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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4.22 10:13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10,763
추천수 :
2,324
글자수 :
792,371

작성
24.01.28 16:06
조회
136
추천
3
글자
22쪽

거북선이 출동하면 어떨까?

DUMMY

“연대장님 좀 어떠십니까?”


“아직 귀가 좀 멍멍하지만 많이 좋아졌습니다.”


“큰일 날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전장이 어느정도 수습이 되자 제장들이 혁명군 진영의 군막에 모였고 이집도 다행히 일어나 자리에 함께 했다.


어려운 전투를 승리했기에 여기 저기서 전황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의병들을 끌고 온 박세채라는 놈이 있었다는데 이미 도망간 모양입니다.”


“아주 잽싼 놈인가 보군요.”


“양반이란 놈들이 원래 그런 것이겠지요.”


“사로잡힌 의병들에 의하면 송시열을 우리가 잡고 있다는 말을 하던데 그런 황당무계한 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 그 놈은 어디서 몰래 쥐새끼처럼 숨어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한남도원수 이완을 잡았다 하던데 어찌 처리될까요?”


“내일 청주성에 가면 돌려보내야 합니다.

괜히 데리고 있다가 죽어버릴까 걱정됩니다. “


“그러면 또 우리가 죽였네 하면서 터무니없는 말들을 지어내겠지요.”


탁! 탁! 탁!


작전 부사령관 운부가 등채를 탁자를 치는 소리에 모두들 집중을 하였다.


“자! 지금부터 각 군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전선에서 적들을 막아내었던 2연대의 1대대부터 시작합시다.”


“1대대 총원 689명, 사망 47명, 중상 82명···”


1대대장 곰손이가 먼저 나서서 보고를 시작하였다.


“으음!”


사상자가 많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자 여기 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체 8개 대대 오천 이상이 전투에 투입되었는데 일천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니 앞으로 전투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전투에 투입된 4대대와 5대대는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자들도 많았고 돌아오지 않은 군사들도 많이 있었다.


보고가 마무리되자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해 운부가 화제를 전환했다.


“이번에 공병대와 소년병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제주 전투에서도 큰일을 했는데, 두 부대는 우리가 힘들 때마다 큰 활약을 합니다.”


“이를 말입니까? 크게 포상을 하여야 합니다.”


“거 도비인가 뭔가로 잡아당기니 어영청 놈들이 맥없이 끌려 나오던데 우리 별동대도 그걸 무기로 삼아야 겠소이다.”


이광성의 말에 방대극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그 어영청 놈들이 중앙군이라 해서 걱정했었는데 도끼에 목이 몇개 달아나니 놀라서 물러나는 꼴이 아주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놈들은 군대도 뭐도 아니니 앞으로 어영청(御營廳)이 아니라 아닐 부(不)자를 써서 불영청(不營廳)이라 불러야 겠소이다.”


좌수였던 이광성이 문자를 써서 말하자 누군가가 말을 받았다.


“어영(御營)이 불영(不營)이라. 어영부영이 아니오이까?”


“하하하!”


덕분에 침울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렸지만 사실 어영군으로서는 좀 억울한 것이 이번에 온 군대는 청주성 방어를 위해서 별파진이라해서 화기를 다루는 자들이 많이 내려왔고 훈련도감 등과 함께 합동작전을 해야 하는 군대였다.


그런데 훈련도감군을 남인인 유혁연이 못데려가게 하니 고장군을 사로잡는 작전상 창칼을 들고 근접 전투를 주로 할 수밖에 없었기에 어려운 싸움을 하였다.


“그리고 연대장께서 쓰러졌을 때 연대 깃발을 들고 군사들을 독려한 중대장의 공이 컷습니다.”


운부의 말에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따로 불러서 치하를 했으면 합니다.

5대대장은 직위해제를 해야하니 그를 대대장으로 올리면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임시로 5대대를 이끌었다 했는데 어찌 이자리에 오지 않은 것입니까?”


운부의 말에 이집이 대답하였다.


“부대가 상황이 좋지 않고 한사코 못오겠다하여 그냥 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불러오도록 하지요.”


곧 빼딱이가 한쪽다리를 약간 절면서 들어왔다.


“오늘 큰 일을 하였다 들었다. 다리가 불편한 것 같은데 어디 다친 것인가?”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습니다.”


“저런, 그래 이름이 무엇이냐?”


운부의 물음에 약간 주저하며 대답했다.


“빼딱이라 합니다.”


“그것 말고는 이름이 없느냐?”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리를 절었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불러서 주인마님께서 이름으로 쓰라 하셨습니다.”


“그렇구나. 오늘 연대 깃발을 사수해 준 덕분에 도망갔던 군사들이 돌아올 수 있었으니 큰 공을 세웠다.

하여 직급을 높여 대대장으로 5대대를 맡게 하려 한다.”


“제가 대대장이 되면 원래 있던 대대장님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직위해제를 하려한다. 대대를 맡을 수 없음을 너도 보았지 않느냐?”


“그렇다면 저는 그 지위를 받을 수 없습니다.”


“흠. 너의 마음은 알지만 전임 대대장은 다시 군사를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빼딱이가 크게 고개를 저었다.


“오늘 많은 군사들이 5대대장과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들을 모두 버리실 작정이십니까?

또한 도련님은 제가 잘 압니다.

꼭 회복하여 다시 지휘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꼭 그래야 합니다.”


빼딱이는 양씨 문중의 가노로 양귀격이 양유찬을 보좌하라고 붙여 주었는데 제주에서는 이미 노비가 의미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깍듯하게 대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연대장 이집이 고장군과 운부를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 따로 상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장군과 운부 그리고 이집만 따로 자리를 잡고 상의를 하였다.


“이번에 5대대장 말고도 그런 군사들이 많았습니다.

처음 전투에서 그런 자들이 생기는 것은 왕왕 있어왔던 일이고 잘 극복한 자들도 많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신기전을 사용한 화공으로 그 정도가 심했던 것이니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은 그것 보다는 5대대가 좀 특별한 대대인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집의 말에 장군이 고개를 동의했다.


“맞습니다. 제주 양씨 문중의 양귀격이 특별히 부탁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2연대에는 4대대와 5대대가 추가되었는데 그중 5연대는 절반이 넘는 수가 제주양씨 문중과 연관된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이는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했는데 4만여의 제주 사람들 중에 일만 이상이 고, 양, 부 세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 중 고씨가 6천, 양씨가 4천, 부씨가 1천을 좀 넘었다.


거기에 그들이 데리고 있는 식솔들까지 합하면 2만가까이가 연관된 사람들이다 보니 무시할 수 없었고, 고장군이 마음 놓고 육지에서 거사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 지지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중 양씨의 숫자가 만만치 않았지만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부씨 문중의 부시흥이 이름을 떨치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육지에서 혁명군이 승승장구하자 아예 문중 사람들을 모아와서 일군을 만들어 양귀격의 큰아들인 양유찬을 대장을 삼아 달라고 청탁을 하였다.


그렇다고 바로 들어줄 수는 없었기에 광주에서 따로 훈련을 시켜서 이번에 기존 군사들 중 양씨 관련자들 가운데 원하는 자들을 그 부대에 배속을 시키고 육지의 신병들도 추가해서 한 개 대대를 만들었다.


양유찬은 문중의 맏아들 답게 훈련중에 부대원들을 잘 이끌었기에 대대장으로 삼아도 무리가 없겠다 판단하여 양귀격의 청탁과 상관없이 대대장으로 임명하였었는데 이번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렇다면 양유찬을 백의종군 시켜서 공을 세우면 대대장으로 복귀를 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덤으로 양귀격에게 빚을 지우는 것이 되니 양씨 문중을 제어하는 것이 좀 더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운부도 제주의 상황을 아는지라 동의를 하였고 군막으로 다시 돌아와 이집이 말했다.


“이번에 많은 군사들이 처음 겪는 일을 맞아 큰 충격을 받았고, 군 지휘부에서 신기전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여 중대장 빼딱이의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할 것이다.

허나, 군령은 지엄한 법이니 대대장이라는 자가 자기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은 아무리 첫 출전이라 하여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임 대대장 양유찬을 백의종군 시키고 공을 세우면 다시 대대장으로 복귀를 시킬 것이다.

그동안 빼딱이가 임시 대대장을 하고 양유찬이 대대장으로 복귀를 하면 너는 부대대장이 될 것이다.

그러면 괜찮겠느냐?”


“감사합니다.”


“또한 5대대는 전임 대대장 양유찬을 포함해 이번 전투에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자들로 재편성을 할 것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을 세워야 하니 임시 대대장 빼딱이는 쉽지 않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다른 대대장들 중에 다른 의견이 있는 자들은 나서서 말하라.”


“이견(異見) 없습니다.”


2연대의 다른 대대장들은 모두 좋아하였는데 그것도 그럴 것이 달아나서 바로 돌아오지 않았던 자들이나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가진 자들을 군대에 데리고 있는 것은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한곳에 모아 놓고 트라우마 극복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도록 해야겠군.’


이는 장군의 아이디어였는데 여러 번 전투를 치르면서 트라우마로 인한 PTSD증세를 보이는 군사들이 생겨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았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많은 수가 나오니 아예 공식적으로 따로 대대를 편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낫겠다 판단하게 되었다.


덤으로 양씨 문중 사람들로 한 개 대대가 있다는 것이 많이 부담이었는데 이 기회에 멀쩡한 자들은 다른 대대로 분산을 시킬 수 있으니 그 또한 좋았다.


“그런데 신임 대대장이 이름이 빼딱이인 것은 좀 그러니 이름을 새로 지어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장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이광성이 운부를 추천했다.


“운부대사께서 지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름 짓는 것을 많이 하였던 운부라 바로 종이에 한자를 적으며 말했다.


“삐딱하게 걷는다고 빼딱이라 불렸지만 부대의 깃발을 곧게 세우고 전투에 임해 큰 공을 세웠으니 바를 정(正)자를 쓰면 좋겠습니다.

또한 내색은 않았지만 이름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여 기쁜 일이 없었을 것이니 기쁠 희(喜)자를 써서 정희(正喜)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흠, 정희라··· 이름이 영 꺼림직 한데··· 한글로 지어보라고 할 걸 그랬나.’


“별로 맘에 안드십니까?”


한자가 다르다는 것을 몰랐던 장군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 있자 운부가 물었고 장군이 손을 내 저었다.


“아, 아니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장군님께서 성을 지어 주시면 어떻습니까?”


“네? 제가요?”


모두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장군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 성을 박(朴)으로 안하면 되겠지···’


“흠, 오늘 전투가 척산(尺山) 아래에서 벌어진 전투이니 척씨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옛날 곡산척씨(谷山拓氏)를 쓰는 척준경이라는 무장이 있었다 하였습니다.”


‘척씨 가문이 도깨비 이후로 대가 끊겼다는 글을 본 적이 있고···

척산이랑 곡산척이랑 뭔가 라임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곡산척씨의 척준경이라···.

혹시 이런 한자를 쓰는 것입니까?”


운부가 좀 생각하더니 척(拓)자를 종이에 써서 보여주었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음, 그런 것이면 척씨가 아니라 탁씨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탁발(拓拔)씨를 읽을 때 탁이라고 하는 것처럼 성씨로 부를 때에는 탁이 맞습니다.”


“오호 그렇습니까?

하지만 오늘 척산 전투에서 공을 세워서 그렇게 성을 지은 것인데···

그 글자가 척으로도 읽히고 탁으로도 읽힌다면 그냥 척으로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장군의 말에 운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연대장 이집이 빼딱이에게 말하였다.


“척정희(拓正喜), 이것이 너의 새 이름이니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로서 고려 소드마스터 척준경 가문의 끊겼던 대가 이어지게(?) 되었다.


* * *


척산에서 전투가 한창이던 때, 서해 태안반도 북쪽 바다에는 배들이 가득했다.


그동안 주변 바다 지형에 익숙해졌고 울도와 덕적도 주변에 포구가 여러 곳 마련이 되어 판옥선 십수척을 비롯해 크고 작은 배 일백여척을 정박할 수 있게 되자 강화도 인근의 제해권을 가져오기 위한 출정을 앞두고 있었다.


“조류의 흐름이 바뀌었다! 훈련을 시작하라!”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리고 대장선에서 깃발이 오르내렸다.


“사후선을 내보내라!”


사령관 장시규의 명령에 사후선이 나아가서 양옆으로 전개하였다.


“병선이 먼저 앞장서 간다!”


이곳은 조류의 흐름이 복잡하여 자칫 잘못하면 소용돌이에 휘말려 배들끼리 충돌할 수 있어 사후선을 내보내 뱃길을 유도하고 빠른 배들이 먼저 앞장서서 나아갔다.


“새벽에 안개가 끼는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사후선들 사이를 지나서 가야 한다.

조류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라!

다음은 방패선들 차례다!”


이곳은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조류의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류의 흐름을 잘 타면 순식간에 수십리를 이동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배들끼리 충돌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며칠째 강도높은 훈련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는 강화도 주변에 주둔한 적의 수군들을 긴장하게 만들어 적들을 지치게 하고, 강화도 등지에 있는 군사들이 청주 쪽으로 지원을 갈 수 없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제 우리 차례인가? 드디어 우리도 훈련에 참가하는 군.”


두둥, 세척의 거북선이 바다에 나타났다.


“노를 저어라! 조류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깃발을 올려라!”


녹도만호 정운충의 거북선이 앞장서자 뒤에 두척의 거북선이 따라붙었다.


그동안 녹도만호 정운충은 남쪽에서 거북선을 가지고 올라와서 군산 인근에 정박시켜 놓고 잠시 군사들을 이끌고 공산성전투에 실전훈련을 하러 왔었다.


공산성 전투가 끝나자 거북선을 이끌고 울도로 올라갔는데 전력 공개가 될 수 있어 그동안 숨겨 두고 있었는데 출정일이 다음날로 정해지자 거북선도 드디어 훈련에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슈우우우~ 펑!


뒤쪽에 따라오던 대장선에서 신기전이 발사되자 먼저 앞서가던 병선과 방선들이 좌우로 물러났고 거북선이 맨 앞장을 섰다.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어린진의 선두에 설 것이다!”


거북선 등짝 위에 뚜껑을 열고 그 위에 지휘용 누대를 세웠고 녹도만호 정운충이 그 위에 앉아서 거북선 편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전투 준비!”


정운충의 명령에 위에 놓인 누대를 분리해서 내리고 뚜껑을 닫았다.


“돌격 운행한다! 신호용 화살을 쏴라!”


삐리리리리~


명적이 크게 울리고 거북선 세척이 삼각 편대를 이루고 진영의 머리가 되어 나아갔다.


“발사하라!”


펑! 펑! 펑!


대포에 적은 양의 화약만을 넣어 발사하는 훈련이 계속되었다.


“후퇴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여러 형태로 진형을 바꿔서 훈련을 한참 하던 중 뒤쪽에서 대장선의 깃발을 확인하고 있던 군관이 달려와 알렸다.


“오늘의 훈련은 이만 끝낸다.

즉시 배를 북쪽으로 돌려서 사야도(士也島)로 간다.”


이날의 훈련이 끝나고 큰물이섬(덕적도) 옆의 사야도(소야도)로 가서 배를 정박하였다.


사야도는 섬이 새처럼 생겼다 하여 새의섬 혹은 새곶섬이라고 불렸는데 한자로 음차하여 사야도로 적었고 또한 조선 중기 즈음에 소정방이 주둔했다는 설이 전해진 후 소야도라고도 불렸다.


“오늘 첫 훈련이었는데 어땠는가?”


해군 사령관 장시규가 녹도만호 정운충이 거북선에서 내려오자 말을 걸었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격군들도 열심히 따라주어서 내일 전투에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훈련을 한 번 밖에 못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격군들에게 담배를 배급한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남도에서 격군들을 모으기 쉽지 않았을 때 고장군께서 담배를 지급하자고 했을 때 설마 했는데···”


격군들도 공병대와 마찬가지로 중노동에 폼도 안나는 일이라 모으기가 쉽지 않았고 특히 거북선 격군은 공간이 더 좁고 항상 선두에 서야하니 모으기 더욱 힘들었다.


하여 격군들에게도 아침에 한 대 저녁에 한 대를 지급하고 있었고 거북선 격군은 운행을 하는 날에는 저녁에 두대를 지급한다고 하니 너도 나도 몰려 들었다.


“고장군께서 거북선이 출동한다고 하니 부러워 했다던데···”


“하하하, 청주성 전투만 아니면 꼭 가보고 싶다면서 엄청 안타까워했습니다.”


“허긴 거북선 안에 들어가보고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는 소문이 있었지.”


* * *


“이야! 엄청나군요.”


달포 전, 제주전투가 끝나고 올라오는 길에 장군이 거북선의 실물을 영접하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한국 사람이라면 전시용으로 대충 만들어 놓은 거북선이 아니라 실제 운용되는 거북선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장군도 이곳에 와서 꼭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저게 저렇게 생겼구나! 단면이 가마솥 같다고 해야 하나 유에프오 같다고 해야 하나···’


장군이 거북선의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전체 모양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의 배는 노를 위에서 내리 젓는 구조라 판옥선 같은 배는 1층 보다 2층이 약간 튀어나와 있고 그 위에 포를 쏘는 층이 있는 구조였는데 거북선은 포를 쏘는 층이 다시 안쪽으로 들어 가 있었고 높이는 판옥선 보다 낮았다.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는 들어가 보면 알겠지.’


장군이 거북선 가까이에 다가 갔다.


“덮개 판이 검은 색이라 철판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거북선을 보여주러 따라왔던 조선소의 대목장이 대답했다.


“이건 나무가 썩는 것을 막기위해 덮개 판 위에 옻칠을 해서 그렇습니다.

경사가 좀 있지만 파도를 맞다 보면 물이 마를 새가 없으니까요.”


장군이 실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철갑선이 아닌 것입니까?

들리는 말로는 뾰족한 창칼이 달린 철판이 붙어 있다고 하던데···”


대목장이 근처에 놓아 두었던 철판을 들어 보여 주었다.


“쇠붙이를 붙여 놓으면 아무리 잘 관리를 해도 금방 녹이 슬어서 못씁니다.

그래서 전투에 투입되기 전에 이런 옻칠을 한 철판을 붙입니다.

아니면 이런 쇠꼬챙이를 바로 때려 박기도 하고요.”


“그렇겠군요.”


장군이 감탄을 하며 놓여 있는 사다리를 타고 거북선의 덮개 판 위로 올라갔다.


“경사가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거북선 위에는 돛대가 뒤쪽으로 뉘어져 있고 앞쪽 위에 덮개 판이 있었고 덮개판을 뒤쪽으로 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 갈 수 있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측면으로도 들어갈 수 있지만 물자를 싣고 내릴 때에만 사용하고 주로 위쪽 출입구로 드나듭니다.

안이 좁고 시야가 확보가 어려워 평소에는 이 위에 누대를 얹고 운행을 합니다.”


‘오호, 탱크를 몰 때 위의 뚜껑을 열고 달리는 것 과 같은 이치인가?’


거북선은 폐쇄적인 구조이다보니 상당히 운행하기 불편하여 평소에는 탱크위의 뚜껑을 열고 달리듯이 거북선도 위의 뚜껑을 열고 멀리 그리고 주변을 확인하면서 움직였다.


‘이게 3층짜리가 아니고 2.5층쯤 되는 것이구나.’


“포를 쏘는 층이 이래서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군요.”


“저쪽은 격군들이 배를 저어야 하니 포를 쏘는 층은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지요.”


거북선은 1층 바로 위에 2층이 격군들이 있는 층이고 격군들이 서는 곳은 노가 있는 위치보다 무릎만큼 낮게 되어 1층의 3/4쯤에서 시작되었다.


2층의 지붕은 노가 있는 곳이 낮게 격군들이 있는 곳은 조금 높여져 경사져서 덮이고 3층은 격군들이 서는 공간만큼 안으로 들어가 총통 높이 만큼 낮춰서 2층의 3/4 쯤 되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럴거면 이렇게 만들지 말고 격군이 있는 층 바로 위로 포를 쏘는 층을 만들어도 되지 않나요?”


“이 거북선은 돌격선입니다.

적진 깊이 들어가 가까이에 붙어서 포를 쏘면서 적들의 진형을 무너뜨리는 용도로 쓰입니다.

그러니 높이가 너무 높은 곳에서 쏘면 착탄지점이 높아져서 효율이 떨어집니다.”


“아하, 너무 높으면 적선의 뱃전 위만 때릴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왜선들은 판옥선들 보다 크기가 작은데 그런 배들을 공격하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도 높이가 낮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북선은 그 원조가 고려말에 최무선이 왜구를 격퇴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크기가 작은 왜선을 공격하는 용도였다가 임진왜란때 이순신이 개량을 하여 안에서 지자총통 같은 큰 화포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세키부네가 아닌 안택선 같은 큰 배를 상대를 할 것이면 대형 전선인 판옥선이 있기 때문에 굳이 좁고 불편한 거북선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고 조선이 화력에서 우세하니 돌격전이 아니라 먼거리에서 화포전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이양선들이 출몰하는 시기가 되면 더 큰 배를 상대하기 위해 크기를 키운 거북선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실전성은 그리 좋지 못하였다.


“이건 또 뭐하는 것입니까?”


장군이 화포를 쏘는 층 앞쪽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이것은 풍구라고 하는 것입니다.”


거북선 앞쪽에는 용머리 비슷한 거북이 머리가 있었는데 안쪽에 들어와 보니 이상한 기구가 페달과 함께 달려 있었다.


‘풍구를 여기서 왜 사용하는 것이지? 유황연기를 피운다는 설이 있다더니 그것 때문인가?’


“전투가 시작되면 이 안이 비좁고 꽉 막혀 있으니 화약연기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때 여기 있는 풍구를 돌리면 화약연기를 빠르게 빼낼 수 있습니다.”


“야하! 그런 용도로 쓰이는 것이군요.”


그후로도 한참동안 장군의 호기심 천국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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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미 투 24.02.22 107 2 19쪽
89 월미도 해전 2 24.02.15 109 2 20쪽
88 월미도 해전 1 24.02.09 120 2 22쪽
» 거북선이 출동하면 어떨까? 24.01.28 137 3 22쪽
86 척산 전투(feat.신기전) 2 24.01.22 133 2 18쪽
85 척산 전투(feat.신기전) 1 24.01.18 144 1 21쪽
84 화천대유(火天大有) 24.01.08 153 4 21쪽
83 이사부의 사자 24.01.01 149 4 21쪽
82 삼죽(三竹)과 미수(眉叟) 23.12.25 159 4 18쪽
81 공산성 전투 23.12.17 178 3 21쪽
80 패드립을 대하는 자세 23.12.10 210 3 22쪽
79 회덕 전투 23.12.03 202 2 21쪽
78 온새미로 돌아오다. 23.12.03 190 2 21쪽
77 죽음의 인과 연 - 욕망 23.11.26 208 2 15쪽
76 죽음의 인과 연 - 환영 23.11.26 197 2 16쪽
75 두개의 행진 +1 22.11.12 574 13 14쪽
74 금산사 미륵법회 +3 22.11.07 571 16 22쪽
73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1 22.11.05 579 13 19쪽
72 부산진과 진주성 +1 22.11.01 606 14 19쪽
71 부안읍성전투 3 & 금산 의적 이광성 +1 22.10.29 622 14 16쪽
70 부안 읍성 전투 2 +1 22.10.24 653 13 20쪽
69 부안 읍성 전투 1 +1 22.10.22 715 13 17쪽
68 전략 회의 +1 22.10.17 709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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