용으로 만든 배 등 백오십여척을 동원하여 한 척에 많게는 대여섯명이 타고 노를 저어 나아갔다.


“곧 초지진에 도착한다!

일곱척은 초지진을 공격하고 뒤쪽의 일곱척은 지나쳐 북쪽의 덕진진를 공격할 것이다!”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장시규가 탄 배가 초지진 일천보 앞에 도착하자 장시규가 명령을 내렸다.


“중형포를 준비하라!”


장시규의 명령에 대장선 앞전에 중형포가 장전되었다.


“발사!”


쾅!


슈우우우~


퍽!


“동쪽으로 빗나갔습니다.”


쿠쿵! 쿠쿵!


그때 멀리 초지진에서도 대포소리가 울렸다.


펑! 펑!


포가 날라와 대장선 옆의 바다에 포탄이 떨어졌다.


“뭣이냐?! 적들이 대장군전을 쏜 것이냐?! 철환을 쏜 것이냐?”


장시규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때 초지진에서도 만호가 명령했다.


“좀 더 동쪽을 겨냥하여 남만 대포를 장전하라!”


조선에는 홍이포가 없었을 것 같지만 강화도에는 남만 대포라하여 홍이포가 12좌가 있었고 이곳 초지진에도 2좌를 배치하였다.


이 남만대포는 하멜일행이 조선에 표류하여 있을 때 만든 것으로 가장 중요한 요충지인 강화도에 배치하여 두었고 나중에 청나라에 들킬까 두려워 하멜일행을 남쪽으로 내려 보내면서 그 명맥이 끊어져 버렸다.


“천자총통으로 이 거리까지 쏘려면 대장군전을 쏴야 하는데 저것은 철환이었다 합니다.”


“그럼 홍이포가 여기 있다는 말이더냐?

군기시에 오래된 홍이포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보았다만···”


장시규의 대장선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쿠쿵!


멀리서 대포 소리가 울리고 포탄이 다시 날라오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피해라!”


퍼억!


으아악!


날라온 두 발 중 하나가 뱃전 앞에 세워둔 큰 방패를 찟고 지나가며 파편이 날라가 몇 명이 다쳐 뒹굴었다.


“부상자들을 살펴라!”


“천자총통의 탄환이 아닙니다. 홍이포 같습니다.”


잠시 후, 배 갑판을 뚫고 박힌 철환을 확인한 군관이 소리쳤고 장시규가 명령했다.


“일단 배를 뒤로 오백보 물려라!”


장시규의 명령에 대장선에서 후퇴 깃발이 올라가고 배가 오백보 뒤로 물러났고 초지진에서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역도들이 물러난다!”


와아아아!


“초요기를 올려라!”


초요기를 보고 대장선 주위로 판옥선들이 다가왔고 각 판옥선의 함장들이 건너왔다.


“적들이 홍이포를 가지고 있으니 전술의 변화를 줘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판옥선 뱃전에 나무판으로 보강을 해 두었지만 홍이포를 맞으면 한 번에 깨어져 나갈 수 있다.”


장시규가 각 함장들의 의견을 물었고 북쪽 덕진진으로 올라가려다 돌아온 조민수가 먼저 대답했다.


“초지진은 그 규모가 작으니 여러 척이 한꺼번에 가까이 다가가 현자 총통을 쏘면 적들이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문제는 덕진진와 광성보인데 모두 언덕 위에 있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덕진진은 건너편에 덕포진이 있어 양쪽을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다른 함장들도 여러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적들이 홍이포를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수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3연대가 육지에 고립될 수 있으니 원래 작전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홍이포가 두렵지 않으니 장군의 결정에 따를 것입니다.”


각 판옥선의 함장들의 말을 듣고 결심이 선 장시규가 부장에게 물었다.


“초지진이나 덕진진에 최대 몇 척이 상륙 가능할 것 같은가?”


“적들이 지난번 월미도에서 상륙을 당한 뒤로 갯벌에 말뚝을 촘촘히 박아 놓아 포구 인근에만 배를 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아야 두세 척이 고작이고 상륙하더라도 불랑기포를 뚫고 전진해야 할 것입니다.”


“적들이 육지에서 쏘는 것이라 우리보다 더 정확히 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홍이포의 조준 사격을 받으면 위험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각 함장들의 결연한 의지를 믿고 계속 공격을 명할 것이다.

허나 홍이포의 조준사격을 바로 받을 필요는 없으니 지난번 전술처럼 일자진을 만들어 초지진을 지나면서 공격할 것이다.

한번의 공격이 끝나면 두 척은 바로 초지진으로 상륙을 시도하도록 하고 세척이 남아서 지원 공격을 하도록 하며 조민수가 지휘를 할 것이다.

나머지 아홉 척은 북쪽으로 올라가 덕진진와 덕포진을 같은 방법으로 공격하고 지나쳐가 손돌목에서 선회할 것이다.”


“손돌목에서 배를 돌리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

그 쪽 물길을 잘 아는 사공의 말에 의하면 만조일 때에는 덜 위험하다고 하였다.

대장선이 먼저 돌 것이니 따라서 돌아오면 될 것이다.”


새로운 전술을 숙지하고 각자의 배로 돌아갔다.


“저 앞이 선두포입니다. 이쪽으로 상륙하면 됩니다.”


장시규의 대장선에 함장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할 때 즈음, 강화도 남서쪽의 선두포 가까이에 3연대의 특전대들이 탄 배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나중에 숙종대에 간척이 되지만 이때에는 맞은편의 마니산이 있는 화도가 섬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서둘러라. 물이 빠질 때까지 한시진 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은 안으로 깊이 들어온 곳이라 갯벌에 말뚝이 박혀 있지 않아 배를 바로 댈 수 있었고 특전3대 대장 한돌을 따라 특전대들이 속속 뛰어내렸다.


“저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서문입니다.”


길잡이가 길을 안내를 하자 한돌이 명령했다.


“우리는 먼저 가서 정족산성을 점령할 것이다. 나를 따르라!”


특전3대는 그동안 가야산에서 상주 옥천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험한 산속에서 작전을 오래 수행하였기에 정족산은 아침거리도 안 되어 금방 서문에 다다랐다.


“멈춰라! 누구냐!”


서문에는 승병이 몇 명이 있다가 수십명의 특전대가 달려오자 깜짝 놀라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우리는 강화를 해방시키려 온 혁명군이다. 무기를 버려라!”


한돌이 석궁을 겨누며 소리쳤고 특전대 몇 명이 바로 성벽을 뛰어올라갔다.


정족산성은 현종 1년에 완공이 되었고 삼만석의 쌀을 비축해놓고 지었다 하여 ‘삼만석 성’이라 불리었는데 워낙 날림으로 지어 쓸모없는 성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고 돈만 낭비했다는 비아냥 섞인 말이었다.


나중에 영조대에 다시 견고하게 쌓아 병인양요때 양헌수 장군이 이 성에서 프랑스 군을 막아내게 되지만 이때에는 워낙 허술하여 순식간에 특전대 십여명이 성문 위로 뛰어올라가 점거해 버렸다.


“바로 남문으로 갈 것이다! 연대장께 그쪽으로 오시라 하여라.”


승병들이 무기를 버리자 특전대들이 바로 남쪽으로 달렸고 성을 수비하던 백여명의 승병들은 모두 항복하였다.


“반시진 뒤면 물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서둘러라!”


잠시 후 남문 쪽에 3연대와 특전3대의 병력이 집결하자 3연대장 고영후의 명령으로 군을 셋으로 나누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포를 쏴라! 응사하라!”


초지진에서 만호가 군사를 독려해보지만 십여척의 판옥선에서 쏜 포탄 수백개가 작은 진안에 퍼부어져 거의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강화의 진과 보는 나중에 숙종때 정비가 되어 돌로 튼튼하게 만들어 지지만 이때에는 흙과 나무 방책 만으로 보호되어 지자총통의 포탄 세례를 맞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불랑기포를 쏴라! 적들이 못 올라오게 하라!”


두 척의 판옥선이 초지진 앞쪽 포구에 배를 대고 기어올라오고 멀리서 세척의 판옥선에서 포를 연달아 쏘아대고 있어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저쪽에 아군이 오고 있습니다.”


“오! 강화 유수께서 지원군을 보내셨는가 보구나!”


멀리 북서쪽에서 승병 십여명과 군사들 수십여명이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 초지진 만호가 두손을 흔들었다.


“판옥선을 보내 배를 구출하라!”


한편, 덕진진 쪽에서는 판옥선 한 척이 손돌목의 암초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물길의 중앙으로 전진하며 덕진진과 덕포진을 향해 포를 쏘고 손돌목의 암초를 돌아서 내려오며 대포를 재 장전하여 쏘는 것을 반복한 다음 상륙공격을 하려 하였는데 한 척이 암초에 부딪친 후 떠내려가고 있었다.


“저쪽으로 가면 덕포진이다!

속히 구하여라!

나머지 배는 계속 공격하라!”


쾅! 쾅! 쾅!


덕진진 동쪽 맞은편의 덕포진 첨만호가 표류하던 배가 덕포진 해안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자 부장에게 명령했다.


“저쪽으로 군사들을 보내 모두 생포해와라!”


군사들이 달려가고 좌초하는 판옥선 안에서는 노군들이 방향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노를 저어 물살에 휩쓸리지 않게 해라! 덕포진 쪽으로 방향을 틀어라!”


판옥선 함장인 일삼이가 속으로 자책을 하며 노군들을 독려했다.


‘내가 조금 더 잘 살폈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우리 군에 피해가 가면 안된다!’


일삼이는 지난 월미도 전투에서 장자서에 불을 올려 배들이 안개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만들고 나중에 수십척의 척후선을 잘 이끌어 좌초하던 녹도만호의 거북선에서 군사들과 격군들을 구하는 공을 세워 판옥선을 지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손돌목 암초를 돌아가려는 중에 평소에 타던 작은 배가 움직였던 것만 생각하고 너무 급히 돌리려던 것이 배가 암초에 부딪쳐 우측의 노가 거의 다 부러져 표류하기 시작했다.


아래쪽에는 배들이 많이 몰려 있어 잘못하면 배끼리 충돌할 수 있기에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남은 노를 이용하여 동쪽으로 움직였다.


동쪽에는 덕포진에 속한 포대가 남북으로 오백보 넘게 길게 펼쳐져 있는데 중간 중간에 바위와 갯벌이 번갈아 있고 배를 댈 수 있는 곳 위에는 목책과 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저쪽 바위 해변으로 배를 대어라!”


쿠쿵!


마침내 배가 해안에 부딪쳤고 판옥선 함장 일삼이가 명령했다.


“모두 뛰어내려 절벽을 올라가라!

화약과 도화선을 챙겨라!”


표류하던 판옥선을 구하러 온 두 척의 판옥선에서 덕포진 본진에서 군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지원 포격을 시작했다.


“포격을 퍼부어라!”


쾅! 쾅! 쾅!


“저쪽 샛길로 기어올라가라!”


판옥선이 좌초된 곳은 바위 언덕이 있는 해변이라 수비군을 배치하지 않았고 위로 올라가는 작은 샛길이 있었다.


일삼이가 먼저 앞장서서 샛길로 뛰어 올라가고 군사들도 뒤따랐다.


“화약을 이쪽으로 가져와라!”


배에서 가져온 화약을 보자기에 싸서 묶은 다음 도화선을 연결하고 샛길 입구에 나무로 급히 막아 놓은 곳에 화약 보자기를 쑤셔 넣었다.


“불을 붙여라! 모두 숨어!”


차이이이~ 콰쾅!


곳곳에 파편이 튀고 막아놓았던 나무 방책이 모두 날라갔다.


“쏴라!”


탕! 탕! 타탕!


화승총을 든 군사들이 재빨리 뛰어올라가 폭발에 놀란 관군들 몇 명을 사살하자 위에 있던 군사들이 모두 항복했다.


“저놈들이! 우리편이 아니구나!”


으아악!


덕포진 북쪽 방면이 장악되는 동안 맞은편의 덕진진에서도 정족산성 쪽에서 온 3연대 군사들 백오십이 뒤쪽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우리편이 당도했다.

우리도 빨리 기어올라라!”


덕진진 아래쪽 포구에 배를 대고 공격하던 수군들도 기세를 올려 공격을 시작했고 곧 덕진진이 점령되었다.


와아아아!


동쪽의 덕포진 남쪽에서도 1개 중대의 군사들이 달려들었다.


이들은 3연대 군사들로 덕포진 십오리 남쪽에서 배에서 내려 초지진 건너편 약산(승마산)의 봉수대를 점령하고 기회를 보고 있다가 달려온 것이었다.


“우리도 공격한다! 가자!”


덕포진 북쪽을 장악하고 있던 일삼이의 부대도 남쪽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덕포진으로 상륙하라!

나머지는 포격을 퍼부어라!”


덕포진에서 접전이 펼쳐지자 두 척의 배가 덕포진 포구로 상륙했고 곧 점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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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전투 1 24.05.02 89 2 22쪽
96 한양으로 가는 길목 24.04.22 88 1 19쪽
95 양덕자(洋德子) 24.04.12 89 2 20쪽
94 예수회 선교사 24.04.02 102 3 18쪽
93 제1차 교육자 대회 24.04.02 90 0 24쪽
92 송시열과 독대하다 24.03.12 150 1 21쪽
91 그녀는 예뻤다 +2 24.03.03 137 2 16쪽
90 미 투 24.02.22 129 2 19쪽
89 월미도 해전 2 24.02.15 131 2 20쪽
88 월미도 해전 1 24.02.09 144 2 22쪽
87 거북선이 출동하면 어떨까? 24.01.28 161 3 22쪽
86 척산 전투(feat.신기전) 2 24.01.22 156 2 18쪽
85 척산 전투(feat.신기전) 1 24.01.18 169 1 21쪽
84 화천대유(火天大有) 24.01.08 176 4 21쪽
83 이사부의 사자 24.01.01 174 4 21쪽
82 삼죽(三竹)과 미수(眉叟) 23.12.25 180 4 18쪽
81 공산성 전투 23.12.17 200 3 21쪽
80 패드립을 대하는 자세 23.12.10 233 3 22쪽
79 회덕 전투 23.12.03 224 2 21쪽
78 온새미로 돌아오다. 23.12.03 211 2 21쪽
77 죽음의 인과 연 - 욕망 23.11.26 230 3 15쪽
76 죽음의 인과 연 - 환영 23.11.26 219 3 16쪽
75 두개의 행진 +1 22.11.12 597 13 14쪽
74 금산사 미륵법회 +3 22.11.07 591 16 22쪽
73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1 22.11.05 599 13 19쪽
72 부산진과 진주성 +1 22.11.01 629 1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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