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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강 님의 서재입니다.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리강
작품등록일 :
2020.05.20 21:58
최근연재일 :
2020.06.15 23:0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84
추천수 :
873
글자수 :
120,996

작성
20.05.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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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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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4]

DUMMY

차라리 두 발로 달려왔다면 덜 놀랐을 거다. 인호는 자신도 뭔가 독하게 마음먹고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푸닥푸닥 흰달이 막상 눈앞으로 짐승처럼 달려오자 싹 사라졌다. 오싹하기만 했다.

하지만 흰달은 인호를 그냥 지나쳤다.


동수를 덮쳤다.


동수는 왼쪽 겨드랑이에 단도를 낀 채 왼손으로는 가면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주머니 속에서 막 멘탈스톤 꺼내고 있었다.

이러느라 몸의 자세는 전투적인 측면으로 보면 상당히 옹색해져 있었다. 오른쪽 눈알을 잃고 왼쪽 눈알 하나로만 보아야 했으므로 시각적 측면도 옹색해진 상황이었다.

오른쪽 시야각은 아예 없다고 봐야 했다.

멘탈스톤 꺼내 장착하기 전 휙,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이!’

흰달이 몸을 날려 그의 하체를 부둥켜안는 바람에 동수는 놀랐다. 몸을 피하려고 상체의 방향은 본능적으로 뒤쪽으로 향했고 동시에 다리도 본능적으로 뒤로 움직이려 했지만 다리는 불가능했으므로, 상체와 하체의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서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가고 말았다.


그때 그걸 보면서, 바닥에서 등에 떼고 반쯤 일어나 있던 제갈학강은 완전히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움직였다.


동수는 돌판 바닥에 등을 부딪치고 그대로 뒤통수를 찧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골이 쪼개지는 것처럼 울리고 아프고 멍해졌다.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단도가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경황 중에도 오른손을 쥐고 봤더니 역시 멘탈스톤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멘탈스톤.’

“야이.”

꽈-ㅇ찍!

고개를 들고 허리를 일으키려던 동수는 흰달의 이마에 얼굴을 찍혔다. 정확히는 왼쪽 눈알이었다.

설상가상.

눈앞이 온통 붉은색과 검정, 흰색의 점들로 뒤덮였다. 눈알이 터진 것처럼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눈이 빠지는 것처럼 아팠다.

‘내 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흰달이 자신의 배에 올라타는 것만 느껴졌다.

“개놈!”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동수는 악착같이 가면을 쥔 오른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댔고 왼손을 들어 올려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흰달!”


상절이 부르자 흰달은 등골이 오싹했다. 동수의 손들과 드잡이하며 가면을 빼앗으려던 흰달은 그냥 포기하고 옆으로 몸을 던졌다.

한 바퀴 모로 굴렀다.

흰달의 목덜미를 겨누고 내려찍었던 학강의 단도는 목표가 사라지자 그만 졸지에 동수의 명치 아래쯤을 찍고 말았다.

푹.

헉.

처음에 동수는 입만 벌린 채 상체를 달싹 들고 말았다. 그리고 온몸을 경직시켰다.

“으꺅!” 2초쯤 뒤에 비로소 괴이한 비명을 내지르며 욕을 했다. “씨이이이!”

그러면서도 악착같이 왼손을 움직여 고통의 근원-뱃속에 들어온 칼날의 연원을 따라가면 있을 것 같은 부위를 움켜쥐었다.

그것은 제갈학강의 왼손 손목이었다.

“개놈. 으.”



달아나던-혹은 달아나려고 했던 것 같았던-흰달은 학강이 동수의 배를 칼로 찌르는 걸 본 순간 재빨리 방향을 틀더니 다시 동수와 제갈학강 쪽을 향해 네발짐승처럼 허리를 굽힌 채 달려들었고, 이런 모습들을 본 인호는 완전히 질려버렸다.


“너···” 동수는 자신의 배에 칼을 찌른 확실한 손 하나만 왼손으로 부서질 듯 움켜쥔 채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다가 또 누군가 자신의 머리맡에서 오른손을 잡아 비틀면서 가면을 빼앗으려는 게 느껴졌다.

“야, 이. 야.”


흰달이었다.


학강은 오른쪽의 어깨 힘줄과 인대가 칼침 두 방으로 이미 끊겨 잘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그걸 보면서도 오른손을 뻗을 수 없었다.

“놔!”

거의 동시에 셋이 소리쳤다. 가면을 놓으라는 건지, 단도를 놓으라는 건지, 팔을 놓으라는 건지······.

“으-극!”

그 순간 신음과 비명을 토하는 동수를 보면서 흰달은 깨달았다.

서로 힘을 주고 빼내느라 학강의 단도 손잡이를 쥔 손에도 힘이 더 들어갔고, 고의인지 아닌지 칼날은 동수의 뱃속에서 더 크게 움직여졌고 내장을 더 갈랐던 것. 그러자 동수는 그 고통으로 반사적으로 이를 깨물면서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

양손의 손아귀에 더욱 힘을 줬다.

“야이이이!”

쿨럭.

하지만, 동수의 입에서 드디어 전혀 다른 피가 토해졌다. 내장의 상처로부터 고인 피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피였던 것.


이때까지도 흰달은 동네에서 9년 동안 함께 지낸 정을 그래도 조금은 생각하고 있었다. 망설이고 있었다.

“진짜!” 흰달은 고함을 치며 가면을 잡아당겼다.

쑥.

드디어 빼앗았다.

가면이다.

그리고 흰달은 제갈학강을 봤다.

눈이 마주쳤다.

[가면의 소리]

학강의 눈빛은 명확했다.

역시 그랬다.

정 따윈 없었다.

[혈통에 대한 평가]

그 순간 흰달은 눈물을 흘렸다.


[특별한 혈통의 유전인자 존재함]

[가면사 승인]


흰달은 느닷없이 제갈학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학강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수는 그의 왼팔 손목을 여전히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학강은 왼손을 잡아빼려고 격렬하게 손을 움직여댔으므로 동수의 뱃속은 칼날에 더욱 베이며 더욱 엉망진창이 됐다.

“아-으.”

학강은 흰달을 막으려 했다.

피하려 했다.

뻑!

흰달의 이마에 박치기를 당한 학강은 부러져 있는 상태였던 코뼈가 완전히 얼굴에 붙어버렸다. 동수에게 붙잡힌 왼팔 때문에 뒤로 넘어지지 못하고 왼쪽으로 몸이 틀리며, 반 바퀴 회전하면서 동수의 오른쪽 옆구리쯤에 등을 대고 누운 자세로 쓰러졌다.


흰달은 학강의 얼굴에 가면을 씌웠다.


‘어?’


‘안돼!’

제갈학강은 공포를 느꼈다.

두 가지 때문이었다.

첫째 흰달의 의도를 깨달았다.

둘째 가면에 멘탈스톤이 장착되지 않았던 것.

가면을 벗으려고 했지만, “개이-씨.” 왼손은 이렇게 여전히 중얼거리는 영정동수에게 잡힌 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였고 오른팔은 약간 들렸다가 역시 움직여지지 않았다. 부들부들. “놨어. 놨어!” 학강은 필사적으로, 소리치면서 온 힘을 다해 왼손을 20cm쯤 드디어 들어 올렸다.


멘탈스톤이 없는 상태에서 가면을 착용할 경우 거의 모든 인간은 가면에 잡아먹힌다.

가면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영혼과 정신이 잡아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한-강력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신의 정신력만으로 가면의 힘을 이겨낼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면의 등급이 높을수록 더욱 그랬다.

그래서 멘탈스톤의 장착은 꼭 필요했다.


······

[가면사 승인]

[열신의 서훈]

-최초의 훈작 훈등과 작위는 9두품 향사


드디어 제갈학강은 이런 ‘가면의 소리’까지 들었다. 그 순간 학강의 이성은 무너졌다.

“놨···”

아롸롸롸롸롸롸롸라. 제갈학강은 1초에 30번은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얼굴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흰달은 재빨리 영정동수의 배에 박혀있는 단도를 빼냈다. 오른손 손등으로는 콧물을 훔치고 왼손 손바닥으로는 왼쪽 눈을 문질렀다.

영정인희 마님 댁의 고수레를, 지팡이를 움켜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90도는 굽어진 허리를 한 채로 구경하던-거의 노려보다시피 하던 제갈학강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옷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비단옷을 보란 듯 빼입고 있었다.

목에는 금붙이가 달린 목걸이를 주렁주렁 걸고 있었고 다 쭈그러든 손목에도 팔찌를 차고 있었다.


“아주 그냥!”

싸움을 구경하던 차송상절이 외치는 소리는 울분이 담겨있었다.


흰달은 단도를 더욱 움켜쥐고 손을 떨면서 학강의 목을 힘껏, 재빨리 벴다.


푸슈.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러니까.” 그리고 흰달은 콧물을 훌쩍이면서 피가 묻은 단도를 쥔 오른손의 손등으로 이번엔 오른쪽 눈을 문질렀다. “왜 그러냐고.”

계속 중얼거렸다.

“나한테 왜 그러냐고?”



삼포인호와 남구운냥은 입만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


왈칵왈칵, 학강의 목에서 쏟아지는 피는 목을 타고 돌판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학강은 여전히 가면과 동화되고 ‘태’를 잡는 최초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우두둑우두둑, 얼굴이 변하고 몸의 근육들이 부풀어 오르고 키도 30cm는 늘어나고 있었다.


흰달은 다시 한번 제갈학강의 목을 단도로 그었다.


변신을 마친 제갈학강은 허리를 일으켰다.


흰달은 옆으로 몸을 굴리고 다시 한 바퀴 더 굴리며 네 발 자세를 취했다.


학강의 왼손에는 커다란 철퇴 같은 게 들려있었고 눈에서는 붉은빛이 번쩍했다.

벌떡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며 오른손으로 목을 움켜쥔 채 털썩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의 팔뚝을 타고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돌연 “으-께.” 하는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펴고 바닥을 박차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흰달을 덮쳤다.

꽝!

철퇴에 맞은 돌판 바닥이 움푹 패고 깨진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이고 허리야.’ 바닥을 굴러 피한 흰달은 왼쪽 무릎은 반쯤 세우고 오른쪽 무릎만 바닥에 댄 채, 단도를 쥔 오른손 주먹으로는 바닥에 댄 채 몸을 비스듬히 지탱하고, 왼손으로는 주먹을 쥔 손등으로 허리 뒤를 두드리며 고개를 쳐들고 학강을 올려다봤다.

학강은 그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기우뚱,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얼굴부터 바닥을 처박았다.

쿵.


꿈틀.


그리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열신의 유희’ 진행 과정에 대한 공지는 30여 차례 들려왔었고, 이제 흰달에 관한 공지 하나가 추가된다.


[<열상국(列桑國) 중해공국 루모이 남작령 ‘빠가당 마을’에서 온 18세의 풍강흰달을 죽일 것>의 계시가 종료됨. 오늘의 유희에서 열신은 더는 풍강흰달을 대상으로 특정한 계시를 진행하지 않는다. 풍강흰달을 특정한 계시는 취소되었다.]



“씨.” 그리고 영정동수도 한마디 욕을 남긴 채 죽었다.



‘소비자 특례 규정’

2. 소비자는 훈등과 작위가 9두품 향사 이상인 자를 죽여 유희의 대상이 된 자신을 대속할 수 있다.


가면을 착용한 채 죽은 가면사는 원래 몸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가면을 벗겨낼 수 없다. 7등급의 보기 드문 가면은 제갈학강의 죽음과 함께 더는 사용될 수 없는 가면이 된 것.


스-팟!

흰달의 앞에 가면 하나가 출현했다.

‘소비자 특례 규정’

1. 소비자 계층에 속한 사람은 누구라도 열신이 내건 유희의 계시 중, 단 한 가지만 해결해도 가면을 100% 만나게 된다.

제갈학강을 죽인 것은 일석이조였다.

백색 빛을 낸다.

‘9등급짜리.’

더구나 가면의 모양은 개의 형태.


시간 없다.

얼른 주웠다.


혈통에 대한 평가는 통과.


[가면의 배후 신]

-열신 등외 등급의 예비 신

-아직 이름 없음


[가면의 출처로 사용된 문화적 원형]

-동기전((동력기원전) 309년, <<무두장이 핵빳다가 딸에게 바치는 999가지 이야기>>]




모두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모두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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