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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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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7,324

작성
19.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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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일어나는 풍운 1)

DUMMY

반년 간의 톈진생활을 마친 화석공주가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생도부대를 인솔했다는 보고를 들은 태후는 부대장에게 황궁 출입패를 내렸다. 또한 자금성 외곽에 주둔한 생도부대에 금군 수준의 보급을 지시했다. 센위와는 태감 편에 소식을 주고받았다.

저수궁의 수석태감 이연영은 태후의 머리를 빗는 소태감 출신이다. 태후가 쪽머리에 관심을 보이자 기원을 찾아 쪽머리 찌는 법을 배워와 총애를 받았다는 성실한 인물. 저수궁 문턱을 넘으려면 태후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몸시중 드는 궁녀나 태감들은 그 중에서도 높은 신분이었다.


꼼꼼함과 유머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특성이 그에게는 함께 있었다. 교활하지만 호방한 작림과 비슷했다. 그건 기하인 특유의 성격인지도 몰랐다. 처음에 센위 일당이 왔을 때부터 이연영은 궁내 사정에 어두운 꼬맹이들에게 소소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놀아주면서 가까워졌다.

화석공주가 된 센위를 그는 각별히 대했다. ‘가출 에피소드가 재미있어서’ 라고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황실은 태후의 독무대. 고령의 그녀에게 불상사라도 생기면... 후계자는 과연 누구겠는가?

내가 외국인이기에 터놓고 하는 이야기였다. 40대의 그는 태감들의 신산한 삶을 들려주곤 했다. 결코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 화법으로 남루한 현실을 신랄하게 까발렸다.

“우린 보통 남자들과 달라. 복장부터 용모, 목소리, 생활습관까지 모두가 다 다르지. 회색 파오쯔 두루마기에 짧은 겉옷, 검정 바지에 환관 모자를 쓰고 다니지. 상체를 수그리고 좁은 보폭으로 걸으니 멀리서도 눈에 띠기 마련이야. 표정은 늘 우울한데 그건 갈수록 심해져서 늙으면 섬찟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려.

유일한 낙은 도박과 아편. 자금성 주변에는 우리가 다니는 아편굴이 여럿 있다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처지와 불안한 노후를 잊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지.“

비록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해도 신분은 노비. 하는 일도 남들이 꺼리는 것들이다. 궁을 경비하는 건 금군이지만 궁내 경찰은 태감들이다. 황제의 비서 업무는 승정원이 하지만 규방 시중은 태감이다. 황제가 남자라는 전제하에 세워진 이 모든 체제는 서태후 치세에서 그 기반이 무너졌다. 상당 업무가 궁녀들 소관으로 바뀌었다. 내무부 체제가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나는 황궁 문화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다. 그의 관점은 알프레드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황궁에서 행하는 모든 의식과 기물은 만세야의 존엄을 위한 것, 그걸 민간에 전파한다...? 개발에 편자라며 일언지하에 무시했다.

그를 통해 자금성의 일상을 알게 된 나는 의아했다. 잡동사니 일. 외주처리가 합리적인 일을 이들은 왜 직접 하고 있을까? 만세야의 안전? 황궁의 보안? 내 눈에는 다 핑계로 보였다. 진실은 파킨슨의 법칙. "공무원들은 조직을 불리고 인원을 늘이려는 속성이 있다."

황궁아문은 내무부 사례감이 총괄한다. 중앙 12감. 잡무담당 4사, 전문성이 있는 업무를 하는 8국을 포함해 24 아문이라 부른다. 저마다 짭짤한 이권이 있고 찾아와 굽실대는 인간도 많다. 그러나 막상 하는 일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할 법한 잡무들이었다.

능묘, 창고를 관리하는 내궁감內宮監. 집기, 비품과 보물을 다루는 어용감御用監, 어마감, 태묘, 사당을 관리하는 신궁감, 주방관리 상선감, 옥새 등 인장 담당 상보감. 문서담당 인수감, 의복 담당 상의감, 청소 담당 직전감. 어가 행차를 지원하는 도지감,

잡무담당 4사는 땔감 담당 석신사, 종루와 음악을 관장하는 종고사, 목욕담당 혼당사, 종이를 조달하는 보초사. 8국은 전문적 업무를 담당한다.

무기, 화약담당 병장국, 귀금속 집기를 다루는 은작국, 은퇴 환관을 관리하는 완의국, 부마와 번국의 깃발, 모자, 신발을 관리하는 건모국巾帽局, 옷 만드는 침공국, 비단 염색 담당 내직염국, 술과 장을 관리하는 주초면국酒醋面局, 채소, 과일을 조달하는 사원국 司苑局

사司마다 사정司正과 사부司副가 있고 국마다 대사大使와 좌우부사가 있다. 감과 국의 태감은 십여 명에서 백 수십 명까지 융통성이 있어 수시로 바뀐다. 그 외에도 태감들은 내부 공용고, 사약고, 내승운고 등 각종 고방庫房 및 어주방 어차방, 어약방, 첨식방 등에 물자를 공급했다.

황실 문화에 대한 이연영의 관점은 이들 모두의 인식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나는 골치가 아팠다. 고루한 사고방식에 젖은 이들이 과연 황실 문화를 전파할 수 있을까?


“또 왔다. 또 왔다.“

화석공주 처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금아가 반긴다. 마음이 자금성 바깥을 떠도는 센위를 달래려고 태후가 준 앵무새였다. 멋도 모르고 금아를 상대로 하소연을 일삼던 센위는 어느 날, 녀석이 터무니없는 수다쟁이일 뿐 아니라 밀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망구들 동네.“

”나막신에 뒤뚱 뒤뚱...“

”잔소리 할망탕구.“

사람만 나타나면 혼자 종알댄 말을 떠벌렸다. 뒤늦게야 진상을 안 센위는 녀석을 침실에서 내쫓았는데 이미 때는 늦었다. 한번 배운 말은 잊지 않고 되풀이하는 바람에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금아의 버릇을 아는 태후의 짓궂은 장난이었다. 이따금씩 센위를 놀리고 싶을 때면 금아를 데려 오게 했다. 그러면 나막신에 귀신 할망구 시리즈를 떠벌려 센위를 질색하게 만들곤 했다.


방직회사 출자설명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참석했던 태감들은 대거 주주로 참가했다. 모두가 이연영 덕분이었다. 생소한 주식에 대한 설명보다는 동료의 추천이 더 믿음직했을 것이다. 자본금 5십만 냥으로 시작한 회사는 생산도 하기도 전에 인기가 폭등해 주식을 사러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나는 아직 생산도 시작하지 않은 면제품 판매 대리점 모집부터 시작했다. 전국을 상대하는 판매망 조직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이연영을 설득했다. 태후는 8만 달러 사건으로 내무부를 벼르고 있다. 관련자들을 살리려면 출궁시켜라, 그들이 궁에서 하던 일을 생업을 삼을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 이연영은 일단 관심을 보였지만 큰돈은 되기 어렵단 말에 태도가 돌변했다.

나는 방직공장이 이들의 사업을 후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면제품 판매 대리점은 돈방석이 될 것이다. 저마다 대리점을 내려고 전국에서 몰려와 줄을 설 것이다. 대리점 허가 조건으로 황궁문화사업 지원을 걸겠다.


온갖 안전장치를 다 붙여주자 그제야 솔깃해진 이연영은 움직이기 시작했다.궁에 있다가는 언제 감찰에 걸려들지 모른다는 위협을 곁들인 설득은 주효해서 출궁을 신청하는 태감들이 늘어갔다. 어느 날 갑자기 늘어난 출궁 신청에 당혹하던 내무부는 저수궁이 8만 달러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는 암시에 합죽이가 되었다. 자금성 외곽의 생도부대가 군기처가 아닌 저수궁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친위대임을 아는 그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베이징 시가지에 황실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방들이 들어섰고 나른한 궁중음악 연주로 격을 높이고 운치를 더한 반점도 생겼다. 그 중에서도 황궁 요리, 화장법과 화장품 그리고 황실 의상을 다루는 공방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황실문화 사업이 하나 둘씩 성공하자 출궁신청에는 가속도가 붙었고 태감들 숫자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업무차질은 없었다. 출궁자 대부분이 빈둥대던 말썽꾼들이기 때문이었다.

출궁한 궁녀나 태감들의 점포는 간혹 있었지만 이처럼 황실문화 전반에 걸쳐 민간에 소개된 적은 없었다. 조계의 외교가에서는 황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과 황실 화장품, 미용술. 도자기, 차 등의 상품이 유럽으로 흘러가자 유럽의 귀족 사회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청나라가 망한 것은 1912년. 이후 십여 년( ~ 1928년)을 군벌시대라 부른다. 다음에는 장개석의 북벌로 민국이 탄생하고... 관심가는 대목은 갑오 중일전쟁(1896년) 이후 망국까지 16년간 조정은 무엇을 했는가? 라는 것이다. 원래 역사에는 의화단의 난과 노일전쟁이 있었다. 주요도시들은 사실상 열강의 식민지였고 지방은 무정부 상태였다. 조세는 중앙으로 오지 않았다. 지역마다 각각 창설된 신군을 모체로 삼은 군벌이 징세권을 장악했고 시작은 원세개의 북양군벌이었다.

신군이 한인들에 장악되는 것이 두려워 황족을 북양 무비학당 학장으로 임명했지만 짜이펑은 원세개를 제압할 그릇이 아니었다. 짜이펑 지지세력인 나와 작림이 생도부대와 함께 베이징으로 떠나자 남은 것은 5.5단 실무자 몇 명이 전부.

의화권 무리들을 부추겨온 원세개의 행적을 아는 청방은 짜이펑의 수족인 5.5단의 동태에 주목했다. 이건 바야흐르 무비학당에 세력다툼이 벌어질 조짐이었다.

“호오, 이건 잘하면 대어가 낚일지도...”


외양만 번드레한 의전용 짜이펑과 달리 원세개의 평가는 잡다했다. 당소의는 소인배로 혹평했지만 칭찬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주변에는 인재가 넘쳐났다. 단기서, 조곤 曹錕, 서세창, 당소의, 오패부 등.

가난한 집 출신, 명문 출신, 수재 출신 등등 출신은 각양각색. 하지만 하나같이 나중에 큰 성취를 이룬다. 단지귀段芝貴는 잡역부에서 민국상장에 이르고 옷감 장수 조곤은 대총통까지 오른다. 이것이 바로 원세개의 처세술이었다. 그는 4 종류 사람을 중용했다. 쓸모 있는 인재. 단기서 같은 경우는 시급하게 필요한 인재였다.

쓸모없지만 장래에 크게 쓰일 인재.

그저 마음만 사놓지만 결정적 순간에 사용할 인재.

쓸모없어 보이지만 기르면 인재가 될 수 있는 사람.


한번은 만주족 고관 증숭을 방문했다. 어린 아들이 인사하자 아이 손을 잡고

"무슨 책을 갖고 싶어? 내가 줄 수 있는데..."

그러자 아이는 몇 가지 책을 애기했다. 모두 그저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한 상자의 책을 보내주었다.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었다.


돈을 아끼지 않았다. 따지지 않고 썼다. 돈으로 충성을 받아낸다. 또한 처신도 잘 했다. 남이 좋아하는 걸 기억했다. 한번은 집에서 상에 홍소대제紅燒大蹄가 나왔다. 그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여 한 그릇을 풍국장에게 보낸다.

"이 요리는 풍장군이 좋아한다. 한번 맛보게 해줘라."

풍국장은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세개 수하에는 인재가 넘쳐났다. 평가는 이러했다. 사적으로 가까운 사람은 없다. 친척 중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먹을 것은 주지만 권한 있는 자리는 주지 않았다. 친척들 중 권력자는 없다. 사후에 자녀에게 남겨준 것이 없다. 사람을 쓰는데 있어서 원세개에 비견할 사람은 없다.

이홍장은 고향사람을 중용했다. 증국번은 유가도덕을 중시한다. 그래서 많은 장군들과 반목하고 원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원세개는 지역도 도덕도 따지지 않았다. 군인이든 깡패든 장삿군이건, 학생이건, 이익을 쫓는 자이건, 아편쟁이이건 가리지 않았다. 기준에만 부합하면 중용했다. 유재시거唯才是擧(배경보다 재능을 중시하다.)를 해낸 인물이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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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일어나는 풍운 3) +6 19.05.06 2,814 93 12쪽
34 일어나는 풍운 2) +4 19.05.04 3,002 90 10쪽
» 일어나는 풍운 1) +4 19.05.03 3,028 79 12쪽
32 화석 공주 4) +10 19.05.02 2,901 75 10쪽
31 화석 공주 3) +6 19.05.01 2,778 77 10쪽
30 화석 공주 2) +2 19.04.30 2,738 72 11쪽
29 화석 공주 1) +4 19.04.29 2,822 69 9쪽
28 무비 학당 4) +2 19.04.28 2,536 64 9쪽
27 무비 학당 3) +1 19.04.27 2,478 61 7쪽
26 무비 학당 2) +1 19.04.26 2,529 67 8쪽
25 무비 학당 1) +2 19.04.25 2,613 68 9쪽
24 자금성 4) 19.04.24 2,507 66 8쪽
23 자금성 3) +2 19.04.23 2,519 75 9쪽
22 자금성 2) +3 19.04.22 2,509 66 8쪽
21 자금성 1) +1 19.04.21 2,607 70 9쪽
20 톈진 天津 7) +1 19.04.20 2,597 70 7쪽
19 톈진 天津 6) +1 19.04.19 2,590 70 8쪽
18 톈진 天津 5) +3 19.04.18 2,619 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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