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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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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4.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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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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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예수회 선교사

DUMMY

한양도성의 희정당(熙政堂)에 대신, 비변사의 신하들, 금부의 당상, 삼사의 신하들이 모였다.


“주상전하 납시오.”


현종이 들어와 용상에 앉자 허적이 엎드려 큰 소리로 외쳤다.


“신 도제찰사 허적 청주성에서 돌아왔음을 아뢰옵니다.

역적을 토벌하지 못하고 성을 버리고 회군한 것은 크나큰 불충이오니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철군을 지시한 것은 짐이니 경은 더이상 그런 말을 하지 말라.”


“황공하옵니다. 전하.”


허적과 함께 돌아온 하삼도 순무사 유혁연이 큰 소리로 말했다.


“한남도원수인 이완이 사사로이 군사를 움직여 이런 일이 생겼사옵니다.

병조판서 이완을 삭탈하시고 중죄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기다렸다는 듯 남인 대신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완을 중죄로 다스리시옵소서.”


호조판서 권대운도 말했다.


“또한 전(前) 찬선(贊善) 박세채는 사사로이 군사를 모집하여 이번 패전의 단초를 제공한 자이니 즉시 잡아들여 반드시 그 죄를 물으셔야 하옵니다.”


“박세채는 어디에 있는가?”


현종의 물음에 유혁연이 대답하였다.


“척산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에 의하면 적들에게 붙잡히지는 않았다 합니다.

벌을 받을까 두려워 몰래 도망친 것이 분명하니 추포령을 내려야 하옵니다.”


“사헌부에서는 사람을 보내 박세채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즉시 잡아 들이도록 하라.”


이번에는 한남 도원수 이완이 엎드려 큰 소리로 외쳤다.


“신 병조판서 이완 아뢰옵니다.

이번 전투에서의 패배는 모두 소신의 잘못이옵니다.

박세채는 의병들을 모집하여 왔고 전투에 참여를 하였을 뿐 다른 잘못은 없었사옵니다.

소신을 죽여 주시옵소서.”


“박세채의 일은 짐이 알아서 하겠다.

또한 나라의 형세가 위태로운 지금 어찌 장수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겠는가?

허나 도제찰사의 명을 어기고 군사를 움직인 것은 그 죄가 가볍지 않으니 도원수 이완을 백의종군케 한다.

또한 한성판윤 서필원를 신임 병조판서로 삼고 하삼도 순무사 유혁연을 한남 도원수로 하여 군을 통솔하게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완은 더 할말이 있는가?”


“신 이완 비록 백의종군한 몸이나 이번 전투에서 적들과 맞서 본 경험이 있으니 오직 충심으로 아뢰고자 하옵니다.

적들의 군세가 일만 이상을 헤아리나 절반이 넘는 수가 경험이 없는 신병이고 기병이 많이 없었사옵니다.

그리고 남만에서 들여온 대포가 있어 평지에 있는 성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우니 한성에서 방어를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옵니다.

하여 남한산성으로 몽진을 하여 적들이 가진 대포의 이점을 없애고 적들의 약한 부분을 찾아서 정예병으로 공격을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강화도의 방비를 튼튼히 하여 역도들의 배가 한강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면 적들의 보급로가 길어져 많은 군사를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를 노려 적들의 물리치시옵소서.”


“신 병조판서 서필원 아뢰옵니다.”


송시열이 현종을 독대하기 전 서필원이 병조판서를 겸하고 있었는데 임명 된지 3일 만에 이완에게 넘어간 것도 있고, 이완과 서필원은 같은 서인이지만 서로 척을 지고 있었기에 서필원이 병조판서를 강조하며 아뢰었다.


“얼마전 성균관 유림들이 난동을 피운 후 한양의 민심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이런 시기에 한양 도성을 버리고 몽진을 간다면 흔들리던 민심이 모두 역도들에게로 돌아설까 염려되옵니다.

부디 살펴 주시옵소서.”


“그렇다면 한성부 판윤은 적들의 대포에 도성을 지켜낼 방책이 있소이까?”


이완이 한성부 판윤을 강조하면서 물어오자 서필원이 대답하였다.


“적들이 기병이 많이 없고 신병들이 태반이라 말하지 않았소?

우리들에게는 기병들이 충분하니 적들이 한강을 도강할 때를 노려 각개 격파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외다.”


서필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전하!

강화도는 적들이 상륙할 곳은 많은데 중간에 산지가 동서로 가로막아 남북으로 군사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니 지금의 군사로는 적들을 막아내기 힘들 것이옵니다.

강화의 군사를 물려 통진(김포)의 군사들과 합하여 방어를 하게 함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이완이 질세라 큰 소리로 아뢰었다.


“서필원은 이미 몇 해 전에 강론으로 결정된 일을 다시 거론하고 있사옵니다.

그때 서필원의 상소에 따라 강도의 별파진(別破陣, 화약을 다루는 군병) 혁파하였다면 이 전란에 어찌 되었을 것이옵니까?

또한 일찍이 소신이 야대(夜對)할 때에 효종(孝宗)께서 하문(下問) 하시자, 우리 나라 지세(地勢)는 강화(江華)만한 데가 없고 그곳에 성을 쌓아 방비를 철저히 해야 하므로 성을 쌓을 채비를 하여야 한다 주청드린 적이 있사옵니다.

헌데 서필원이 강화 유수로 있을 때 벽돌 굽는 일을 폐해버렸으니 이런 전란을 대비할 수가 없었던 것이옵니다.”


서필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前) 병판은 어찌 지금은 수세(水勢)가 달라져 강화 연안 일대가 모두 배를 댈 수 있다고 효종 임금께 아뢴 말은 빼 버리는 것이오.

강화도는 더이상 군사를 두어 적들의 상륙을 막을 만한 곳이 아니옵니다. 전하”


보고 있던 도제찰사 허적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전하! 지금 백의종군한 자가 대전에서 논쟁을 하고자 하고 있사옵니다.

살펴주시옵소서.”


“이완은 그만 물러가 있으라.”


이완이 읍을 하고 물러가고 다시 논의가 계속되었다.


“신 도제찰사 허적 아뢰옵니다.

민심을 위해 한성에서 수성을 하자는 병조판서 서필원의 말에도 일견 일리가 있으나 만에 하나 적들의 도강을 막지 못하였을 경우를 생각해야 하옵니다.

남한산성으로 몽진을 하여 그곳의 험한 지세를 이용하여 적들을 막아내는 것이 옳은 줄 아옵니다.”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면 그곳에 고립이 될 수 있사옵니다.

군량이 떨어지면 더이상 버티어 내지 못할 것이 옵니다.

병자년의 일(병자호란)의 살펴 주시옵소서.”


“그때에는 급히 몽진을 가느라 그러지 않았소이까?

또한 지금은 산성을 보강하여 적들의 공세를 충분히 막아 낼 것이오이다.“


“허나 거기서 버틴다고 별다른 대책이 없지 않소이까?

산성의 지세에 숨어서 요행을 기다리는 것보다 이곳에서 우리 군의 용맹을 믿어 보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몽진을 가는 것을 두고 격론이 오갈 때 뒤쪽 구석에서 누군가 아뢰었다.


“신 허목,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허목이 대소신료들이 자리를 잡은 뒤에 조용히 들어온 터라 사람들이 놀라며 돌아보았다.


“앞에 나와 말해 보시오.”


현종의 말에 허목이 앞으로 나와 엎드려 고하였다.


“신 또한 강화도를 지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병판의 말에 동의 하옵니다.

강화도는 적들이 배를 댈 수 있는 곳이 많아 적은 수의 병사로 지킬 수 있는 곳이 아니옵니다.

허나 이 한양 도성 또한 적들을 막아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니 남한산성으로 몽진을 하는 것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가 아닌 낭랑한 목소리에 허목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강화도의 일은 강화유수와 상의한 뒤에 결정할 것이니 더 이상 거론치 말라.

그런데, 경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이자리에 참석한 것이 아니오?

이미 논의 중이던 것에 한마디 더 거들려고 온 것은 아닐 것이고...”


현종의 지적에 허목이 대답하였다.


“소신이 이번에 역도의 수괴인 고장군을 만나고 왔사옵니다.”


“오, 그렇소? 적들의 군세는 어떠하던가?”


“적들의 군세가 중앙군을 압도하는 정도는 아니나 그들과 함께하려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그렇소? 무슨 좋은 방안이 없겠소?”


“제가 고장군을 만나본 바로는 여전히 협상을 할 생각이 있어 보였습니다.

허니 남한산성으로 몽진을 하여 적들의 공세를 막아 내면서 시간을 벌어 역도들과 협상을 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애초에 역도들과 협상을 하여 저들에게 시간을 벌어준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조판서 김수흥이 반대를 하고 나섰고 부호군 이단하가 말을 받았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지난번에 협상을 할 때에 전라도를 내놓으라 요구하였는데 이번에는 또 무엇을 달라 요구할지 모르옵니다.

적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니 협상은 불가하옵니다.”


서인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지난번에 협상을 나섰던 허적이 말했다.


“역도들이 전라도를 그냥 내어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았사옵니까?

그저 전라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개혁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였사옵니다.”


“그게 전라도를 내어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오?

또한 전라도는 조선의 곡식창고와 같은데 그곳에서 대동미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큰일 아닙니까? “


“하오나 지금은 저들을 막아낼 여력이 없으니 협상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사옵니다.”


남인과 서인 사이에 큰 소리가 오고가는 것을 듣고 있던 허목이 목소리를 높여 아뢰었다.


“전라도를 내어주지 마시옵소서. 전하!

소신이 최선을 다해서 저들과 협상을 하여 전라도를 지켜 내겠사옵니다.”


“그게 가능하겠소?”


“지난번에는 저들을 전라도에서 막아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위해 협상을 하였지만, 지금은 이미 전라도를 넘어 청주성까지 점령하였사옵니다.

또한 경상도에서도 상주를 내주고 조령으로 군사를 물렸고 북쪽으로는 역도들이 평양성과 개성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역도들이 정사에 깊이 관여를 하게 될 터인데, 곡창지대인 전라도까지 내어주는 것은 대기근으로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는 이때에 국고의 절반을 내어달라는 것과 같사옵니다.

역도들도 그 점을 알고 협상에 임할 것이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허나 지난 협상이 실패하여 적들은 협상 중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니 협상을 하는 동안 남한산성으로 몽진을 하여 적들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옵니다.”


“하오나 전하! 역도들이···”


이단하가 반론을 제기하려고 하자 현종이 큰 소리로 제지하며 말했다.


“그만! 남한산성으로 갈 것이다.

도제찰사는 바로 몽진을 하도록 준비하라.

병조판서는 한남도원수와 함께 그동안 적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최대한 막도록 하라.

허목은 청주로 내려가 적들의 요구사항을 받아오라.”


* * *


광주에서 1박2일의 교육자 대회를 마친 장군은 설동백과 함께 제주로 내려왔다.


오랜만에 제주로 내려온 설동백은 어머니를 만나러 오조포구로 먼저 갔고 장군은 제주목사 노정을 만난 뒤 바로 항파두리에 있는 공방을 찾았다.


이곳에는 화란에서 보내준 유리 장인이 유리 가마를 만들어 유리 제조를 하고 있었는데 시제품이 나왔다하여 장군이 내려온 것이었다.


“유리가마 크기가 엄청나군요.”


장군이 키 높이 보다 훨씬 큰 유리 가마를 보고 감탄하며 말하자 유리 장인이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원래 유리를 녹이는 도가니가 다섯개까지도 있는데 빨리 결과를 내기 위해 크기를 줄여서 두개 밖에 없습니다.

저 정도만 해도 당분간은 충분할 것입니다.”


“오, 그렇군요.”


“여기에 이번에 새로 만든 유리가 있습니다.”


유리장인이 내민 유리덩어리에 장군이 약간 실망을 하며 말했다.


“아, 유리가 좀더 투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유리의 색이 짙은 녹색이었고 질이 별로 좋지 않는지 병으로 만들 수 있는 품질이 아니었다.


“유리를 만드는 모래의 질이 좋지 못하여 이런 색이 나온 것입니다.

윈래 좀더 하얗고 질이 고른 모래를 써야 하는데 아직 못 찾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력을 더 높이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 과학 조선으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난하겠구나.

이미 여러 분야에서 좌절을 맛보고 있고 해결해야 할 것이 너무 많구나.’


장군이 속으로 탄식을 하였다.


나무를 다루는 작업들은 조선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그동안 제법 결실을 보였으나 금속을 다루거나 연금술 같은 화학적인 경험이 필요한 것들은 비누 이외에는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래 지식을 푸는 것은 최대한 천천히 해야 겠구나.

잘못하다가 남 좋은 일만 시키겠어.

어쨌든 뭔가 결과가 나왔으니 상을 줘야 겠지.

포상을 푸짐히 해줘야 다른 사람들도 혹해서 기술을 내놓으러 제주로 오려고 할테니···’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정도 결과만이라도 훌륭합니다.

큰 일을 하였는데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혹시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장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다 이내 표정이 밝아지며 사례를 하겠다 하자 유리장인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제가 실은 예수회의 선교사입니다.

이나라의 왕을 알현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예수회 선교사가 뭔지 모르는 김현백이 왕을 보겠다고 하는 말에 깜짝 놀라 화란의 통역사와 한참 말을 주고받더니 통역을 하였다.


“이자가 주상전하를 뵙게 해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이자들이 믿는 것이 야소(耶穌)교 혹은 천주교라고도 하고 또 기리시탄이라고 한다는데 이자는 천주의 말을 전하는 자라 합니다.”


‘어째 옷차림이랑 행동거지가 그렇게 보이더라니 역시 선교사인가?

잘만 써먹으면 아낌없이 준다는 선교사라니··· 이건 기회다.’


장군이 유리장인의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말씀의 씨를 뿌리는 분들이 오셨군요.

아주 잘 오셨습니다.”


장군의 행동에 유리장인이 곧 이나라 왕을 알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고 보니 제가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르는군요.”


장군이 유리장인의 손을 놓고는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처음 외웠던 구절이라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군.’


장군이 처음 성경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을 때 잘 보이고 싶어서 성경 구절 하나라도 암송해서 가보고 싶었다.


여기 저기를 찾아보다가 옛날에 보았던 쇼생크탈출에서 앤디와 교도소장이 성경구절을 주고받는 것이 인상깊어 그 구절을 외워 갔었다.


장군이 성서의 구절을 외자 유리장인이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런 구절을···”


‘여기서는 더 이야기하면 안되겠군···’


장군이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아 이교도의 성경 구절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곤란할 듯하여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하였다.


“손님을 여기서 맞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장군이 유리장인 일행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선교사라면 어디서 오셨습니까?”


장군이 유럽 지도를 꺼내 보이자 유리장인이 이탈리아 반도 중간쯤을 짚었다.


“저는 이곳에 있는 토스카나 공국 출신입니다.”


이 자의 이름은 마시모 귀리아니였고, 어렸을 때 유리공방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가세가 기울어 조금 늦은 나이인 15세에 수도원에 들어갔다 하였다.


중간에 소속된 수도회가 폐쇄되면서 밀라노에 있는 예수회 칼리지 옮겨가게 되었고 몇 년 뒤 사제 서품도 받았다.


그 후 동아시아 선교를 위해 마카오로 가기로 하여 리스본으로 간 다음 다른 여러 곳에서 온 선교사들과 지난해에 말라카에 도착하였다.


말라카로 오는 도중의 배에서 병에 걸려서 마카오로 가지 못하고 요양을 하던 중 조선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고 유리장인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원을 하였다.


‘역시 예수회 선교사야.

언젠가는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찍 올 줄이야.’


대략적인 자기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는 마시모가 무슨 좋은 소식 없는가 하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가 조선에서 하고자 하는 바는 알고 있으나 아직 조선의 왕을 만날 수 있는 때가 아니오.”


“네?”


“씨를 뿌릴 때 길가에 떨어지면 새들이 먹어 버릴 것이고, 돌밭에 떨어지면 싹은 나오나 곧 해가 뜨면 타 말라 버릴 것이오.

조선에는 성리학이라는 해가 높게 떠 있어 그대들이 지금 들어간다면 곧 그 뿌리가 말라 버릴 것이오.”


마시모가 기대와 실망이 겹친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허나 씨가 좋은 땅에 떨어지면 백배, 육십배 혹은 삼십배의 결실을 이룰 것이오.

내가 곧 조선을 개혁할 것이니 몇 년 이내에 씨를 뿌리기 좋은 땅이 될 것이오.

그때가 되면 이나라 왕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할 것이오.”


마시모가 여전히 오묘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아... 그렇습니까?”


“그때까지 내가 씨를 뿌릴 다른 좋은 땅을 내어 줄 수 있소.”


“거기가 어디 입니까?”


“나중에 알려 줄 것이오.

그 전에 해주어야 할 것이 있소.”


“말씀해 주십시오.”


“예수회에서 열병에 좋은 나무 껍질을 알고 있다고 들었소.

이름이 퀴나 혹은 퀴니네 라고 하였던 것 같기도 하고···”


“아, 키나 나무 껍질을 말하는 것입니까?”


전생에 새성전교에서 해외 추수꾼 파견을 한다는 말에 장군이 동남아 여러 지역의 정보를 수집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풍토병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였는데 이시기 즈음에 예수회 선교사가 나무껍질을 와인에 담가 퀴닌 성분을 우려내어 마셨다는 정보를 본 기억이 있었다.


‘마닐라에 있는 스페인 사람들을 접촉해 봐야 하나 했는데 이 친구를 잘 구슬르면 쉽게 해결되겠는데···’


“맞는 것 같소. 그것을 많이 구해 주시오.”


장군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유리를 만드는데 힘써준 보답으로 주는 것이오.

마카오에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그 가치를 알 것이오.”


상자 안에는 홍삼이 들어 있었다.


“혹시 다른 것은 필요한 것이 없습니까?”


“흰색의 진액이 나오는 잎이 넓은 나무가 있으면 구해 주시오.

이렇게 생겼소.”


장군이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 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곳에 선교사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천주교의 책이라거나···”


“그런 적은 없소. 그대가 처음이오.”


마시모가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조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번에 화란상인들의 배를 타고 내려가서 말씀하신 것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다음에 올 때에는 마카오의 동료들도 많이 데리고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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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회덕 전투 23.12.03 202 2 21쪽
78 온새미로 돌아오다. 23.12.03 189 2 21쪽
77 죽음의 인과 연 - 욕망 23.11.26 208 2 15쪽
76 죽음의 인과 연 - 환영 23.11.26 197 2 16쪽
75 두개의 행진 +1 22.11.12 573 13 14쪽
74 금산사 미륵법회 +3 22.11.07 571 16 22쪽
73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1 22.11.05 579 13 19쪽
72 부산진과 진주성 +1 22.11.01 606 1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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