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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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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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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88

작성
20.09.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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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DUMMY

거대한 성벽을 향해 먹구름이 몰려왔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비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성벽 위로 흉터투성이의 천사가 나타났다. 천사가 혼자 중얼거렸다.


"보내기 싫은데."


천사는 성벽에 걸터앉았다. 지나가던 병사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천사가 인사를 받아주곤 한숨을 쉬었다. 병사가 다가와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루카리엔씨?"


그가 다시 한숨을 쉬고 조용히 말했다.


"내 딸이 결혼하게 됐네."


"얘기 들었습니다. 저 먼 서방에 총 만드는 귀족이랑 눈이 맞았다고."


"그래. 맞아. 그 귀족이 나쁜 놈은 아닌데 말이야."


그는 성벽 바깥으로 발을 까딱이며 말했다.


"너무 멀단 말이야."


군인은 루카리엔의 고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천사 같은 신비한 존재에겐 물리적인 거리는 의미가 없었다. 루카리엔은 천사임에도 마음 준비가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군인은 그의 옆에 서며 말했다.


"저도 두 딸을 결혼시켜서 그 기분 압니다. 멀어지면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고. 조금씩 잊혀지죠. 잊지 않기 위해 매주 편지를 씁니다.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직접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법이거든요."


루카리엔은 군인을 슬쩍 쳐다봤다. 나이 먹은 군인은 땡볕에 그을려 피부가 갈색이었다. 루카리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라···그걸로 헤어짐의 슬픔을 메꿔주길 바랬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군인이 다가오는 먹구름을 보며 말했다.


"곧 비가 오겠네요."


"오늘은 내리지 않을 테니 젖을 걱정은 말게."


루카리엔이 대답을 하고 군인에게 잘 지내라고 말했다. 말을 끝낸 천사가 하늘로 도약했다. 군인은 선 채로 천사가 날아가는 광경을 지켜봤다. 루카리엔이 먹구름속으로 들어가고 대략 십 분의 시간이 지나자 먹구름이 사라졌다. 군인은 기지개를 켜고 순찰을 계속했다.


루카리엔은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다. 아침을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은 평소보다 더욱 시끌벅적했다. 오늘 있을 결혼식에 찾아온 손님들 탓이었다. 루카리엔은 손님들이 둘러앉은 탁자로 향했다.


가장 먼저 대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정장을 입고 가느다란 팔을 움직였다. 대머리 콧수염 사내가 말했다.


"생토니스 공작님의 은혜로 덕분에 악켄하르트로 진격할 총알은 보급 준비가 됐죠. 그러자 왕께서 저에게 친히 500명의 병사를 주시며 악마로부터 그 땅을 되찾으라 하셨습니다."


루카리엔이 다가오자 손님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루카리엔이 화답하며 말했다.


"그래, 있을 만 한가."


손님 중 대머리 콧수염이 말했다.


"네. 정말 좋은 곳이군요. 괜히 천사의 도시라고 불리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호텔도 매우 잘 될 텐데 말이죠. 저의 경우 악켄하르트에서 하르트 호텔이란 큰 곳을 경영했습니다."


루카리엔이 말했다.


"거긴 꽤 유명할 텐데? 나도 한 번 가봤지. 향신료를 가득 첨가한 차가 신기했어. 가만, 그럼 자네가 그 마지막 하르트인가?"


"예. 슈타인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루카리엔의 질문에 슈타인이 침울해졌다. 식탁에 앉은 다른 이가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몸 하나 건사한 게 어디에요."


모두가 말을 한 여인을 쳐다봤다. 그녀는 윤기 나고 긴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루카리엔은 그녀가 낯익었다. 작년 여름에 본 기억을 떠올렸다. 신랑과도 안면이 있을 텐데. 이름이 독특했다. 미, 밀레아? 천사는 입을 다물고 누구인지 떠올리려 애썼다.


슈타인이 말했다.


"그러니 말입니다. 미르니아양도 별일 없었나 보군요."


루카리엔이 이름을 듣고 떠올렸다. 미르니아, 오래 살다 보면 사람 이름 하나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루카리엔은 미르니아 옆에 앉은 사내를 쳐다봤다. 그는 갈색 머리를 단정히 잘랐고 청바지에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왼손은 기이하게 무지갯빛 광물로 뒤덮여 움직이기 힘들어 보였다. 미르니아가 말했다.


"저야 여름 이후에 이놈 만나러 다니느라 고생깨나 했죠."


그녀가 옆자리에 앉은 사내의 옆구리를 두 번 찔렀다. 사내는 미소지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미르니아가 말했다.


"야 말 좀 해. 특히 이 집 주인 분이 오셨는데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예의가 아니지."


사내가 말했다.


"루카리엔님이랑은 몇 번 뵌 적 있어."


루카리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내 부인 중 두 명이 이 친구 팬이거든. 기타리스트 레이철. 뭐 둘이 잘 됐나 보군."


미르니아가 끄덕이며 말했다.


"말도 마세요. 얼마나 관리를 안 하고 있던지 숲에서 봤을 땐 얼마나 경악한 줄 아세요? 수염이랑 머리가 얼마나 길러놨던지. 어휴, 몰라 볼 뻔했죠. 숫기도 없어선 모르는 척하고."


레이첼은 미르니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말하지 마, 부끄럽잖아."


미르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그건 그렇고. 악켄하르트는 어떻게 됐어요? 병사 500명이나 데리고 진짜 거길 다시 간 거에요?"


슈타인이 말했다.


"그렇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의 고향이니까요."


슈타인이 그때를 떠올리며 얘기를 시작했다.


"사막에 버려졌던 고향으로 돌아와 성문을 여니. 반기는 냄새는 찌든 담배 냄새더군요."


미르니아가 그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슈타인이 말했다.


"다시 도시에 갔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슈타인이 눈을 감았다. 사막의 모래는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더욱 노랗게 빛났다. 대포와 총알을 막아낸 육각형이 모래에 반쯤 파묻혔다. 슈타인은 관리되지 않은 성벽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런 대접을 받을 장소가 아니었다. 제국 안에 마지막 남은 사막 도시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슈타인은 병사들과 함께 진군했다. 그들은 도시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성벽을 장악했다.


괴물들은 성벽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성문을 모두 개방했다. 도시 곳곳에 모래바람이 불며 냄새를 없앴다. 성벽 위에서 3일을 보내며 병사들은 도시의 구조를 파악했다. 슈타인은 매일 성벽을 돌며 병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병사들은 도시에 생긴 일에 대해 묻지 않았다. 자신들이 들어갈 구역에 대해 물었다. 그중 한 병사가 질문했다.


"시민도 죽여야 합니까?"


슈타인은 그 질문에 즉시 답하지 못했다. 호텔 경영 따위와 전혀 다른 곳에 올라섰다. 생과 사를 결정해야 한다. 그 사실을 상기하며 슈타인이 답했다.


"이틀이 지나고 알려주겠네."


다음 날 슈타인은 병사 50명을 이끌고 도시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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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6 20.09.11 92 2 8쪽
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2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1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8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9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4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4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2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7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1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2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7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8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7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2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3 0 7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7 0 7쪽
177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41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8 0 8쪽
175 텔로스를 향해(38) 20.08.21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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