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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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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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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9.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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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DUMMY

모래와 잿더미가 주변에 그득했다. 슈타인은 황폐해진 도로에 섰다. 작은 집과 골목길 사이에도 모래가 발목까지 찼다. 슈타인은 리볼버를 한 자루 쥐고 주변을 경계하며 앞서나갔다. 그가 걸을 때마다 신발 안으로 고운 모래가 스며들었다.


도시 중심부까지 경계하며 걷는 탓에 점심을 넘겼다.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 담배 상점도 폐쇄되었다. 그가 한숨을 쉬며 처음 보는 모래 언덕을 쳐다봤다. 그곳에 무언가 희미하게 번쩍였다. 슈타인이 언덕을 올라가 모래를 파내자 흰색의 돌덩이가 보였다.


오밀조밀하게 조각을 새긴 둥근 돌은 윗부분이 뾰족했다. 슈타인이 땅을 팔수록 둥글게 이어진 돌이 나타났다. 그것을 보고 슈타인은 도시 광장에 있는 분수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손에서 모래를 털어냈다. 그 이후 남쪽에 밀집된 민가로 향했다.


오래전 떠난 시민들의 흔적만이 역력했다. 버려진 장난감이나 비어버린 둥근 단지 따위가 눈에 들어왔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온 길을 되돌아왔다.


서쪽 입구와 가까운 건물을 수색했다. 슈타인이 경영하던 호텔이 보이는 3층 건물이었다. 그곳은 비교적 깨끗했다. 그곳을 장교들의 숙소로 지정했다.


슈타인은 3층에 홀로 방을 잡았다. 밤이 찾아오자 달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밤하늘의 별이 보였다. 슈타인은 달이 뜨는 날 밤에 괴물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의 대장이 죽어 모두 흩어졌을지 몰랐다. 그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빠르게 잠들었다.


햇볕을 받으며 일어났다. 가장 먼저 검게 그을린 그의 호텔이 보였다. 호텔은 검게 그을린 흉물이 되어 우두커니 존재했다.


호텔을 보며 슈타인은 괴물이 어디로 사라졌을지 고민했다. 아침을 먹으며 장교들과 대화를 나눴다. 달이 뜨는 날은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 일렀다.


도시를 크게 사 등분 하여 각각 100명의 병사를 쥐었다. 그중 50명은 탐사를 나섰고 나머지 반은 휴식과 경계 근무에 투입됐다. 남은 100명은 보급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유일한 보급로가 열차뿐인 탓이었다.


이틀 뒤 점심을 먹는 슈타인에게 병사 둘이 찾아왔다. 동쪽 관문에서 사람들이 발견됐다고 했다. 슈타인은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 동쪽 관문에 만들어둔 임시 구치소에 가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내는 말을 하지 못했고 오른쪽 볼을 꿰맨 자국이 역력했다. 그의 옆자리에 수감된 여인은 자신을 제인 굴이라고 소개했다. 말 못 하는 사내를 자신의 남편 하시프 굴 2세라 소개했다. 슈타인이 말했다.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제인 굴은 머리를 가리는 녹색 천을 쓰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천을 끌어모으며 말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마을이 있어요. 저흰 그곳에서 왔습니다."


슈타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도시에 유입됐던 불쾌한 담배들은 동쪽에서 왔다. 슈타인이 말했다.


"마을이 몇 개 존재하긴 하죠. 거긴 뭘 주로 키웁니까?"


"별거 없습니다. 오아시스 옆에서 대추야자와 곡식을 키웁니다."


사막에서 곡식을 키운다고? 슈타인은 그녀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곡식을 키울 정도로 거대한 오아시스라면 호수만 할 텐데. 담배를 키우기도 좋겠지. 슈타인이 말했다.


"그렇다면 여긴 무슨 일로 온 겁니까."


"친척을 만나러 왔습니다. 작년에 수확이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혹시 식량을 나눠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 했죠."


슈타인은 그녀가 미심쩍었다. 진실을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판단했다. 슈타인이 말했다.


"친척은 어디에 살고 있었죠. 그리고 마을의 위치도 정확히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인은 마을까지는 걸린다며 직접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친척 집은 도시 북부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화를 끝내고 슈타인은 숙소로 돌아왔다. 다른 장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말했다.


"도시 내부에 친척 집이라 말한 곳은 우리가 먼저 찾아보는 게 좋을 거 같네. 바깥에 있다는 마을도 확보해두면 좋을 듯싶은데. 문제라면 거기에도 괴물이 도사릴 수 있단 걸세."


장교들은 순찰을 보내자고 했다. 다섯 명이라면 충분할 거라 일렀다. 의견에 따라 동쪽 관문에 대기하던 다섯 명을 차출했다. 슈타인이 그들에게 사막에서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절대 모래에 오줌을 싸지 말 것. 밤은 추울 테니 바위에서 자라고 얘기했다. 다음 날이 되어 다섯 명의 순찰대가 도시를 빠져나갔다.


슈타인은 제인 굴을 내세워 그녀가 말한 친척 집으로 향했다. 그곳은 작은 마당 딸린 2층 집이었다. 마당에 깔린 죽은 초목이 눈에 들어왔다. 잎사귀는 모두 떨어졌고 나뭇가지를 손으로 건드리자 모래가 떨어졌다. 다시 한번 건드리자 나뭇가지가 힘없이 부러졌다. 제인 굴은 손이 묶인 채로 애타게 친척의 이름을 불렀다.


"벨로니아, 콜로?"


정막이 대답을 대신하자 제인이 말했다.


"도시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죠?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단 얘긴 들었는데."


슈타인과 병사들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총을 앞세워 집 안으로 들어가자 니코틴의 향이 퍼져 나왔다. 슈타인이 참지 못하고 콜록거렸다. 한 병사가 말했다.


"냄새가 강렬한 걸 보아하니. 최근에 피운 거 같습니다. 주위를 수색해보겠습니다."


슈타인이 끄덕이자 여섯 병사가 안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이 지나고 병사들이 나왔다. 그들은 담뱃잎으로 그득한 나무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잎사귀는 불쾌할 정도로 싱싱했고 끈적였다. 제인은 잎사귀를 보며 말했다.


"어머, 저희에게 주려고 남겨놓은 게 분명해."


슈타인은 그 말을 듣고 제인을 째려봤다. 병사가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성벽 바깥에서 태워버리게. 나무상자도 함께. 절대 이걸로 담배를 피지 말게."


제인이 슈타인의 말을 듣고 놀라서 소리쳤다.


"이 좋은 걸 왜요!"


"뭐라고?"


슈타인이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


"이 도시를 지옥으로 만든 게 무엇인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요?"


제인이 말을 하려 했지만 슈타인이 호통쳤다.


"바로 저 가증스러운 담뱃잎이란 말이요!"


말을 끝내고 슈타인과 병사들은 동쪽 관문으로 향했다. 슈타인은 직접 성냥을 꺼내 들었다. 성냥갑에 대고 긋자 불이 붙었다. 나무상자에 불을 집어넣었다. 조금씩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멀찍이 떨어졌고 제인은 아까운 걸 버리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슈타인이 말했다.


"닥쳐라. 이 간사한 악마의 앞잡이 년!"


그의 호통은 사막까지 울려 퍼졌다. 점심의 햇빛을 받으며 슈타인이 말했다.


"저년을 감옥에 집어넣게.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하고."


그 말을 듣고 제인이 욕설을 퍼부으며 끌려갔다. 슈타인은 재가 되어가는 담배를 쳐다봤다. 자신의 꿈을 태워버린 저 사악한 물질에게 똑같이 되돌려 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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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5 20.09.10 22 1 7쪽
19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4 20.09.10 21 1 7쪽
19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3 20.09.09 28 0 8쪽
19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2 20.09.09 69 0 7쪽
189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1 20.09.08 25 0 8쪽
18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0 20.09.08 34 0 8쪽
187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9 20.09.07 23 0 8쪽
186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8 20.09.07 57 0 8쪽
185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7 20.09.05 21 0 7쪽
184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6 20.09.05 22 1 7쪽
183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5 20.09.04 27 0 7쪽
182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4 20.09.04 28 0 7쪽
181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3 20.09.03 28 0 7쪽
180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2 20.09.03 32 0 7쪽
»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1 20.09.02 24 0 7쪽
178 후일담: 천사의 도시에서 0 20.09.02 27 0 7쪽
177 텔로스를 향해(40) 20.08.22 42 1 7쪽
176 텔로스를 향해(39) 20.08.22 2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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