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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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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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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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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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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스를 향해(36)

DUMMY

생토니스가 인사로 화답했다. 그 뒤 둘은 점심을 먹으러 내려갔다. 식탁에는 많은 사내가 앉아 이미 밥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생토니스와 막달라를 보고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두 사람을 보고 하녀가 음식을 새로 가져다줬다. 스튜와 프레첼, 짜지만 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돼지고기였다. 사내들은 점심을 먹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침묵을 깨고 막달라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거리가 꽤 될 텐데 고생이 많았겠구나."


"뭐 별일 없었어요. 열차는 꽤 재미있었구요. 가는 동안은 좀 지루하긴 했어도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녀는 마술사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손에서 손으로 동전을 보이지 않게 이동시키고, 귀 뒤에서 뽑아내는 신기한 사람이라 말했다.


모자에서 토끼나 오리를 꺼냈고 손수건을 꺼내 보여 줬다며 좋아했다. 생토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꽤 재미있는 사내였구나."


"아, 사내가 아니라 아가씨였어요."


"그래? 정말 희귀한 경우군."


생토니스는 별장에서 쉬며 겪은 일들을 얘기했다. 다이모니 오데스를 만났고 별장 관리인 알버트의 결혼을 허가했다. 그다음 카사네의 대해 얘기했다. 그는 점심이 끝날 때까지 그녀를 칭찬하기 바빴다. 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말했고, 보기 드물게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혔음에도 부드럽다고 말했다. 스튜를 모두 먹은 막달라가 말했다.


"어머 어머, 공작님 완전 좋으셨나 봐요. 테레시 코바 할머니가 들으면 좋아하시겠는데요?"


"그런가."


그는 간결히 답하고 음식에 집중했다. 다른 사내들은 밥을 모두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토니스도 남은 고기를 모두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생토니스의 방으로 가서 얘기를 나눴다. 그는 특히 카사네의 대해 잊지 않고 계속해서 언급했다.


그 모습이 막달라가 보기엔 사랑에 빠진 사춘기 아이 같았다. 막달라가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드셨나봐요?"


"그렇지."


"여자로서요?"


생토니스가 말문이 막혔다. 질문은 한 가지 깨달음을 동반했다.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성숙한 면이 돋보였다. 그녀의 체취와 손이 닿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건 그녀를 여자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던가?


생토니스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막달라가 놀라며 말했다.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실 필요까진 없는데."


"조금 깨달은 게 있다. 그런 거 같다. 아니. 그렇다. 여자로도 보게 됐다."


"잘됐네요. 빨리 일 끝내고 돌아가면 되겠어요."


생토니스가 끄덕였다. 막달라가 말했다.


"그럼 피는 언제 드리면 돼요?"


"이틀 뒤에."


"알겠어요."


막달라는 크게 하품을 하곤 자긴 좀 자겠다며 방을 나갔다. 생토니스도 피로 느껴졌다. 문을 잠그고 검은 판초를 입은 채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카사네가 던진 질문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저한테 광물 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 말에 대답하자 그녀가 혼자 끄덕이는 게 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대답이 실망스러웠던 걸까. 그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길게 한숨을 뱉었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그녀가 아니다. 데이슨에 머리를 뚫어줄 생각에 집중해야 한다. 소총으로 몸을 맞추고 총을 난사한다. 그렇다면 분명 죽을 것이다.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쓸 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그가 중얼거리며 잠들었다.



데이슨은 두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복구해놓은 공터를 둘러봤다. 작은 돌 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는 둥근 공터였다. 동쪽에는 공터로 오는 길이 보였다. 모든 게 완벽했다. 눈이나 비가 올 리도 없었다.


그는 묵직한 나무를 거대한 사각형으로 잘라냈다. 그다음 안쪽을 파냈다. 사람 한 명이 눕기 좋은 형태였다. 남은 나무로 관 뚜껑을 만들었다. 그 짓으로 꼬박 하루를 지낸 데이슨은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봤다. 주변을 정리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식사에 생토니스와 데이슨 단 둘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 생토니스는 그를 눈앞에 두고 노려봤다. 데이슨이 먼저 길쭉한 빵을 뜯어 씹으며 말했다.


"들지? 최후의 만찬이잖나."


그는 생토니스가 눈에 핏줄을 세우고 자신을 노려보는 게 즐거웠다. 그는 빵을 먹으며 계속해서 총잡이를 관찰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그 히죽대는 면상도 내일로 끝이다."


"어련하겠어."


데이슨은 거칠게 빵을 씹고 포도주로 목을 축였다. 데이슨은 어느새 빵을 모두 먹었다. 생토니스는 끝까지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그의 아버지 되는 불도 똑같았다. 할아버지 벅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마누라 잔소리가 시끄럽다고 투덜거리며 집안의 술을 삼 일 만에 동냈다. 기이하게도 결 투날 아침. 그는 술에 취하지 않은 채 싸움에 임했다. 데이슨이 말했다.


"자넨 아버지랑 똑같이 행동하는군. 근데 그거 아나 할아버진 반대였어."


"뭐라고?"


"벅 모노케로스. 가장 끈질긴 괴물이었지. 대체 그 덩치로 어떻게 숲속을 뛰어다니던지. 쫓는 데 꽤 걸렸어."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이 사냥한 모노케로스 이야기를 해주었다. 벅은 공터에서 그에게 산탄총을 쏴대며 숲으로 몸을 숨겼다. 그를 쫓아 숲으로 들어온 순간, 발목에 줄이 휘감겼다. 그 탓에 넘어졌고 수많은 총알의 세례가 그의 몸을 찍어 눌렀다.


먼발치에서 벅 모노케로스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나 처먹어라 개자식!"


그는 오른손 팔꿈치를 굽히고 이두박근에 왼손을 얹었다. 그대로 주먹을 두 번 치켜세우고 중지를 세웠다. 데이슨은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정말 얄미웠지. 대체 숲에는 얼마나 많은 함정을 깔아뒀는지 미치겠더군."


벅은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고 욕하며 총을 쐈다. 데이슨은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를 보며 화를 냈다. 머리에 프라이펜을 맞고 주춤했다. 뒤이어 거대한 통나무가 그의 명치를 습격했다. 그를 우회하여 잡으려 해도 그곳엔 함정으로 가득했다. 어떤 건 다이너마이트가 달린 함정이었다. 그것이 폭발하며 위치를 발설했다. 그럴수록 벅은 도망치며 조롱하기 바빴다. 데이슨이 말했다.


"어느 모노케로스보다 가장 오래 버텼지 3일? 4일? 그쯤 했을 거야. 그런데 자네 아버진 반대였어. 매우 짧았지. 구름 한 점없는 정오였지. 태양 빛이 머리 위에서 정수리를 쬈지. 녀석은 딱 두 개의 리볼버를 가져왔어.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와 그냥 리볼버."


그가 포도주를 마셨다. 생토니스는 대답하지 않고 그가 하는 말을 곱씹었다. 할아버지를 쫓을 때 재빠르게 뛰어갔다면 됐을 텐데. 왜 그는 그러지 못 한 거지? 어쩌면 몸은 평범한 사람과 다를게 없던 걸지도 몰랐다. 생토니스는 눈앞에 적을 두고 침착하게 계속해서 약점을 파악하려 애썼다. 데이슨이 말했다.


"붉은 놈을 꺼내서 겨누고 한참을 서 있더군. 마음을 가다듬길래 뭐든 해보라고 소리쳤지. 방아쇠를 당겼지만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곤 그는 리볼버를 뽑아 들고 쏘며 나에게 다가왔지. 장전하는 속도가 얼마나 재빠른지 보이지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였지."


생토니스는 그의 말을 듣고 무언가 깨달았다. 데이슨에게 있어서 결투는 그저 유흥거리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꺼리낌 없이 자신의 속을 긁어놓는 중이다. 어금니를 강하게 물었다. 어찌나 힘을 주어 물었는지 데이슨의 눈에도 그의 하관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내가 품위 없이 목을 졸라 죽였겠어?"


그가 식탁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칼로 한 방에 심장을 뚫어줬지. 그다음 자네에게 줄 데스마스크를 준비했고."


생토니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식탁 위에 올려둔 칼 쥐고 그에게 던졌다. 데이슨이 그것을 손으로 튕겨내며 말했다.


"벌써 시작하려고? 안되지. 자네랑 싸우는데 오점을 만들 순 없어."


데이슨이 히죽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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