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830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27 06:00
조회
2,477
추천
61
글자
7쪽

무비 학당 3)

DUMMY

원세개는 단기서를 조장으로 조사단을 구성했다. 동시 출신의 수재 오패부, 조교 장작림, 하사관 과정의 풍옥상 외 3명, 그리고 나까지 모두 8명. 우리는 사복차림으로 톈진 시가지를 순찰했다. 나와 작림은 괴담의 진원지라는 교회묘지를 찾았다. 나무 푯말이 늘어선 묘지는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이 지저귈 뿐 한적했다. 그러나 주점과 객잔에서 들은 소문은 흉흉했다.

“양귀들이 약재로 쓸 간을 빼내려고 고아들을 죽인다우.”

호떡장수 영감.

“고아원은 그저 눈가림으로 하는 곳이지.”

한약방 주인

“목사나 수녀들은 죄다 식인종이라던데.”

객잔의 점소이.

상의를 벗어부친 배불뚝이 무뢰배들은 얼근히 취해 길거리에서 공공연히 떠들었다.

“양귀들을 죽여라. 우리 아이들을 잡아먹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을 보았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들 누군가로부터 들었다고만 했다.

“당연한 거 아냐? 양귀들은 끼니 때마다 고기를 썰어 먹잖아, 그게 무슨 고기겠어?”

직접 봤냐 물으면 별걸 다 묻는다는 듯 이상한 놈 취급을 한다. 시가지를 다니다 권민拳民이라는 자들도 자주 만났다. 지도자도 조직도 없는 떠돌이들이지만 복장은 비슷했고 유언비어의 전파자이기도 했다. 황포 黃布로 머리를 싸고 붉은 배가리개 그리고 행태도 유사하다.

이들은 권법을 자랑하고 신을 모시는 의식을 했다. 칼로 배를 베거나 창끝을 인후로 버티는 시범을 보이며 도창불입刀槍不入의 재주를 과시했다. 산동에서 직예(하북성)까지, 하남에서 산서에 이르기까지 없는 곳이 없고 다들 비슷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하는 무리들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 유언비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패부의 보고였다.

“하지만 그걸 빌미로 욱 하는 분위기인 건 맞습니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격이라 할까.”

동시 출신의 수재다운 예리한 분석이었다. 성난 자들에게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필요한 건 울분을 터트릴 명분이고 유언비어는 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벌이는 사태가 양인들에 이용될 수 있다는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 그저 속 시원하게 해원 굿이나 한바탕 벌이고 싶은 욕망에 취해 날뛸 뿐이었다.


조사결과를 취합한 원세개는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소요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했다. 폭도들이 조계를 습격한다면...? 건수를 잡은 양인들은 얼씨구나, 보상이나 영토를 요구할 것이고 조정은 또 한번 굴욕을 당할 것이다. 미연에 방지한다면?

조계 경찰과 협력한다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일단 방지하는 데 성공한다 치자. 그러면 아무 일도 없었던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개선장군은 칭찬받지만 전쟁을 막은 자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길 뿐. 보통 사람의 생각과는 궤를 달리하는 원세개의 진면목이 이 대목에서 드러났다.

‘차라리 방조하자. 그리고 사태가 곪아터진 다음 외국공관과 조정에 생색낼 기회를 잡자.’

원세개는 단기서에게 지시했다.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자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라."

그리고는 짜이펑 학장에게 보고했다.

“톈진 시가지 분위기는 흉흉합니다. 유언비어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영외 훈련실시는 타당하다고 사료됩니다.”


영외 행군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조계와 톈진 시가지를 지나는 행군 대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우리도 신식군대가 있구나 라는 소박한 반응. 양이들 흉내나 내는 꼭두각시들이라는 삐딱한 시선. 오호, 제법인데... 라는 외국인들의 반응. 공통점은 미적지근하다는 점이었다. 환호도 없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돌을 던지는 식의 과격 반응도 없었다. 그건 시가지나 조계나 마찬가지였다. 군대와 그들은 별개의 존재였고 둘 사이에는 어떤 동질감도 없었다.

지켜보던 나는 갸우뚱 했다. 이런 반응이라면 효과는 의문이다. 이런 조치가 과연 소요사태 예방에 도움이 될지 단지 시기를 늦출 뿐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수였다.

비록 단기서의 제안은 지지했지만 나는 방관자. 위력시위 정도로 진정될 사태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의화단 사태로 인해 야기될 참상을 아는 입장에서 수수방관하기는 양심에 거리껴 단기서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유언비어 유포자들과 원세개가 접촉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청방 조직을 통해 무뢰배들에 접근한 원세개는 양귀들과 싸우는 애국자라 부추기며 용돈까지 쥐어주었다. 관에서 자신들을 후원한다 믿은 무뢰배들은 더욱 기가 살아 날뛰었다.


이 시대의 군대에는 별도의 정보조직이 없었다. 손자병법의 나라답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현실. 훗날 국민당 비밀경찰 중통은 30만 명의 대조직을 자랑하지만 지금의 군대는 그때그때 조사나 정탐을 할 뿐 정보조직 자체가 없다. 갑오 중일전쟁의 승리가 정보전의 승리였음을 군부는 간과하고 있었다. 이는 조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보 없는 상태에서 세운 탁상공론 정책이 현실에 맞을 리 없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청나라 몰락의 원인일지도 몰랐다. 신식군대의 요람인 무비 학당에서조차 정보활동이라고는 조교단을 통해 수집한 정보가 전부였다. 나는 작림과 상의했다.

“둥베이에서는 정보를 어떻게 얻지?”

“끄나풀들이 사방에 있지. 아편굴, 대도회, 청방, 홍방...”

외부 정보조직을 이용한다는 얘기였다. 정규전 아닌 게릴라 전술... 소규모 조직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리라.

“관군도 그런 식으로 할까?”

대답은 응구첩대로 나왔다.

“판박이지. 관군이나 비적이나 뿌리는 같으니까.”

“그런가? 나는 관의 위신상 다를 줄 알았는데.”

“무능한 관리나 지휘관들이 흔히 그런 식으로 나오지. 하지만 제 아무리 노력해도 기존조직을 능가하긴 어려워. 그래서 유능한 관리는 조직과 끈을 갖거나 은밀히 왕래하기 마련이야.”

정보활동의 외주라는 이상적 정보조직의 모델을 발견한 나는 무릎을 쳤다.

“둥베이에서 하던 그걸 여기서도 할 수 있을까?”

“거기서야 꽌시가 통하지만... 대신 돈으로 메꿀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거야.”

“학당에 돈과 사람은 넘치니 일단 해보지.”


원세개에게 보고하자 무릎을 치며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외국에서 10년을 보내는 동안 정보의 중요성을 절감했었네. 진즉 그 생각을 못한 내가 멍청했군."

즉석에서 적극 지원을 약속한다. 그러나 내보낸 다음 순간,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청방을 통해 사조직을 운영하는 그에게 공식 정보조직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무비학당을 손에 넣고 휘두르려는 판에 끼어드는 조선인 역관이 꺼림칙 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남경. 상해. 봉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둥베이 1) +4 19.05.08 2,699 80 7쪽
36 일어나는 풍운 4) +11 19.05.07 2,741 88 12쪽
35 일어나는 풍운 3) +6 19.05.06 2,814 93 12쪽
34 일어나는 풍운 2) +4 19.05.04 3,002 90 10쪽
33 일어나는 풍운 1) +4 19.05.03 3,027 79 12쪽
32 화석 공주 4) +10 19.05.02 2,901 75 10쪽
31 화석 공주 3) +6 19.05.01 2,778 77 10쪽
30 화석 공주 2) +2 19.04.30 2,738 72 11쪽
29 화석 공주 1) +4 19.04.29 2,822 69 9쪽
28 무비 학당 4) +2 19.04.28 2,535 64 9쪽
» 무비 학당 3) +1 19.04.27 2,478 61 7쪽
26 무비 학당 2) +1 19.04.26 2,529 67 8쪽
25 무비 학당 1) +2 19.04.25 2,613 68 9쪽
24 자금성 4) 19.04.24 2,507 66 8쪽
23 자금성 3) +2 19.04.23 2,519 75 9쪽
22 자금성 2) +3 19.04.22 2,509 66 8쪽
21 자금성 1) +1 19.04.21 2,607 70 9쪽
20 톈진 天津 7) +1 19.04.20 2,597 70 7쪽
19 톈진 天津 6) +1 19.04.19 2,590 70 8쪽
18 톈진 天津 5) +3 19.04.18 2,619 6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