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모노케로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499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127

작성
20.09.11 08:10
조회
89
추천
2
글자
8쪽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6

DUMMY

사슴의 얼굴이 뭉개지며 이빨이 튀어나왔다. 날카롭게 버린 수십 개의 칼날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갑주를 긁으며 소리를 냈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발로 찼고 사슴 시체가 수풀을 가르며 날아갔다. 사방에서 크고 작은 사슴이 튀어나왔다. 생토니스는 쉬지 않고 사방에 총을 쏴댔다. 카사네는 그의 등에 바짝 붙는 한편, 숫자가 너무 부족하다 판단했다.


투구의 모양이 바뀌기 시작했다.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왔고 갑주에 비늘이 돋아났다. 등에 날개가 생겼다. 그녀가 날개를 휘둘러 거리를 벌리며 검은 비늘을 사방에 뿌렸다. 비늘이 끝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주위를 난도질했다.


몰아치던 사슴들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카사네가 생토니스의 등을 껴안았다. 발을 굴러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생토니스가 놀라 총을 놓쳤다. 둘은 북쪽에 넓은 평야로 향했다.


하늘로 도망친 두 사람을 사슴들이 쫓았다. 카사네가 날린 비늘들이 액체가 되어 서로 뭉쳤다. 작은 용이 되었다. 그것이 사슴의 뒤를 쫓았다.


사슴 두 마리가 무리를 이탈하여 서쪽으로 향했다. 작은 용은 두 사슴을 쫓았다. 사슴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기이한 집이었다. 나무가 아닌 사슴뿔이 촘촘히 엮여 나무를 대신했다. 사슴이 뿔로 문을 두드리자 문이 홀로 열렸다. 안쪽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두 사슴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용은 안쪽이 보고 싶었지만, 창문이 달리지 않았다. 용이 날갯짓하여 하늘로 높이 날았다. 집의 위치를 다시 한번 파악하곤 북쪽으로 향했다. 카사네와 생토니스가 리볼버를 재장전하고 있었다. 카사네는 화약 냄새에 헛구역질했다. 생토니스가 다가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무리할 필요 없다."


"오늘따라 속이 안 좋네요."


카사네가 숨을 고르고 기지개를 켰다. 그녀가 헛구역질을 멈췄다. 생토니스는 총을 마저 장전했다. 사슴 무리가 그들을 향해 먼지를 흩뿌리며 진군했다. 그것을 보고 카사네가 날개를 펼치려 하자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다.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태워버리자."


하늘에서 작은 용이 둘을 향해 낙하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그 정도로 불을 뿜어낼 수 있겠나."


카사네가 말했다.


"쉽죠."


카사네가 앞으로 걷자 갑옷에서 그녀가 떨어져 나왔다. 갑옷이 액체가 되더니 작은 용의 몸에 들러붙었다. 용의 덩치가 거대해졌다. 장정 셋보다 거대했다. 진군하던 사슴들이 용을 보고 발을 멈췄다. 카사네와 용이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유황 냄새가 났다. 그녀가 숨을 뱉어내자 용의 입에서 뜨거운 불길이 쏟아졌다. 사슴들이 도망치자 용이 날아오르며 쫓았다.


생토니스가 그 광경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의 허리춤에서 푸른 리본이 나풀거리며 나왔다. 거대한 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랑 같이 살 때만큼 작네."


차분한 음성이었다. 카사네가 말했다.


"저 정도면 큰 거 아니에요?"


푸른 리본이 말했다.


"저것보다 훨씬 컸어요. 엄마한테 가장 어리광부리던 용이었는데."


초원의 반절이 불길에 휩쓸렸다. 발퀘레디움이 돌아왔다. 검은 물이 다시 흩어지고 뭉치며 갑주가 되었다. 카사네가 갑옷에 가까이 다가가자 자연스레 그녀의 몸과 하나가 되었다. 발퀘레디움이 말했다.


"수상한 집이 있어. 거길 가보면 될 거 같아. 창문이 하나도 없더라니까."


푸른 리본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카사네가 다시 날개를 펼쳤다. 남편을 껴안은 채 하늘을 날았다. 발퀘의 기억을 따라 날아가자 집이 보였다. 생토니스는 그곳을 보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고 식은 땀이 흘렀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저기에."


"네. 저기 있어요."


카사네가 땅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안쪽이 어떤지 확인했나."


발퀘레디움이 말했다.


"아니, 굳이 위험해 보이는 곳에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카사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뒤로 물러서라 말했다. 생토니스가 물러서자 그녀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 사방에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그러나 집은 굳건하게 불길을 버텨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직접 들어가야겠군."


"그럼 여기서 기다려요. 나 혼자 갔다 올게요."


생토니스는 그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카사네는 자신 혼자도 충분할 거라며, 생포해 올 거라고 약속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내 부인을 위험한 곳에 혼자 둘 생각은 없다."


그녀는 자신의 갑옷은 어떠한 상황에도 뚫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둘은 짧은 눈싸움을 끝내고 같이 들어갔다. 문지방을 밟고 들어섰다.


빨갛고 둥근 구체가 빛을 내며 허공을 떠다녔다. 생토니스가 총을 겨누자 주변이 밝아졌다. 사슴뿔 왕좌에 앉은 다이모니 오데스가 보였다. 그의 발굽 끝에 붉은 점이 떠다녔다. 생토니스가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말했다.


"죽어라."


그가 총을 갈기자 오데스가 사라지며 사방이 어두워졌다. 오데스가 말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떠나라."


한 줄기의 빛이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새어나왔다. 생토니스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총을 쐈다. 오데스가 코웃음 쳤다. 카사네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봐요."


그녀가 어둠 속으로 뛰어들며 불을 뿜었다. 그녀가 불을 뿜어 사방이 밝아질 때마다 오데스는 도망치기 바빴다. 자신의 안광에서 뽑아낸 짐승을 풀었지만, 주먹 한 방에 쓰러졌다. 카사네가 오데스에게 가까워질수록 괴성이 들렸다. 사슴의 기이한 함성과 인간의 콧소리가 뒤섞였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세 번 들리고 사방이 밝아졌다.


오데스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그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카사네가 말했다.


"어휴, 이놈은 잔머리만 굴릴 줄 알지. 너무 빈약하다니까."


생토니스가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오데스가 말했다.


"나를 죽이면 네놈 자식에···"


생토니스는 지체하지 않고 오데스의 머리에 총을 쐈다. 깔끔한 구멍이 뚫렸다. 카사네가 말했다.


"음, 적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죽는 걸 보는 건 썩 유쾌하진 않네요."


"이제 이럴 일은 없을 거다. 내가 약조하마."


생토니스가 총을 바닥에 버렸다. 둘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한 마리의 쥐가 죽은 오데스의 시체에 다가갔다. 쥐의 눈에서 흰 불이 액체가 되어 흘러내렸다. 쥐가 말했다.


"어서 빨리."


쥐의 목에서 늙은 사내의 음성이 들렸다. 갑작스레 쥐가 옆으로 쓰러졌다. 쥐가 발작을 일으키며 손을 허우적거렸다. 머리에 구멍뚫린 오데스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서둘러 호수로 향했다. 쥐가 힘겹게 한 번 울고 눈을 감았다. 오데스의 몸에 들어간 늙은 사내가 힘들게 걸었다.


그는 자신이 진짜 승리자라 중얼거렸다. 그는 어느새 호수 앞에 섰다. 그가 눈을 감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기만 하면 됐다. 그가 손을 뻗자 뒤에서 사슴이 튀어나와 그를 밀쳤다. 날카로운 사슴뿔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그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물가에 얼굴을 박았다. 호수에 작은 물고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사슴이 그의 등에 발굽을 올리며 소리쳤다.


"내가, 내가 새로운 오데스다!"


늙은 현자였던 게라스코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


생토니스와 카사네는 7개월 뒤 쌍둥이 아들과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노케로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 20.09.11 98 0 -
공지 9월2일부터 후일담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20.08.23 26 0 -
공지 조만간 독점 해제를 위해 공모전 배지가 회수될 예정입니다. 20.07.24 88 0 -
공지 조회수 5천 돌파!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2 20.06.14 111 0 -
공지 매일 오전 8시 10분 저녁 6시 10분에 올라옵니다. 일요일은 쉽니다. 20.05.15 130 0 -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6 20.09.11 90 2 8쪽
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1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0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7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8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2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1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1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6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19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1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5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7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6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1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2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4 0 7쪽
177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39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6 0 8쪽
175 텔로스를 향해(38) 20.08.21 23 0 9쪽
174 텔로스를 향해(37) 20.08.21 50 0 7쪽
173 텔로스를 향해(36) 20.08.20 22 0 8쪽
172 텔로스를 향해(35) 20.08.20 27 0 7쪽
171 텔로스를 향해(34) 20.08.19 24 0 7쪽
170 텔로스를 향해(33) 20.08.19 22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