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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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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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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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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8,088

작성
20.08.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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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스를 향해(39)

DUMMY

생토니스는 불길함을 뒤로하며 떨어뜨린 총을 주워 재장전했다. 데이슨이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 모습을 보고 총잡이가 침을 삼켰다. 부활하면서 인간이 아니게 된 건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그는 가방에서 풍선을 꺼내 다시 그의 몸에 피를 묻혔다. 데이슨이 이를 갈며 완전히 일어났다. 가슴을 타고 흘러들어온 피 때문에 온몸이 젖었다. 붉어진 데이슨이 발에 고인 피를 빼지 못했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걸을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생토니스는 이만하면 성에서 본 현상이 일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데이슨의 몸에 붙은 광물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생토니스는 그의 가슴을 향해 다시 리볼버를 쐈다. 데이슨이 몸을 틀어 몸을 가슴을 가렸다. 그의 행동을 보곤 재빠르게 소총을 들어 머리를 쐈다.


데이슨이 총구가 자신의 머리를 향하는 걸 봤다. 뒤늦게 돌렸지만 총알이 이마를 때렸다. 광물이 뒤섞이며 머리가 붉게 빛났다. 헤파이에서 보일 정도로 큰불이 하늘로 솟았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검은 광물이 그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데이슨의 얼굴이 불에 타올랐다. 하늘 위로 태울 게 없다는 듯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데이슨은 괴로워했다. 머리카락과 불이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그가 머리를 흔들어 불을 끄려 했다. 주변으로 불똥이 튈 뿐 꺼지지 않았다. 데이슨이 불을 끄기 위해 흙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흙으로 불이 꺼지지 않았다. 흙이 불길에 닿자 갈색이 검게 변했다. 데이슨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불길은 그의 뚫린 입속으로 들어갔다. 혓바닥을 타고 들어가 목을 태웠다. 그는 양손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바닥에서 몸부림쳤다. 불은 계속해서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위장과 창자로 향했다.


생토니스는 적의 고통을 무시하며 소총을 장전했다. 마지막 총알이었다. 데이슨은 도통 죽지 않았다. 머리에 리볼버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정확히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구멍의 아래쪽이 깊게 파였다. 총알은 뇌를 긁고 뇌간을 찢었다. 뼈에 부딪혀 각도를 틀어 왼쪽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데이슨은 혀가 풀렸다. 모든 고통을 느꼈지만 죽지 않았다. 데이슨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불이 장기 속에서 쉬지 않고 타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생토니스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해야 한단 말인가.


수풀 사이에서 숨은 작은 불청객이 혼자 중얼거렸다.


"꼴 좋다 이놈."


자신의 육체를 없애고 다른 기회를 줬음에도 걷어찬 놈에게 복수했다. 게라스코는 매우 만족하며 챙겨온 빵 조각을 먹어 치웠다. 저놈의 피로 목을 축일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쥐가 말했다.


"저렇게 타는데 왜 굽는 냄새는 안 나?"


"눈썰미 좋은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소리지."


데이슨이 계속해서 오데스에게 도와달라고 속으로 외쳤다. 오데스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저 하품하며 숲속에서 그들의 결투를 보았다.


꺼지지 않는 고통 끝에 그의 온몸을 돌던 피도 들끓었다. 그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떠올렸다. 영원무궁한 승리? 이든 알렌이 준 굴욕? 눈앞에 총잡이를 죽이는 일이었다. 그가 고통에 몸을 비틀거렸다. 칼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뽑았다.


강철의 시퍼런 날이 붉게 타올랐다. 고약한 냄새가 사방으로 풍겼다. 생토니스는 당황하여 머리를 향해 난사를 시작했다. 이마와 볼이 찢어졌다. 데이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장이 맥박칠 때마다 손과 발끝까지 모든 게 고통스러웠다. 이상하게 죽지 않았다.


그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손만 대도 눈앞에 사내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데이슨이 힘들게 앞으로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불타는 검은 발자국이 남았다. 생토니스가 그의 눈을 향해 총을 쐈다.


눈알이 터졌다. 데이슨은 앞이 보이지 않을 거라 걱정했다. 그러나 눈이 사라지자 더욱 선명하게 세상이 보였다. 총알이 뚫고 지나간 공기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데이슨이 중얼거렸다.


"생각할 필요 없이, 느껴지는 대로."


데이슨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이빨과 불길이 부딪히며 이상한 소릴 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기이한 소리였다. 목소리의 첫음절은 벌레 껍질을 밟는 소리와 비슷했다. 중간은 물에 젖은 수건을 세차게 휘두르는 소리와 같았다.


생토니스는 데이슨이 걸어온 만큼 뒷걸음질 쳤다. 그가 다가올수록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화마가 그를 향했다. 절대 잡혀선 안 된다. 그는 가방에 소총을 넣었다. 가방을 메며 뒤로 물러났다.


대체 이놈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바닥에 떨군 총을 주워 장전했다. 데이슨은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에 힘이 붙었다. 손에 쥐고 있던 강철 칼은 불타며 점차 모습을 잃었다.


흐물거리며 그의 검은 발자국 옆에 조금씩 떨어졌다. 데이슨이 계속 입술을 움직였다. 뚫린 이마 구멍으로 불타는 뇌가 보였다. 분홍빛 뇌는 붉은 불에 집어 삼켜졌다.


생토니스의 턱이 떨렸다. 불덩어리가 사람의 형상을 하고 다가왔다. 어쩌면 온 길을 되돌아간다면 살지도 몰랐다. 생토니스는 겁에 질려 리볼버를 난사했다.


품안에 있던 모든 총알을 그의 머리와 가슴에 집중했다. 데이슨의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죽지 않았다.


데이슨의 불길이 자신에게 호소하듯 치솟았다. 네놈을 향한 나의 분노가 이렇다. 너의 그 나약한 증오로 죽을쏘냐.


불타는 사내가 힘겹게 발을 옮겼다. 착실하게 놈에게 다가가고 있다. 저놈을 죽이고 몸에 물을 뒤집어쓰면 될 거야. 죽일 수 있어. 내가 지금까지 죽인 모노케로스를 떠올리는 거야.


헨리, 퍼커션, 불, 벅, 레이놀드. 그가 입으로 불길을 토했다. 생토니스의 손에 닿을 듯 길게 뻗어났다.


생토니스가 가지고 있던 리볼버의 총알이 떨어졌다. 재장전할 시간은 없었다. 그가 마지막 리볼버를 꺼냈다.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한 손으로 쥐었다. 그가 아닌 아버지에 대해 떠올리려 애썼다. 눈 앞에 펼쳐진 괴물이 된 데이슨이 무섭게 느껴졌다. 갑작스레 등에 무언가 닿았다. 생토니스가 뒤로 돌아보자 나무였다. 데이슨은 뜸을 들이지 않고 다가왔다. 양손을 뻗어 도망칠 곳을 차단했다.


생토니스가 눈을 감았다. 불 모노케로스를 떠올렸다. 언제나 자상하게 웃곤 카우보이모자를 머리에 씌어주던 사나이.


"아버지."


이런 괴물과 의연하게 싸우신 거군요. 그저 이 못난 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의 마음과 같이 손이 떨렸다. 생토니스의 떨리는 손을 보며 데이슨이 이빨을 부딪쳐 기괴한 소릴 냈다.


그러나 생토니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버지의 첫 번째 가르침을 떠올렸다.


호흡을 가다듬거라. 생토니스가 길게 숨을 들이켰다. 코를 간지럽히는 불길이 코앞에 다가왔다. 총열과 목표물은 일직선에 두기. 그가 눈을 뜨고 실린더를 데이슨의 얼굴로 향했다.


데이슨이 손을 뻗었다. 승리를 확신한 데이슨이 이를 부딪쳐 세차게 소리를 냈다.


방아쇠는 부드럽게 당기기. 공작의 손을 지배하던 떨림은 사라졌다. 그는 조용히 데이슨을 쳐다봤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생토니스가 아버지를 되새기며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방아쇠의 압력이 느껴졌다. 실린더가 돌아가고 해머가 허공을 가르며 내리쳤다.


강렬한 바람이 몰아치며 데이슨의 손을 밀어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금껏 들어 본 적 없는 짐승의 포효가 들렸다. 거대하고 푸른 존재가 숲 위에 날개를 펼쳤다.


그곳에 용이 존재했다. 데이슨이 눈썹을 까딱였다. 용은 주저하지 않고 그를 향해 불을 뿜어냈다. 순백의 불길이 데이슨을 덮쳤다. 생토니스도 흰 화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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