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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강 님의 서재입니다.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이리강
작품등록일 :
2020.05.20 21:58
최근연재일 :
2020.06.15 23:0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183
추천수 :
873
글자수 :
120,996

작성
20.05.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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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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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0쪽

[나도 가면 하나를 주웠다 3]

DUMMY

‘나는야, 죽나 보다.’


상처의 깊이를 볼 수 없었으므로 흰달은 칼날이 목의 핏줄을 끊었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요-오.

분노의 에너지가 솟아났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착각이었다. 목동맥은 사실 그렇게 얕게 있지 않았다. 일단 근육층으로 보호되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피부로부터 1.5에서 2cm 밑에 있기 때문이다. 칼날이 그렇게 깊게 베면서 지나가지는 않았던 것.


흰달의 눈앞에서는 오른쪽 눈을 감싼 채 비틀대는 동수를 향해 제갈학강이 막 달려들어 칼을 빼앗으려고 드잡이를 시작한다. 칼날이 번쩍했지만 그런 동수의 칼 쥔 손을 잡아채고 얼굴을 주먹으로 갈기고, 동수는 악착같이 오른쪽 무릎으로 학강의 명치를 차올렸다.

꽉!

퍽!

“흐-억!


“으아아아!”

화가 난 흰달은 드디어 양쪽에서-약간 뒤쪽에서 그의 양팔을 단단히 결박하고 있던 성규와 운냥의 손아귀를 단박에 떨쳐낸 후 양손을 그대로 아래쪽으로-뒤쪽으로 내리며 냅다 둘의 사타구니를 움켜쥐었다.

“이야!”

“으아!”

“으아악!”

흰달이 냅다 지르는 포효는 골목을 쨍쨍 울렸고, 흰달에게 고환들을 잡힌 성규와 운냥이 내지르는 비명도 결코 뒤처지거나 뒤지지 않았다.

흰달이 둘의 팔심을 순간적으로 떨쳐낼 때 낸 힘도 대단했지만, 고환을 움켜쥔 손아귀 힘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 지옥불을 선사해주는 흰달의 힘은 참으로 굉장했던 것.

“놔놔나나나놔아-아!”

“악!”


“이야아아아!”


‘어이쿠.’

‘저.’

제삼자 처지에서 이를 지켜보던 인호와 상절은 절로 소름이 돋았고, 제갈학강도 그런 흰달과 성규와 운냥의 경쟁적인 포효와 비명을 들으며 턱에 충격을 받아 뇌진탕으로 흐물흐물해진 동수의 손아귀에서 기어코 단도를 빼앗았다.


학강은 몸을 돌려 달려들었다.


‘헉!’

양손을 뒤로 움켜쥔 채 하늘을 보며 포효하던 흰달의 분노가 불현듯 ‘어! 나, 완전히 죽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하는 자각과 함께 긴장감이 떨어지던 시점에, 자신을 향해 달려들며 단도를 찔러오는 학강을 발견한 흰달의 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알잡이’ 두 손을 놓으며 성규와 운냥 사이로 해서 뒤로 물러나던 흰달은, 고통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한발을 삐딱하게 내디디며 버티고 있던 운냥의 왼발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졌고(“읔!” 이때 다시 등과 허리부터 돌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충격을 받은 흰달의 허리는 드디어 반쯤 맛이 갔다), 흰달의 마수에서 고환들이 벗어나게 된 성규와 운냥은 비로소 앞으로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학강은 재빨리 흰달의 몸에 올라타면서-왼손으로는 흰달의 휘저어대는 손들을 누르고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단도를 내려찍는데.

그때.

턱.

동수는 또 언제 정신 차리고 왔는지, 악착같이 와서는 그런 학강의 오른 손목을 잡아챘다. 흰달 또한, 밑에 깔린 채 단도의 칼날을 막으려고 왼손을 올려 학강의 손목을 잡으려 할 때였다.

퍽.

동수의 발길질이 학강의 턱을 찼다.

“개···”

학강은 뒤로 나자빠졌지만, 동수가 그의 오른 손목을 잡고 있었으므로 뒤쪽에서 다시 동수 곁으로 당겨지듯 스러졌고, “놈!”

“읔!” 흰달은 그 틈에 버둥거리며 일어나다가 가슴이 결리고 허리가 뜨끔 해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으며 멈췄다. 그 바람에 벌떡 일어나 재빨리 달아나려던 의도는 지체되었고 학강에게서 단도를 도로 빼앗은 동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볼 때 어쩔 수 없이 동수의 눈과 마주쳤다.

동수의 오른쪽 눈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고 감겨있었다. 눈 밑으로는 피와 눈물이 뒤섞인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왼쪽 눈으로만 그를 봤다.

“왜, 왜?”

퍽, 퍽.

죽이자니 뒷감당이 귀찮고, 동수는 일단 학강의 오른쪽 어깨를 단도로 두 번 찍은 후 휙, 놔두고 야차 같은 얼굴로 흰달에게 걸어왔다.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흰달은 재빨리, ‘아휴.’ 허리가 펴지지 않았으므로 지질한 자세였지만 어쩔 수 없이 오른쪽으로 몸을 틀며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엉금엉금 네발로 기다가 점점 손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점점 더 빠르게 달아났다.


“안 서!”

“내가 미쳤냐?”


“야이, 썅!”



차송상절은 완전히 포기했다는 듯이, 옆에서 인호는 또 멍하니,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흰달과 동수의 추격전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 외에 구경꾼은 또 있었다.

‘보잘것없고 변변치 못한 녀석 같으니라고.’ 고층건물의 외벽으로 돌출한 난간 위에서, 내내 이런 모습들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던 비둘기 한 마리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 저런 녀석이 왜 유희의 제물이 되었단 말이냐? 별 볼 일 없는 소비자의 이름이 열신의 유희에서 특정된 것은 꽤 기이한 일이다. 「열상국(列桑國) 중해공국 루모이 남작령 ‘빠가당 마을’에서 온 18세의 풍강흰달을 죽일 것.」 이건 단지 열신을 부정하거나 욕하거나 하는 불경한 죄를 범했기 때문인가. 고작 저런 녀석이었다니. 영 아닌걸. 그저 나의 흥미를 잡아끌었던 것은 단지 이것이 전부였단 말이냐.’

‘하지만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법이지.’


푸드득, 비둘기는 날아올랐다. 스펙톨을 열었다. 눈 앞에 펼쳐진, 각종 저장고의 상태를 보여주는 칸 중에서 7등급의 ‘비혈통화·비생득권 가면’ 한 개를 눌러 방출시켰다.

팟.

가면이 공중에 출현하면서 황색의 광채를 뿌렸다. 그리고 떨어져 내렸다. 비둘기는 반대편 건물의 창살 쪽으로 날아가 날개를 접으며 앉았다.



“내려와. 내려와라.”

“싫어. 싫다.”



살랑살랑.

척.


-가면 출현


빠가당 마을의 청년들은 가면을 봤다.

“어, 어.” 삼포인호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저거. 저거.”

바닥에 내려앉은 가면의 황색 광채는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차송상절은 중얼거렸다.

“가면이다.”

‘덤가면.’

이 중에 열신의 계시를 하나라도 실현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가면이 떨어졌다.

불특정 지역, 불특정의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떨어지는 ‘덤가면’이 분명했다.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으, 하아!”

퍽!

꽥.

가면을 향해 신나게 달려들던 삼포인호는 상철의 몸통박치기에 치여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영정동수도 그 가면과-그 가면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까지 보고-풍강흰달을 번갈아 봤다.

‘가면이다.’

흰달은 골목의 화단에 심어진 메마른 벚나무 위로 악착같이 기어 올라가선-올라갈 때는 정말 미친놈처럼 “우왁, 우왁” 소리 지르며 순식간에 기어 올라가더라니까-잽싸게 삭정이를 꺾더니 뒤따라 올라오려는 동수의 얼굴과 손을 마구 때려대고 찌르는 바람에 동수는 “개놈. 개놈.” 하며 삭정이에 맞은 손등을 마구 비비고 하나 남은 왼쪽 눈까지 또 찔릴 뻔해서 질겁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화만 머리끝까지 나 있던 참이었다.

더구나 광채가 사라지기 전 얼핏 보았을 때 황색 빛이었다.

7등급 가면이 분명해 보였다.

“에잇.”

삼포인호가 가면을 줍는 모습을 본 동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달려갔다.


차송상절과 제갈학강은 서로 달라붙어 뒤얽힌 채 바닥을 구르며 싸우고 있었다.

학강의 평소 싸움 실력은 상절보다 훨씬 좋았지만, 어깨에 칼을 두 방이나 찔려서 왼손만으로 싸우다 보니 역량이 서로 엇비슷해져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삼포인호는 어부지리로 줍게 된 그 가면을 두 손으로 든 채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박구성규는 입에 거품을 문 채 실신해 있었고, 남구운냥은 두 다리를 벌린 채 엉덩이를 깔고 앉아 바지춤을 들어서 자신의 사타구니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퍽.

마침 학강이 몸을 뒤집으며 상절의 몸 위에 올라타길래 동수는 발등으로 학강의 얼굴을 세게 걷어찼다.

억.

학강은 뒤로 나가떨어졌다.


“내놔.”

“어?”

그리고 동수는 인호의 손에서 가면을 빼앗았다.


하아, 하아. 제갈학강은 등을 대고 누운 채 숨을 몰아쉬었다. 코뼈가 부러져서 코피가 흐르고 입술도 터지고 오른팔도 피투성이였다.

‘동수 형이 가면의 주인이라면 남은 것은 하나야.’

“에이, 씨. 헉, 헉.” 상절도 몸을 비스듬히 일으킨 채 동수가 가면에 마나스톤을 끼워 넣은 걸 봤다.

‘결정 났네.’

동수 형이 부러웠다. 저런 걸 보면 영정동수도 ‘특별한 혈통’의 유전인자가 있는 사람이었던 거다.


“왜, 난 아냐?” 인호는 중얼거렸다. “왜 난 아닌 건데!”


삼포인호는 ‘특별한 피’가 아니었던 거다. 아무리 먼저 가면을 손에 쥐었다고 해도 그래서 가면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럼 결코 소유자가 될 수는 없었다.

누구도 자신이 가면을 만나기 전까지는, 가면을 손에 쥐어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피에 특별한 혈통의 유전인자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설령 직계 혈족 중 하나가 가면사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희망이라도 품고 있었을 테니까.


인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지만 흰달이라면 달라.’

이건 ‘덤가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흰달을 죽이고 받는 가면은-유희의 공적으로 받게 되는 가면은 혈통이 아닌 자의 혈통까지 바꿔버리는 가면이었던 것.

무조건 가면사가 되게 해 주는 가면이었다.


인호는 고개를 돌려 흰달 쪽을 봤다.

헉!



흰달은 어느새 허리를 구부린 채 네발짐승처럼 두 손과 두 발을 재게 놀리며 달려오고 있었던 것.




모두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모두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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