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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강 님의 서재입니다.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리강
작품등록일 :
2020.05.20 21:58
최근연재일 :
2020.06.15 23:08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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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5
추천수 :
873
글자수 :
120,996

작성
20.05.2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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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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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남작님의 품에 안겨]

DUMMY

“야-이, 풍강흰달!”

흰달을 발견한 박구성규가 달려왔다. 고통보다 깊은 분노를 담은 채. ‘너 가만 안 둔다.’라는 강력한 의지가 넘치는 목소리였다.


‘얜, 뭐니?’

먼저.

스-빡!

달려들던 성규의 턱에 여우가면사 양이송아의 발길질이 작렬했다.

성규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것이 그녀가 한 첫 번째 일이었다.

그리고.

흰달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가면 내놔.”


어구구.

성규는 바닥에서 기면서 신음했다. 빠가당 마을 소녀와 처녀들이 뽑은 외모 순위 1위에 빛나는 얼굴은 앞니 두 개가 빠지고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내, 니빨.”


송아는 재촉했다.

“빨랑. 응?”


‘혹시 날 도와주려는 건가?’ 그녀가 나타났을 때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이런 기대가 있었던 흰달은 시무룩해졌다.

현실은 역시 드라마가 아니었다.

영화도 소설도.

그것들이 말하는 대로라면 그녀가 궁사가면사의 화살에 맞을 걸 자신이 도와주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보답을 해 주어야 맞다. 심지어 티격태격하다가 결혼까지 가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저기, 여우가면사님. 이미 여우니까, 굳이 개까지 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에이, 잘 알면서. 아! 가면은 많아도 늘 부족해. 꼬리도 늘려야 하고.”

송아는 두 손을 맞잡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듯 잠시 여우 눈을 치켜뜨고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지? 줄 사람이 너무 많단 말이야.”

‘흠. 은혜를 원수로 갚으면 안 되지. 흥흥. 가면만 빼앗고 말아야지.’ 양이송아는 오직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렇기는 한데요.” 흰달은 왼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애매합니다. 저도 가면이 꼭 필요해서 그럽니다.”


양이송아는 세 개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너, 내가, 너를 특정했던 열신의 계시 상태에서 꾹 참고 그냥 지켜보았다는 것 모르지? 할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고. 제발 그냥 주라. 응?”



“오오!” 문득 입구 쪽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왜들 모여있나 했더니 그래서였군.”

한 사내가 군중을 헤치고 다가온다.


‘남궁대솔.’ 고개를 돌려 사내를 확인한 양이송아는 투덜댔다.

“체.”

그리고 여우 주둥이를 굳게 다물었다.


그녀의 표정과-여우 상태의 얼굴이었지만-투덜대는 말투에서 흰달은 그녀가 ‘골치 아프게 되었네.’ 하고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직 ‘특정하지 않은 자들’의 숫자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 알지?” 사내의 손에 가면이 나타났다.

하지만 가면을 착용하진 않았다.

“꺼져. 어쩔래?”


“어쩌려고?”


둘의 대화에서 흰달은 서로 아는 사이란 것과 그녀가 사내를 어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혹은 껄끄럽거나 두려운 거다.


“공적.”


흰달은 즉시 알아챘다.

‘내가 제갈학강에게 했던 것처럼 나한테 하겠다는 거구나.’

공적을 원한다는 것은 사내의 목적이 가면이 아니라 가면사의 목숨이란 거다.

자신이 지닌 가면을 빼앗아 얼굴에 씌운 후 향사 상태로 만들어 죽이겠다는 것.


공적이란 열신이 게시한 사항을 실행할 때 주어진다. 오늘 같은 경우는 ‘열신이 요구하는 목숨의 수, 99명’을 죽이는 거였다. 죽인 사람 숫자만큼 공적이 올라가고 가면 획득 확률도 정비례했다.

소비자는 오늘 유희에서 특례 규정으로 단 한 명만 죽이면 되지만, 가면사들-최소 향사부터 기사, 상기사, 남작, 자작 등의 작위자나 영주들은 각 훈작 및 작위에 해당하는 만큼의 공적을 모두 채울 때 각각에 맞는 높은 등급의 가면을 만날 확률이 100%가 된다.


‘하지만 내 가면에 마나스톤이 장착되지 않았으니까 가면이 나한테 반응하지 않을 텐데······.’


여우가면사는 돌연 그의 옷섶을 잡았다. 잡아 뜯으려고 움켜쥐었다. 가면은 그 안에 있었다. 흰달은 왼손으로 막았다. 여우가면사의 팔목을 잡았다. 본능이었다.

“내놔.”

‘빼앗길 수 없어!’

“싫어.”



“싫어? 싫으면 말고.”

이건 사내가 여우가면사에게 한 말이었다.

팟!

사내가 가면을 착용하는 순간.

그 즉시 변신했다.

쭉.


와서 흰달을 낚아채려 했다.

그것은 사내의 팔-손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흰달의 어깨를 잡으며 뒤로 물러나는 양이송아를 향해서, 마치 늘어난 팔에 의해서 나머지 몸이 땅겨지는 것처럼 몸이 공중에 뜬 채로 슈-욱 와서 다시 팔을 뻗었다.

따르르르르릉.

갑자기 사내의 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물론 사내는 핸드폰을 받을 틈은 없었으므로 무시했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 엄청 부자이거나 제후 가문의 자손이거나 그럴 테고, 가면사 그 자체도 높은 작위자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여우가면사도 사내를 향해 번개 같은 수를 함부로 쓰지 못한 채 그저 사내의 손을 막아내고 동시에 흰달의 손에서 어떡하든지 가면을 빼앗으려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그건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여우가면사를 향해 살수나 독한 기술을 일부러 쓰지 않는 듯했다.


‘풍격.’

여우의 꼬리에선 바람이 일어났다.


쭉!


우두두둑.

흰달을 잡고 날아오르는 그녀를 향해 사내는 팔을 뻗어 잡았다. 이미 공중으로 뜬 흰달의 두 발목을 사내가 늘어난 두 팔로 잡아채는 순간 흰달의 상체는 위로 당겨지고 하체는 밑으로 당겨지면서 척추와 허리뼈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으.’


하지만 덕분에 흰달의 어긋났던 뼈마디가 맞춰졌다.


그때 흰달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결국, 여우가면사의 손에 개 가면을 빼앗기던가, 자신이 사내의 손에 들어가 결국 유희의 제물이 되던가, 둘 중의 하나이겠구나 싶었다.

이러면 당연히 여우가면사에게 가면을 주는 게 나았다.

‘언제 또 가면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까. 그 대신에 가면을 한번 써보기나 하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빼앗기면-살아난다면 어느 날인가, 이날을 기억하면서 아내나 아들딸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거다.

-어느 날 나도 가면을 한번 써본 적이 있다.

-진짜?

‘마나스톤이 장착된 가면이 아니니 절대로 둔갑이 되는 일은 없다. 살짝 써본 후 재빨리 벗어 여우가면사에게 주자.’

이런 생각.


사내가 당기고 세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양이송아도 추락하는데, 흰달이 느닷없이 오른손에 쥔 채 이리저리 버티던 가면을 얼굴에 쓴다.

‘뭐 하는 거야?’ 이걸 본 양이송아와 남궁대솔은 어이없었다.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장착되지 않은 쌩 개 가면이었던 것.

쿵.

양이송아와 사내는 제대로 착지했지만, 흰달은 사정상-두 사람의 알력 사이에서 바닥에 등부터 떨어졌다.



비둘기가 날개를 펴며 날아올랐다.


쑤-와!

상공에서 일어난 바람이 지표면 방향으로 급강화한 뒤 1,090hPa(헥토파스칼)의 국부적인 태풍으로 변했다.

50m/s 풍속의 바람이 일어나 골목을 휩쓸었다.

휘이이이익!

양이송아, 남궁대솔, 흰달, 빠가당 마을의 촌놈들과 죽은 채 쓰러져 있던 제갈학강과 영정동수, 쓰레기통까지 골목 안쪽에 있던 것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억!”

“악!”

바람의 방향은 골목 안쪽에서 바깥으로 진행되었으므로 골목 입구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공중에 뜬 채 인도나 도로까지 날아갔다. 그리고 국부적인 태풍급 바람은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넓은 공간을 만나자 깔때기처럼 확장되었으므로 인도나 도로 등에 있던, 혹은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왕창 날아가며 사방으로 떨어졌다.

투퉁, 퍽, 쿵.

“악!”

“윽!”


흰달도 그중 하나였다. 골목 안쪽에서부터 인도 쪽으로 떨어진 채 쿵, 하고 가설물에 부딪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인도 쪽을 향해 달려갔다.

뒤쪽에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양이송아와 남궁대솔 등을 휘감아 올리는 것도 모른 채, 앞을 향해 걸어가던 사람들의 등에 부딪히고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하면서, “아야!” “뭐야?” 다시 누군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며 마구 달렸다.


그리고 동시에 인도에서 흰달이 달려가는 방향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은 웬 사내가 얼굴에 개 가면을 쓴 채 그 가면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몸부림치며 달려오는 걸 봤다.

‘가면사다!’

아롸롸롸롸롸롸롸라. 1초에 30번은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얼굴을 흔들어대면서.


[가면 착용과 구동을 위해 필요한 기본 마나 수치]

-5,000J/1분

-권장 사항: 최소 마나스톤을 장착한 후 가면을 착용할 것

[둔갑 시 요구되는 기본 멘탈 수치]

-5,000M/1분

-필수 권장 사항: 최소 멘탈스톤을 장착한 후 가면을 착용할 것을 권고함.


이게 흰달이 쓰고 있는 ‘견종 와일러 가면’이 권장하는 마나와 멘탈의 기본 수치였다.


흰달의 뒤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둔갑이 끝나는 순간 군중 속에서 그는 한 마리 개로 변했다.


“가면사다!”



개 한 마리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설령 그걸 보고 쫓는 소비자들이 있었을지라도 그가 워낙 재빠르게 인도의 군중들 사이로 요리조리 달아났으므로 점점 그들에게 멀어졌으며, 점점 그를 그저 못생긴 개 한 마리로 인식하는 군중들 속으로 진입했다.


누구도 그가 마나스톤 장착 없이 가면을 장착했다는 걸 알 리 없었다.


그의 개 가면은 제2 분류상 ‘완전 둔갑형(遁甲形) 가면’이었다.

멘탈스톤이 없으면 둔갑형 가면은 더욱 육체적 형태뿐만 아니라 내면을 지칭하는 일체의 모든 것이-정신적·감정적·지능적·의식적·이성적인 측면과 성질까지 완전히 가면과 동화되게 된다.

그러므로 그는 개였다.


씰룩씰룩.

그저 코를 움직이며 냄새에 집중했다. 입을 벌려 혀를 내밀며 ‘헥헥’댔고 꼬리를 흔들면서 사람들의 길쭉길쭉한 다리 사이를 지나갔다. 사람들이 내는 시끄러운 말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머!

웬 여자가 몸을 숙이며 자신을 만지려 하자 흰달은 재빨리 피하며 재게 달렸다. 그녀뿐만 아니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어린아이들과 소녀, 아저씨들도 그를 보곤 관심을 기울이면서 만지려고 했지만, 그는 계속 달렸다.

벌름벌름.

길고양이를 보고 골목으로 쫓아 들어가 잠시 놀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재빨리 담장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다.

왈왈! 크으응, 낑.

몇 번 애를 태우다가 이내 도시의 비둘기 떼를 쫓아다녔다.

-이거 혹시 가면사가 둔갑한 것 아니야?

사납게 보이는 사내들이 잡으려고 했으므로 다시 도망을 쳤고. 쿵쾅, 크어억! 거대한 동물들이 사거리 한복판에서 싸우는 모습에 질겁하고 방향을 틀어 왼쪽 인도로 달려갔다.

-저깄다!

무슨 소리인지 말뜻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 담긴 위압적인 느낌에 뒤돌아보던 흰달은 사내들이 몽둥이를 든 채 달려오는 걸 보고 후다닥, 튀기 시작했다.


으르르르! 웡!


그때 사내 하나가 도베르만으로 변한 채 달려왔으므로 살짝 뒤돌아보던 흰달은 오금이 저리고 오줌이 나올 것 같았다.

헥, 헥.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베르만은 흰달보다 더욱 길고 힘센 다리로 맹렬하게 쫓아왔다.

으르르!

거리가 좁혀지면서 도베르만의 숨소리와 으르는 소리와 발자국이 아주 바짝, 거의 등 뒤에서 들렸다.


도로에 자가용이 서 있었고, 뒷좌석쯤에 창문을 연 채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여자가 있었다.

파닥!

후닥!

흰달은 필사적으로 열린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사실 그녀는 못생긴 개가 사납게 생긴 도베르만에게 쫓겨 오는 모습을 이미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놀라지 않았다.

“에구머니나.” 하지만 옆에 타고 있던 유모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때 차 문 옆까지 왔던 도베르만은 멈췄다. 굉장히 비싸 보이는 차였다. 이 가면사는 이성이 있었던 것.

그리고 여성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물끄러미 도베르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가요.”


차가 출발했다.


“에구머니나. 수컷이에요. 수컷.” 유모는 호들갑스럽게 떠들었다. “망측해라. 이것 보세요. 수컷.”

“뭐, 어때서 그래?”

“남작님, 몰라서 그래요? 가면사일지도 모르니까 그렇죠. 그렇게 껴안고 있으면 안 됩니다. 이것 보세요. 남작님이 개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가면사인지 아닌지 일단 검사부터 해봐야죠.”




모두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모두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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