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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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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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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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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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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텔로스를 향해(38)

DUMMY

데이슨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졌고 생토니스가 눈을 떴다. 주위는 어두웠다. 그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신발을 신었다. 옷장 반대편에 달린 커튼을 치우자 밤을 지우는 태양 빛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삶의 마지막 날인지 새로운 날인지 불투명한 하루가 시작됐다. 그는 아침을 거르고 총을 관리했다. 두려움에 손이 떨리면 주저하지 않고 책을 꺼냈다. 선조들이 남긴 책을 읽으며 그가 중얼거렸다.


"나는 모노케로스다."


아침을 먹은 막달라가 찾아왔다. 그녀는 스무 개의 붉은 풍선이 든 바구니를 가져왔다. 막달라가 말했다.


"대체 이건 어디에 쓰시게요?"


"끝나고 말해주마."


그녀는 생토니스의 이마에 선명히 맺힌 식은땀을 봤다. 사내의 이마에 손을 대며 말했다.


"괜찮아요? 무척 긴장한 거 같은데."


"그럴 일이 있다."


막달라는 손으로 가볍게 훑어줬다. 생토니스는 고맙다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막달라는 별일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부탁할 건 없죠? 전 그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구요."


문 너머로 공작이 답했다.


"그래, 고맙구나."


막달라는 짐을 챙겨 데이슨에게 묶게 해주어 고맙다 인사하고 집을 빠져나왔다. 열차를 타러 갔다. 데이슨은 생토니스가 준비됐다며 찾아오길 바랬다.


오전 11시가 되어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생토니스가 가방에서 장갑을 꺼냈다. 가방을 등에 메고 데이슨의 방으로 갔다. 데이슨이 검집을 허리에 찬 채 말했다.


"준비가 됐나?"


생토니스는 질문에 대답으로 장갑을 던지며 외쳤다.


"나와라. 결투다."


데이슨이 장갑을 주웠다. 생토니스가 앞장섰다. 그들은 도시의 서쪽으로 빠져나왔다. 텔로스 숲이란 이정표를 따라 계속해서 걸었다. 도시에서 길게 뻗은 흙길을 따라 걷자 숲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는 마차 두 대가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넓었다. 길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나무가 보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졌다. 사람의 보폭에 맞춰 심어 놓은 그가 앞으로 걸어갈 때마다 새로운 나무가 그를 반겼다. 길에는 돌 부스러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데이슨이 멀찍이 떨어져 말했다.


"여길 치우는 데 고작 한 달도 안걸렸지. 그놈의 눈이 제일 귀찮았지만."


생토니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흙길의 중심으로 빛이 들어왔다. 생토니스는 빛의 길을 걸어갔다. 십 분을 걷자 거대한 공터나 나타났다.


생토니스가 침을 삼켰다. 공터의 중심에 관이 서 있었다. 공터에는 풀 한 포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토니스는 관에서 스무 걸음 떨어진 채 섰다. 가방에서 아버지의 소총을 꺼냈다. 검붉은 총알을 장전했다. 그 전에 저놈의 몸에 피를 칠해야 한다. 그가 가방에서 붉은 풍선을 꺼냈다.


데이슨이 관 옆에 서며 말했다.


"자네를 위해 특별히 내가 직접 만들었네."


관뚜껑을 열었다. 생토니스가 답했다.


"거긴 네놈의 묫자리가 될 거다."


데이슨에게 풍선을 던졌다. 풍선이 곡선으로 나는 동안 두 사내는 서로를 쳐다봤다. 데이슨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며 똑바로 섰다. 생토니스는 데이슨과 풍선을 보며 총을 뽑을 준비를 했다.


정오의 빛을 받으며 풍선은 최선을 다해 날았다. 붉은 풍선이 상대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토니스가 즉시 총을 뽑아 풍선을 쐈다. 피가 데이슨을 습격하자 갑옷이 나타났다. 갑옷의 팔과 가슴팍에서 피가 흘렀다. 데이슨이 생토니스를 째려봤다.


"뭐 하는 짓이지?"


"널 죽이기 위한 밑 작업이다."


"고작 피를 묻힌다고 그게 되겠어?"


데이슨은 생토니스에게 실망하여 한숨을 쉬었다. 데이슨이 말했다.


"두려움에 실성했나?"


생토니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풍선을 던지고 총을 쐈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에 리볼버를 두 정이 빌 때까지 난사했다. 데이슨이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대체 뭐 하는 짓이지. 정말 결투를 하러 온 거 맞나? 자네의 아버지도 이러진 않았어."


생토니스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소총으로 그의 가슴팍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며 말했다.


"넌 졌다."


검붉은 총알이 데이슨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검붉은 총알과 검은 갑주가 부딪혔다. 데이슨은 양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데이슨이 말했다.


"뭘 하는 거···"


데이슨의 가슴을 덮고 있던 단단함 감촉이 사라졌다. 액체가 됐고 주인에게 열을 전달했다. 데이슨은 처음 보는 이상한 현상에 주춤했다. 이윽고 그의 가슴팍에서 불이 치솟았다. 그는 괴성을 지르며 뒤로 고꾸라졌다.


생토니스는 소총에 탄피를 뽑아 버리고 총알을 새로 끼웠다. 이제 두 발 남았다.


그는 조심스레 데이슨에게 다가가며 총을 겨눴다. 불길은 빠르게 진압됐다. 데이슨은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는 피로 얼룩진 바닥에서 몸부림쳤다. 생토니스가 리볼버를 쏘며 다가갔다. 총알은 퐁당거리며 검은 갑주를 뚫었다.


데이슨은 괴성을 지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말없이 계속해서 총을 쐈다. 한 개의 리볼버를 모두 쏘고 그가 바닥에 총을 버렸다. 새로 총을 꺼내 다시 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튕겼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생토니스가 다시 뒤로 물러섰다.


데이슨이 이를 갈며 무릎을 꿇은 채 천천히 일어섰다. 검은 갑옷의 중심부에 피로 선명하게 심장이 그려져 있었다. 붉은 심장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움직였다. 생토니스가 그곳에 리볼버를 쐈다. 총알이 물에 들어가듯 소리를 냈다. 데이슨이 괴성을 질렀다.


데이슨이 숨쉬기 괴로워했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총알이 박혔다면 죽어야 정사이다. 한 번 더 가슴에 검붉은 총알을 먹여줘야할까.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데이슨은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긁어댔다. 그럴수록 검은 갑옷은 액체가 되어 그의 손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데이슨이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검붉은 액체가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신의 피인지 뒤집어쓴 피인지 알 수 없었다. 미세하게 뒤섞인 작은 크로니움이 함께 흘러내렸다. 데이슨은 그것을 급히 주워 담으려 했다. 검은 광물은 그의 손 사이로 빠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데이슨이 벌떡 일어났다. 뚫린 가슴이 훤히 보였다. 그곳을 향해 총을 쐈다. 데이슨이 말을 하기 위해 숨을 쉬었다. 총알은 무심하게 데이슨의 옷에 구멍을 냈다. 총알은 작은 옷 조각과 함께 피부를 뚫었다. 그의 흰옷이 피로 물들어갔다. 생토니스는 확신을 가지고 가슴에 다섯 개의 구멍을 만들었다. 데이슨이 말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고꾸라진 데이슨은 눈을 깜빡였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가슴 속에서 뛰던 심장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들어 가슴에 손을 댔다.


흰옷에 진득한 액체가 묻어 있었고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정확하게 손끝 마디뼈와 같은 간격으로 구멍이 여섯 개가 났다. 내 갑옷이 뚫렸고 총에 맞았다. 그는 500년전의 이든 알렌과의 결투를 떠올렸다.


그는 눈앞에서 총을 장전하곤 경고했다.


"장인어른의 시체를 내놔라."


"싫다. 그 년이 직접 와서 자기 모가지를 내놔야 할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둥근 납탄이 강철 갑옷의 어깨를 찍었다. 첫발에 짓눌리고 두 번째 총알에 구멍이 생겼으며 세 번째 총소리에 충격이 다가왔다. 다시 세 번의 총성이 들리고 데이슨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데이슨이 눈을 깜빡이는 동안 오데스가 그의 머릿속에 대고 말했다.


"왜 500년 전이랑 다를 게 없이 누워있지?"


데이슨이 중얼거렸다.


"닥쳐."


그의 주변에 오데스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단 소리인데. 데이슨이 말했다.


"갑옷이 뚫렸어. 어떻게 된 거야? 약속하고 다르잖아!"


갑작스레 그가 소리치자 생토니스는 그를 노려봤다. 사람이라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데스가 데이슨에게 말했다.


"난 분명 이뤄줬다. 납탄 덩어리 따위엔 절대 뚫리지 않는 무적의 갑옷을 줬지. 넌 그동안 방탕하게 삶을 허비했어. 두 번째 삶을 말이야. 지금 널 눕힌 건 50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네놈의 자만심이지."


다이모니 오데스가 비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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