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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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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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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26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9.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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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DUMMY

그림자의 통곡은 누군가의 발소리에 끝이 났다. 그림자가 돌로 만든 의자를 지나쳤다. 의자와 주변에 얼룩진 피의 흔적이 보였다. 문지방을 앞에 강철에 뼈를 덧댄 갑주를 입은 괴물이 서성였다. 덩치는 하시프의 보다 작았다. 투구 끝으로 날카롭게 튀어나온 검은 코가 보였다. 그림자가 다가가 팔을 크게 벌리고 뛰었다. 갑옷 입은 괴물이 말했다.


"협조 안 해. 너 때문에 애꿎은 우리 애들만 죽었다고!"


녀석이 등에 메고 있던 망치를 꺼내 들어 휘둘렀다. 하시프가 뒤로 물러섰다. 그림자는 이를 부딪치며 웃었다. 몇 번을 휘둘러도 맞지 않자 괴물이 바닥에 망치를 던지며 말했다.


"우린 망했어. 여기에 니 놈 책임도 있다는 걸 알아둬. 언제까지 그 거지 같은 혓바닥을 놀릴 수 있나 보자고."


덩치가 작은 괴물이 이를 갈았다. 망치를 다시 등에 메고 궁시렁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하시프가 그림자를 쳐다봤다. 그림자는 검은 코의 괴물을 놀려먹은 게 즐거운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스미스. 멍청이."


말을 끝내고 탑을 내려갔다. 바깥에서 괴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동쪽에 위치한 괴물들의 아지트로 향했다. 넓은 마당에 모닥불이 보였다. 술을 마시고 괴물들이 각자 어울려 춤을 췄다. 그곳에 사람들도 함께 어울렸다. 세 명의 사내가 악기를 연주했다. 기타와 트럼펫, 어디선가 가져온 피아노를 연주했다. 하시프는 그 광경을 보며 조금씩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자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하시프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사방이 고요했다. 왼쪽 어깨에 붕대가 묶여 있었다. 그의 옆에 한 사내가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오른팔에 주삿바늘과 연결된 호스가 보였다. 호스는 하시프의 왼팔에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피를 공급했다. 하시프는 다시 잠을 청했다.


슈타인은 가지고 온 시계를 봤다. 오전 9시를 가리켰지만 태양은 뜨지 않았다. 함께 서쪽을 정리하던 병사들은 기진맥진 한 채로 뒤늦게 자러 갔다. 에일이 다가와 말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얼추 모았는데, 정말 이 도시를 안 버리고 되찾을 생각이요?"


슈타인이 끄덕이자 에일이 말했다.


"그럼 나도 도울 테니. 받아야 될 연금이나 어떻게 해주쇼."


"알겠네."


슈타인은 간결히 답하고 자리를 떴다. 피로에 눈이 감겼다. 안전해진 장교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영지민은 병사들을 경계했다. 보호해 주겠단 말을 듣고 우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을 돕는 건 좋은 일이라고 되새기며 잠들었다.


슈타인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병사 한 명이 찾아와 보고했다.


"북동쪽에서 모닥불을 지피는 게 목격됐습니다. 사람과 괴물들이 섞여서 연회를 즐겼다고 했습니다."


슈타인이 알겠다고 말하고 그를 돌려보내며 문을 닫았다. 사람이 무섭지 않은 괴물인 게 분명했다. 하물며 무사태평하게 연회라니. 그만큼 싸움에 자신이 있단 소리겠지. 에일의 조언을 따르는 게 좋겠어. 슈타인이 중얼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간단한 회의가 열렸다.


에일을 대동하여 기수를 상대하는 요령을 듣고 대책을 짰다. 2열 종대로 행동하되 첫 번째 열은 소총에 검을 꽂기로 했다. 소총에 칼을 달자 긴 창이 됐다. 한 시간 뒤 동쪽 소탕 작전이 시작됐다. 슈타인도 병사들과 함께 가려 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위험하다며 말렸고 남쪽 관문 위에서 망원경을 끼고 병사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열 명의 사내가 두 줄로 서서 걸어 다녔다. 멀찍이 떨어져 주변을 경계하는 병사가 두 명씩 보였다. 그들은 왼쪽에 벽을 끼고 길을 따라 걸어갔다.


세 명의 기수와 마주쳤다. 기수들은 사람을 위협하듯 발로 바닥을 긁으며 창으로 허공을 찔러댔다. 병사들은 먼저 공격에 나섰다. 앞줄이 먼저 총을 겨누자 기수들이 왼팔에 힘을 주어 방패를 만들어냈다. 둥글고 갈색에 윤기 나는 방패에 총알이 빗발쳤다. 앞줄이 총을 쏘고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기수 한 명이 달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줄 병사들이 맨 앞에서 뛰어오는 기수를 향해 난사했다. 그들이 호흡을 맞춰 총을 쏠 때마다 연기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슈타인은 연기가 적은 게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연기 속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기수들에게 습격당했을 게 분명했다.


먼저 달려든 기수는 무릎과 어깨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남은 둘은 앞줄에 착검하고 대기하는 병사들을 보더니 이내 물러났다. 다른 곳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에일이 말했다.


"놈들이 저렇게 줄행랑을 치는데."


파이가 말했다.


"기사가 괜히 한물간 게 아니잖아. 옛날 옛적에 싸우던 기사님이 쓰신 말이 있지."


파이가 목청을 가다듬고 외쳤다.


"아! 용맹한 자들이 겁쟁이에 손에 쓰러지는구나."


파이가 탄식하며 보급으로 나온 커피를 한 입 마셨다. 슈타인은 계속해서 주변을 훑었다. 도망친 기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때마침 도망치는 기수가 한 명 눈에 들어왔다. 침착하게 병사들과 거리를 벌렸다. 멀어졌다고 판단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병사들은 괴물을 쫓지 않았다. 총을 장전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길을 따라 전진했다. 병사들이 점차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기수는 남동쪽으로 향했다. 낙타를 위한 마구간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주시하고 있자 다른 기수들도 그곳으로 모였다. 슈타인이 말했다.


"저 녀석들 왜 마구간으로 모이는 거지?"


에일은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다고 했다. 그곳에서 다른 기수 한 명이 나왔다. 온몸에 보라색 빛을 뿜어내는 기이한 갑주를 입고 나타났다. 슈타인은 께름칙하게 생각했다. 다른 기수 다섯 명이 비슷한 형태의 갑옷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섯 기수가 복잡한 뒷골목을 따라 병사들의 뒤로 향했다. 그들이 먼저 병사들을 발견했다. 일사불란하게 기수들이 사방으로 나뉘었다. 두 명의 기수는 재빠르게 벽을 타고 건물을 넘어 다녔다. 두 기수가 병사들의 뒤로 걸어갔고 나머지 둘은 다른 길목을 통해 크게 돌아갔다.


병사들이 뒤에서 나타난 기수 두 명을 보고 진형을 다시 짰다. 기수 두 명은 달리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병사들을 노려봤다. 뒤쪽에서 다른 기수 둘이 나타났다. 기수들이 앞뒤에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앞쪽에 정신이 팔려 뒤에서 오는 걸 늦게 확인했다. 앞 열의 사내 둘이 뒤로 빠졌다. 그러자 건물 위에서 두 명의 기수가 그들을 향해 창을 세우며 뛰어내렸다.


두 병사가 창에 찔렸다. 다른 병사들은 즉시 총을 겨누고 쏴댔다. 기수 한 명이 쓰러졌다. 남은 기수는 창을 크게 휘두르며 진형을 무너뜨렸다. 그 사이 앞뒤로 뛰어오던 기수들이 도착하자 병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창에 찔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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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3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1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8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9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5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4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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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1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3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8 0 7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9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8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2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4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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