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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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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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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97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127

작성
20.09.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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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DUMMY

레이첼이 떨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이 다가와 울지 말라고 했다. 다라그는 애들을 쫓아냈다. 아이들은 다라그에게 심술쟁이라 말하고 도망쳤다. 레이첼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슬픈 게 흉해 보이면 대체 어떻게 남들이랑 공감하며 살겠어."


다라그가 하늘을 쳐다봤다. 노을이 사라지고 조금씩 어둠이 깔렸다. 다라그가 말했다.


"마음속을 비워야 다시 채우지."


다라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마음의 잔을 비워라. 슬픔의 물과 작별을 고하거라. 나는 다시 환희와 영광으로 가득 채우리니. 아, 저기에 달이 뜨는구나. 감정의 여신이시여.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나를 불쌍히 여기지 마시옵소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기에, 드디어 행복이 무엇인지 보이옵나이다. 그러니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십쇼."


다라그가 말을 끝내고 일어섰다. 그가 네 발로 걸어가며 말했다.


"난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라고."


그는 먼저 돌아갔다. 레이첼은 그가 한 말을 곱씹었다. 미르니아와 만나지 못하고 나서야, 그녀에게 고백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제코를 떠나보낸 뒤 친구로 생각했다. 손이 엉망이 된 끝에···


그가 후회를 뱉었다. 삶을 지탱해주던 세 가지가 사라졌구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는 올빼미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우는 걸 멈췄다. 지쳤다. 그는 세수하고 다라그의 식당으로 향했다.


친숙해진 동네 사람들이 다가와 먼저 술을 권유했다. 아무런 일도 없는 척하며 술을 먹고 거나하게 취한 채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한빛이 그를 찾아왔다.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레이첼은 처음에 거부하자 한빛이 말했다.


"어제 다 들었어요. 다라그 아저씨랑 하던 얘기요. 쫌 가르쳐줘요. 목숨까지 살려준 사람한테 이럴 거예요?"


칸이 말했다.


"따지고 보자면 내가 살려준 게 아닌가."


"칸 아저씨는 방해 말고 맥주나 드세요."


칸은 뒤로 물러나 대화를 염탐했다. 레이첼은 완고했지만, 달리 할 일이 없었기에 수락했다. 그녀는 기다리라 말하곤 큼지막한 통기타를 가져왔다. 자세와 손가락 파지법을 알려줬다. 그가 매일 하던 연습 방법을 일러줬다. 매일 두 시간은 연습해야 한다 덧붙였다. 다른 아이들도 가르쳐 달라며 그를 쫓아다녔다. 자신은 오래 있을 수 없으니, 한빛에게 배우는 게 좋을 거라 대답했다.


그녀를 가르치며 다시 이틀이 지났다. 다라그가 오늘이나 내일 날씨가 좋으면 연주회를 하자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한빛이 말했다.


"기타까지 치는 건 무리겠죠?"


레이첼이 끄덕였다. 레이첼은 그녀가 기타 치는 모습을 봤다. 자신이 처음 기타를 배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루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설렘, 그만큼 커져가는 막연함이 공존하던 시절. 어릴 적 자신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다리를 꼰 채 가죽 모자를 쓴 채 현란하게 연주하던 모습에 반했다.


이 얼마나 남자의 악기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배웠다. 꼬맹이가 커서 그걸로 돈을 벌 줄 알았다면 놀라서 자빠졌겠지.


허나 그 즐거움이 사라졌음을 홀로 탄식했다. 나에게 남은 건 사라질 돈과 명예뿐이라니. 다라그가 다가와 그의 처진 어깨에 손을 얹었다. 왼손을 잡아먹은 광석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다라그가 그를 강제로 앉히곤 맥주를 가져다줬다. 손바닥에 두툼한 살이 느껴졌다. 다라그가 말했다.


"너무 취하지 마라."


맥주를 반쯤 마시고 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어느새 별빛이 놀러 와 한빛의 기타연습을 지켜봤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푸른 옷에 갈색 가방을 멘 한 사내였다. 그가 크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편지 왔습니다. 다라그와 칸 둠씨."


그는 각자에게 편지를 두 장 주었다. 칸은 보낸 이의 이름을 보곤 곧장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읽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만간 내 딸이 놀러 온다는군."


다라그도 편지를 읽고 레이첼을 쳐다봤다.


"머리랑 수염 그대로 둘 거냐? 여기 더 있을 거면 자르는 게 어때."


레이첼은 멋쩍은 미소를 지을 뿐 대답을 피했다. 다라그는 마음대로 하라며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했다. 다라그가 탁자와 의자를 치우고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두들겼다. 칸도 자신의 악기를 꺼냈다. 한빛은 둘의 눈치를 보며 기타를 튕겼지만, 이내 그들의 연습에 참가했다. 그녀는 가사 없이 가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세 명의 음악이 식당에 새로운 화음을 가져왔다. 레이첼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셋은 악보도 없이 자유롭게 음악을 연주하고 불렀다. 다라그가 건반을 멈추며 말했다.


"연습 끝."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씻곤 조리에 집중했다. 한빛이 홍보해야겠다며 별빛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레이첼에게 같이 가자 권유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칸이 피아노를 들어 밖으로 옮겼다. 둘이 나가고 30분 뒤 사람들이 몰려왔다.


각자 음식을 주문하고 맥주에 취했다. 저녁이 되자 다라그가 화로의 불을 껐다. 모든 사람이 식당 의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떤 이는 2인용 탁자를 들고 나갔다. 칸이 말했다.


"처음 만난 호수를 기억하나."


"네."


"거기에 모일 테니 그곳으로 오게."


레이첼은 인파를 따라갔다. 오르막길을 올라가자 호수가 보였다. 호수 위로 달이 떴다. 환한 보름달이 호수 위에서 모두를 반겨주었다. 그 앞에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피아노에서 여섯 걸음 떨어진 채 둥글게 둘러앉았다.


다라그와 한빛이 도착하자 중심에 길이 생겼다. 다라그가 레이첼을 강제로 가장 앞 좌석 앉혔다. 한빛은 옷을 갈아입었다. 기다란 흰색 드레스였다. 드레스에 금실로 용이 새겨져 있었다. 다라그가 피아노로 향했다. 칸은 다라그의 오른편에 섰다. 중심에 한빛이 섰다.


한빛이 헛기침하자 떠들던 관중이 조용해졌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렸다. 신기하게도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다. 소리의 근원은 피아노였다. 레이첼이 눈을 감았다.


바람에 실려 모두가 어디론가 향했다. 한 사내가 숨을 헐떡이며 뛰었다. 뒤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수풀로 숨었다. 그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자신을 쫓던 사내를 보았다.


달빛 아래 갈색 말을 탄 사내가 발걸음을 늦췄다. 그는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 사냥감이 없어졌다며 불평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사내는 두려움에 밤새 숲에 숨었다. 해가 뜨고 나서야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는 온 길을 되돌아갔다. 비탈길을 내려가 보리밭이 펼쳐진 길을 걸었다. 길이 모이는 십자로에 거대한 사과나무가 보였다. 그 아래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가 사내를 보곤 손을 흔들었다. 둘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둘은 사랑의 도피를 위해 뛰었다. 드넓은 보리밭을 지나 하나의 바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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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1 1 7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0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7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8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2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1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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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19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1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5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7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6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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