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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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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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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9.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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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DUMMY

슈타인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컵을 쥐었다. 컵 안에서 검은 물이 출렁였다. 입으로 연기를 불어내고 한 입 마셨다. 검은 콩가루를 태워 만든 검은 물은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슈타인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도망을 멈춘 장교를 떠올렸다. 자신이 좀 더 신중했더라면, 그들과 나란히 뛸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텐데.


슈타인이 죄책감에 한숨을 쉬자 다른 장교가 다가와 말했다.


"병사들 앞에서 한숨 쉬지 마십쇼. 사기가 떨어집니다."


장교는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그는 명예롭게 죽은 겁니다. 죽음이 코앞에 있음에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죠. 앞으로도 희생이 나올 겁니다. 그를 정녕 기리고 싶다면. 왕께서 내린 명령을 끝내십쇼."


장교는 말을 끝내고 자리를 떴다. 슈타인이 커피를 한 입 마셨다. 그는 도시를 쳐다봤다. 사방에서 함성이 들렸다. 도로에 불길이 치솟기도 했다. 자신이 알던 도시는 사라졌다. 어떻게든 승리를 거머쥐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도시 중심에 떠오른 탑을 쳐다봤다.


탑의 꼭대기는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기이하게 생각하는 한편, 저 건물을 모조리 박살 낼 거라 다짐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뜩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쉬고 있는 병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슈타인은 시선을 의식하자 긴장했다.


한숨이 나오려 했으나 장교의 조언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와 같이 병사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말을 건네고 안심시켰다. 한 병사가 급히 소리치며 뛰어와 동쪽 관문에 괴물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슈타인과 장교들이 병사를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괴물들은 두껍고 거대한 방패를 앞세워 천천히 병사들을 밀어냈다. 병사들은 도망가지 않고 거리를 벌렸다. 문밖으로 쫓겨난 병사들은 그들을 예의 주시했다. 병사들이 성벽에 바짝 붙자 괴물들이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 한 괴물이 성벽 위를 흘깃 쳐다봤다.


성벽 위에서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이 총을 겨눴다. 성벽 아래 병사들이 쏘라고 소리쳤다. 그들은 방패에 얼굴이 가려져 쏘기 어렵다고 했다. 성벽 위에 병사 한 명이 중얼거렸다.


"저기에 다이너마이트 하나만 넣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병사의 말이 끝나고 도로를 점거한 괴물들 머리 위로 심지가 짧은 다이너마이트가 날아왔다. 그것을 보고 괴물들이 기겁하며 방패를 버렸다. 서로를 밀치며 사방으로 퍼졌다. 때를 놓치지 않고 병사들이 총을 쏴댔다.


폭발과 함께 도로가 산산조각났고 구멍이 생겼다. 강렬한 폭발에 슈타인이 숨을 헐떡이며 더욱 빠르게 뛰었다. 슈타인과 병사들이 폭탄이 터진 곳에 내려가자, 두 사내가 건물에서 내려와 그들을 맞이했다. 둘은 키가 한 뼘씩 차이가 났다.


슈타인이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난 슈타인 하르트라고 하네. 이곳 주민인가."


키가 큰 사내가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에일이라고 합니다. 이 동네 병사였죠. 옆에 이놈은 파이라고 합니다. 가만 하르트라면, 이 동네 귀족 양반 아닙니까?"


슈타인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에일이 눈을 크게 뜨고 병사들을 쳐다봤다. 에일은 그들이 가진 최신식 장비를 보곤 부러워했다. 에일이 말했다.


"잘 됐습니다. 어차피 여기 남은 사람의 반은 담배에 미쳐 돌았거나. 터전에 미련 있는 놈뿐입니다."


파이가 말했다.


"이놈이랑 전 미련이 남은 멍청이죠."


슈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또한 이곳에 미련이 있는 멍청이일세."


파이가 그의 대답이 눈썹을 들썩였다. 에일이 잘 돌아왔다고 말했다. 에일은 도시 상황에 대해 말해줬다. 서쪽 관문 근처를 제외하고 괴물로 득실거렸다.


다른 지역은 크고 작은 조직으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협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이하게도 도시 중심에 선 탑 근처에선 절대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에일은 가장 먼저 남쪽에 방패와 창을 그려 넣으며 말했다.


"긴 통로가 많은 탓에 기사 비스므리하게 생긴 것들이 많습니다. 항상 창과 방패를 쥐고 뛰어다니죠. 그나마 서쪽 부근까지 내려오는 놈들입니다. 저흰 그냥 기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쪽에는 칼 한 자루를 그리며 말했다.


"여긴 딱히 큰 세력이라곤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들끼리 매일 싸우는 데 왠만하면 멱을 따진 않더군요. 협력은 잘 안 하지만, 기수들이 쳐들어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듭니다."


마지막 동쪽에 방패를 그리며 말했다.


"이놈들이 제일 골칫덩어리입니다. 기수나 북쪽 놈들은 쏴서 죽이면 그만인데. 방패를 앞세워 밀어붙이더군요. 대장 놈도 골치 아픕니다. 어디서 구해온 건지 뼈를 두른 갑주를 입고 있는데 총알이 안 통합니다."


파이가 말했다.


"담배에 미친 놈들은 온 도시에 섞여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되고요. 그놈들은 죄다 괴물들이랑 한통속이거든요."


그들이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먼저 서쪽 구역을 정리하잔 얘기가 나왔다. 에일이 말했다.


"그다음 기수를 먼저 제거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발은 빠르지만 자기들끼리 협력이 잘 안 되거든요."


그의 말에 따라 슈타인과 장교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서쪽 구획을 먼저 정리하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슈타인이 서쪽 구획을 정리하는 동안 그림자와 하시프는 먼저 도시 북쪽으로 향했다.


하시프와 그림자가 나타나자 갑주 입은 괴물들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림자는 그들에게 뒤틀리며 끈적거리는 말로 화답했다. 괴물들 사이에 담배를 꼬나문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괴물들이 웃어댔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지만, 그림자는 필요한 일이라고 속삭였다. 그림자가 말했다.


"붉은 십자군을 위해. 뿔 달린 십자가를 위해!"


그러자 모든 괴물이 함성을 질렀다. 하시프가 기침하며 눈을 감자 몸이 비틀거렸다. 그림자가 담배 향을 맡으며 좋아했다. 담배 연기가 짙어질수록 하시프의 몸은 가벼워졌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괴물의 군세를 이끌며 그림자가 천천히 하늘을 걷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 하시프의 몸도 허공을 걷고 있었다.


기이한 일에 괴물들이 더욱 큰 탄성을 자아했다. 그의 몸이 빠르게 탑 꼭대기로 향했다. 크게 뚫린 창문이 보였다. 그곳에 발을 딛었다. 고약한 냄새가 났다. 하시프는 그림자에 뜻에 따라 걸었다. 가장 먼저 굳게 닫힌 관이 보였다. 그림자가 그 앞에 무릎 꿇고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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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2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1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8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9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4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4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3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7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1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2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7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8 0 7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8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2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3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7 0 7쪽
177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42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8 0 8쪽
175 텔로스를 향해(38) 20.08.21 24 0 9쪽
174 텔로스를 향해(37) 20.08.21 5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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