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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강 님의 서재입니다.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리강
작품등록일 :
2020.05.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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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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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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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크리스털 공정경쟁]

DUMMY

타임 크리스털 공정경쟁이란 아카데미의 일종의 준 심화 교육 시간이었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가면 착용 상태에서의 자기 통제력 강화, 타인에 의한 피통제 및 적응력 강화, 종특 및 직능에 따른 행동 요령 학습 등을 이터널 체험 전에 확인하는 거다.

그리고 이터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 타임 크리스털 공정 과정을 실제로 해보는 거였다.

모든 생도가 팀으로 나뉘어 일종의 전투 및 경쟁 상황에 참여해보는 거였다.


“우리가 무조건 차지해야 해.”

“당연하지.”

각 조는 잔뜩 벼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조가 차지하게 놔둘 순 없다는 결의를 다진다.

조를 짜는 것부터 일이었다.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능력이 되는 사람끼리.

출신성분, 혈연, 지연.

꼭 필요하고 우수한 가면격의 생도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했다.

“건축사는 누가 좋을까? 터 다지기를 하려면 꼭 필요해. 부족하면 아카데미에서 대준다고는 했는데. 얘는 대공부 얘들이 벌써 스카우트했어. 얘는 본토파들이 채갔고. 얘는 화태 얘들이 섭외 중이고. 체. 그럼 남은 건 얘야?”


이터널에 들어갔을 때 타임 크리스털 공정은 몇 가지 부분에서 매우 유용하며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가난한 길드는 타임 크리스털 공정 전개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이터널에 들어간다.

‘타임 크리스털 공정’을 위해선 수용체 크리스털, 타임 크리스털(저장체 크리스털에 소비자의 시간을 담은 것), 코드 사제 혹은 코드 사제가 만든 타임 크리스털 공정 코드가 필요했다.


이번 공정경쟁을 위해서 아카데미에서는 두 개의 크리스털과 일곱 개의 타임 크리스털을 미리 숨겨놓았다.

타임 크리스털 공정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번 경쟁에선 한 개의 수용체에 세 개의 타임 크리스털을 사용하는 공정이 사용됐다.

따라서 먼저 한 개의 수용체, 세 개의 타임 크리스털을 찾아 공정을 완성하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팀은 모두 다섯이다. 다들 알겠지만 숨겨져 있는 저장체를 찾아 가장 먼저 타임 크리스털 공정을 완성한 팀이 우승이다. 우승한 팀에겐 20년 치의 타임 크리스털 공정 사용권이 부여된다. 자, 다들 시작할 준비가 되었나?”


“네!” 아카데미생도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목소리는 기대감과 흥분으로 우렁찼다.

‘20년.’

일장일단이 있다.

팀원이 적을수록 나눴을 때 각자 받게 되는 시간의 몫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팀원이 많을수록 수용체인 백색 크리스털과 타임 크리스털을 빨리 찾을 확률이 높아지고 다른 팀과의 전투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

어느 경우든 가면 등급이나 가면 둔갑 시의 신체조건이나 전투 능력이 우수하고 우월한 가면사가 귀중한 재원이다.


그런 면에서 풍강흰달은 그렇게 딱히 선호되는 팀원은 아니었다.

시기, 질투, 우러러봄. 자연멘탈측정기 파손 사건 이후로 처음엔 다들 그를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9등급 개 가면사잖아.’ 정신 차리고 이런 생각을 다들 하게 됐다.

자신이 현재자연멘탈 수치가 높지 않다면 그 까짓거 당장 멘탈스톤으로 커버하면 된다. 불확실한 미래는 아직 멀리 있고 현재는 눈앞에 있었던 것.

‘한번 붙어보면 이길 수 있을까? 와일러 둔갑 시의 기초적인 체격과 신체 능력을 보면 별 것 없단 말이야. 치악력도 고작 88kg이고. 뭐, 개가 날아다니겠어? 입에서 불을 뿜어내겠어? 개는 개이지.’

아카데미 수업에는 전투종 가면으로 분류되는 동물종 가면사들을 위한 군사기초훈련과 같은 전투 훈련 및 대련 시간이 있었다.

이어진의 차례가 되었을 때.

“제가 붙어보겠습니다.”

다들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야, 너는?” 교수가 고개를 내저었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몸길이 8.5m에 체고 2.4m, 몸무게 1.7t이나 나가는 알로사우루스가 개하고 싸워보겠다고 손드는 건 아니지. 곰가면사, 너희 사자, 호랑이도 손 내리고. 청휘보연, 너도 내려. 8등급 검사 가면사가 검으로 개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대련이 되겠어? 음. 늑대, 하이에나라······. 일단 개들끼리 해보자. 자칼, 리카온도 손 내리고.”


와르르.

으르릉.

쿠괘괘괘갱왈, 으과커겅!


흰달은 도베르만, 로트와일러, 도사견 이런 개들과 붙었다. 와일러의 뭉뚝한 주둥이는 날쌔고 흉포한 다른 개들의 가죽을 물기엔 다른 개들의 주둥이가 자신보다 더 튀어나온 만큼 불리했다.

치악력도 너무 뒤졌다.

기본적인 개격의 피지컬 차이는 정신력으로 보전할 수 없는 한계였다.

‘별거 없네.’

안타깝지만 이런 평가.

그래서 다들 안심했다.

‘역시 개는 개지.’


‘촌놈.’



“타임 크리스털 공정경쟁의 시작을 선포한다.”


“와!”


“생도들은 조교들을 따라 팀별로 지정된 장소로 이동한다. 장소는 서쪽 정원이다.”


“아!”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개 대공부의 북쪽 정원이 타임 크리스털 공정경쟁 무대였었다. 그래서 다들 과거 경쟁에서 크리스털이 어디 어디에 숨겨졌는지 나름대로 자료를 조사해놨었던 것.

일종의 낚시 포인트 같은 것이 모두 소용없게 됐다.

이동하기 위해 대열을 이탈하면서 서로 엄포를 놓고 윽박지르는 신경전을 벌였다.

“나, 몰라. 내가 독수리가 변하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내 눈에 띄는 것들은 그냥 잡아먹을 거야. 그러니까 하늘에서 얼쩡거릴 생각은 말라고.”


곳곳에 조교가 투입되어 심각한 불상사가 일어날 때를 대비했다. 즉각적으로 싸움을 제지할 만반의 태세를 하고 있었다.



중해공국파 진영.


청휘회승은 말했다.

“본토파 녀석들은 아웃 작전으로 나올 거야. 첫 번째 표적은 풍강흰달 진영이고.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소덕을 봤다.

계획과 작전은 이미 사전에 논의됐다. 지금은 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을 한번 짚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소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번은 기회가 오겠지.’

회승은 대공의 장남인 토카치 후작의 직계 손자였다.

서열에서도 밀렸지만.

이게 다 스펙톨 사건과 자연멘탈측정 시간에 흰달을 어찌해보려다가 꼴사납게 미끄러져 벽에 부딪히기나 한 것 때문이었다.

“건축사와 광부를 최우선으로 보호한다. 건축사, 광부. 너흰 적에게 터치만 당해도 아웃된다는 것 알지?”

“정찰은 금교고 염탐은 누구였더라?” 청휘승찬은 손가락의 손톱을 다른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김손영지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승찬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뭐였지?”

“박쥐.”

“아.”

“몰라 나는.” 청휘금교의 손에 가면이 나왔다. “하늘에서 정찰하다가 눈에 띄는 게 있으며 가만 안 놔둘 거야.”

그녀는 검독수리로 변했다.

날개를 펼치자 폭이 2m나 됐다.


곧 영지도 박쥐로 변해 날아갔다.


거대한 독수리가 떠서 하늘을 날아다니면 못 알아차릴 사람이 없었다.

이걸 보완하기 위해서, 풍강흰달 무리에서 박쥐 가면사 김손영지를 빼내 왔다.

하늘에서 1대1로 싸워 검독수리를 이길 새는 이번 아카데미 기수에는 없었다. 다른 팀에서 정찰이나 염탐을 위해 새를 띄운다면 금교는 그냥 놔두지 않을 거다. 현재는 그녀가 하늘의 제왕이나 다름없다.

제공권을 제압한다. 압도적인 시력과 시속 240km의 급강하 능력. 소형 육식동물도 사냥할 수 있다.

그러면 지상의 움직임은 훤히 파악할 수 있다.



“금교가 떴군.”

화태 변경백파 진영, 송조병권은 화살을 겨눴다.

“쏘려고?”

“날개를 맞출 수 있겠어?”

두장성우와 야오재승은 걱정했다.

몸통에 맞으면 죽을 거다.

“저걸 그냥, 콱.”

송조병권은 화살을 내리며 짐짓 눈을 부라리더니 느닷없이 기합을 터뜨렸다.

“아자!”

루샤 제국과 가장 가깝게는 8km 거리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채 크고 작은 국지적인 싸움을 시도 때도 없이 벌이는 변경백 자손들이었다.

“광부, 건축사, 가자. 다들 전진이다. 우리 화태파는 무조건 정면 돌파다. 크리스털 맥을 찾다가 걸리는 적들은 무조건 때려잡는다.”



열상국 본토파 진영.

“확실히 풍강흰달 진영부터 칠 거지?”

박류철손은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난 일이니까. 가면을 쓰기에 앞서, 혹시 변경이 있나 홍천사태에게 물어본 것.

다른 팀보다 먼저 타임 크리스털 공정을 완성하는 방법도 있지만, 경쟁 팀들의 팀원들을 모조리 죽여-경쟁의 경우엔 즉 아웃시켜 적들이 타임 크리스털 공정을 아예 완수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홍천사태가 말했다.

“모두 작전대로 움직인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풍강흰달.

“모두 가면 착용.”

팀별로 배분된 장소에서 떠나려면 반드시 가면을 착용해야 한다.


일단 송골매가 날아올랐다.



가면을 써서 완전 둔갑 상태가 되면 서로 다른 종간-인간과 서로 다른 동물 종들 간의 언어적인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자가 이성을 유지한 채 사전에 짠 작전대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마치 훈련된 개가 인간의 지시에 따르듯, 동물원의 돌고래와 코끼리가 인간 사육사의 지시에 따르듯, 그런 자세로 지도자가 된 존재[인간형 가면이 아닐 수 있다]의 지시를 제대로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이번 공정경쟁 게임에서 보여줘야만 했다.


크어어어어어릉.



육식 공룡의 울음소리는 풍강흰달과 김신은우의 조가 있는 곳까지 힘차게 들려왔다.

“넌, 뒤로 빠져있어.”

“왜?”

“네가 아무리 현재자연멘탈 십만 단위 찍고 잠재멘탈 12자리까지 찍었다고 해도, 넌 그냥 개야.”

“그건 맞지.”

“널 노릴걸? 사람들은 여전히.”

“왜?”

“물론 이미 다들 네 실력이 개 같다는 걸 알아.” 은우는 귀걸이를 빼내며 태연하게 말했다. “개니까. 뭐랄까. 사냥한 후 목에 거는 이빨 같은 거야.”

“아하.” 흰달은 끄덕였다. “내가 아직은 발라먹을 살이 남은 생선 뼈 같은 거구나.”

“나중에 아카데미 졸업식에 가족이나 애인에게 말하고 싶은 거야. 풍강흰달, 그 인간 이빨을 내가 뽑았다고. 아무리 봐도 그래선 안 되는-누가 딱 봐도 ‘야, 네가? 넌 그냥 처박혀 있어라. 어디서 흰달이 네 상대라고, 격 떨어지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들까지 여전히 너에게 무한경쟁의식을 뿜어낸단 말이야.”

은우는 머리를 흔들어 긴 머리칼을 정돈한 후 뒷머리를 말총처럼 하나로 모으더니 고무줄로 묶는다.

흑인 혼혈아 은골강대는 은우의 말이 재밌다는 듯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즐거워했다.

“타도, 풍강흰달. 타도, 풍강흰달.”

“아직 너하고 못 싸워본 사람들은 한 번 풍강흰달을 이겨서 ‘내가 풍강흰달을 이겼다’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은 거야. 내가 흰달보다 낫다. 흰달이 자연멘탈값이 그렇게 높다고 해도. 그런 널 이긴 나는 뭐냐? 이런 나는 역시 멘탈측정기가 측정해내지 못한 뛰어난 인간이란 거지.”


“알았어. 그럼, 네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다.”

은우는 한번 끄덕였다.

그리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홍천사태는 널 노릴 거야?”


“그럼 어쩌지?” 흰달은 목덜미를 잡은 채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가 최대한 빨리 타임 크리스털 공정을 완성해야겠네.”


은우는 작은 얼굴에 예쁜 눈을 깜박이며 물끄러미 흰달을 응시했다.

‘음.’


다른 반에서 온 직군의 가면사들은-그들은 거의 모두 인간종, 직업종 가면사였다-흰달과 신우의 대화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음.’

풍강흰달의 소문을 듣고 호기심 때문에 합류한 혹은 다른 팀에 스카우트 당한 후 남은 소비자 집안 출신의 생도들이었다.



20분 뒤.


대공부.

대공은 5개 팀의 전력을 비교하며 절대 우승할 수 없는 팀, 가장 먼저 탈락할 팀이 있다면 바로 이 팀이라고 생각했다.

대공의 손가락은 그 위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풍강흰달.

김신은우.


전화가 왔다.

대공은 전화를 받았다.


“벌써? 음. 결과는?”


-풍강흰달과 김신은우 조가 우승했습니다.


“뭐?”

허.

“어떻게?”


-그게······.




모두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모두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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