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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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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618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9.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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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DUMMY

노래가 끝나고 레이첼이 눈을 떴다. 부엉이가 소리내 울었다. 다른 노래가 시작할 찰나였다.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초목이 밟히며 싱그러운 소리를 냈다. 모두가 오른쪽을 쳐다봤다. 수풀 사이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레이첼이 얼굴을 보고 자신이 환상을 본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찾아 헤멨던 미르니아였다. 그녀는 먼저 칸에게 다가갔다.


"아빠! 저 왔어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렸다. 칸이 똑같이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아주었다. 한빛이 오랜만이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레이첼은 자리에서 일어난 채 그녀를 쳐다봤다. 무어라 말하지? 그것보다 어떻게 여기를? 그의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왔다. 다라그가 레이첼의 등을 가볍게 밀며 말했다.


"뭐해. 빨리 하나 새로 하나 담아야지."


그의 손길에 떠밀려 레이첼이 한빛 뒤에 섰다. 미르니아는 한빛 뒤에 선 사내를 보며 말했다.


"누구야?"


한빛이 뒤로 돌아 레이철을 보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레이첼이 헛기침하고 말했다.


"오랜만이야."


그의 음성을 듣고 미르니아가 눈썹을 찡그렸다. 레이첼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곤 미르니아가 말했다.


"너 몰골이 왜 이래!"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레이첼의 턱수염을 만졌다. 미르니아는 자신의 마음에 들어 하던 사내가 사라졌다며 속으로 탄식했다. 미르니아가 말했다.


"손은 또 왜 이렇게 됐어."


그녀가 손을 뻗어 광물을 만졌다. 레이첼은 어느 날 이렇게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레이첼이 말했다.


"잘 지냈어?"


"난 뭐 찻집이 돈이 안되서 다른 일 좀 하느라 돌아다녔지."


레이첼이 그녀를 보자 머리가 하해졌다. 미르니아는 만나면 욕을 한 사발 부어줄 생각이었지만, 그의 몰골을 보고 그만뒀다. 둘은 다라그의 식당으로 갔다. 둘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각자의 얘기를 끝내자 해가 떴다. 레이첼이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됐어. 나도 멍청하게 고백해주길 기다렸어. 내가 먼저 하면 됐는데."


레이첼이 눈썹을 들썩였다. 미르니아가 말했다.


"나랑 사귀자. 결혼은 뭐. 마음에 들면 하는 걸로."


그녀가 식당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이번엔 밍기적거리지 마."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다음 날 연주회에 미르니아가 피아노를 쳤고 다라그는 옆에서 북을 두드리거나 모래주머니를 흔들어 소릴 냈다. 연주회를 보며 자신의 마음속에 음표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레이첼이 말했다.


"그 뒤로 크게 다투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슈타인이 끄덕였다. 얘기를 듣던 생토니스가 말했다.


"이제 나가보거라. 예식을 시작할 때가 됐다."


생토니스와 카사네의 결혼식은 루카리엔의 성 안뜰에서 진행됐다. 날씨는 화창했다. 손님들이 행복하라며 새로운 부부를 축복해주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생토니스와 카사네가 같은 침실에 입성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들과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흘러 손님을 보내고 두 사람은 다시 침실로 향했다. 카사네가 먼저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지치네요.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는 생토니스의 등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누구 때문일까요."


생토니스가 침대에 앉아 그녀를 쳐다봤다. 카사네는 웃고 있었다. 어색함을 감추려는 걸까. 생토니스가 말했다.


"피곤하다면, 좀 자두시오. 부인."


그가 부인이라 부르자 카사네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정식으로 혼인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부끄러움과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카사네가 말했다.


"걱정 마요. 저녁에 약속한 건 지킬 체력은 있어요."


그녀가 이불을 덮고 누우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 오데스가 가문 사람들을 죽이라고 종용했어요?"


"게라스코가 보여준 환상이 사실이라면 그렇다."


둘이 침대에 누워 손을 잡았다. 서로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생토니스는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란 사실에 행복했다. 둘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카사네가 먼저 일어나 생토니스를 깨웠다. 그가 깨어나지 않자 눈치를 살피며 볼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입술을 떼자 생토니스가 말했다.


"어두운 걸 보니. 밤인가 보구나."


그가 머리를 흔들며 일어섰다. 카사네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러게요. 잠깐 눈만 붙인다는 게 이렇게 됐네요."


생토니스는 부인의 손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마음같아선,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걱정 말고 빨리 준비해요. 전 언제나 준비됐으니까요."


생토니스는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검은 판초를 입고 권총 벨트를 찼다. 카사네와 함께 성을 나왔다. 둘이 나란히 보도를 걸었다. 카사네가 조심스레 남편의 손을 잡았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부인은 내 손이 좋은가 보오."


카사네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북쪽 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벽 주위에 괴물 한 무리가 뭉쳐 있었다. 카사네를 보곤 그들이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코가 길쭉하여 바닥에 끌리는 괴물이 말했다.


"여기야. 오데스의 영역으로 가는 길."


머리 위로 혀가 솟은 괴물이 말했다.


"우리가 말했다고 하면 안되. 약속 지키고."


카사네가 고맙다고 말했다. 괴물이 가리킨 곳에 검은 수풀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을 걷어내고 앞으로 걸어가자 세상이 뒤바뀌었다. 먼저 폭포수가 쏟아졌다. 눈을 들어 앞을 보자 거대한 호수가 보였다. 주위에 녹색에 푸른 잎사귀가 그들을 반겼다. 카사네가 말했다.


"하는 짓거리에 비해 꾸며 놓은 건 되게 잘했네요. 하늘을 봐요."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그들이 쳐다보자 갑작스레 연기가 뭉쳐 다른 형상을 취했다. 머리에 뿔 달린 사내의 형상으로 변했다. 눈에서 붉은 안개를 뿜으며 구름이 말했다.


"나가라! 내 영역에서 꺼져라."


그가 생토니스를 보며 이를 갈았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너를 죽일 때까지 이곳을 나갈 생각은 없다."


다이모니 오데스가 생토니스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고함쳤다.


"네놈을 찢어발겨도 시원치 않은데. 감히 나를 죽이겠다고? 나의 사냥터에서 잘도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주변의 수풀이 흔들렸다. 카사네는 소리를 듣고 몸에 검은 갑주를 둘렀다. 주변을 경계하며 몸을 낮췄다. 생토니스가 양손에 리볼버를 뽑았다.


수풀에서 거대한 사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사슴의 덩치는 사람의 크기를 아득히 넘어섰다. 생토니스는 밟혀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사슴은 그를 향해 뿔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그가 재빠르게 총을 쐈다. 사슴이 총알이 몸에 박히자 기괴하게 소리 지르며 궤도를 틀어 수풀로 도망쳤다. 녀석이 사라지자 다른 사슴이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카사네가 달려드는 사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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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6 20.09.11 92 2 8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3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1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8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9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5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4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3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7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1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2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7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8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8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2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4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7 0 7쪽
177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42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8 0 8쪽
175 텔로스를 향해(38) 20.08.21 24 0 9쪽
174 텔로스를 향해(37) 20.08.21 5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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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텔로스를 향해(34) 20.08.19 27 0 7쪽
170 텔로스를 향해(33) 20.08.19 2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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