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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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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621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8.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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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텔로스를 향해(37)

DUMMY

생토니스가 포크를 집어 던졌다. 데이슨은 피하지 않았다. 날붙이는 절대 자신을 해치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그가 이마로 포크를 튕겨내며 말했다.


"진정하라고. 정말 지금 시작해도 되겠어?"


아버지의 소총은 가방에 있었다. 검붉은 총알이 리볼버용이라면 당장 저놈 대가리에 쐈을 텐데. 그는 입을 다물고 숨을 뱉었다. 데이슨이 그가 진정하며 앉는 걸 보고 앉았다.


데이슨이 밥을 먹으며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는 다른 모노케로스의 대해 얘기했다. 헨리 모노케로스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으나, 생토니스는 그의 어깨에 납탄을 꽂아 넣은 사람을 떠올렸다. 이든 알렌. 자신의 아내를 위해 싸운 사나이. 생토니스가 말했다.


"그래서 이든 알렌에게 패배했나."


즐겁게 떠들던 데이슨의 입이 멈췄다. 웃고 있던 표정은 한 방 얻어맞은 사람처럼 눈을 크게 떴다. 데이슨이 말했다.


"뭐라고?"


"이든 알렌의 일지에서 읽었다. 그에게 졌고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데이슨이 갑작스레 눈길을 피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계집애처럼 울어 재끼며, 이토록 살기 위해 애원하는 사람이···"


데이슨이 그의 말을 끊었다.


"닥쳐. 어차피 너흰 졌어."


생토니스가 콧방귀를 끼었다.


"우리가 졌다고? 이 모든 건 너의 패배에서 시작됐다. 뿌리가 뻗어 만든 사사로운 나뭇가지에 걸린 승리에 자축한 네놈은 죽을 것이다."


데이슨은 이놈 혓바닥을 뽑아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데이슨이 그를 노려봤다. 생토니스는 그의 얼굴을 보며 흡족해했다. 생토니스는 물 한 잔 마시지 않았다. 데이슨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생토니스는 먼저 자러 갔다.


데이슨은 먹던 빵을 바닥에 던졌다. 이든 알렌. 인생에 오점을 남기게 만든 개자식. 그러나 살려달라고 빈 과거는 사실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데이슨은 식탁을 뒤엎었다. 음식과 쟁반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녀들이 놀라서 그곳으로 뛰어왔다.


하녀가 그를 쳐다보자 데이슨이 말했다.


"미안하군. 실수로 넘어졌다."


그는 주변을 치우라 말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이든 알렌. 네놈의 자식들을 모조리 죽여주마. 승리자는 나다. 그는 이를 갈았다.


생토니스는 침대맡에 앉아 식탁 엎어지는 소릴 듣고 만족했다. 길게 한숨을 쉬고 침대에 눕기 위해 신발을 벗고 소리 나지 않게 내려뒀다. 그 순간 무언가 팔을 스쳤다. 생토니스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뒤틀린 손가락이 그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발굽에서 뻗은 손가락과 손가락에서 돋아난 발굽이 그를 잡아당겼다. 생토니스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발굽이 그의 이빨에서 돋아나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그의 눈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슴 대가리가 보였다. 생토니스가 말을 하고 싶었으나 발굽이 막고 있었다. 그가 소리를 내기 위해 목젖을 진동시키자 다이모니 오데스가 말했다.


"이 독종."


그가 손을 털자 이빨에서 뻗어 나왔던 발굽이 사라졌다.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다이모니 오데스 무슨 짓이냐."


"후대도 안 만들고 온 네놈이 할 소리냐? 대체 내가 얼마나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그래 노골적으로 자기에게 엥겨오는 여편네를 싫어할 수 있어. 자기 좋다고 비벼대는 여자란 게 좀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으니까."


생토니스는 미친 악마가 헛소리를 늘어놓는다고 생각했다. 문뜩 그의 수하가 자신의 동정을 원하는 걸 상기했다. 생토니스가 그를 경계하며 약간 허리를 구부렸다. 오데스가 말했다.


"의외로 순정파처럼 굴길게 연애할 수 있게 갑옷 두른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놨지. 모든 게 완벽하게 굴러갔는데 넌 왜 하나도 주워 먹질 못하지?"


그가 발굽으로 바닥을 차며 소리쳤다.


"자그마치 16년이야 16년! 하반신에 부풀어 오른 그 몽둥이에 한 번쯤 잠식되어도 될 텐데 그깟. 맹세가 뭐라고!"


생토니스는 그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게 전혀 납득가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내가 동정을 지키든 말든. 그게 네놈과 무슨 상관이지?"


"빌어먹을 데이슨과 계약 때문이지. 그러니 묻겠다. 네놈 취향은 누구냐."


"뭐?"


"누구든지 얘기해라. 즉시 대령해주지."


"내가 그를 죽이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글쎄 넌 확신하나?"


"확신한다."


오데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데이슨의 승리의 역사가 500년이 되었다. 이번 모노케로스는 지난 500년 동안 봐온 놈 중 최고의 독종이었다. 그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너가 죽으면 복수를 대신해줄 사람도. 가문의 영광을 챙길 사람도 없을 거다. 그래도 갈 테냐?"


생토니스는 일말의 뜸도 들이지 않고 답했다.


"그렇다."


즉답에 악마가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고자는 아닌 게 분명했다. 여인의 목을 보고 욕정 하는 것도 확인됐다. 대체 그 빌어먹을 맹세가 뭐라고. 그러나 아직 마지막 밤이 남았다. 오데스는 그를 강제로 돌려보냈다.


생토니스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시간도 얼마 흐르지 않은 듯했다. 천장에 달아둔 랜턴을 끄고 그가 잠을 청했다.


짐 속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던 게라스코와 쥐가 튀어나왔다. 마지막 날이라고? 아직 못 보여준 게 많은데···딱 한가지만 보여줘야겠다 생각하며 쥐와 함께 생토니스의 머리로 향했다.


게라스코와 쥐가 집중하여 그의 꿈속으로 향했다. 그곳에 선객이 있었다. 게라스코가 침을 흘리며 말했다.


"저리 가라 악마야."


그의 앞에 나체의 여인이 서 있었다.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는 그를 흥분시켰다. 게라스코가 손뼉을 치자 여인이 머리밖으로 방출됐다. 그녀는 울며 어디론가 향했다. 게라스코는 그의 머리 속에 과거를 보여줬다.


데이슨이 화를 내며 오데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데이슨이 소리쳤다.


"이 개자식!"


오데스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휘청였다. 데이슨이 소리쳤다.


"나를 대체 언제 깨운 거냐!"


다시 주먹을 휘둘렀지만 오데스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오데스가 말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났나?"


그가 오데스의 머리에 신문을 던지며 소리쳤다.


"이든 알렌의 장례식이 엊그제였다!"


오데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막이 그런 열기에 자연적으로 식으려면 꽤 걸리거든."


"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고도 악마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 넌 누구에게 복수해야된다고 말하지 않았어. 절대 뚫리지 않을 갑옷이 필요하다고 씨불였지."


데이슨이 절규했다. 자신의 인생에 오점을 지우기 위해 행동한 모든 게 헛된 탓이었다. 오데스가 말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인데. 왜 그렇게 절망하지? 다시 쓰면 되잖아."


"뭐라고?"


"모노케로스를 죽여. 죽이고 죽이라고. 그렇게 총보다 강한 갑옷이 존재한단 사실을 만 천하에 알려주라고."


데이슨은 그 소릴 듣고 욕을 한 사발 퍼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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