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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4.22 10:13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10,760
추천수 :
2,324
글자수 :
792,371

작성
23.12.17 00:20
조회
177
추천
3
글자
21쪽

공산성 전투

DUMMY

“하나 둘!” “영-차!”


우두둑!


“안빠진다! 거기 뒤쪽에도 도끼로 찍어!”


퍽! 퍽! 퍽!


“되었다. 다시 당겨!”


“셋 넷!” “여엉차!”


공산성 동쪽에 붙은 작은 동산 남동쪽 산자락에서 새벽부터 가랑비가 내리는 중에 영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무 등걸에 줄을 걸고 양쪽에서 웃통을 벗은 군사들이 잡아당기면서 큰 나무 뿌리를 뽑아내는 중이었는데 도중에 굵은 뿌리가 잘 빠져나오지 않자 도끼를 휘둘러 잘라내었다.


“1분대는 그쪽만 마무리하고 2분대와 교대하고 아침을 먹도록 한다! 고지가 눈앞이니 조금만 힘을 내자!”


중대장이 아침식사를 미끼로 일을 독려하는 가운데 위쪽에서는 나무를 베는 도끼질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래쪽에서는 삽과 곡괭이로 길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연대 군사들이 며칠 전에 공산성 공략을 나섰는데 서문과 동문 쪽은 가파르고 높아서 공격이 힘들었고 남문 쪽은 서쪽 성벽의 적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화살과 총알을 날려대니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공산성 북쪽은 완만하나 금강이 흐르고 있어서 뗏목이나 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난해 홍수로 금강 중류에 모래가 많이 쌓여서 배가 올라오기 힘들었고 뗏목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였다.


공산성 공략에 투입된 병사들이 이천 오백 정도 되었지만 성안에도 천 오백이나 되는 군사들이 있으니 정공법으로는 무리였고 어찌 성을 점령해도 아군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었다.


하여 공산성 동쪽의 언덕을 점령하여 공격의 교두보를 만들어보려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언덕위에 목책성이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 동쪽 성벽에서 조란탄을 등 뒤로 쏘아대고 지원군이 내려오니 그 마저도 쉽지 않아 아예 동남쪽 산자락에 며칠 전부터 지그재그로 길을 내는 중이었다.


“이거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올 것 같은데···”


1연대장 허현이 천막 밖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중얼거리자 고장군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우리 공병대들이 힘들겠는데.”


송시열의 본거지로 서인 유림들의 세가 강한 회덕에 있던 고장군은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어 아예 전투가 있는 이곳으로 옮겨와 있었다.


이곳도 유림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청주성으로 피난을 간 상황이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괜히 나서다 목숨 위태로울 수 있으니 감히 나서는 자들은 없었다.


“어이쿠, 비가 많이 옵니다.”


공병대장이 천막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비가 와서 날이 궂은데 병사들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장군이 물어보자 공병대장이 커다란 손을 내저었다.


“땀도 안나고 오히려 좋습니다.”


허현이 자리를 내어주면서 말했다.


“대극이 아재, 식사부터 하시지요.”


공병대장은 이름이 방대극인데 이름과 인상으로는 방천화극을 들고 적토마를 몰아 적장의 목이라도 따올 것 같지만 대원들이 대극이 아재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이 좋았다.


방대극은 원래 제주의 평민이었는데 악덕 지주의 농간으로 땅을 뺏기고 산속에 들어가 화전민이 되었다가 장군이 봉기를 일으키기 얼마전에 소를 훔쳐 먹다가 잡혀서 옥사에 갇혀 있었다.


봉기 성공 후 바로 방면할 수는 없어서 성산 오조포구에서 노동교화형(?)을 받고 있었는데 제주도에 신여철이 쳐들어왔을 때 노비병을 조직하여 관군들을 막아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장군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육지에 올라와서 공병부대를 만들 때 대장으로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그때의 노비병들을 공병대의 주축으로 삼으려고 하였다.


“저는 그거 못합니다.”


“나이도 있고, 여기가 편하오.”


“그때야 그 개잡놈들이 우리 땅을 짓밟으니까 나선 것이고, 하지만 이건 좀···”


처음에는 선뜻 나서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방대극도 못한다며 고사를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군이 만들려는 공병부대는 이곳처럼 전투가 한창인 곳에서 건설 작전 등에 투입되는 역할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전투병들에 비해 폼이 나지 않는 데다가, 일반 건설부대에 있어도 먹을 것은 기본으로 나오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안그래도 부족한 군사들을 이쪽으로 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나 뽑아 쓰자니 능력도 모자라는데다 이미 한번 전투를 치러본 사람들이라 이만한 사람들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하루 두대의 담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주효했는지 많은 수가 하겠다고 나섰고 방대극도 바로 영입이 되었다.


“밥먹고 식후땡운 국룰이지요.”


식사를 마친 방대극이 품속에서 조그만 곰방대를 꺼내 담뱃잎을 채우면서 장군이 자신을 꼬드길 때 썼던 말투를 흉내내 말했다.


‘그때 저 말을 왜 해가지고... 언제 따로 불러서 쓰지 말라고 해야겠다.’


혁명군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군기를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고 화약을 다뤄야 하니 위험하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결정적으로는 담배가 워낙 비싼 품목인 것이 이유였다.


이미 조선에는 담배가 많이 퍼져 젖만 떼면 곰방대를 문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라서 대기근 중에도 담배는 여전히 인기 품목이었고 장군이 몸에 안좋다고 금지하라고 하고 있었지만 이것만은 잘 먹히지 않았다.


‘미륵이 하는 말을 도대체 왜 들어 처먹을 생각을 않느냐고?!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하루 빨리 전매청을 만들어서 세금 폭탄이라도 때려야 하려나··· ’


장군이 순수(?)했던 지난 시절을 추억하며 사악한 상념에 젖어 있는 사이, 허현이 부러운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 진척이 좀 있겠습니까?”


방대극이 담배를 빨면서 대답했다.


“이번에 충원된 산판꾼(전문 벌목 일꾼)들이 일을 아주 잘해서 새벽까지 하면 얼추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육지에서도 공병대들을 충원했는데 하루 담배 두대라는 좋은 조건이라 실력이 좋은 사람들로 뽑을 수 있었고, 2주간의 기초 군사훈련만 시켜서 투입하고 있었다.


“밤새 비가 오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밤에 비까지 오면 일이 힘들어 지긴 하겠지요.”


밤에도 횃불을 밝히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나무를 베고 바윗돌을 제거하는 위험한 작업은 못하지만 길을 닦는 일은 가능하니 밤새 교대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공산성에서 관군들이 내려와 기껏 만들어 놓은 길을 점령해 버리면 큰 일이므로 횃불을 크게 밝히고 경계를 서고 있는 중이라, 그 불빛 아래에서 작업도 하니 일석이조였고 밑에서 큰 소리가 계속 나서 언덕위의 관군들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니 일석삼조였다.


* * *


다음날 새벽 살짝 낀 안개 속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산성 동쪽 언덕 목책요새의 동편 목책 아래로 조용히 접근하고 있었다.


그 전날 오후부터 비가 그쳐서 바닥은 질척이지 않고 적당한 물기를 머금어 사박거리는 소리만 났고 언덕 남쪽에서 공사하는 소리에 이내 묻혔다.


선두의 대장이 손짓을 하자 군사들이 둘로 갈라져 목책 아래에 몸을 붙이고 앉았고 뒤따라오던 공병대들이 들고 온 검은 물체를 가지고 와서 바닥에 내려 놓았다.


공병대장 방대극이 특전대장 삼동이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


“설치하라!”


공병대들이 셋이서 짝을 맞추어 검은 물체를 목책 아래쪽에 대고는 망치질을 해서 목책에 고정시켰다.


탁! 탁! 탁!


검은 물체는 앞 주둥이가 넓게 퍼져 있는 병처럼 생겼는데 목책에 붙이고 보니 문어가 돌에 붙어 있는 것 같았다.


“도화선을 꽂고 불을 붙여라!”


방대극의 명령에 공병대들이 도화선을 연결하고 불을 붙이고 목책 양 옆으로 멀찍이 달려가 엎드렸다.


치이이이!


쾅! 쾅! 쾅! 쾅!


굉음이 나면서 불꽃이 일고 목책 밑에 붙은 문어 대가리가 뒤쪽으로 날라가면서 목책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끼이이이 쿵! 쿵! 쿵!


“목책이 덜 쓰러졌다. 도끼로 찍어 쓰러뜨려라!”


방대극이 소리치며 도끼를 들고 뛰어가서 반쯤 부서진 통나무에 도끼질을 했다.


퍽! 퍽! 퍽!


문어처럼 생긴 것은 대포를 쓸 수 없는 고지에 있는 목책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새로 고안한 폭탄 같은 것인데 화력이 떨어지는 흑색화약의 폭발력을 한곳에 집중시켜서 분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두 열개의 문어 폭탄을 붙였는데 그 중 세 개는 전날 내린 비에 젖었는지 불발이 났고 나머지는 폭발했지만 위력이 모자랐는지 몇개는 목책을 쓰러뜨리지 못해 도끼질이 필요하였다.


“목책이 넘어 간다. 피해라!”


끼이이이 쿵!


그렇게 두어 개의 목책이 무너지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삼동이가 즉시 명령했다.


“1분대! 목책 안으로 들어가라!”


특전대 1분대 절반이 안으로 들어갔고 바로 큰 방패를 전달해서 앞쪽에 세우고 대열을 정비하자 바로 총을 든 나머지 분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적들이 내려온다! 쏴라!”


탕! 탕! 탕!


플린트락이 불을 뿜자 뒤늦게 알고 언덕 위에서 십여명의 관군이 헐레벌떡 뛰어내려오다 몇명이 쓰러지고 뒤로 물러났다.


“계속 들어가라! 뛰어 뛰어!”


특전대원들 계속 들어가 교두보를 구축을 완료하자 바로 혁명군이 뒤를 따라서 목책안으로 투입되었다.


“목책이 뚫렸다. 우리도 공격을 시작해라!”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자 언덕의 서쪽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1대대장 김재홍이 명령하자 1대대 군사들이 언덕의 능선위로 올라갔다.


“진격하라!”


연대장 허현의 명령에 공산성 남문과 동문 쪽에서도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책의 뿌리를 뽑아 버려라!”


특전대와 혁명군이 목책 안으로 모두 들어가자 방대극이 소리쳤고 공병대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목책을 파내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올라오는 길을 정비하고 대포를 끌고 와라!

오늘 전투를 승리하면 저녁에 담배가 한꺼번에 두대다.”


“우와아! 가자!”


조삼모사 같은 방대극의 말에 밤새워 일해 피곤해 하던 공병대들이 스팀팩이라도 맞은 것처럼 재빠르게 움직였다.


* * *


“저거 저, 저, 저놈들을 어찌 하느냐?!”


공산성 동문 북동쪽 산정에 세워진 장대 위에 충청감사 이홍연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병마 우후는 어디서 뭘 하는 것이냐?

무장이라는 놈이 적들이 쳐들어왔는데 지휘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서!”


“조금 전까지 여기 있다가 남문에 적이 쳐들어 왔다하여 내려갔습니다.”


군관의 말에 이홍연이 헛기침을 했다.


“어흠흠!

그래도 이곳 장대 위에서 지휘를 해야지!

병마 우후라는 자가 이렇게 몸이 가벼워서야···

당장 이리로 오라 해라!”


군관이 급히 병마 우후를 부르러 급히 뛰어갔다.


“공격하라!”


남문 아래쪽에서는 허현이 군사들을 독려하였다.


이틀 전 고장군이 오면서 2개 대대 데리고 와서 군사들이 충분하여 직접 성을 공략해 볼만했지만 동쪽 언덕에 우회로가 만들어지면 진행하기로 하여 여러 공성 장비들을 만들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문 쪽에는 2개 대대 천삼백정도가 모여 있었고 동문까지 걸쳐서 3개 대대 이천 이상의 군사들이 투입되었고 서문 쪽에는 2개 중대가 기회를 보고 있었고 동쪽 언덕에는1개 대대와 추가로 2개 중대 그리고 특전대가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일제히 쏴라! 돌을 굴려라!”


병마 우후(병마절도사를 보필하던 종3품 장수, 우후虞候라고도 함)의 명령에 군사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하였고 돌을 내리 굴렸다.


진남루는 좌우로 성벽이 감싸고 안쪽에 쑥 들어가 있어서 양옆의 성벽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수비하기가 용이 하였다.


“화살 공격에 대비하라!”


3대대장 양유추가 소리쳤고 남문 쪽으로 진군하던 군사들이 바로 나무 방벽 뒤로 몸을 숨겼다.


투두둑! 툭! 툭!


높게 세워진 나무 방벽에 날라오던 화살들이 모두 막혔고 간혹 빗겨 날라오던 화살들도 들어올린 방패에 막혀 버렸다.


지난번에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서 양 옆 높은 곳에서 내리 꽂히는 화살과 총알에 속수무책이라 진남루 앞까지 가지 못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통나무를 연결하여 만든 나무 방벽을 더욱 높게 만들어 비스듬히 양쪽에 세우고 밀면서 전진을 하고 있어서 큰 피해 없이 남문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충청감사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지금 적들이 공격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우후가 일제 사격이 잘 먹히지 않고 큰 대포는 모두 동문 언덕에 있어 방벽을 깨뜨릴 방법이 없으니 답답해하고 있다가 충청감사가 부른다는 말에 짜증 섞인 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동쪽 언덕의 적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쪽에 투입된 군사들은 뭘하고?! 도와주러 내려가지면 되지 않느냐?”


“동문에도 적들이 있어 움직이지 쉽지 않습니다.”


“조란탄을 쏴서 쫓아 버리면 되지 않더냐?”


“이미 방벽을 튼튼히 세워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에잇. 바로 올라가야겠다. 이곳이 뚫리면 끝장이다. 무조건 사수해야한다!”


우후가 부장을 불러서 진남루의 지휘를 맡기고 급히 뛰어올라갔다.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헉헉 거리며 올라온 우후를 보고 충청감사가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도대체 어디서 있다 오는 것이야?!”


“진남루에서 적들을 막다가 왔습니다.”


“너의 자리는 여기다.

여기에 있어야 적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지 않느냐?”


충청감사의 말에 우후가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저기 있는 적들부터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다.”


충청감사의 지시에 우후가 즉시 화포장을 불러 명령했다.


“지자총통에 철환을 장전해라!”


우후의 말에 화포장이 대답했다.


“거리가 있어 제대로 위력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란탄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니 지자총통으로 나무 방벽을 날려버리는 수 밖에는 없다.

지금 즉시 준비하라!”


화포장이 물러가자 충청감사가 말했다.


“다른 곳의 군사들을 이쪽으로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


“다른 곳은 적군들이 공격해 오고 있어 움직일 수 없고 서문과 북문이 가능은 할 것입니다.”


“저놈들이 일천은 올라와 있는 것 같은데 고작 몇 백으로 되겠느냐?

남문 쪽은 적들이 감히 접근 못할 것이니 문제없을 것이다.”


“지난번과는 달리 적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남문이 뚫리면 큰일입니다.”


“그때 내 말대로 했더니 적들이 물러나지 않았더냐?!

이번에도 이쪽의 적들을 먼저 쫓아내야 한다.”


우후가 고개만 숙이고 선뜻 대답하지 않자 큰 소리로 말했다.


“회덕이 점령된 후, 이곳을 열흘을 사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더냐?

저 언덕이 적들에게 넘어가면 이틀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왜 몰라?!”


“저쪽은 소장이 어떻게 해 보겠습니다.

허나 남문 쪽의 군사까지 빼는 것은 좀···.”


충청감사가 등채를 들어 우후의 가슴을 쿡쿡 지르면서 말했다.


“내가 병마절도사다.

너는 내 명령만 잘 들으면 된다!”


병마 우후가 부장을 불러 명했다.


“서문에는 일백만 남기고 북문은 최소한의 군사만 남기고 모두 오도록 하고 남문에도 2개 초(약 300여명)의 병사를 이곳으로 올려 보내라 해라.”


* * *


“무슨 수를 내야 할 텐데··· 저쪽 오른쪽으로 돌아서 뛰면 막사 바로 밑에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


1연대 특전대장 삼동이가 큰 방패 뒤에서 총알을 장전하고 있는 분대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놈들의 저항이 거세어서 쉽지 않습니다.

막사 밑에까지 가도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대포라도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포가 오려면 한참 있어야 한다.

내가 수를 한번 내어보지.”


원래 목책만 부수면 쉽게 요새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작전을 세웠는데 생각보다 대치가 길어지고 있어 삼동이의 마음이 급해져 있었다.


목책성 위쪽에 길게 임시 막사가 세워져 있었는데 관군들이 막사 안에 숨어서 화살과 조총탄을 쏘아대어 삼십여보 앞에서 막혀 더 이상 전진을 못하니 무슨 수를 내어보려는 중이었다.


“오르막만 아니면 해 볼만 한데, 저기 지붕위에서 내려다보며 쏘는 놈들이 제일 성가십니다.”


“흠··· 지붕위에 있는 놈들이라···

내가 혁명군에게 말해서 일제 사격을 하라 할 것이니 그때 바로 뛰어라.”


타다당! 탕! 탕!


잠시 후, 혁명군 쪽에서 총소리가 연신 울렸다.


“지금이다 뛰어!”


우와아아아!


삼동이의 명령에 특전대 한 개 분대가 방패를 앞세우고 언덕을 뛰어올라갔다.


“여기에 불을 붙여서 나에게 줘라.”


삼동이가 막사 바로 밑에 기대고 앉아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분대장에게 말하며 공병대에게 빌려온 문어 폭탄을 건넸다.


“이거나 먹어라!”


문어 폭탄의 도화선에 불이 붙자 삼동이가 문어 폭탄에 못을 박으려고 달아 둔 문어다리 같은 부분을 잡고 막사 안의 봉창으로 던져 넣었다.


“으아악!”


봉창을 열어 젖히고 안에 숨어서 조총을 쏘고 있던 군관이 갑자기 날라 든 문어대가리를 안고 뒤로 나자빠졌다.


“씨벌! 이게 뭐냐?”


쓰러진 군관이 깜짝 놀라 문어 폭탄은 던져 버리자 문어가 머리를 바닥으로 하고 나뒹굴었다.


쿵!


“진천뢰다! 피해라!”


누군가가 도화선에 불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소리치자 막사 안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꽝! 슈욱! 쿵! 퍽!


으아악!


문어 폭탄이 터지고 날라가면서 주둥이에서 불꽃이 터져 나와 막사에 불이 붙었고 관군들이 문어 대가리에 부딪치고 불꽃에 화상을 입고 나뒹굴었다.


문어 폭탄은 쇠로 겉 모양을 만들고 주둥이 쪽에 신기전처럼 원뿔모양으로 안쪽이 들어가게 화약을 채워넣고 구리판으로 덮어서 마감을 해 만들어졌다.


신기전이 화약 밖에서부터 천천히 연소하면서 불꽃을 내보내 로켓처럼 날라가게 만들었다면 문어폭탄은 안에서 화약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약한 부분인 구리판 방향으로 큰 불꽃이 한꺼번에 터져 나가게 되어 있어서 불꽃의 세기가 상당하였다.


“적들이 동요하고 있다. 공격하라!”


아래쪽에 있던 혁명군과 특전대들이 막사안에서 불길이 치솟고 아수라장이 된 것을 보고 바로 언덕위로 뛰어올라왔다.


으아아아!


막사안에 있던 관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고 언덕요새 입구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멈춰라! 응사하라!”


으아아아!


언덕요새 입구에서 지휘를 하고 있던 초관이 급히 뛰어와 말려 보지만 관군들은 그대로 지나쳐 달아났다.


타당! 탕! 탕!


으악!


앞을 가로 막던 초관이 총을 맞고 쓰러지자 입구 쪽에 있던 관군들이 모두 나와 항복했다.


* * *


언덕 요새가 점령되고 공병대가 포를 가지고 올라와 설치할 때 즈음 공산성 남문을 공략하는 군사들은 진남루 바로 앞까지 진격해 있었다.


나무 방벽이 튼튼하게 만들어진 만큼 무게가 상당하여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 시간이 좀 많이 걸렸지만 큰 피해 없어 전진할 수 있었다.


“아군이 언덕 요새를 점령했다 한다. 우리도 빨리 남문을 점령하자!”


“우와아아!”


연대장 허현 말에 공격군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나무 방벽을 넘어뜨려 성벽에 붙여라!”


진남루까지는 경사가 있어 나무 방벽을 밀어서 붙이지 못하자 방벽을 넘어뜨려서 비스듬히 세워 좌측 높은 성벽에서의 공격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쿵!


“방벽이 세워졌다. 총공격이다!

일제 사격 후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라!”


타다당! 탕! 탕!


허현의 명령에 일제 사격이 이루어지고 사다리가 놓아지자 3대대장 양유추가 가장 먼저 달려 올라가며 소리쳤다.


“나를 따라라!”


와아아아!


진남루는 높이가 크게 높지 않아 사다리가 완만하게 걸쳐져서 몸집이 동글동글 딴딴하게 생긴 양유추가 구르듯이 뛰어올라갔다.


“비켜라!”


양유추가 들고 있던 손도끼를 가로막는 관군에게 던졌다.


으아악!


양유추가 도끼를 맞고 꼬꾸라지는 관군을 피하면서 진남루 성벽위로 뛰어올라갔다.


“쳐라!”


허리춤에서 도끼 두개를 뽑아서 휘두르며 사다리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는 관군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퍽! 으악!


챙! 챙! 챙!


혁명군이 속속 뛰어올라오고 진남루 위에서 난전이 벌어졌다.


“큰일 났습니다. 진남루가 점령될 것 같습니다.”


공산 정상의 장대 위로 군관이 달려와 보고하자 충청감사 이홍연이 아연실색을 하였다.


“뭣이라?! 우후는 뭐하시오. 어서 막아야 하지 않겠나?”


모두 어쩌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는 중에 공산성 서쪽 공산정에서 망을 보던 병사 급히 와서 보고했다.


“지금 금강 서쪽에서 적들의 수군이 뗏목을 타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홍연이 마음이 급해서 병마 우후를 다그쳤다.


“빨리 공북루 쪽에도 군사를 보내야 하지 않겠소?”


슈우웅~ 쾅!


동쪽 언덕에서 쏜 대포가 장대위의 지붕에 박히고 기와장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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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척산 전투(feat.신기전) 2 24.01.22 133 2 18쪽
85 척산 전투(feat.신기전) 1 24.01.18 144 1 21쪽
84 화천대유(火天大有) 24.01.08 153 4 21쪽
83 이사부의 사자 24.01.01 149 4 21쪽
82 삼죽(三竹)과 미수(眉叟) 23.12.25 159 4 18쪽
» 공산성 전투 23.12.17 178 3 21쪽
80 패드립을 대하는 자세 23.12.10 209 3 22쪽
79 회덕 전투 23.12.03 202 2 21쪽
78 온새미로 돌아오다. 23.12.03 189 2 21쪽
77 죽음의 인과 연 - 욕망 23.11.26 208 2 15쪽
76 죽음의 인과 연 - 환영 23.11.26 197 2 16쪽
75 두개의 행진 +1 22.11.12 574 13 14쪽
74 금산사 미륵법회 +3 22.11.07 571 16 22쪽
73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1 22.11.05 579 13 19쪽
72 부산진과 진주성 +1 22.11.01 606 14 19쪽
71 부안읍성전투 3 & 금산 의적 이광성 +1 22.10.29 622 14 16쪽
70 부안 읍성 전투 2 +1 22.10.24 653 13 20쪽
69 부안 읍성 전투 1 +1 22.10.22 715 13 17쪽
68 전략 회의 +1 22.10.17 709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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