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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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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4.22 10:1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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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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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월미도 해전 1

DUMMY

다음날 먼동이 터오기 전 새벽 달빛을 받으며 척후선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아갔다.


“소홀도(召忽島 자월도) 앞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척후선들이 속속 도착하여 보고를 하자 장시규가 명령을 내렸다.


“곧 조류가 바뀔 것이다. 그 전에 넓은 바다로 나가야 하니 지금 즉시 움직여라!”


썰물이 되기 전에 배를 밖으로 빼 놓고 대기하고 있던 군선들이 훈련한 대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설 차례이다. 출발하자.”


반 시진 후, 소홀도(자월도) 근처에서 어선에 타고 준비하고 있던 일삼이가 멀리 군선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어부들을 데리고 조류를 타고 잽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홀도는 덕적도와 영흥도 사이에 있는 섬으로 조리 모양을 닮아서 죠골섬이라 불렸는데 그것을 한자로 적어 조홀도(召忽島, 祖忽島)라 붙여졌고 나중에는 소홀도라 불렸다.


섬 위에는 봉수대가 있고 덕적도까지 감시가 가능했기에 덕적도를 점령하자 마자 이곳을 확보하였고 주변의 뱃길을 잘 아는 어부들도 덤으로 따라왔다.


“적들이 눈치채기 전에 불을 놓아야 한다. 서둘러라.”


새벽 안개가 채 가시기 전에 일삼이 일행이 먼저 영흥도와 무의도 중간에 있는 장자서(長者嶼) 근처까지 도착하였다.


장자서의 서(嶼) 도서산간(島嶼山間)이라 할 때의 서(嶼)로 물밖으로 나온 작은 바위 섬을 말하는데 오늘 전투가 벌어질 곳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이곳 지리를 모르는 혁명군에게 숨은 암초로 작용할 수 있어 반드시 표시를 해야 하였다.


“섬위로 기어올라라! 배를 단단히 고정해라.”


세척의 어선에서 사람들이 뛰어올라가 배에 연결된 줄을 바위에 묶어 고정시켰다.


“섶나무와 말똥을 높이 쌓아라!”


화르르르~


일삼이가 섶나무에 불을 땡기자 불이 높이 타오르며 연기가 치솟았다.


“불이 꺼지지 않게 옆에 흙가마니를 쌓아라!’


바위섬의 폭이 10미터 정도 밖에 안되어 파도가 높이 치면 불이 꺼질 수가 있기 때문에 불 주위로 가져온 흙가마니를 쌓아서 보호하였다.


“장자서에 불이 올랐다. 곧장 지나쳐서 팔미도 사이로 선회하라!”


곧이어 선두의 척후선과 병선들이 장자서를 지나 크게 호를 그리며 양옆으로 넓게 전개했다.


“봉화가 올랐다. 서둘러라!”


뒤쪽에서 따라오던 선두 거북선의 누대 위에서 멀리 대부도와 무의도에 봉화가 오른 것을 본 녹도만호 정운충이 큰 소리로 명령했다.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라! 우리가 선두에 선다!”


둥! 둥! 둥! 둥!


“판옥선 네척은 후미에 남아 남쪽을 견제하고 나머지는 거북선의 뒤쪽에 포진하라!”


장시규의 명령에 여덟 척의 판옥선이 대장선을 중심에 두고 여덟 팔자로 전개를 하여 거북선 뒤에 포진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통어사 대감, 역도들의 수군이 나타났습니다.”


혁명군의 해군이 팔미도를 막 지나치고 있을 때 즈음 영종진의 임시 삼도 수군 통어영에서도 적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제장들이 모여 있었다.


“적들의 규모가 어떻게 되느냐?”


“삼십리 밖에 세척의 귀선이 있고 그 뒤로 전선 아홉 척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병선과 방선까지 합하면 일백척 가까이 됩니다.”


“적들의 규모가 우리보다 크고 거북선까지 있으니 큰일이 아닙니까?”


영종만호의 걱정스러운 말에 통어사 이원로가 꾸짖었다.


“호들갑 떨지 말아라.

역도들의 수군을 지휘하는 장시규라는 놈은 힘만 세었지 진법도 제대로 모르는 놈이다.

이 길목만 튼튼히 지키고 있으면 감히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장시규가 이십년전 약관의 나이로 무과에 급제하고 선전관이 되었을 때 이원로가 그의 선임으로 있었다.


막 급제한 어린 나이에 어리버리하던 모습이 떠올랐는지 이원로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적들이 이쪽으로 오지 않고 바로 제물포로 상륙하면 어찌 합니까?”


“장시규가 있던 경상좌수영과 이곳의 물길은 천치차이이니 쉽게 상륙할 엄두를 못 낼 것이다.

그리고 그 놈들이 상륙을 해봐야 일천 남짓이 고작일 터, 물이 빠지면 오도가도 못하게 될 것이다.

다시 물이 들어오는 때까지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금방 화약이 떨어질 것이고 손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니 우리가 바라던 바가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우리 수군은 이곳에서 적들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오이까?”


월곶진 첨사의 말에 이원로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적들이 여기까지 와도 튼튼한 우리 판옥선들에 막혀 거대한 성벽을 마주한 듯 큰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썰물이 시작될 때 일제히 공격을 하여 나아가면, 적들은 이곳 물길을 모를 것이니 절반은 갯벌에 주저앉을 것이다.”


이곳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여 만조때 바다였던 곳이 물이 빠지면 온통 갯벌로 변하여 바다처럼 보이던 곳이 강이 되고 큰 강처럼 보이던 곳이 개천이 되니 이곳 물길을 잘 모르는 적을 상대하는 이원로의 자신감은 어쩌면 당연하였다.


“곧 전장에 도착할 것이니 격군들을 절반으로 줄이고 교대로 쉬게 하라!”


혁명군의 수군이 팔미도를 지나 월미도 이십리 앞까지 다다르자 장시규가 명령하였다.


“동남쪽에 화량진에는 판옥선 1척 및 방선 십여척 등이 있으나 포구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


그 사이이 혁명군 에서도 남쪽의 적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확인하려 갔던 척후선들이 들어와 보고하였고 다른 쪽으로 간 척후선들도 속속 도착하였다.


“북쪽에는 적들이 물치도(작약도)를 중심으로 영종진과 제물포사이에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전선 여덟척과 방패선과 병선 오십여척이 모여 있습니다.”


“화량 첨사진의 수군들은 해전을 포기하고 모두 뭍으로 올라와 있다하니 남쪽의 적들은 큰 위협의 되지 않을 듯합니다.”


부장의 말에 장시규가 물었다.


“남쪽으로 돌아서 영흥도나 대부도 쪽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소이까?”


배에 길잡이로 탄 어부가 대답하였다.


“숯모로섬(탄모로도, 탄도)과 제부도를 돌아서 오는 방법이 있는데 오십리를 넘게 돌아와야 하니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방에 있는 판옥선을 한 척만 남기고 세 척을 위로 올리도록 하여라.

그리고 영종도의 적들은 물치도를 중심으로 방어를 할 것으로 보이니 우리는 그대로 어을미도(월미도)까지 나아간 뒤 사선으로 진을 칠 것이다!”


둥! 둥! 둥! 둥!


장시규의 명령에 깃발이 오르내리고 혁명군의 배들이 속도를 내며 북쪽으로 나아갔다.


강화도로 가는 길은 크게 세 곳이 있었는데 북쪽의 교동도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서남쪽에서 들어가는 길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등지에서 내려오는 토사로 수시로 바닷길이 변하여 갯벌이 드러날 경우가 있어 많은 수가 움직이기에는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남쪽에서 올라가는 뱃길이었고, 이곳에는 십 수년 전인 효종 때 강화도로 가는 뱃길을 추가로 확보하기위해 월미도에 행궁(임금이 머무는 임시 궁전)을 짓고 영종도에 수군진을 새로 만들었는데 남쪽으로 올라오는 길목을 차단하는 요충지 역할을 하였다.


덕적도에 혁명군의 수군이 올라오자 교동도에 있는 경기수영의 수군들을 모두 이쪽으로 데리고 와서 영종도, 자연도, 제물포 등지에 정박하며 좁은 길목을 지키게 하였고, 경기수사 이원로는 겸 삼도수군 통어사로 황해도와 충청도 지역의 수군들까지 지휘하였다.


병자호란 이후에 강화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황당선들의 출몰이 잦아 지면서 생긴 삼도수군 통어영에 걸맞게 이전보다 많은 판옥선을 보유하였고 태안인근의 충청수영 수군들까지 올라와서 모두 여덟척의 판옥선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적들이 오리 밖 어을미도 남쪽에 도착하였습니다. 판옥선이 세척이 추가되어 모두 열두척이 되었습니다.”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척후선이 급히 들어와서 보고하자 이원로가 대장선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저것은 언월진(偃月陣, 반달모양의 진법)이 아니냐?

장시규 이놈! 오행진이나 좀 알던 어린 놈이 제법 진법 흉내를 내보려는가 보구나.”


이원로가 판옥 위에서 멀리 남쪽을 바라다보며 명령했다.


“허나 진법의 운용의 묘는 이해하지 못했을 터, 우리는 물치도 앞쪽으로 나아가 넓게 역팔자(V字형태)로 안행진을 친다.

반시진만 기다려 썰물이 되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니 혹시나 적들의 도발이 있더라도 절대로 응하지 말라!”


현재의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큰 섬이지만 이시기의 영종진이 있는 영종도는 옆에 있는 큰 섬인 자연도에 딸린 작은 섬이었고 나중에 자연도와 연결되어 전체가 영종도라 불렸다.


인천공항이 만들어 질 때 인근의 삼목도와 산불도 그리고 조금 떨어져 있는 용유도 사이의 갯벌을 메꿔서 4개의 섬이 합쳐져 현재의 영종도가 된다.


영종도 동북쪽에는 작은 무인도인 물치도(작약도)가 있는데 양옆으로 한강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갈라져 흐르니 방어의 핵심 위치였고 물치도 위에는 토성이 있어 군사를 숨겨두기도 좋았다.


“적들이 물치도 앞쪽에서 넓게 포진하여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장이 와서 보고를 하자 장시규가 명령했다.


“적들이 어찌 나오는지 확인할 것이다. 판옥선을 내보내라!”


장시규의 명령에 깃발로 신호를 보내자 우측의 판옥선 4척이 월미도 서쪽 옆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적들의 판옥선 네척이 앞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군관이 알려오자 이원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를 유인하려는 술책이다. 절대로 움직이지 마라!”


혁명군의 판옥선이 통어영 수군 진영의 오백 보 앞까지 도착하자 조민수가 명령했다.


“지자총통을 쏴라!”


삐우우우~


신호용 화살이 날라가고 앞서가던 판옥선 두 척에서 대포가 발사되었다.


꽝! 꽝! 꽝! 꽝!


슈우우우~ 풍덩!


대부분의 포가 미치지 못하거나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물에 빠져버렸다.


“하하하, 저놈들이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는 구나.

장시규, 그 역적놈이 지놈이랑 똑같은 것들만 모아왔구나!”


“적들이 오합지졸들이니 방선으로 추격하여 화공을 퍼부어 네 척을 먼저 깨뜨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종사관의 말에 이원로가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어설퍼 보여도 우리를 꾀어내려는 술책이다.

우리가 응하지 않고 있으면 한두번 더 해보다가 결국 총 공격을 해올 것이다.

아무리 못난 놈들이라도 물때가 썰물로 바뀌면 불리하다는 것 정도는 알지 않겠느냐? “


“과연 그렇겠습니다.”


“물치도에 지자총통과 천자총통이 많이 숨겨져 있는 것을 모를 것이니 반드시 숫자만 믿고 들어올 것이다.”


통어영 진영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자 들어왔던 4척의 판옥선이 배를 돌려 물러나기 시작했고 월미도 일천보 앞에서 갈라져 두 척은 동쪽으로 나아갔다.


“저놈들이 두 척씩 나뉘어서 달아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 가는 두 척은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추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통어영 군사들이 우우거리며 아쉬워했고 이원로가 큰소리로 꾸짖어 단속하였다.


“적들의 도발에 부화뇌동하지 말아라!”


지금의 월미도는 일제시대에 육지와 연결되어 물길이 막혀 있지만 이 때에는 월미도와 제물포 사이에 갯벌이 넓게 펼쳐지고 중간에 제법 넓고 깊은 수로가 형성이 되어 있었고, 두척의 판옥선이 그 물길을 따라 내려오다 신호를 보냈다.


씨우우우우~ 펑!


“어을미도 뒤로 돌아간 판옥선에서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서쪽으로 내려오던 두 척의 판옥선도 돌아왔습니다.”


혁명군 수군 진영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장시규가 명령했다.


“공격 신호를 보내라! 작전을 시작한다!”


삐우우우우~ 펑!


대장선에서 신호용 화살이 발사되고 깃발이 오르내리자 거북선 한 척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뒤를 따라서 판옥선들과 방패선 여러 척이 한꺼번에 길게 행렬을 이루며 나아갔다.


“적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거북선 한 척이 앞장서고 판옥선 등 여러 척이 한꺼번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군관의 말에 이원로가 대장선 판옥 앞쪽으로 나아가 확인하고는 큰 소리로 명령했다.


“과연 그러하구나.

역도들이 전면 공격을 해 올 모양이다.

지금은 장사진(일자진)으로 올라오지만 곧 학익진으로 포위를 하려고 할 것이다.

적들이 근처까지 오면 우리 군은 양쪽으로 갈라져 물치도 옆으로 물러나며 유인할 것이다.

물치도 포대의 포격을 맞으며 당황할 때 화공을 할 것이니 차질없이 준비하라!”


잠시 후, 선두의 거북선과 판옥선 두 척 그리고 여러 척의 방패선들이 월미도를 끼고 돌아서 동쪽으로 나아가자 부장이 외쳤다.


“저놈들이 어을미도를 돌아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혹시 제물포로 가려는 것 아닙니까?”


“곧 썰물인데 그럴리가 있겠느냐?

장시규 이놈이 진법 변화의 묘미를 잘 몰라 아예 멀리서부터 학익진을 만들어 공격해 올 모양이다.”


“뒤쪽의 판옥선 두 척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저~저 저놈들이 곧 좌초될 것 같습니다.”


월미도 서쪽 해안을 따라 올라오던 여러 척의 판옥선 중 두 척이 월미도 바로 옆으로 위태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고 군관이 소리치자 다들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저기 봐라! 저놈들이 갯벌에 주저앉았다.

하하하,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은 격군들을 태웠는가 보구나.”


“하하하, 바로 공격하러 가도 되겠습니다.”


판옥선 두 척이 갯벌위에 좌초되어 못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자 통어영 수군들이 모두 나와 손가락질을 하면 크게 웃었다.


“뱃전을 열어라! 바로 상륙한다!”


조민수의 명령에 상륙하기 좋게 개조한 판옥선의 앞쪽 뱃전이 열리고 커다란 널빤지가 앞쪽으로 걸쳐졌다.


“1소대의 1,2분대는 내려서 진지를 구축하라!

나머지는 대포를 뭍으로 내려라!

대포가 내려지면 배는 바로 덕적도로 내려 보내라.”


“가마니에 모래를 담아서 쌓아라! 대포를 놓을 자리를 만들어라!”


“적들이 오기 전에 진지 구축이 완료되어야 한다!”


서쪽의 판옥선 한척에서 군사들이 내려서 포대를 구축하는 동안 다른 한 척에서도 한 개 소대의 병력이 내렸다.


“1,2 분대는 대포를 내리도록 한다.

나머지는 나를 따라 포구 마을을 점령하고 남동쪽의 행궁을 확보한다!”


월미도는 물고기 꼬리 지느러미처럼 삼각형으로 생겼는데 북쪽에는 길쭉하게 양 옆으로 해변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 동쪽면에 포구와 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꽤 높은 산이 있고 산의 동남쪽에 있는 절터에 행궁을 지어 왕의 피난 행차가 오래 머물러야 할 경우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십여년 후 숙종때에 이르러서는 규모가 크게 행궁을 짓고 돈대를 세우고 군사를 주둔하게 하였지만 이때에는 행궁을 지키는 수직군 몇 명이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통어영 대장선 아래쪽에서 눈이 좋은 군사들이 월미도에 대포를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판옥 위쪽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알렸다.


“저놈들이 좌초된 것이 아니라 상륙을 한 것 같습니다.”


“보십시오. 대포를 내리고 있습니다.”


“뭣이라!”


이원로가 급히 달려갔고 종사관이 확인을 하고 말했다.


“저놈들이 이쪽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고 저곳에 눌러 않을 모양입니다.

포대를 완성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행궁이 있는 곳이라 어명이 없어 군사를 두지 않았더니··· 장시규! 이놈이!”


이원로가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고 있자 부장이 계책을 내었다.


“지금 조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어을미도 동쪽 물길의 입구를 틀어막고 썰물로 물길이 좁아져 모여 있는 서쪽의 적을 공격하면 어떻겠습니까?”


“적들의 포대가 완성이 되면 깨뜨리기 쉽지 않고 화량진이 고립될 수 있습니다.

빨리 쳐야 합니다.”


“적들이 언월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데 범의 아가리로 뛰어들 수는 없습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마침내 이원로가 결심을 하고 공격명령을 내렸다.


“월곶진 첨사는 판옥선 두 척과 방선 다섯척을 이끌고 동쪽의 적들을 막도록 하여라!

적들의 전선이 거북선 포함 세 척이나 우리 판옥선의 방어력이 월등하니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첨자진을 이루고 서쪽으로 진군할 것이다.

물치도 뒤에 숨겨 두었던 화공선을 모두 가져와라!

전군 출전 준비하라!”


분주히 전령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곧 공격 깃발이 올렸다.


뿌우~ 뿌!


둥! 둥! 둥! 둥!


“적들이 공격해 옵니다.”


월미도 서쪽으로 진을 치고 준비를 하고 있던 혁명군 진영에서도 움직임이 바빠졌다.


“지금 물이 빠지고 있으니 외곽의 척후선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

전군 전투 준비하라!”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영종도 쪽에는 넓게 갯벌이 펼쳐지니 월미도를 동쪽에 끼고 수로를 따라서 이중으로 포진을 하였는데 자연스럽게 오른쪽이 위로 올라간 비스듬한 반달 모양의 진형이 되었다.


반달의 앞쪽 면에는 판옥선 일열로 늘어섰고 뒤쪽의 둥근 면에는 중소형 배들이 포진하였고 양쪽 끝에는 거북선이 자리를 잡았다.


달 꼬리 섬이라는 이름에 맞게 월미도 북쪽은 육지가 길게 꼬리처럼 뻗어 나와 있는데 그 꼬리 부분에 대포를 설치하고 있던 조민수가 명령했다.


“시험 포격을 할 것이니 적들이 일천보 밖에 오면 발사한다.

준비된 포부터 대포를 장전하라!”


잠시 후, 통어영 수군이 썰물을 타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일천보까지 다가왔습니다.”


“발사하라!”


꽝! 꽝! 꽝!


먼저 준비된 소형 대포 세 문에서 불을 뿜었다.


“모래 흙이라 바닥을 좀 더 다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놈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바람에 포탄이 모두 물에 빠졌습니다.”


갑자기 알고 있었다는 듯 배가 양쪽으로 갈라져 포탄이 모두 물에 빠져 버렸다.


조금 전, 통어영 대장선에서 통어사 이원로가 명령했다.


“화공선을 먼저 보낼 것이니 우회하며 속도를 줄여라.”


삐우우우~ 펑!


“화공 신호가 올라왔다. 화공선을 앞쪽으로 보내라!”


선두의 배들이 좌우로 선회하는 사이를 뚫고 열두척의 화공선들이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화공선이 속도가 붙었다. 사공들을 척후선에 옮겨 타게 해라!”


척후선들이 빠르게 화공선에 접근하여 사공들을 태우고 돌아왔다.


“화공선에 불을 붙여라!”


척후선에서 불화살이 날라가 화공선에 불을 붙였다.


슈우우~ 탁! 화르르르르~


“장군! 적들의 화공입니다.”


선두에서 내려오는 배가 무슨 배들인지 확인하던 부관이 소리치자 장시규가 명령했다.


“가까운 쪽의 판옥선에서 나아가 일제히 포를 쏴서 좌초시켜라!”


꽝! 꽝! 꽝! 꽝!


“거리가 멀고 표적이 작아서 잘 맞지 않습니다.”


화공선 한 척이 집중 포세례를 받아 가라앉았고 열 한 척이 조류를 타고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더 앞쪽으로 올라가서 쏴라!”


혁명군 진영에서 화공선을 좌초시키느라 분주할 때 통어영의 대장선 위에서는 이원로가 명령했다.


“적들이 화공선에 정신이 팔려 있을 것이니 지금 즉시 공격한다.

판옥선과 방패선들이 짝을 지어 어린진(물고기 비늘 모양의 진형)을 이루고 진군하라!”


그 사이 다른 판옥선에서 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꽝! 꽝! 꽝! 꽝!


다시 두 척이 가라앉았지만 화공선들이 점점 다가오자 녹도만호 정운충이 명령했다.


“판옥선에서 재장전 하는 동안 우리가 가까이에서 깨뜨린다.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라!”


둥! 둥! 둥! 둥!


거북선은 시야가 좋지 못하니 원거리 공격이 취약하여 포를 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녹도만호의 거북선이 사선으로 나아갔다.


“포를 쏴라!”


녹도만호의 거북선이 화공선의 백여보 가까이로 접근하며 포를 발사했다.


꽝! 꽝! 꽝! 꽝!


쿵! 쿵! 펑!


모두 네 척의 화공선이 부서져 가라앉았다.


“적들의 방패선들이 바로 옆에 다가왔습니다.”


부지런히 화공선들을 쫓아다니는 사이 어느새 통어영의 방패선들이 인근에 도착해 있는 것을 발견한 군관이 달려와 알렸다.


“즉시 배를 돌리고 대포를 장전하라!”


정운충이 급히 명령했고 거북선 안이 분주해졌다.


“갈고리를 던져서 걸어라! 거북선이 못 돌게 막아라!”


거북선이 방향을 바꾸고 있는 사이 먼저 쫓아온 방패선에서 갈고리가 날라왔다.


“배가 앞뒤로 잡혀서 돌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포가 장전이 되려면 멀었느냐?

먼저 장전된 대포부터 쏘아라!”


꽝! 꽝!


대포가 몇개 발사되었지만 방패선들이 가까이 붙어 있는데다 앞쪽과 뒤쪽의 사선에 있어서 맞추지 못하고 모두 물에 빠졌다.


거북선이 아무리 근접 공격에 특화되어 낮은 각으로도 발사가 가능하게 설계가 되어 있었다해도 오십보 이내에 들어온 낮은 배들은 공격이 쉽지 않았다.


“각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쇠뇌와 총을 쏴서 뒤쪽의 배들을 직접 공격하라!”


흔히 거북선이 포구멍만 뚫려 있는 깜깜이 배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거북선의 원형은 중소형 배들을 잡는 돌격선이라 위쪽으로는 주위를 정찰하거나 소형 무기를 쏠 수 있는 구멍이 많이 나 있었다.


탕! 탕! 슈슉! 슉!


우측 뒤에서 줄을 걸고 있는 방패선에 집중사격을 하자 한쪽 줄이 느슨해졌다.


“그대로 전진하여 좌측 앞의 방패선을 들이받아라!”


쿠구궁! 우지끈!


거북선은 돌격선 답게 두꺼운 판자로 튼튼하게 만들어 졌고 앞쪽에는 충파를 위한 돌기가 있어 방패선을 들이받자 부서져 가라앉았다.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하라!”


“다시 전속력으로 전진하라!”


쿵! 으아악!


이번에는 배가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충격에 배위에 타고 있던 격군이며 수군들이 여럿 바다에 빠졌다.


“즉시 방향을 돌려 어을미도 쪽으로 이동한다!”


둥! 둥! 둥! 둥!


격군들이 노를 저어 거북선의 방향을 어을미도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앞쪽에 적들의 판옥선이 있습니다.”


녹도만호의 거북선이 방패선들을 떨쳐내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통어영의 판옥선이 어느덧 전장에 도착해서 거북선을 막아섰다.


“거북선의 앞 뒤를 가로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

화공을 퍼부어라!”


작가의말

월미도 행궁이 북쪽에 있다는 설과 동남쪽에 있다는 설이 있는데 북쪽에는 특별히 증거가 될만한 유물이 발견이 되지 않았기에 저는 동남쪽 설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물때가 바뀔 때를 기다려 행궁에 쉰다는 의견이 있는데 굳이 반나절 정도를 기다리기 위해 행궁을 짓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되니 이 행궁은 유사시를 대비해 지은 것으로 보여지고 그럴 목적이라면 포구에서 좀 거리가 있는 숨겨진 곳이 행궁인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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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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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한양 가는 길목 24.04.22 39 1 19쪽
95 양덕자(洋德子) 24.04.12 57 2 20쪽
94 예수회 선교사 24.04.02 66 3 18쪽
93 제1차 교육자 대회 24.04.02 61 0 24쪽
92 송시열과 독대하다 24.03.12 118 1 21쪽
91 그녀는 예뻤다 +2 24.03.03 107 2 16쪽
90 미 투 24.02.22 107 2 19쪽
89 월미도 해전 2 24.02.15 109 2 20쪽
» 월미도 해전 1 24.02.09 121 2 22쪽
87 거북선이 출동하면 어떨까? 24.01.28 137 3 22쪽
86 척산 전투(feat.신기전) 2 24.01.22 133 2 18쪽
85 척산 전투(feat.신기전) 1 24.01.18 144 1 21쪽
84 화천대유(火天大有) 24.01.08 153 4 21쪽
83 이사부의 사자 24.01.01 149 4 21쪽
82 삼죽(三竹)과 미수(眉叟) 23.12.25 159 4 18쪽
81 공산성 전투 23.12.17 178 3 21쪽
80 패드립을 대하는 자세 23.12.10 210 3 22쪽
79 회덕 전투 23.12.03 202 2 21쪽
78 온새미로 돌아오다. 23.12.03 190 2 21쪽
77 죽음의 인과 연 - 욕망 23.11.26 208 2 15쪽
76 죽음의 인과 연 - 환영 23.11.26 197 2 16쪽
75 두개의 행진 +1 22.11.12 574 13 14쪽
74 금산사 미륵법회 +3 22.11.07 571 16 22쪽
73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1 22.11.05 579 13 19쪽
72 부산진과 진주성 +1 22.11.01 606 14 19쪽
71 부안읍성전투 3 & 금산 의적 이광성 +1 22.10.29 622 14 16쪽
70 부안 읍성 전투 2 +1 22.10.24 653 13 20쪽
69 부안 읍성 전투 1 +1 22.10.22 715 13 17쪽
68 전략 회의 +1 22.10.17 709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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