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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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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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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무비 학당 4)

DUMMY

나와 작림은 3명의 조교와 톈진을 누비기 시작했다. 저마다 수준이 다른 아편굴들, 점포와 반점은 모두 다 조직들의 비호 하에 있었다. 우공동모왕의 유일한 머슴애 우아는 궁에 있다가는 내시가 될 판이라 톈진으로 돌아와 무비학당에서 지낸다.

거지들과 안면이 있는 우아는 다양한 정보선을 잘 끌어왔다. 어른들보다 많을 뿐 아니라 내용도 알찼다. 작림은 꼬맹이들을 더 끌어들이자 했다. 고아들 덕분에 태후에게 칭찬까지 들은 마당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안 그래도 어른들 틈에서 혼자 지내기가 거북했던 우아는 두월생이라는 아이를 데려왔다. 나는 아이들의 채용을 건의했다. 둥베이에 풍운을 일으키는 5.5단의 탄생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우아와 두월생은 과일행상으로 돌아다녔다. 손재주 좋은 두월생은 껍질이 끊어지지 않게 한 줄로 깎는 묘기를 시전했고 그게 신기한 사람들은 우정 기다렸다 사주곤 했다. 5.5단은 시가지를 장악한 방회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방회 조직원은 어디에나 있었다. 인력거 꾼, 항만 노동자, 수공업자, 상점점원, 하급경찰관 등 구석구석마다 뿌리를 내려 세력을 이루었다. 그들의 세상은 흑사회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양한 먹이사슬의 정점에는 어김없이 관과 토호들이 등장했고 그들 또한 민초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꼬맹이들이 맡은 구역은 조계였다. 뜨내기 행상은 터주대감인 토박이 상인들 눈치를 살펴야한다. 자리 잡고 팔면 훼방 놓거나 쫓아낸다. 그래서 객잔이나 유흥업소를 다니며 팔곤 했는데 정보수집이 목적이라 오히려 바람직한 방식이었다. 낱개씩도 팔고 즉석에서 깎아도 주는데 사과나 배 껍질을 얇고 길게 한 줄로 깎는 솜씨가 인기였다.


언젠가부터 매상이 줄어 갸웃거리던 수과점水果店 상인들은 수레를 끌고 다니는 꼬맹이들이 원흉임을 드디어 알았다.

“이런 발칙한...!”

줄어든 매상 때문에 시무룩하던 노삼은 수레를 밀고 가는 꼬맹이들을 보자 씩씩대며 달려갔다. 후통 골목으로 막 접어드는 우아의 조그만 엉덩이를 냅다 걷어찼다. 장정의 굵은 다리에 차인 우아는 붕 떴다 네 활개를 쫙 펴며 개구리처럼 퍼졌다. 수레를 끌던 두월생이 돌아보자 노삼은 대뜸 삿대질 했다.

“바로 네놈들이지? 마구잡이로 팔고 튀는 뜨내기가...!”

“... ?”

“오늘 단단히 버릇을 가르쳐 주마. 다시는 허튼 수작 못하도록!”

쥐어박으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빙 돈다. 어, 어 하는 순간 몸통이 땅바닥과 거세게 부딪친다. 아니.. 이게?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는 데 가슴을 지그시 밟는 꼬맹이.

“버릇을 어쩐다고...?”

아무리 봐도 지금 메다꽂은 게 자기라는 표정이다. 기가 막혔다. 이 밤톨만한 자라 새끼가.. ! 일어나려는데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이..이...! 시뻘게져 용을 썼지만 마찬가지. 비로소 사태가 심상찮다는 사실을 깨달은 노삼은 일어서기를 포기 했다. 이건 도저히 열 살 남짓한 아이의 완력이 아니었다.


눈탱이가 멍들어 돌아온 노삼을 본 수과점水果店 장궤 진씨는 노발대발했다.

“어르신, 녀석은 아이가 아닙니다요. 요괴올습니다.”

힘깨나 쓴다던 노삼의 기가 팍 죽은 모습에 겁이 난 장궤는 뒷배를 봐주는 주먹패 이사 李四를 찾았다. 조계의 수과점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불만을 제기한 곳은 한 군데 뿐...?

꼬맹이들 수레를 본 이사는 혀를 찼다. 소쿠리 서너 개에 담긴 과일은 많지도 않았다. ‘겨우 저걸 판다고 꼬맹이들을 잡도리 하라...? 째째하기는..‘


목을 카악 돋구어 가래침을 투악 뱉은 이사는 수레로 다가갔다.

“야, 감 하나 줘.”

“예, 여기서 드실 겁니까?”

굽신한 두월생이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중 큼직한 감을 깎기 시작한다. 꼭지를 따낸 다음 장도로 종이처럼 얇게 깎은 껍질이 길게 늘어진다. 다 깎은 감을 깨끗한 주발에 담아 공손히 내민다. 조신한 태도에 호감이 간다. 감을 받으며 팔을 슬쩍 잡았다.

음...?

팔목 뼈는 원래 두 가닥이다. 그런데 굵은 뼈 한 가닥만 만져진다...! 이건 말로만 듣던 통뼈. 타고난 장사였다. 노삼이 당한 건 당연했다. 호오... 이런 일이. 더럭 호기심이 생긴다. 천하의 호걸감이 행상이라니...

“감 깎는 솜씨 한번 신통하구나. 구경 값으로 내가 한턱 내마.”


구불리 만두집의 고귀는 간만에 나타난 우아를 반겼다.

“따꺼는 아직 소식 없냐?”

“자금성 소식을 내가 어찌 알겠어?”

나누는 수작을 보니 역시 소쩍새 우는 사연깨나 있는 꼬맹이들이다. 무비학당이라는 말에 이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이 바닥의 어떤 조직이나 방회도 군대를 당할 재주는 없다.

청방의 톈진 분타 소속인 이사는 두월생의 존재를 보고했고 방은 아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의화권 무리들을 부추겨온 원세개의 행적을 아는 분타 책임자는 그와 반대쪽 행보를 보이는 5.5단의 동태에 주목했다. 이건 무비학당에 세력다툼이 벌어질 조짐이었다.

“호오, 이건 잘하면 대어가 낚일지도...”


이사는 과일을 사 먹으며 무비학당 소식을 듣곤했다. 황족 짜이펑이나 원세개 학감, 학생들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했고 희귀정보의 보고였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주는 쪽은 이사였다.

꼬맹이들을 찾는 이사와 어울린 나와 작림은 그에게 청방 이야기를 들었다. 대운하를 장악한 천하의 청방. 양주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5천리 대운하 주변에 서 이들의 이목을 벗어나는 일이란 있을 수 없었다.


톈진 남쪽, 산동과 직예 경계에 의화권 무리들이 창궐한다 했다. 무예를 팔며 술법을 전수하는 그들은 아미산이니 곤륜산에서 전수받았노라 떠벌렸다. 창봉을 휘두르며 기공을 보여준 후 무슨 무슨 신선이 붙었다 했다. 마을과 거리를 떠도는 패거리들의 왕초는 사형 이라 불리는 자들. 교당을 태우고 난동을 부릴 때도 앞장선다.

대부분 일반인이고 노인, 아이도 있다고 했다. 아이는 10살 정도부터, 노인은 7,80세까지도 있었다. 이들은 북치고 반주하며 권법을 수련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공연이자 의식이었다.


의화권의 창궐 배경은 교민 충돌이었다. "민"은 일반 백성, "교"는 기독교 신도.

교회는 이국의 관습을 전파했다. 제사지내고 농가 부르는 전통은 우상숭배라며 배척했다. 그 꼬락서니가 역겨운 백성들은 기우제 뒤에 비가 내리면 덩달아 혜택보는 신도들을 불로소득자라 부르며 얄미워했다.

세례, 종부례, 미사, 참회 등등. 도무지 알 수 없는 의식들은 유언비어를 조장시키는 원인이었다. 교회는 버려진 아기를 키웠다. 담당자는 교회 육영당.

버려진 아기들은 대개 건강상태가 나빴다. 육영당은 생명보다 영혼구제에 치중하는 지라 사망률이 높았고 유언비어는 늘어났다. 쌍방간에 소통창구가 없어 오해 또한 점점 늘어만 갔다.


광서제는 강유위 등 변법 관료들과의 토론을 즐겼다. 그들과 담소를 나누면 답답하던 가슴이 뚫리며 시원해졌다. 강유위는 개혁을 설파했다. 제도국 설치, 팔고문 폐지, 개혁파 관리 등용, 사민士民의 상서上書 허용, 상업 진흥, 신식학교 설치와 단발, 의복 제도, 상해 천도 등등.

변법은 열혈 지지층도 있지만 보수파의 반발 또한 심했다. 지지층이 백면서생인데 반해 반대파는 기득권층. 태후는 광서제가 자신을 무시하고 변법의지를 보이자 중대결심을 했다. 조카 영록榮祿을 직례총독으로 임명해 유사시에 대비했다.


황제 폐위, 개혁파 처단 등의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강유위는 평소 친분이 있던 원 세개를 끌어들여 태후와 보수파를 제압하려 했다. 광서제는 원세개와 독대해 충성을 다짐 받았다.

그러나 알현을 마친 원세개는 바로 짜이펑 학장에게 달려가 경과를 보고해버렸다. 서태후의 측근임을 천하가 다 아는 짜이펑에게 보고한다는 것은 곧 황제에 대한 배신이었다.

보고를 받고 잠시 생각하던 짜이펑은 5.5.단 책임자를 불렀다. 외국인 첩보원의 객관적 의견이 필요했다.

“폐하와 태후마마. 두 분이 대립하면 군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이른바 무술정변의 시작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변법파는 실패한다. 역사의 현장에 선 나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갑신정변이나 데카브리스트(러시아 12월당)의 난을 일으킨 청년 귀족들처럼 강유위 일파 또한 로맨티스트들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만 추구하다 역사무대의 뒤로 사라진 이들은 민중의 지지나 군사력, 어느 하나도 갖지 못한 백면서생에 불과했다. 제아무리 옳은 말도 힘이 없으면 공염불이고 추종자들은 몰락하기 마련. 나는 원래 역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소관은 무비학당의 군인, 오로지 상명하복이 있을 뿐입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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