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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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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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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14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8.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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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텔로스를 향해(40)

DUMMY

생토니스는 따스한 열기라고 생각했다. 데이슨은 불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의 몸을 감추던 갑옷의 이음새가 벌어졌다. 몸을 감싸던 검은 액체와 광물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헤파이에서 흰 불을 뿜는 용을 본 한 사내가 경고의 종을 울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종으로 향했다. 곧이어 한 사람이 용이라고 외쳤다. 모두가 그곳을 쳐다봤다. 바깥에 굳건히 선 푸른 용이 보였다.


용이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 고개를 떨구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먹구름이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찬란한 태양 빛이 다시 나타났다. 생토니스의 눈에 피 웅덩이에 앉아 헐떡이는 데이슨이 보였다. 총상은 말끔히 치유되었다.


피 웅덩이 주위로 검은 광물이 보였다. 그것들이 피를 탐하며 점차 모여들었다. 생토니스는 서둘러 리볼버를 꺼내 장전했다. 데이슨은 단검 길이의 칼을 쥐고 있었다.


퀭한 눈으로 검은 광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광물은 그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가 정면을 봤다. 생토니스가 리볼버의 탄피를 버리고 총알을 끼우고 있었다.


막아야 된다고 생각하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멀지 않았다. 세 걸음이면 충분했다. 데이슨이 빠르게 앞으로 한 발자국 내밀었다. 그러자 피가 손을 만들어 그의 발을 잡았다. 데이슨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붉은 덩어리의 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가 놓으라고 소리치며 발을 흔들었다. 오른발로 손을 밟았지만 소용없었다. 생토니스가 총알의 보급을 끝내고 실린더를 밀어 넣었다.


데이슨이 칼을 던졌다. 생토니스는 빠르게 자세를 잡고 총을 쐈다. 총알이 칼과 부딪혔다. 강렬한 소음에 데이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생토니스는 목표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마지막 말은."


"내가 그딴 총알에 죽을 거 같나!"


그가 이를 갈며 고함질렀다. 생토니스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그의 오른쪽 어깨에 명중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뒤이어 데이슨이 왼팔을 뻗었다. 생토니스는 무시하고 왼쪽 어깨와 가슴에 두 발을 먹였다. 마지막 총알이 이마를 향했다.


하나의 굉음과 함께 총알이 순식간에 박혔다. 이마에 총알이 박히고 데이슨이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떨구고 눈을 뜬 채 앞으로 쓰러졌다. 생토니스는 침을 삼켰다.


새로이 총알을 갈아 끼우기 위해 실린더를 옆으로 밀어 탄피를 버렸다. 권총 벨트에 손을 얹었다. 꽂아둔 총알이 없었다. 생토니스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웠다. 천천히 데이슨에게 다가가 머리를 신발끝으로 건드렸다.


어깨를 발로 밀었다. 데이슨의 동공은 풀려 있었다.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생토니스가 데이슨의 목에 손을 댔다. 맥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칼을 바닥에 버렸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정말 모든 게 끝났단 말인가? 그는 자신이 환상을 보는 게 아니길 바랬다.


그는 자신의 퇴로를 막은 나무에 기댔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너무나 피곤했다. 위장이 배고픔을 호소했다. 눈을 감지 않으려 했지만 눈이 감겼다.


생토니스의 의식이 저 멀리 꿈나라로 가려는 순간, 귀 아플 정도로 큰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가 눈을 떴다. 그곳엔 처음 보는 사내들이 있었다. 덩치 크고 멜빵 바지를 입은 금발 사내가 큰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의 손은 생토니스의 얼굴을 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손주지만 엄청난데!"


"손주?"


"예끼 이놈아. 할아버지도 못 알아보냐?"


자신을 할아버지라 지칭한 사내가 생토니스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안아주며 말했다.


"고생했다."


말을 끝낸 그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의 뒤로 수많은 금발의 사내들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그를 보고 가장 늙은 사내가 악수를 하며 말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쉴 수 있겠구나."


늙은이가 모자를 벗으며 고맙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마지막 한 명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사내였다. 금발이 태양 빛에 찬란하게 빛을 뿜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아버지?"


불 모노케로스였다. 그가 다가와 아들의 어깨에 가볍게 주먹질을 했다. 주먹이 닿자 생토니스가 울먹였다. 울고 싶지 않았다. 모든 걸 끝내놓고 울다니. 추하게 보일 게 분명했다. 불 모노케로스가 어깨를 두드려 주고 말했다.


"내가 너를 사하노라."


불 모노케로스가 생토니스가 쓴 카우보이모자를 뺏어 썼다. 아들의 머리에 씌어줬다. 어찌나 세게 씌웠는지 모자가 눌렸다. 생토니스의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불 모노케로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훌훌 털어내고 살 거라."


생토니스는 말을 잊지 못했다. 그가 모자를 고쳐 쓰며 앞을 봤다. 아버지는 천천히 빛의 가루를 뿌리며 사라졌다.


생토니스가 훌쩍이며 말했다.


"아버지. 절대 아버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가 잠시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죽어간 수많은 모노케로스를 애도했다.


애도를 끝낸 그는 데이슨의 시체를 관에 쳐박았다. 관에 못질을 끝내고 검은 광물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제법 묵직한 탓에 그는 가져온 피가 담긴 풍선과 총알을 버렸다. 데이슨의 머리를 날린 리볼버와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챙겼다. 아버지의 소총을 가방에 넣었다.


주변은 고요했다. 모든 일이 자신의 허상 같았다. 그가 출구에서 마지막으로 그곳을 둘러봤다. 데이슨의 검은 발자국과 바닥에 뿌려진 피. 탄피와 총알이 굴러다녔다. 그는 자신이 묵은 데이슨의 생가로 향했다.


그곳에 데이슨이 죽었음을 알렸다. 데이슨의 시체가 든 관을 가져올 때까지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모든 대장장이가 생토니스를 경외와 두려움의 눈으로 봤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보다 크게 웃으며 데이슨의 죽음을 축하해줬다.


다음 날이 되자 데이슨의 잇는 가주가 찾아와 생토니스에게 항복했다. 대장장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생토니스도 열차를 탔다.


그는 침대에 누웠다. 이제 미루고 미루던 결혼을 생각할 때가 왔다. 떠오르는 여자는 많았다. 그러나 그중 단연코 빛나는 존재는 한 명 뿐이었다. 그녀가 나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아줄까? 생토니스는 그래준다면 더 없이 행복할거라 여겼다.


자식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이 낳고 싶었다. 다산의 공작이라고 불려도 좋겠지. 그가 혼자 미소지었다. 어서 만나고 싶었다. 열차가 서서히 출발했다. 새로운 바람과 함께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작가의말

이렇게 총잡이의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일담은 2주 뒤 수요일부터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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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8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9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4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4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3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7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1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2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7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8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7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2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3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7 0 7쪽
»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42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8 0 8쪽
175 텔로스를 향해(38) 20.08.21 24 0 9쪽
174 텔로스를 향해(37) 20.08.21 51 0 7쪽
173 텔로스를 향해(36) 20.08.20 23 0 8쪽
172 텔로스를 향해(35) 20.08.20 29 0 7쪽
171 텔로스를 향해(34) 20.08.19 27 0 7쪽
170 텔로스를 향해(33) 20.08.19 2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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