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리강 님의 서재입니다.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리강
작품등록일 :
2020.05.20 21:58
최근연재일 :
2020.06.15 23:0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91
추천수 :
873
글자수 :
120,996

작성
20.05.26 22:50
조회
350
추천
38
글자
11쪽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5]

DUMMY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언젠가 흰달은 이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가면 얘기를 하자면 한이 없다.

먼저 동물계 가면이었다.

“음.”

그것도 개.

개 가면은 무엇에 쓸까.

[제1 분류]

일단 가면의 형태적인 분류. 즉 가면의 형태적인 측면을 기준으로 한 분류에서는 동물계 가면에 속했다.


‘가면의 소리’는 흰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시작은 개]


‘시작은 개라니.’


[견종 와일러의 가면]

-와일러 / 동기 시대의 견종.



‘개 가면만 있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가 늘 소원하던 간절한 바람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개가면사’가 할 일은 많다.

흰달은 가끔 성질이 불같이 뻗쳐 쉽게 화를 내는 면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기뻐할 줄도 알았다.

‘영화 <북방사막딱새를 찾아서>와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 귀족·제후의 영애나 군주, 공주의 애완견으로 낙점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흰달은 이런 거야말로 출세의 지름길이란 생각을 하면서 ‘으그그’ 허리를 펴다가 신음을 내면서 다시 구부렸다.

가슴이 예쁜 공주가 개로 변한 자신을 가슴으로 꼭 끌어안아 주고 부비부비 뽀뽀해주는 상상.

자신이 제일 재밌게 본 드라마가 바로 <와치앙의 궁정개>였다. 공주의 세 번째 남편이 된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결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가 봤다니까. 가면을 저 녀석이 주웠다니까.” 어느새 골목 입구에는 제법 많은 수의 구경꾼들이 모여있었다.

웅성댔다.

“촌놈들끼리. 별거 없어. 척 봐도 소비자야.”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고 싸우더라고. 가면을 차지하기 위해서.”



흰달은 남구운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멘탈스톤, 나 주라.”

“내 불알. 어쩔 건데?”

“그러지 말고.” 흰달은 단도를 쥔 손등으로 이마에 묻은 피와 땀방울을 훔치며 코를 훌쩍였다.

운냥은 이번엔 시치미떼는 전략으로 나온다.

“멘탈스톤이라니, 누가?”

‘네가 줍는 걸 봤는데.’ 흰달은 영정동수가 놓친 멘탈스톤을 남구운냥이 주워 주머니 속에 몰래 집어넣는 걸 봤다.

흰달은 차송상절에게 도움을 구하듯 힐끗 봤지만 상절은 영정동수의 곁에 앉은 채 “동수 형도 죽었어.”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달아나야 하지?’

가면을 든 채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골목 입구에 모여있는 구경꾼들을 무사히 뚫고 나가야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흰달은 가면의 주인이 아니었다.


-소비자 계층에 속한 사람은 누구라도 열신이 내건 유희의 계시 중, 단 한 가지만 해결해도 가면을 100% 만나게 된다.


‘가면을 100% 만나게 된다’라는, 소비자 특례 규정상의 이 구절은, 만나게 되지만 가면의 완전한 주인은 아니라는 열신의 말씀이다.

빨리 <스펙톨>을 구해야 했다.


진정한 가면사가 되려면 ‘마나스톤, 멘탈스톤, 스펙톨’ 세 가지를 갖춰야 했다. 이것들이 가면사의 장비였다.


마나스톤은 ‘가면이 잡아먹는 에너지’였다.

멘탈스톤은 ‘가면이 가면사를 잡아먹는 힘’을 이겨내도록 가면사의 멘탈을 돕는 에너지였다.

스펙톨이 없으면 가면을 보관할 수 없다. 즉 몸에 지닌 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언제든 누구에게나 강탈·약탈당할 수 있다.

가면을 얼굴에 장착하기 위해선 마나스톤, 멘탈스톤이 필요했고, 가면을 벗은 상태에서 가면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스펙톨이 꼭 필요했다.



이 견종 와일러의 가면은 비록 9등급짜리였지만 몇 가지 면에서 아주 좋은 가면이었다.

첫째, 가면의 수많은 분류 가운데에서 ‘이터널’을 출입할 수 있는 가면이었던 것.

이런 가면을 아주 높게 쳐준다.

이 정도면 일단 ‘이터널’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나 제후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사실은 ‘와일러 둔갑 시의 기초적인 체격과 신체 능력’ 수치는 자신이 봐도 ‘이 정도로는 기업체나 제후들이 경호용이나 전투용으로 고용할 만큼 선호되는 개의 능력치는 아니네.’ 싶기는 했다.


[와일러 둔갑 시의 기초적 체격과 신체 능력]

-체고 55cm(+0), 체중 30kg(+0)

-속도: 30km/h(+0)

-지구력(+0), 도약력(+0), 반응 속도(+0), 체력(+0), 근지구력(+0), 유연성(+0), 평형성(+0), 민첩성(+0)

-치악력: 88kg/6.4516㎠(+0)


+가 모두 0인 것은 둔갑했을 때 가면이 지원하는 육체적·물리적 능력 상태가 모두 기본 사양일 뿐, 가면 자체가 지원하는 추가적 능력치는 없다는 거다.

이런 수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가면사-가면 착용자의 신체적 능력에 따른 가감이 작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 정도 수치 가지고는 아카데미의 전투력 측정에서 ‘9등급 중’ 수준밖엔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어린애도 알 수 있다.

공주님의 애완견이 못 된다면······.

‘그래도 취직할 곳은 많다고. 적의 침입 경고 임무로 파견되는 초소견이나 경비견은 될 수 있어. 재롱만 잘 부리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유명한 개가 되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광고에도 출연하고. 킁킁. 그리고 냄새 잘 맡는 탐지견으로 이터널에 들어갈 수도 있어.’

흰달은 첫 살인의 흥분과 울렁거림, 걱정을 뒤로한 채 희망의 나래를 충분히 펼 수 있었다.

더는 수명·젊음·시간을 팔아먹고 사는 인생이 되지 않아도 되었던 것.

‘이제부터 내가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울 거야. 더는 미안해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곳을 빠져나가 어떡하든지 스펙톨부터 구해야 했다.


스펙톨을 구하는 방법.


첫째,

대공의 집으로 간다.

-대공께서는 오늘 가면을 획득한 사람들을 위한 초청연회를 마련해 두고 계십니다. 새로 가면사가 되신 분들은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 추천, 추첨 등을 통해서 스펙톨, 마나스톤, 멘탈스톤뿐만 아니라 대공 직영의 공립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특별허가서 등 다양한 선물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둘째,

-세계 최고의 가면사들이 선호하는 그룹. 세계 최고의 이터널 기업 <포탈랍>이 새로 되신 가면사들을 응원합니다. 젊음·시간·수명을 팔아 장비를 마련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포탈랍> 지사로 오십시오. 일체의 스펙톨·마나스톤·멘탈스톤을 지원해드립니다.


셋째,

[<온누리 길드>가 여러분의 새로운 삶을 지원해드립니다. 온누리 길드로 오세요.]



오늘 열신의 유희가 열리기 전 내내 떠들고 광고를 하던 곳들이었다.

‘저기까지만 가면 될 거야. 어느 한 곳이라도.’

넷째, 스펙톨을 파는 상점이 있다.

스펙톨은 절대로 아무나 아무 곳에서나 팔지 않지만, 신교 혹은 신교의 성소와 제휴한 그런 상점이 있었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대공님의 가미카와 공국경도의 거대한 도시에서 흰달은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하지만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풍강흰달인지도, 옷 속에 가면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를 거야.’

넷째는 특히 엄청난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을 마련하려면 먼저 ‘젊음·시간·수명’부터 팔아야 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성소’를 가야한다.

성소에서 또한 스펙톨을 구할 수 있다.

그는 희망한다.

‘택시를 타야지. 아무 곳이나 가달라고 해야지.’



“잇.”

다시 허리를 펴보려던 흰달은 펼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두 손을 바닥에 짚은 채 네발짐승처럼 어슬렁거리며 골목 입구를 막고 있는 군중을 보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이냐?

그리고.

“벌써 개로 둔갑한 것 아니야?”

“아니.”

“그럼 왜 저렇게 똥개처럼 네 발로 움직이는 건데?”

“아까부터 그랬다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지 않는 이유에는 흰달이 이렇게 네발로 걷는 걸 기이한 표정으로 보는 덕도 있었다.

‘열신의 유희’에서 가면 쟁탈을 두고 예의와 도덕 따윈 요구되지 않는다. 신들은 가면을 차지하는 자를 높이 평가할 뿐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다만 저들이 망설이는 것은 또한,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일이 벌어질 테니 먼저 차지하는 사람은 먼저 그다음의 표적이 되어 몰매를 맞은 채 다시 빼앗길 거란 염려 때문이다.


“나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웃기네.” 운냥이 성을 냈다. “넌, 내 불알 어떻게 할 거야?!”

그러면서도 운냥은 여전히 단도를 오른손에 움켜쥔 채 개처럼 네 발로 움직이는 흰달을 두려워한다.


박구성규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내 불알!”



이 가면은 뭔가 있는 가면이었다.

흰달은 성규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를 느꼈다. 잔뜩 화가 나서 자신에게 달려들며 한번 개판을 칠 것 같은 징조를 알아채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람들을 향해 슬금슬금 네 발로 다가갔다.


이 가면은 성장형 가면이었다.

보통 성장형이라면 좁게는 자신이 하기 나름으로 ‘가면이 표상하는 아바타라’의 기초적 체격과 신체 능력을 개인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면을 말한다. 같은 종에서의 성장 및 변이가 가능한 가면을 뜻한다고 볼 수 있었다.

넓은 의미의 성장형 가면이란 ‘같은 속(屬) 안에서의 성장 및 변이 가능’이나 ‘같은 과(科) 안에서의 성장 및 변이 가능’까지를 포함한다.



[가면에 대한 제1 총평]

-수상한 가면

-<성장형 가면>에 대한 변태적 측면 존재.

-열신 등외 등급의 예비 신이 만든 음험한 의도가 있다.

-형태 소재에 관한 변칙적인 측면을 지원하는 가면.


[가면에 대한 제2 총평]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더욱 수상한 가면

-이 가면은 <비늘이 달린 동물 가면> 1개, <털이 몸을 덮은 동물 가면> 1개, <날개 달린 동물 가면> 1개, <단단한 껍질이 있는 동물 가면> 1개, <알몸인 동물 가면> 1개를 모두 획득할 경우 <무두장이 핵빳다의 가면>으로 전직이 가능한 가면이다.



스펙톨이 없으므로 제1 총평과 제2 총평 부분에 관한 ‘가면의 소리’는 한번 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무슨 소리야.’ ‘이런 가면이 있었나?’ ‘에라. 모르겠다.’

이런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정은 이런 세 가지 상태로 요약할 수 있었지만, 흰달은 절대 바보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절대 잃지 않을 거야.’



꺼로로꺼로로. 으해응.

휙.


‘어?’ 흰달은 고개를 쳐들었다.


척.

꼬리가 세 개가 달리고 얼굴은 여우 형태인, 가슴이 불룩하고 허리가 개미처럼 가는 끝장나는 몸매의 여자가 흰달의 코앞에 착지했다.

‘여우가면사다.’

두 손을 양쪽 허리에 올려놓은 채 네발로 기고 있던 흰달을 내려다보며 입을 벌려 날카로운 이빨들을 내보였다.


니잉닁늬잉닝닝링


‘웃는 것 같은데?’


여우가면사는 코웃음 쳤다.


“흥.”




모두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모두 늘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고맙습니다.[단이천님, 무난한놈님, supeeee님, 단주123님, 짱돌마님] 20.05.25 490 0 -
22 [냄새가 남. 자연마나] +15 20.06.15 597 38 14쪽
21 [타임 크리스털 공정경쟁2] +2 20.06.12 259 34 11쪽
20 [타임 크리스털 공정경쟁] +6 20.06.11 254 38 12쪽
19 [나도 패가 생겼다] +10 20.06.09 286 43 13쪽
18 [자연멘탈 한바탕 난리법석] +7 20.06.08 262 40 13쪽
17 [자연멘탈] +9 20.06.07 261 31 14쪽
16 [아휴, 남작님 형편없네요] +5 20.06.05 279 36 15쪽
15 [수상한 스펙톨. 이렇게 준남작령의 영주가 되는 거야?] +6 20.06.04 278 38 13쪽
14 [대결 스펙톨 대 영지] +7 20.06.03 284 43 11쪽
13 [만찬이 왔다] +1 20.06.02 273 31 13쪽
12 [누가 누구의 손아귀에 있나] +4 20.05.31 345 39 13쪽
11 [이런 남편감은 어떠신지] +5 20.05.30 319 39 12쪽
10 [남작님의 세 번째 남편감] +5 20.05.29 310 37 12쪽
9 [개 팔자는 어떻게 되는 거냐] +2 20.05.28 292 37 12쪽
8 [남작님의 품에 안겨] +4 20.05.27 298 41 12쪽
»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5] +6 20.05.26 351 38 11쪽
6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4] +10 20.05.25 368 46 11쪽
5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3] +4 20.05.23 383 36 10쪽
4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2] +2 20.05.22 353 36 13쪽
3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1] +3 20.05.21 419 38 12쪽
2 [시간·수명·젊음 소비자] +9 20.05.20 494 35 10쪽
1 [열신의 유희] +10 20.05.20 1,213 7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