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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08 01:14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13,084
추천수 :
2,348
글자수 :
812,223

작성
24.04.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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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한양으로 가는 길목

DUMMY

“막산형님, 이쪽으로 온 것이 확실하오?”


황해도 장수산성이 있는 장수산 건너편 가려산 산자락에 숨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던 김기발이 묻자 막산이 대답하였다.


“내가 평양 대성산성에 있을 때 확인했던 사실이니 확실할 것이다.

군량미가 다섯척의 배에 실려 남쪽으로 내려 갔으니 삼사천석은 족히 될 것이다.”


“이쪽 말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지 않소?”


김기발의 말에 막산이 고개를 저었다.


“임진강과 예성강에 큰물이 져 뱃길이 막혀 큰 배는 못 다닌다고 하니 반드시 이쪽으로 올 것이라 하였다.”


막산이 있던 평안도는 안주의 병영성을 점령한 후 정주와 영변 등 인근의 고을들을 해방시키고 있었는데 그렇게 일이 녹녹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평안감사 민유중이 이례적으로 유임이 될 정도로 평안도의 민심을 잘 다스리고 있었기도 하고 평안도에는 보리 농사가가 망하고 정주 등지에 바닷물이 범람하는 등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남쪽에서 먼 길을 거쳐 조금씩 올라오는 식량으로는 부족하였고, 의주의 관향고를 털면 식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겠지만 잘못하면 청나라가 개입할 수 있으니 의주 방향으로는 더 이상 진군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 얼마 전 평양성 동쪽의 옛 대성산성이 있던 곳을 점령하여 기회를 노리고 한편으로는 황해도로 사람들을 보내 구월산성의 점령을 도왔다.


하지만 평양성이 워낙 견고한데다 곡식이 넉넉히 비축되어 있었고 평양 서쪽의 평지는 평양성에서 나온 기병들이 수시로 돌아다녀 움직임이 봉쇄되니 공략이 쉽지 않았다.


황해도에는 정방산성(사리원 북쪽 산성), 장수산성(재령 남쪽의 산성), 수양산성(해주 북쪽의 산성)을 연결하는 내륙 방어라인이 견고하여 바닷가의 고을을 점령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평양의 천류고(泉流庫, 의주의 관향고와 더불어 청나라 무역과 사행에 필요한 물품과 자금을 보관하는 창고)에 있는 곡식을 실은 세곡선이 남쪽으로 내려갔다는 첩보가 들어와 막산이 남쪽으로 내려와서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뻐꾹! 뻐꾹!


“뭔가 발견한 모양이오.”


건너편 언덕의 나무 위에서 신호가 오자 김기발과 막산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저기 보이는 구나.”


멀리 소달구지와 나귀에 곡식을 싣고 구불구불 오고 있는 긴 행렬이 보였다.


“장수산 동쪽을 돌아서 내려오고 있어 오래 걸렸나 보오.”


“이쪽 길을 택했다는 것은 해주를 지나 연안쪽 포구에서 배를 이용해 한강으로 들어갈 모양이로군.”


한양에서 의주로 가는 길은 사신단이 자주 왕래하기 때문에 길이 그나마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사리원 남쪽은 산이 많아 크게 세 갈래로 길이 나뉘는데 이쪽이 그 중 하나였다.


“아깝다. 태자원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면 일부는 불태울 수 있었을 텐데···”


김기발이 아쉬워하자 막산이 달랬다.


“우리는 군량이 어디로 내려가고 있는지 확인만 하려는 것이니 너무 아쉬워마라.”


* * *


우와아아!


영남 남인들의 전군 일천이 선봉으로 음죽현 동쪽에 있는 역참인 장호원 동남쪽 십여리 밖에 도착하자 갑자기 산모퉁이에서 복병이 일어났다.


“침착하게 대응하라. 적들은 오합지졸이다.”


말 위에 있던 대장 하임우가 크게 소리치며 군사들을 독려하자 몇 번 겪어 본 적이 있다는 듯이 군사들이 침착하게 방진을 형성하며 대응했다.


챙! 챙! 챙!


“넷째야! 지금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하임우의 명령에 옆에 대기하던 하우무가 십여명의 별동대를 데리고 움직였다.


“쳐라!”


하무우가 우측의 틈을 공략하며 달려들자 관군들이 조금씩 물러 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야 말로 모두 잡는다! 전군 돌격하라!”


새로운 작전이 먹혀 드는 듯 보이자 하임우가 돌격 명령을 내렸고 관군들 쪽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이만하면 되었으니 우리는 이천으로 철수할 것이다.

내가 후방을 맡을 것이니 군사를 천천히 후퇴시켜라.”


관군 뒤쪽에서 대장인듯 보이는 자가 부장에게 명령을 내리고 군관 몇 명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측으로 돌아서 친다!”


대여섯명의 군관이 오른쪽으로 돌아서 영남 남인 선봉군의 좌측면에 들이 닥쳤고 좌측이 어지러워진 틈을 타 중앙에는 관군 대장이 앞장서서 여럿을 베어넘겼다.


으아악!


“김체건이 나타났다!”


갑자기 들이닥친 군관들의 무용에 밀어붙이려던 영남 남인들의 기세가 꺾여 주춤거렸다.


“물러서지 마라!”


중앙을 맡고 있던 하점우가 악을 쓰며 독려를 해보지만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뒤로 물러나 대열을 정비하라!”


결국 십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군사를 뒤로 물렸고 관군들도 후퇴하여 수 십리 밖으로 군사를 물렸다.


영남 남인들의 선봉군은 하씨 3형제가 이끌고 있었는데 이들은 훈련원 판관 하운서의 다섯 아들 중 무재가 있는 둘째 셋째 넷째 아들이었다.


둘째인 하임우는 한성에서 부호군(치안을 담당하는 군관)으로 있다가 영남 남인들이 봉기하자 내려와 상주에서 합류하였고 넷째인 하무우는 내금위 소속으로 1년전 무과에 급제하였고 그때 셋째인 하점우도 함께 급제를 하였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둘째 하임우가 두주먹을 움켜 쥐며 분해하자 셋째인 하점우가 말했다.


“그래도 적들을 물리치지 않았습니까?”


“김체건 저놈만 없었으면 완벽한 승리였을 것이다.”


하임우의 말에 넷째 하우무가 호기롭게 나섰다.


“다음에는 제가 점우 형님과 함께 저자를 막아 보겠습니다.”


지난 몇 번의 전투가 떠 오른 듯 하임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단속하였다.


“아서라. 너희 둘이 나서서 어찌 해볼만한 자가 아니다.

너희들을 잃을 수 없으니 절대 앞에 나서지 마라!”


영남 남인들은 관군들이 상주성을 비우고 철수하자 문경새재를 넘어서 충주로 들어온 다음 두개의 길로 군을 나누어 이천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문경새재에서 올라오는 도중에 한 개 사(司, 600여명) 정도의 군사들에게 습격을 몇 번 당하였는데 군사들의 숫자가 많음에 기대어 포위하여 공격해보려고 하면 어김없이 김체건이 나타나 전세를 역전시키며 빠져나가곤 하니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한양에 있을 때에 이미 김체건의 소문을 들었는데 직접 맞서고 보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 하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제 앞쪽에 너른 들이 펼쳐질 것이니 적들도 더 이상 적은 숫자로 기습해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굳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임우가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바로 음죽현 뒤의 설봉산성을 점령한 후 그곳을 거점으로 진을 치고 적들을 맞을 것이다.

속히 진군하라!”


* * *


“두 온 다섯 개먼, 아홉 온 아흔아홉 즈믄, 다섯 온 열일곱!”


앞쪽에 205,999,517 이라는 숫자가 적힘 팻말을 보고 열 대여섯쯤 되는 아이가 큰 소리로 거침없이 말했다.


“맞습니다!”


와아아!


최석정의 말에 아이는 뛸 듯이 기뻐했고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우리 아들! 잘 했구나!”


이날 숫자세기 일등상 부상으로 소세지 한 꾸러미를 받고 오는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기뻐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행사를 할 생각을 했습니까?”


장군이 감탄을 하자 최석정이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하하하,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면 좋은 방법이 나오는 법이지요.”


“여러 곳에 이 방법을 전수해야 겠습니다.”


“이미 가까운 고을에서는 시행하고 있습니다.”


장군이 제주에서 광주로 올라오니 광주에서는 매일 저녁마다 숫자 맞추기 대회를 열고 부상으로 소세지며 쌀, 옷감 같은 것을 주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있었고 새로운 숫자 세는 방법도 잘 정착되고 있었다.


‘역시 뭔가 떨어지는 것이 있어야 움직이는 구만.

이러다가 내가 숫자를 제대로 못 셀 수도 있겠는 걸.’


이미 한자 바탕의 숫자세기와 일만 만자가 수십년간 입에 밴 장군에게 오히려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광주에서 올라오는 말 위에서 숫자세기에 전념했다.


“여기가 세마대입니다.

이곳 독산성에는 물이 부족한데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이 쌀을 말에 끼얹어 목욕을 시키는 시늉을 해서 물이 많은 것처럼 속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장군이 전주, 회덕, 청주를 거쳐서 수원부 십리밖의 독산성 위에 올라서자 운부가 맞이하였다.


“드디어 한성이 코앞이군요. 고생하였습니다.”


“올라오는 도중에는 큰 저항이 없어 쉽게 올라왔습니다.”


“다행이군요. 적들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운부가 북쪽으로 펼쳐진 산자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적들은 저기 북서쪽 사십여리 밖의 안산 동쪽의 수리산, 북쪽의 광교산과 용인의 향수산, 그리고 이천의 양각산과 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운부가 전황 설명을 하였는데 독산성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멀리까지 볼 수 있기에 군사 작전을 세우는 본부로 적합하였다.


“적들이 넓게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저들이 아직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저께 몽진 행렬이 산성으로 들어갔다 합니다.

종친들이며 사대부들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들어갈 것이니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 군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금 1연대와 2연대가 이곳과 북서쪽 십리밖에 나뉘어 주둔하고 있고 3연대는 인천에 상륙하였고 영남 남인의 군이 장호원을 지나 설봉산성에 주둔하고 있다 합니다.”


3연대는 지난 월미도 전투에서 한 개 대대가 지원을 하였고, 상주의 관군들이 철군하고 영남 남인들의 군사들도 북쪽으로 올라가자 3 연대 전체가 서쪽으로 옮겨 화량진을 거쳐 인천으로 상륙하여 문학산성을 점령하고 북쪽아래 인천 읍치에 주둔하고 있다 하였다.


“지금 인천에 상륙한 3연대 쪽과 연결하기 위해 북서쪽 수리산 쪽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적들이 많은가 봅니다.”


장군의 물음에 특전대를 이끌고 있는 진모리가 대답하였다.


“적들이 많지는 않은데 작은 부대로 산자락마다 숨어서 달려드니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닙니다.”


“음, 그건 우리가 특전대를 사용하여 주로 쓰는 작전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훈련도감군들이라 우리 특전대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 * *


다음날 1연대와 2연대가 주둔하고 있는 수원 행궁으로 올라왔다.


현대의 수원 행궁은 나중에 정조가 세운 것으로 수원시에 있지만, 이때의 수원 행궁은 현대의 수원화성 20여리 남쪽의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인 융건릉이 있는 화산아래에 있었다.


이곳에는 수원부 읍치가 있고 조선의 왕들이 남쪽의 온양온천에 요양을 하러 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행궁이 있었고 주변은 평지이고 이쪽만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군사를 주둔하기 적합하였다.


“말씀만 듣다가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수원행궁에는 장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와있었는데 먼저 영남 남인들을 만났다.


“이천까지 진격하였다 들었습니다.”


장군의 말에 상주 유림 이원정이 대답하였다.


“음죽현 뒤의 설봉산성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우군이 동쪽을 맡아주니 아주 든든합니다.”


“이쪽의 군세에 비하면 약소합니다.”


간단한 덕담을 주고받고 본격적인 대화가 오갔다.


“듣자 하니 조정과 협상을 하고 있다 하더이다.”


이원정이 운을 떼었고 장군이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였다.


“저들이 대화를 하고자 하니 응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협상을 한다면 응당 우리도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자들이 지금까지 한 것이 뭐가 있다고···’


장군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조정에서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 지금 당장 그러기에는 난감함이 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따로 접촉을 해 보시지요.

미수 허목 선생이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장군의 제안에 이원정이 약간 풀이 죽은 듯 대답하였다.


“흐흠, 이미 만나 보았소이다.”


‘당연하겠지만 별 성과가 없었나 보군.

그러게 오락가락하지 말고 열심히 좀 할 것이지.

자신들의 처지를 조금 알려 줘 볼까?’


“그러하셨군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하시면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한다면 조정에서도 알아줄 것이 아닙니까?”


장군이 영남 남인들의 역할이 적음을 돌려서 말하자 안동 유림 유세철이 따지듯 말했다.


“우리가 이미 대구와 상주를 점령하였으니 그 공이 작다고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이런 대접이라면 우리가 이 전쟁에 함께할 이유가 없지 않소이까?”


‘어이쿠, 지금 와서 군사를 물리겠다고?

과연 그럴 배짱이 있는지 한번 볼까?’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전쟁의 일은 그 결과를 놓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영남 우도 남인인 무위자 곽세건도 나섰다.


“이번에 문경새재에서 충주를 거쳐 올라오며 벌어진 몇번의 전투에서 적들을 패퇴 시겼습니다.”


‘약간의 접전이 있었다던 그건가?

좀 더 알아봐야겠는걸.’


“아, 그렇습니까? 적들의 공세가 거세다 하던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다섯 번 전투에서 다섯 번을 모두 이겼지 않겠습니까?”


장군이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단하군요. 다섯 번 승리를 하였다면 적들의 피해가 크겠군요.”


“그것이··· 수십의 피해를 입힌 것이 고작입니다.”


“아군의 피해는요?”


“한 이백이 됩니다.”


'이래서 자랑을 못하고 쉬쉬하였구만.

수십 대 이백이라··· 거의 1:5의 교환비인데···’


이원정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였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전투에서 승리를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래도 혹시나 방심하기를 유도한 것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그 정도는 우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이들도 소중한 아군이니 칭찬도 좀 해줘야지.’


장군이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적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그만큼 진격하였으니 이는 우리 군의 소중한 승리입니다.

그리고 영남 남인들은 우리와 함께 하고자 일어났으니 새로운 조선을 만드는 것 또한 함께 할 것입니다.

조정과 본격적인 협상을 하게 되면 당연히 협상에 함께 할 것이니 걱정 마시고 남한 산성을 점령하는 데 일조해 주십시오.”


이원정이 장군의 냉랭한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가 다시 분위기가 바뀌자 안심을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 있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한 배를 탄 입장이니 승리든 패배든 서로 숨김없이 알려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측 군사의 일은 운부 대사께서 맡고 있으니 상의하시면 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영남 남인들이 돌아가고 이번에는 허목을 만났다.


“제가 제주에 내려가는 바람에 오래 기다리셨다 들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미수 선생께서는 지난번과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목소리가 달라지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고양이를 멀리하고 나니 비염이 싹 나았다네.”


“잘 되었습니다.”


지난번 허목을 만날 때 종이를 연신 코밑에 붙였다 떼고 코멩멩이 소리를 내길래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다.


허목은 의학에 조예가 깊어 송시열이 중병을 앓을 때 처방을 내려준 일화가 있을 정도였는데 비염 정도를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여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는데 고양이를 끼고 살고 있다 하였다.


조선의 사대부들이 자연을 벗삼아 지내는 것을 즐겨하다 보니 동물도 좋아하여 다양한 동물들을 그림으로 많이 남겼다.


허목은 그림에도 관심이 많은데다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나중에 조지운이라는 서인계 문인화가에게 부채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하여 조지운이 노론의 미움을 사게 만들어 참봉 벼슬에서 물러나게 만든 일화가 있을 정도로 고양이 광이었다.


“고양이가 영물이라 무슨 나에게 무슨 안좋은 영향을 미친 것이었나?

온갖 탕약을 다 먹어도 안 떨어지던 고질병이 고양이를 멀리한다고 없어진단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고 고양이 털 알러지라는 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은 고양이 털에 특별히 민감해서 그럴 수가 있습니다.”


“알라지? 얼라지? 얼라들처럼 민감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가?”


“하하하, 네네 맞습니다.”


“그럼 이제 나는 고양이를 영영 못 만지는 건가?”


허목이 금단증세가 있는 것처럼 손을 떨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집안에 두고 살지만 않으면 잠깐 정도 안는 것은 괜찮을 겁니다.”


허목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행일세.”


“그런데··· 영남남인들을 만나 보셨다고요?”


“같은 곳에 있어 오며 가며 보게 되니 안 만날 수가 있겠나?

나중에 만날 것을 그랬나?”


“아닙니다. 잘 하셨습니다.”


“뭐 별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고···

자기들을 부추겨 이 전쟁에 참가하게 만들어 놓고 어찌 조정의 특사가 되어 자신들만 빼놓고 일을 벌이느냐 묻더군.”


“그래서 뭐라 답하셨습니까?”


“그동안 전쟁에서 한 일이 없으니 조정에서도 협상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네.

생각이 있으면 뭔가 하겠지.”


‘이것 참··· 괜히 도발해 놔서 무리해서 공을 세우려 하다가 패하는 건 아니겠지?

영남 남인이 무너지면 좋긴 한데 너무 일찍 그렇게 되어도 또 안좋은데···’


“그러셨군요.

그리고 한남 도원수 이완이 백의종군하였다 들었습니다.

서필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는데 어떤 사람입니까?’


“흠, 무장 출신은 아니네만 심계가 깊고 경험이 많다네.

조심해야 할 것일세.’


‘그래서 우리 전술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었나?

앞으로 좀 더 신중해야 겠는걸.’


‘알겠습니다.

이번에 어전회의에 참석하셨다 들었습니다.”


“주상께서 내게 먼저 요구사항을 받아오라 하셨네.”


“이미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장군이 노정, 유형원, 운부 등과 각각 상의한 내용을 전날 운부와 정리해서 만들어 둔 것을 내밀었다.


“허허허, 엄청나구만··· 많이 양보해야 할 것일세.”


“그건 차차 논의해 봐야겠지요.”


장군과 허목이 한참 동안 협상안에 대해서 상의를 하였다.


“다음에 올 때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게 될 것일세.

그때에는 저쪽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니 그리 알게나.”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조심해서 올라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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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강화 전투 2 +1 24.05.08 37 2 21쪽
97 강화 전투 1 24.05.02 78 2 22쪽
» 한양으로 가는 길목 24.04.22 82 1 19쪽
95 양덕자(洋德子) 24.04.12 85 2 20쪽
94 예수회 선교사 24.04.02 96 3 18쪽
93 제1차 교육자 대회 24.04.02 85 0 24쪽
92 송시열과 독대하다 24.03.12 146 1 21쪽
91 그녀는 예뻤다 +2 24.03.03 129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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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척산 전투(feat.신기전) 1 24.01.18 167 1 21쪽
84 화천대유(火天大有) 24.01.08 173 4 21쪽
83 이사부의 사자 24.01.01 171 4 21쪽
82 삼죽(三竹)과 미수(眉叟) 23.12.25 178 4 18쪽
81 공산성 전투 23.12.17 198 3 21쪽
80 패드립을 대하는 자세 23.12.10 229 3 22쪽
79 회덕 전투 23.12.03 221 2 21쪽
78 온새미로 돌아오다. 23.12.03 208 2 21쪽
77 죽음의 인과 연 - 욕망 23.11.26 227 3 15쪽
76 죽음의 인과 연 - 환영 23.11.26 216 3 16쪽
75 두개의 행진 +1 22.11.12 593 13 14쪽
74 금산사 미륵법회 +3 22.11.07 589 16 22쪽
73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1 22.11.05 597 13 19쪽
72 부산진과 진주성 +1 22.11.01 626 14 19쪽
71 부안읍성전투 3 & 금산 의적 이광성 +1 22.10.29 640 1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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