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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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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84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5.13 06:00
조회
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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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7쪽

둥베이 4)

DUMMY

작림과 나는 생도부대와 함께 부임했다. 당초에 기인들로만 편성한 것도 이런 경우를 예상해서였다. 친위대였던 생도부대가 떠나면 주변이 허전해질 센위를 위해 5.5단만큼은 남겨두었다.

봉천 방어군 영장으로 부임한 작림의 첫 행보는 마적들과의 수인사였다. 한때 소악패로 악명을 날리기는 했지만 새까만 쫄병, 장 위팅을 기억하는 두목들은 없었다. 작림은 이 바닥의 신인이었다.

말쑥한 복장의 신군부대를 끌고온 작림을 주변 마적들은 주목하고 있었다. 아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타협을 통해 관군과 공존해오던 그들이었지만 이번 상대는 달랐다. 무비학당 출신의 신군과 보위대 출신들은 뿌리부터가 달랐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과연 그대로 지켜질지 의문이었다.


나를 둥베이로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태후나 이홍장으로부터는 어떤 지시도 없었다. 간섭 않을 터이니 마음껏 놀아보라는 듯... 받은 거라고는 신분을 증명하는 은패 하나가 달랑 전부였다. 상식적 행보라면 신임 감찰어사인 나는 증기曾祺의 장군부를 비롯한 관부부터 둘러보며 안면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내게는 그럴 생각이 아예 없었다. 대신 유흥가를 누볐다. 대도회, 홍창회, 가로회, 청방, 보갑단, 보위단, 연장회, 의용단, 유격대, 그리고 마적들...

양지와 음지에서 암약하는 세력은 수 없이 많았고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웠다. 유흥가는 그들의 조직원이 빠짐없이 깔려있는 최전선.


신임 감찰어사의 용모파기 쯤은 삽시간에 알려지기 마련,

불과 며칠 만에 여러 개의 시선들이 따라다닌다. 나는 그들에게 찌푸리거나 불편한 느낌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새파란 나이의 외국인 주제에 건방지단 소문이라도 나면 이 바닥에 발붙이기 어렵다고 동물적인 본능이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장궤들에게 먼저 인사했고 점소이가 내미는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거리로 출몰하면서 한 달 쯤 싸돌아다니자 인사하는 얼굴들도 제법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서 보리라고는 생각도 않던 뜻밖의 얼굴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톈진 청방 분타의 이사.

5천리 대운하를 장악한 천하의 청방이지만 봉천은 객지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내게 굽신해 보인다.

“영전하신 소식, 들었습니다. 베이징에서도 활약이 대단하셨는데 기대됩니다.”


그를 단골 반점으로 끌고 온 나는 술을 권할 뿐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센위는 둥베이에 가면 상대 신상을 캐지 말라 했다. 기인들에게 그건 일종의 금기였는데 한인들은 그걸 버젓이 무시한다. 바로 그게 한인과 기인이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둥베이 특유의 고량주를 두어 순배 나누는 동안 나는 묵묵히 경청하며 이따금씩 끄덕였다.

“진 시위님은 우리 청방 조직의 유래를 아십니까?”

“글쎄, 외국인 주제에 알 턱이 있나?”

이사는 히죽 웃었다.

“그건 이곳 사람들도 잘 모르는 얘깁니다...

소림사가 달마조사로 이어지고 도교가 원시천존, 태상노군을 찾듯 청방의 기원 또한 까마득한 신화시대까지 거슬러갑니다요. 워낙 역사가 되다보니 나관중의 삼국연의에까지 등장합니다.

삼국지의 초선貂蟬은 청방의 전신인 배월교의 신녀였지요. 원래 초선은 한나라 때 시종들의 모자장식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여기서는 사람 이름처럼 나옵니다. 그녀의 본명은 임홍창. 나관중은 왜 이름을 숨겼을까요? 또 여포가 죽은 후 초선의 행방은...?

삼국지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구전설화 몇 가지가 전해질 뿐.

관우가 숨겨주었지만 조조가 잡으려들자 자결했다거나 관우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가 평생을 마쳤다거나 조조가 초선을 이용해 관우와 유비를 이간질 했다는 등. 설화에는 하나같이 관우가 등장합니다.


적토마赤兎馬는 나관중이 등장시킨 소설적 허구입니다. 그 말은 여포가 얻었을 때(서기 190년) 이미 전장에서 활약했습니다. 관우가 죽을 때가 221년. 여포에게 갔을 때 막 태어났다 하더라도 죽을 때는 31살. 말의 수명은 30-40년이니 꽤 고령입니다.

초선과 적토마는 동탁, 여포를 거쳐 관우에게 가는데 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적토가 곧 초선이니까요. 이름부터가 그렇습니다. 초선은 임홍창. 홍紅자와 적토마의 적赤은 대응. 그러면 토兎는? 초선의 신분을 암시합니다.


청방의 전신은 배월교. 여신을 섬겼고 신관도 여성이었다 합니다. 원시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와서도 여신숭배는 여전했고. 여와는 삼황오제 못지않았습니다. 여성숭배는 음신 숭배인데 음의 대표는 달. 달은 배월교拜月敎의 상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초선은 초선배월貂蟬拜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중있는 신녀.

항아는 달의 여신. 옥토끼玉兎는 신녀이니 적토가 바로 초선이었습니다. 나관중은 초선의 행적을 이런 식으로 기록했지요.


관우는 초선을 배월교 신녀로 후원합니다. 초선을 내세워 교를 장악할 속셈이었지요 이윽고 교를 장악한 관우는 정교연합으로 세력을 떨치고 교단 또한 전성기를 누립니다.

그러나 호사다마, 세력이 커지면서 균열이 생깁니다. 허수아비 신녀에 불만을 품은 초선이 세를 불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윽고 초선은 관우에 도전합니다.

초선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관우는 막강해진 초선에 당황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치열한 암투로 양패구상을 당하자 형주는 위기를 맞습니다.

내분을 틈 타 동오와 조조가 움직인 것이지요. 관우가 조조 공격에 나서자 어부지리로 형주를 차지한 동오는 관우와 초선을 제거합니다. 배월교단 또한 분열되어 지하로 숨어들고... 이후 명맥만 이어갑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의도 점차 변해 관우를 신으로 모시는 형제회로 변하지요. 여신숭배는 금지되고 원래 교의를 따르는 소수파, 즉 초선의 계파는 도태되었습니다. 나관중은 이 소수파에 속한 인물이었지요. 사실을 까발리면 위험해 이런 식으로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초선을 월, 토 등 상징으로 나타냅니다. 관우는 한수정후漢壽亭侯의 수壽자 상반부와 초선의 월月자를 결합한 글자, 청靑으로 표현했고... 청은 초선의 이름 홍자와 대응되지요. 구전 민담이나 희곡에서 관우의 복장이 녹색인 이유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나관중은 청룡언월도까지 등장시킵니다. 청룡과 월이 어떤 의미겠습니까? 도刀가 관우의 성명병기가 된 것 또한 숨겨둔 헛점들을 독자가 눈치채기 바래서였습니다. 한나라 당시의 군대에는 장병대도 류의 무기가 없었으니까요.

여하튼 형제회는 명맥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청나라로 오면서 반청복명 방회들과 연합해 홍문洪門을 이루지요. 홍洪자는 한漢에서 토土를 뺀 글자. 한족이 땅을 잃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청방靑幇으로 개명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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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톈진 天津 5) +3 19.04.18 2,621 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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