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모노케로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03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127

작성
20.09.08 08:10
조회
31
추천
0
글자
8쪽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DUMMY

찻집에 손님은 세 명뿐이었다. 덕분에 원 없이 대화를 나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녁이었다. 찻집 문을 닫으며 그녀가 말했다.


"다음에 오실 땐 기타도 들고 오세요. 듣고 싶어요."


흔쾌히 수락했다. 다음 날 기타를 가지고 찻집으로 찾아갔다. 신기하게도 연주할수록 손님이 늘었다. 어느새 손님은 만원이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 사내가 레이첼에게 말했다.


"오늘 밤 술집에서 한 번 기타 쳐볼 생각 없소? 돈은 후하게 드리지."


레이첼이 말했다.


"끝나고 맥주랑 안주도 공짜로 주시는 거죠?"


"매출이 잘 나오면 말이야."


두 사내는 동의에 악수했다. 약도를 그려주고 시간을 알려줬다. 뒤에서 지켜보던 미르니아도 따라가겠다고 했다. 미르니아는 대충 정리를 끝냈다. 둘은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레이첼은 거대한 소세지 두 개와 계란을 먹었고, 미르니아는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둘은 약도를 따라 도시 번화가에 한 켠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여름인 탓에 술집은 문을 활짝 열어뒀다. 레이첼은 안쪽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기타를 두드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런 소소한 행동이 삶에 활력이 되기를 바라며, 레이첼이 음악의 실타래를 풀었다.


그는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넘도록 기타 줄을 튕겼다. 첫 도전의 두려움에 눈을 감은 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했다.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여야 했다. 눈을 뜨자 손님이 두 배로 늘어 있었다.


레이첼이 십 분을 쉬고 다시 최선을 다했다. 알고 있는 노래를 모두 쏟아내자, 박수와 갈채가 쏟아졌다. 레이첼과 미르니아는 축하의 잔을 받으며 그날을 보냈다.


아침이 되어 침대에서 일어서며 레이첼은 어젯밤을 떠올렸다. 그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보다 단 한 명을 먼저 떠올렸다. 모든 게 끝나고 함께 술을 마신 그녀였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틀이 지나고 정장 입은 사내 둘이 그를 찾아왔다. 둘 다 여름임에도 조끼의 단추까지 채웠다. 두 사내는 음반 사업을 하는 제코와 히콕이라 소개했다. 히콕은 덩치가 산만했고 턱보다 턱살이 비대했다. 그가 목을 빼며 턱을 가슴팍에 대면 턱살이 턱을 잡아먹은 형상이었다.


제코는 왼쪽 눈에 거대한 검은 반점과 얼룩무늬에 꼬리가 눈에 띄었다. 왼쪽은 갈색, 오른쪽 눈은 파란색으로 각기 다른 눈빛을 뽐냈다. 그는 슬프게도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둘은 직접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느냐 물었고, 그날 저녁 레이첼의 작은 집에서 두 사내는 그의 노래를 들었다. 잔잔하며 때로는 흥겨웠다. 제코는 그가 노래하는 동안 오른쪽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히콕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계속해서 경청했다. 노래가 끝나고 히콕과 제코가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며 대화를 나눴다.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두 사내가 맥주를 권유했기에 레이첼은 수락했다. 맥주를 마시며 제코가 먼저 말했다.


"크게 한 방 터뜨려볼 생각 있나?"


히콕이 주먹을 쥐고 흔들며 거들었다.


"빅 스트라이크."


레이첼은 도시에 온 이유를 상기했다. 촌락에서 살던 때를 넘은 무언가를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레이첼이 수락했다. 그들은 주말에 다시 보자 얘기했다. 맥주 세 잔을 마시고 헤어졌다.


주말에 제코와 히콕은 다른 연주자를 소개해줬다. 함께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녹음에 몰입했다. 제코와 히콕은 음반 판매의 반을 가져간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음반을 만들었다.


그 탓에 미르니아를 보러 갈 수도 없었다. 음반 제작이 끝나고 가을이 되어 그녀를 찾아갔다. 반가운 마음으로 그녀가 맞이해주었다. 초콜릿과 커피를 대접해주며 그녀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줘요."


레이첼이 음반 계약을 했다 말했다. 미르니아는 요즘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끝나고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갔다.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술에 취했다. 레이첼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초라한 집안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크게 성공해서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레이첼은 그 결정을 후회했다. 한편으로 목을 조여오는 후회가 있었기에, 현재의 자신이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음반은 괜찮게 팔렸다. 점심시간에 울려 퍼지던 라디오에도 소개되었다.


그다음 두 번째 음반은 대박을 냈다. 제코는 일을 그만두고 투어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 했다. 남는 시간에 작곡하며. 그의 말에 따라 레이첼은 음악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슬프게도 그럴수록 미르니아와 멀어졌다. 그녀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새로운 악상이 떠올랐다. 히콕은 그녀를 보며 하루를 낭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탓에 히콕과 싸웠다.


제코가 그 둘을 중재하며 말했다.


"히콕, 사랑이 없으면 노래가 무슨 소용 있겠나. 자네도 만족스러운 여인을 만나면 이해할 거야. 세상만사가 돈이 아니잖나?"


히콕이 말했다.


"그 모든 게 돈이면 만족 될 거야. 그걸 모르겠나. 결혼도 돈이고 사랑도 돈이야. 지금 물이 올랐는데 여자 하나쯤 내비둬도 되겠지."


세 번째 음반은 다음 해 봄에 나왔다. 그동안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은 잘 오지 않았다. 네 번째 음반을 만들기 전 미르니아를 찾아갔다.


그녀는 그때도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레이첼은 아직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레이첼은 다음 음반이 잘 되면 찾아오겠다고 했다. 미르니아는 기대한다 덧붙였다.


네 번째 음반은 실패했다. 비평과 상업 그 어느 쪽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 번의 실패가 레이첼을 압박했다. 그는 더더욱 일에 매진했다. 밤을 새워가며 기타를 만졌다. 단단하고 억센 기타 줄이 세 달 만에 끊어졌다. 다섯 번째 음반을 준비하던 중 제코가 그를 따로 불렀다. 제코는 화가 나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묻자 제코가 말했다.


"그 개자식이 자네 음반의 제작권을 가져갔어."


레이첼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제코가 말했다.


"우리가 쌓아 올린걸 히콕 그 개자식이 모두 먹었다고!"


변호사를 고용해 고소를 진행했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다. 제코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 새로운 녹음실을 구해주며 말했다.


"그 돼지자식 멱을 따버리자고."


제코도 음반 제작에 열성을 가했다. 그로부터 세 달 뒤 그는 코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쉬자고 얘기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히콕의 편을 들어준 탓이었다. 신문에도 실리지 않고 얘기가 묻혔다. 레이첼은 돈을 아끼기 위해, 자신이 처음 들어간 작은 월세방으로 돌아갔다.


제코가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음 음반이 나오고 일주일 뒤 제코가 쓰러졌다. 의사는 그가 몸을 너무 혹사한 탓이라 설명했다. 적어도 세 달은 쉬어야 한다고 했다. 제코는 그럴 수 없다며 이를 갈았다. 판촉과 홍보을 맡길 사람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도 레이첼은 미르니아를 떠올렸다. 그녀도 이번 음반을 마음에 들어 할까? 레이첼은 한 편으로 자신이 멍청하다 여겼다.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그가 밖으로 나오자 이상했다. 날씨가 춥지 않았다. 의아해하며 그녀가 기다리는 찻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의 집 주소를 따라갔지만, 이미 2년 전 떠났다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그는 집에 돌아오는 도중 길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슬펐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허탈하게 웃곤 녹음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모든 걸 쏟아내고 그는 녹음실 한켠에 놓인 소파에서 잠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노케로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 20.09.11 98 0 -
공지 9월2일부터 후일담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20.08.23 27 0 -
공지 조만간 독점 해제를 위해 공모전 배지가 회수될 예정입니다. 20.07.24 88 0 -
공지 조회수 5천 돌파!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2 20.06.14 111 0 -
공지 매일 오전 8시 10분 저녁 6시 10분에 올라옵니다. 일요일은 쉽니다. 20.05.15 131 0 -
19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6 20.09.11 90 2 8쪽
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1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0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7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8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2 0 8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2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1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6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0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1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5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7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6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1 0 7쪽
17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2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4 0 7쪽
177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39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6 0 8쪽
175 텔로스를 향해(38) 20.08.21 23 0 9쪽
174 텔로스를 향해(37) 20.08.21 50 0 7쪽
173 텔로스를 향해(36) 20.08.20 22 0 8쪽
172 텔로스를 향해(35) 20.08.20 27 0 7쪽
171 텔로스를 향해(34) 20.08.19 24 0 7쪽
170 텔로스를 향해(33) 20.08.19 22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